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화(2/589)
< 002 : 회귀하다 >
톡. 톡.
“찬수야, 일어나. 이러다 비행기 뜨겠다.”
“헉!”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웠기에 눈을 번쩍 떴다.
뭐야? 내가 살아 있어?
여긴 또 어디야?
병원은 아닌 것 같은데?
“자식, 그 사이를 못 참고 잠을 자냐?”
“… 누… 누구?”
“으이그, 아무리 자다 깼어도 친구도 못 알아보냐? 이 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덕수 이씨 충무공파 28대손 이삼복이다. 이 자식아.”
생전 첨보는 청년이 내 뺨을 꼬집으며 농담 같은 자기소개를 했다.
자신을 이삼복이라고 했다.
순간 대세 그룹 이삼복 부회장이 떠올랐다.
평소 자신이 이순신 장군의 직계손임을 자랑스러워했던 양반이었지.
어째 두꺼운 뿔테 안경에 왼쪽 뺨에 점이 있는 것마저 똑같았다.
아무리 외모가 닮았다곤 하지만, 젊은 청년이 일흔을 훌쩍 넘긴 양반을 흉내 낼 이유가 있나? 농담 같지도 않은….
‘뭐… 뭐야… 이 얼굴!’
처음 보는 이가 친구 행세를 하기에 무척 당황스러웠는데, 그 양반의 안경에 비친 내 얼굴이 더 가관이었다.
너무 놀라 사방을 둘러보니, 건너편 현관 유리문에 내 모습이 비쳤다.
내가 아닌 다른 이가 서 있었다.
‘이게 어찌된 일이지?’
“우에엑!”
갑자기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깨질듯 아파왔고, 나도 모르게 바닥을 구르며 토악질을 해댔다.
“헉, 찬수야 왜 그래? 뭐 잘못 먹었냐?”
“우에에에엑!”
친구라는 청년이 나를 부축했지만 나는 연신 위액을 게워냈다.
생소한 기억이 나를 마구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낯선 얼굴의 어린 아이가 새벽시장을 돌며 신문을 팔던 기억부터, 어느 추운 겨울 홀어머니를 잃고 펑펑 울던 기억, 어렵사리 모직 회사에 취직했는데 주식 투기를 하던 사장이 부도를 내고 도망친 기억까지…
내 머릿속에 난장이가 들어앉은 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흑백 필름을 돌려대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일생을 압축한 다큐멘터리였다.
그 다큐멘터리가 말해 주는 건 단 한가지였다.
‘넌 우찬수다. 90년대 4대 재벌 중 한명으로 한때 샐러리맨들의 우상이었다가 부도덕한 사기꾼으로 전락했던 그 우찬수!’
라고 말이다.
어이없었지만 유리창에 미친 내 얼굴과 선명하게 느껴지는 손발의 감각은 꿈이 아니었다.
정말 내가 우찬수 대세 그룹 회장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것도 젊디젊은 시절의 우찬수 회장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말이다.
“누구 없어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으아악!”
“헉! 비켜요. 난 의사요.”
“선생님, 제 친구 좀 살려주십시오. 이 새끼가 뭘 잘못 먹었는지 갑자기 토하고…”
“이봐요, 들려요? 심호흡해요. 심호흡!”
공항 어딘가 의사가 있었던지 누군가 가슴을 꾹꾹 누르며 압박을 했다.
처음엔 숨이 컥컥 막혔지만 조금 지나니 정말 숨 쉬는 것이 편해졌다.
“헉… 헉… 헉…”
꿈결처럼 뭉그러졌던 시야가 점차 밝아졌다.
“친구 분이 어디 높은 데서 떨어지기라도 했습니까? 그렇다면 어서 병원으로 가세요.”
“아뇨, 비행기 시간 돼서 졸고 있던 놈을 깨웠더니 갑자기 토하면서 바닥을 굴렀습니다.”
“그래요? 졸다가 호흡 곤란에 심장 발작이라니… 이건 높은데서 떨어지거나 중량물에 깔렸을 때나 나타나는 쇼크현상인데 말이죠.”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죽은 건 전생이었다.
전생의 여파가 환생한 몸에도 영향을 끼쳤던 모양이다. 어이없었지만, 내가 새로운 몸으로 환생했다는 사실에는 아무런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사실을 이런 방식으로 실감할 줄은 몰랐다.
“헉… 헉… 헉… 휴우…”
어느새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온몸이 축 늘어져 움직이기 힘들었지만 시야와 청력은 또렷했다.
“쇼크라고요?”
“간혹 극심한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을 겪어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긴 하는데…”
“하아, 이 놈 그럴 만해요. 재작년에 홀어머니 잃고, 다니던 회사도 부도나고, 유학 준비한다고 저축한 돈도 다 털어먹고, 지금도 옥스포드 합격증 하나 믿고 겨우 겨우 런던행 비행기 표를 끊은 거거든요. 불쌍한 새끼… 많이 힘들었구나.”
“… 쩝. 친구 분을 편한 곳에 뉘이시고, 물을 충분히 마시게 하세요. 좀 쉬었다가 병원 가서 수액 맞고 쉬면 문제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살펴 가십시오.”
둘만 남게 되자 이삼복이 갑자기 날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크흐흑, 불쌍한 새끼.”
“징그럽다… 새꺄… 놔라.”
“기대라, 이 엉아가 힘이 되 줄게. 으흐흑.”
“놓으라했다.”
나는 삼복이를 있는 힘껏 밀어냈다.
한결 편했다. 아무리 환생 직후라지만 시꺼먼 남자 품에 안겨 있기엔 창피했다.
공항 한쪽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김포 공항인가?’
벽에 기댄 채 살펴보니 김포 공항 같았다.
방금 전 나 때문에 떠들썩했던 분위기는 금방 가라앉았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뿐이었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었다.
“오늘 몇 일이냐?”
“1월 11일이다. 출국 날짜도 잊었냐?”
“몇 년도냐?”
“미쳤냐?”
“난 죽다 살아난 사람이야. 몇 년도냐니까.”
“1965년도다.”
70년대도 아니고 1965년도라니,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었다. 정확히 57년 전, 반세기를 넘어 회귀했다.
“삼복아.”
내 옆에서 나란히 벽에 기대고 있는 삼복이를 불렀다.
진짜 내가 우찬수가 되어버린 건지 삼복이가 친숙하게 느껴졌다.
“왜, 새꺄? 사람을 대체 몇 번이나 놀라게 해? 어머니 부고에, 회사 부도에, 심장 마비까지…”
“심장 마비가 아니라 쇼크라잖아.”
“시벌놈, 잘났다.”
“나 사업할거다. 늦어도 일주일 뒤에는 돌아올 테니까, 사표 쓰고 기다려.”
“뭐?”
“사표 쓰고 기다리라고.”
“뭔 소리야? 우리 회사는 안 망했어. 그리고 주임으로 진급한지 한 달도 안됐단 말이다.”
삼복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상관할 바 아니었다.
원래 역사에서도 우 회장이 대세 그룹을 창업할 때, 당신도 함께 하거든.
우 회장이 밖으로 계약을 따오면, 이삼복 부회장이 대세 그룹의 안 살림을 담당했다.
둘은 친구를 넘어 친형제 같았고, IMF때 대세 그룹이 무너질 때까지 모든 일을 함께 했었다.
“네가 그랬지. 네 이름이 삼복인 이유가 네 사주에 인복(人福), 재복(財福), 관복(官福)이 넘쳐서라고 말이야.”
“그래, 우리 엄마말로는 용한 점쟁이가 그랬다더라. 나이 서른 되기 전에 귀인을 만나 크게 성공할거라고. 만석꾼 부럽지 않을 팔자라고 그랬다.”
“그 귀인이 나라는 생각은 안 해봤냐?”
“… 너… 많이 아프구나… 그래, 당장 병원가자. 유학 따윈 잊어버리고 비행기 표도 환불하자. 생활비도 없는데, 유학 가면 굶어죽기밖에 더하겠냐.”
“난 멀쩡해. 그리고 유학 따윈 집어치울 거야. 싱가포르에서 수출 계약 따오려고 출국하는 거야.”
정말 유학 따윈 생각 없었다.
난 우찬수 회장이 성공하게 된 계기만 맞이하면 그뿐이었다.
“싱가포르?”
“그래, 싱가포르! 런던 갈 때 거기서 비행기를 갈아타게 되어 있어. 일보고 다시 돌아오면 돼.”
원래 역사에서 우 회장은 런던으로 가던 와중에, 싱가포르에서 대박 계약을 맺게 된다.
생활비가 부족했던 터라 푼돈이라도 건져볼 생각에 시도했던 일이 대박을 쳤다.
자기 이름으로 계약을 따내고 국내 무역 상사에 해당 계약을 프리미엄을 받고 팔려고 했다는데, 발칙하면서도 창의적인 발상이었다.
일의 시작이야 그랬지만 어찌 어찌하다보니 계약 금액이 수십 만 불을 넘겨버렸고, 급기야 유학을 포기하고 사업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솔직히 그 당시 우 회장은 수출 계약 물량이 웬만한 공장을 1년 동안 풀가동해도 납품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물량이란 걸 몰랐다고 했다.
대세 그룹에 입사해서 신입사원 교육 때 주야장천 들었던 얘기라 고스란히 기억이 났다.
약간의 과장이 섞였겠지만 싱가포르에서 우 회장이 혼자서 대형 계약을 따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꾹. 꾹.
“뭐하냐?”
“내 친구가 맛이 갔는지 찔러보는 거다.”
삼복이가 내 뺨에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농담 아니야. 반드시 내가 계약 따온다.”
나는 삼복이의 팔을 잡고 굳은 표정을 했다.
내 눈빛을 살피던 녀석도 점차 표정을 굳혔다.
내가 농담하는 게 아님을 깨달았으리라.
“미친… 농담이 아니었어? 너 언제 싱가포르에 연줄을 만들었냐?”
“방금 전 쇼크 때 하늘의 계시를 받았다.”
“… 죽을래?”
“농담이고, 우리 회사가 망했지만 기존 고객 중에 접촉해볼 만한 사람이 있어. 그 양반도 지금 물량이 끊겨서 무척 곤란한 상황일거야. 무조건 계약 따온다.”
“뭐, 가능성은 있다는 소리네. 알겠고, 사표는 네가 따오는 계약보고 내든지 말든지 할게. 둘 다 길바닥에 나 앉을 순 없잖냐.”
삼복이는 결과를 보고 사표를 쓰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래, 그 정도는 봐줘야지.
“좋아. 대신 자취방 보증금이나 미리 빼놔.”
“… 미친…”
“약속한 거다.”
나는 삼복이의 주먹을 쥐고 마구 흔들었다.
주섬주섬 일어나 옷을 털고 비행기 표도 확인했다.
짐이라곤 기껏해야 가죽 가방 하나뿐이라 맨몸이나 마찬가지였다.
“정말 몸은 괜찮아? 비행기 타도 돼?”
“한껏 토하고 났더니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응원해줘.”
“화이팅.”
“그래, 화이팅.”
언제 토했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상쾌했다.
무지막지하게 들어오던 기억의 파도도 어느새 잦아들었다.
**
대한민국 출입국 관리소.
이곳만 빠져나가면 해외나 다름없었다.
“여권! 비행기 표!”
“여기 있습니다.”
“얼굴 들고.”
“예.”
딱딱한 표정의 출국 심사관이 내 서류와 얼굴을 번갈아보더니 여권에 도장을 꽝꽝 찍어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 신분으로 출국하는데다, 영국 A대학교에서 발행한 합격 증명서까지 동봉되어 있지 않은가.
우 회장이 영어를 꽤 잘했다는데, 합격증을 보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잘 다녀오시고, 다음 분!!!”
“감사합니다.”
출입국 심사마저 끝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잘 할 수 있을까?’
환생하자마자 출국한다는 게 어이없긴 했지만, 기회를 잡으려면 지금 출국해야만 했다.
단수 여권을 포기하면 또 심사받는데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시대다.
“크.”
잘할 수 있을까? 라니…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건가.
우습기 그지없었다.
잘 하는 게 아니라, 다 바꿔버려야지.
21세기 인간이 60년대로 왔는데 못할게 뭐가 있나? 이 시대의 대한민국은 연 10%를 넘는 성장을 거듭하던 개발도상국이지 않은가.
구멍가게나 다름없던 대세 실업이 불과 몇 년 만에 대세 그룹으로 성장하던 시기란 말이지.
물론 내 전공분야인 건설이나 중공업으로 시작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깝지만, 사회 초년생이었던 20대 우 회장이 했던 일을 내가 못할 리 없다.
불같은 성장세에서 대박 기회를 줄줄이 꿰차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몸이 떨렸다.
나라면 다 바꿀 수 있다.
성공 신화에 가리워졌던 대세 그룹의 잘못된 선택들을 모조리 바꿀 수 있다.
기술 개발을 등한시 했던 대세 그룹을 올바른 곳으로 데려갈 수 있다.
나라면 할 수 있다. 난 전혀 다른 우찬수다.
“가자, 싱가포르로!”
< 002 : 회귀하다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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