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00)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00화(200/589)
< 200화 : 중동 돈, 유럽 돈 >
미국 디트로이트
AMC CEO와의 미팅을 잡고 디트로이트로 왔다.
AMC 본사는 세계 자동차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디트로이트 옆 동네 사우스필드에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디트로이트 공항에는 주영길 과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날 보자마자 와락 포옹부터 했다.
여전히 하이퍼 텐션이군.
“오느라 고생 많았어요.”
“고생은요, 무슨. 알래스카에서 고생하시는 분은 사장님이신데요”
내가 지프차 한 대를 여기까지 갖다 달라고 요청했었다.
AMC와 딜을 하려면 물건은 있어야 하니까.
주영길 과장을 따라나서니 멋진 지프차가 서 있었다.
“세관 통과는 문제없었어요?”
“포틀랜드 지사에서 신경 써줘서 전혀 문제없었습니다. 제가 모시죠.”
“내가 운전할게요. 옆에서 지도나 봐줘요.”
“예, 사장님.”
나는 차에 올라 AMC사 본사로 향했다.
“광주 공장은 별일 없죠?”
“그럼요, 전무님이 군기 꽉 잡고 계시죠. 이 차 보십시오. 첫 시제품과는 완전 다르지 않습니까?”
“그러네요, 느낌이 좋네요.”
밟으면 밟는 대로 나가는 것이 아주 좋았다.
피아트 프레임에 국산 디젤 엔진이 아주 궁합이 좋은 듯했다.
“사장님 말씀대로 엔진의 스트로크만 좀 줄였는데, 출력이 112마력이나 나왔습니다. 정말 사장님은 천재십니다.”
대한민국 최고 공학자에게 천재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상승 폭이 크네요. 얼마로 변경한 거죠?”
원래 군용차는 중저속에서 큰 힘을 내야 해서 피스톤 직경 대비 스트로크(피스톤 왕복거리)가 과도하게 길게 되어 있다.
밴 플린트 장군이 건네준 스펙엔 피스톤 직경이 80㎜인데 스트로크가 자그마치 111㎜나 되었다.
고속 주행과 차제 디자인이 중요한 민수용 지프에는 적합하지 않은 스펙이라 내가 피스톤 직경은 늘리고 스트로크는 줄이라고 했었다.
삼복이가 부임할 때 줬던 기술 과제였는데, 벌써 최적화를 마치다니 대단했다.
“실험을 해보니 피스톤 직경 83㎜에 스트로크를 91㎜가 최적이었습니다.”
기존 대비 스트로크가 20㎜나 줄었다.
전반적인 엔진 높이도 10㎝는 족히 줄었겠군.
차체 디자인을 훨씬 멋지게 뽑을 수 있을 거다.
“멋지네요.”
나는 훅하니 액셀을 밟아 고속도로를 탔다.
저 멀리 AMC가 본사가 보였다.
AMC도 GM, 포드, 크라이슬러를 칭하는 Big3 다음으로 큰 회사이니 나름 Big 4라고 하겠다.
기술이야 엇비슷하겠지만, 미국 자동차 회사 중에서 디자인 못 뽑기로 유명한 회사다.
그래도 내게 여러 가지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는 회사였다.
“여기서 기다려주겠어요?”
“예, 일 보십시오. 차는 제가 지키겠습니다.”
나는 AMC 본사의 로비로 당당히 걸어갔다.
워낙 당당하게 차를 대서 그런지 딱히 제지하는 사람도 없었다.
***
“실례합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대세 자동차의 CS Woo라고 합니다. 오늘 회의를 하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나는 프론트에 명함을 내밀었다.
“대세 자동차… 앗, 혼자 오신 겁니까?”
프론트 안내 담당은 내 명함을 들고 예약을 확인하더니,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VIP로 기재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VIP가 혼자 오는 것은 예상 밖이었을 테지.
AMC 사장이랑 큰 그림부터 그려야 하는데, 대규모 수행원을 끌고 오는 건 초짜나 하는 짓이지.
내가 칼자루를 쥐지 못하면 합작 따위는 단박에 걷어치울 것이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프론트 맨은 황급히 내선 전화를 돌리고는 나를 VIP 전용 엘리베이터를 태워 올려보냈다.
“어서 오십시오, 미스터 우. 로이 채핀입니다.”
“반갑습니다, 미스터 채핀. 본사로 보낸 제의는 잘 받았습니다.”
“혼자 오셨다고요? 안으로 바로 모시죠.”
수행원을 이끌고 왔다면 리셉션이니 라인 투어니 뭐니 하며 쓸데없는 시간만 낭비했을 것이다.
합작이든 기술협약이든 일단 최고 경영자끼리 만나서 큰 가이드라인에 합의해야 실무진이 그다음부터 땅따먹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저희에게 합작을 제의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AMC가 한국 시장에 관심을 있다니 말입니다.”
“솔직히 한국 시장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대세 자동차… 아니, 우 사장님에게 관심이 있지요.”
내게 관심이 있어? 살짝 의외였다.
AMC가 내 뒷조사를 할 리도 없고, 뭐지?
“구체적으로 어떤 관심인지 궁금하군요.”
“저희도 미국 정계에 연줄이 있지요. 최근 사우디에서 사업 기회가 있다기에 정황을 살피다 보니 자연스레 우 사장님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BR사의 최고의 파트너라고 말이죠.”
BR사가 아니라 밴 플린트 장군과 동맹 관계인거지. 뭐, 겉으로야 그리 보일 수도 있겠다.
“AMC가 사우디에 관심이 있으셨던가요? 건설사도 아닌데…”
“중동에 부족한 게 인프라만은 아니지요. 자동차의 불모지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지금이야말로 중동 시장에 진출할 절호의 찬스라는 판단입니다. 이스라엘 때문에 사우디가 겉으로야 미국을 터부시하지만, 속내로는 정치, 경제, 안보 측면에서 매우 가까워졌다고 하더군요.”
21세기 사람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지만, 이 시대 사람들에겐 특급 정보일 수도 있겠다.
미국 정부와 사우디 왕실의 밀월 관계를 대충이나마 파악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양반의 안테나가 보통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으흠, 제가 봐도 군납 관련 프로젝트가 여럿 진행되는 것 같긴 합니다.”
군복을 바꾸는 것부터가 그 증거였다.
이번 기회에 AMC도 사우디에 군용차를 팔아보자, 이런 의도인가?
“군납! 바로 그겁니다. 솔직히 저희가 승용차 부문에서야 포드나 GM 대비 시장 점유율이 딸리지만, 지프차만큼은 확실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요. 필요한 것은 미국 회사가 직접 사우디에 군납하는 모양새를 피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과 직접 거래하는 것은 큰 부담이지.
오일쇼크를 거치면 전세계가 사우디와 미국의 밀월 관계를 알게 되겠지만, 아직은 아니지.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저희가 AMC사의 지프를 조립해서 사우디에 팔자 이거군요.”
조립비는 줄 테니 이름을 빌리자는 소리였다.
“맞습니다. BR사도 대세 건설을 시공사로 내세워 기술 용역비를 쪽쪽 빨아먹… 아니, 이익을 나눠 가지던데 우리 AMC와도 비슷한 거래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BR사와는 그런 관계가 아닌데.
내가 밴 플린트에게 고마워할 정도로 서로 이익을 잘 나눠먹고 있는데 말이다.
“겉으론 대세 마크를 달고, 내부 부품은 죄다 AMC로 채우자는 말씀이군요.”
“대세 자동차도 손해는 아닐 겁니다. 물량 확보는 물론, 조립 기술도 배울 좋은 기회입니다.”
조립에서 배울 게 뭐가 있다고 그러나.
우리 부품은 기껏해야 차체 강판이나 일부 소모품 정도만 채용해주겠지.
“배울 기회라, 딱히 매력적이진 않군요. 저희도 자체 엔진이 있고 프레임도 쓸만해서 말이죠. 서스펜션과 내장재는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아, 그것도 아니네. AMC사의 내장재는 형편없기로 유명하지 않나요?”
“아니 무슨 말씀을!”
“아, 디자인도 배울게 없겠군요. 최악의 자동차 디자인상도 여러 번 받으셨죠. 이런…”
내 말에 로이 채핀 사장의 얼굴이 와락 붉어졌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뭐 그런 건가?
“이보시오. 한국에 뭔 기술이 있다고 그런 막말을 하십니까? 겨우 트랙터나 돌릴 엔진이라도 만들었나 본데, 그 따위로 감히 AMC를 폄하하다니요!”
채핀 사장은 사우디 진출을 제의하면 내가 얼씨구나 하고 고마워할 줄 알았던 모양이다.
어림없다.
내게 필요한 건 그런 노예 계약 따위가 아니다.
각종 자동차 특허, 북미 진출 기회, 해외 판매망, 그리고 무엇보다 가솔린 엔진 기술이 필요해.
내가 필요한 걸 줘야 나도 도와줄 거 아냐.
윈윈 모르나? 난 무슨 자동차가 성공하는지 알고 있는 21세기 인간이란 말이다.
‘남 좋은 일만 시키는 합작 따위, 내 쪽에서 거절한다. 이 양반아.’
합작을 잘하면 나뿐만 아니라 AMC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다. 원래 역사에서 AMC는 이대로 쪼그라들어 크라이슬러에 합병당하는 운명이지 않나.
나는 과감하게 첫 단추를 끼워보기로 했다.
“단순 하청이 아니라, 동등한 합작을 원합니다.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은 물론, 합작 모델의 이득도 동등하게 나눠야죠. 물론, 부품은 성능과 가격을 비교해 채용 여부를 결정하고 말이죠.”
“동등한 합작? 어이가 없군요. 한국 회사에 조립 하청을 주는 것만으로도 우린 엄청난 기회를 주는 겁니다.”
“그걸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하는 회사와 합작하십시오. 필리핀만 가도 조립 회사가 9개나 있습니다.”
“아니, 나이프 왕자와 줄 좀 있다고 이렇게 나오는 겁니까? 우 사장, 당신 실수하는 거요.”
어쭈, 내가 나이프 왕자와 줄이 있다는 걸 알고 접촉한 거였어? 어쩐지…
“실수는 당신이 하는 겁니다. 내 기술이 아니라 연줄을 이용할 생각이란 걸 진작 알았으면 내 차를 보여주러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 뭐요? 차를 보여줘요?”
“당신네 지프보다 백배는 좋은 것 같은데, 한번 보여는 드릴까?”
나는 창밖을 가리키며 슬쩍 도발했다.
자동차 회사 본사답게 작지만 트랙이 있었다.
“어이가 없군요. 왜 우리가 지프차 명가라 불리는 지 확인시켜 주겠소이다.”
“그 자존심 오늘 꺾어주죠.”
“젠장, 따라오시오!”
채핀 사장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성큼성큼 앞장섰다.
***
“지프차 한대 꺼내와! 어서!”
‘뭐… 뭐지? 갑자기?’
사장이 얼굴을 붉히며 지프차를 가지고 나오라니 직원들이 당황했다.
“주영길 과장, 심판 봐요.”
“심판… 아!!! 누가 이기나 내기 하신 겁니까?”
주영길 과장은 신이 나서 트랙으로 달려갔다. 트랙 가장자리에 꽂혀 있던 깃발을 하나 뽑더니 진행요원처럼 마구 흔들어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자동차 경주라도 하는 거야?”
“본때를 보여주세요, 사장님!”
AMC 직원들도 그제야 분위기를 깨달았던지 트랙으로 몰려들었다.
“누구든 좋아! 카운트다운 시작해!”
채핀 사장의 말에 주영길 과장이 깃발을 들었고, AMC사 직원들이 함께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10, 9, 8 …. 3, 2, 1! Zero!”
“출발!!!”
“Go! Go! Go!”
깃발이 내려가자마자 우리 둘 다 힘껏 액셀을 밟았다. 당연히 내 차는 총알처럼 튕겨나갔다.
AMC 지프차의 엔진은 스트로크가 111㎜나 되는 표준형이다.
스토로크를 91㎜로 줄인 우리 엔진에 순간 가속도는 뒤질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이럴 리가 없어.”
채핀 사장의 놀란 표정이 백미러로 보이는 것 같았다.
“맘껏 달려보자고.”
내 지프차는 훅하니 AMC 지프차를 반 바퀴나 앞서서 달렸고, 잡힐 듯 말듯 일부러 속도까지 늦춰주며 약을 올렸다.
몇 바퀴나 돌았을까?
채핀 사장이 훅하니 트랙을 벗어났다.
“빌어먹을! 이 차 누가 정비했어! 완전 엉망이잖아. 한국 차 따위에 지다니 말이 되냔 말이야.”
채핀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구둣발로 차를 마구 걷어찼다.
자존심이 와장창 구겨졌을 것이다.
“채핀 사장, 내기에 진 거 인정합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커다란 엔진에다 차체는 종잇장으로 만들어 놓으면 누가 그렇게 못 달려!”
“종잇장이라고요?”
쾅! 쾅! 쾅! 쾅!
나는 그의 말에 트렁크에서 소화기를 꺼내 본넷트를 있는 힘껏 내리쳤다.
“이게 무슨…”
“보입니까? 우리 차체는 1.2t짜리 고강도 강판에 크로몰리 프레임을 씁니다. 한국군이 전장에서 사용하는 군용차인데, 종잇장이라고요?”
솔직히 담벼락 정도는 그냥 들이받아도 된다.
내가 너도 한번 내리쳐보라고 소화기를 건네자, 채핀은 기가 질렸던지 입을 다물었다.
“이거… 특수 사양 아니오? 우리도 단가를 높이면 그 정도는 합니다.”
“2000cc 디젤 엔진에 공장도 가격 2500달러.”
“이게 고작 2500달러?”
“중동용 군용 버전은 2500달러 그대로 판매하고 유럽에는 민수용 지프를 팔아봅시다. 내장재와 전장을 업그레이드하면 3000달러에 맞출 수 있을 겁니다.”
“이걸 민수용으로 판다고요? 이런 멋대가리 없는 차를 누가 삽니까?”
뜬금없는 내 제안에 채핀 사장의 눈이 훅하니 커졌다. 나는 척하니 그의 어깨에 팔을 얹고 트랙 안으로 걸어갔다.
지금부터 최고 경영자 둘이서 큰 그림을 그리는 거다.
“채핀,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선 지프차에 대해 세제 혜택이 있다는 거 모릅니까?”
“세제 혜택이라고요?”
“지프차는 유사시에 군용으로 징발되기 때문에 자동차세가 승용차의 1/4 아닙니까? 구매자는 매년 수십달러씩 세금을 아끼는 겁니다.”
“아니, 그… 그건 2차 세계대전 때나 통용되던 법인데…”
“아무도 신경 안 쓰지만 법은 법이죠. 오히려 그 법을 고치지 못하게 각국에 로비를 하는 건 AMC가 맡아주면 좋겠는데 말이죠.”
“그… 그런 방법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지프차를 민수용으로 팔지 않았기에 사문화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70년대 후반에 지프차를 민수용으로 바꿔서 유럽 시장에 내놓을 회사가 바로 AMC 당신들이라고. 디자인이 워낙 개판이라 그냥 헤프닝으로 끝났지만 말이다.
“힘을 합쳐 중동에서, 유럽에서 돈을 긁어모아 봅시다. 우리가 뭉치면 값싸고 품질 좋고 디자인마저 멋진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나와 합작하면 21세기 SUV 디자인을 알려주지.
“우 사장님, 우리끼리 할 말이 좀 있을 것 같군요. 제가 좋은 곳을 알고 있는데…”
“제 차로 가시죠. 직접 몰아보시면 할 말이 더 많아질 겁니다.”
“이런, 제 속을 다 읽으시는군요.”
‘주 과장, 한국 가서 봅시다.’
‘화이팅! 사장님.’
나는 손짓으로 주 과장과 인사하고, 채핀이 모는 차에 올라 AMC 본사를 벗어났다.
운전대를 잡은 채핀 사장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변해갔다. 감탄을 넘어 진중한 표정으로 말이다.
그래, 생각이 많아질 거야.
다른 건 몰라도 프레임과 엔진 성능만큼은 상상 이상일 테니.
“이거, 아무래도 제가 기회를 잡은 것 같군요.”
“글쎄요. 어떤 제의를 하시냐에 따라 기회를 잡을 수도 놓칠 수도 있겠죠.”
“협박도 잘하시는군요.”
우린 말없이 한참을 내달렸다.
조용한 차 안에서 첫 단추가 끼워지고 있었다.
< 200화 : 중동 돈, 유럽 돈 > 끝
ⓒ 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