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05)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05화(205/589)
< 205 : 비즈니스 감각 >
경부고속도로 당재터널.
“허, 이렇게 넓은 터널은 처음 봅니다. 이게 진짜 한국 건설사가 뚫은 터널이 맞습니까?”
“예, 순수 한국 기술이죠. 일본이나 서구기업들이 한국 건설사를 폄하하지만 실제로 토목 기술은 선진국 못지않습니다. 실적도 꽤 되고요.”
“고속도로를 불과 2년 만에 완공하다니, 정말이지 인간이 아니라 알라신이 한 일 같습니다.”
나이프 왕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대통령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한국민의 저력에다 절박한 마음이 더해진 결과지요. 물류뿐만 아니라 활주로로 이용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고속도로를 닦았습니다.”
“아니, 고속도로를 비행기 활주로로도 이용할 수 있는 겁니까?”
“그럼요. 고속도로는 유사시에 군사적 용도로 쓰입니다. 독일의 아우토반도 그렇게 지어진 것 아닙니까. 국방과 경제는 결코 별개가 아닙니다.”
대통령은 국방과 경제를 한 덩어리로 묶어가며 열심히 썰을 풀었다.
“임자는 내 말을 어떻게 생각하나?”
대통령은 불쑥 잠자코 듣고 있던 내게 물었다.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경제를 일으키면서 동시에 국방도 튼튼히 하고자 해군기지를 건설하시는 것 아닙니까? 정확한 판단이십니다.”
“하하하. 외국인조차 우리 왕가의 정책을 지지하다니 참으로 기분이 좋군. 그렇지! 국방과 경제는 한 몸이지.”
나이프 왕자는 스스로 확신이라도 하려는 듯 국방과 경제는 한 몸이라고 계속 중얼거렸다.
하긴 중얼거릴수록 기분이 좋겠지.
국방과 경제에 영향력이 커질수록 차기 국왕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지 않나.
“이제 고속도로는 다 둘러보셨으니 자동차 공장을 보러 가시지요.”
“그럴까요?”
고속도로를 통째로 막고 담화를 나누던 대통령과 나이프 왕자가 헬기로 향했다.
70년대가 아니라면 상상도 못할 이벤트였다.
다행히 대통령이 서둘러 나이프 왕자를 이끌고 헬기에 올랐다.
물론 나도 옆에 동석했고 말이다.
***
“한국도 사우디처럼 비가 귀한 모양이군요. 산에 나무가 별로 없는 걸 보니 말입니다.”
“크흠…”
“아… 예, 그런 편입니다.”
가벼운 얘기를 하려던 나이프 왕자에게 대통령이 굳은 표정을 지었기에 내가 대신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참 곤혹스러운 게 이러다 비라도 한번 퍼부으면 홍수가 나지요. 알라를 대신하여 국민들을 살피는 게 왕가의 일인데, 날씨만큼은 어찌 할 수가 없으니 참으로 답답할 뿐입니다.”
그 와중에 나이프 왕자는 정말로 우리나라를 사막지대로 취급하며 홍수를 걱정했다.
사우디도 1월 전후로 우기라 간혹 비가 내리고, 사막에 급류가 흘러 인명 피해가 나기도 한다.
나이프 왕자의 말에 대통령의 표정이 더욱 안 좋아졌다.
그 또한 자신을 국가와 동일시하기에 민둥산으로 자신의 치부가 까발려진 느낌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노회한 대통령이라도 이런 중요한 자리에서 감정을 숨기기가 힘들 정도로 속이 상한 것이다.
내가 나이프 왕자의 사담에 가볍게 응대하는 사이 헬기는 금세 대세 자동차 공장에 도착했다.
“아니, 이럴 수가!”
헬기가 차량을 출고하는 대형주차장에 내려앉자, 나이프 왕자는 감탄사부터 내뱉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 반응 하나를 끌어내고자 주도면밀하게 준비했으니까 말이다.
의장대가 붉은 카펫 양쪽으로 길게 늘어서서 아랍인들이 좋아하는 화려한 의장용 칼을 높이 들어 길을 만들고 있었다.
비서실을 통해 국군의 날 행사에서 선두에 섰던 군인들을 요청했더니 의장대도 같이 파견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통령과 나이프 왕자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그 사이를 지나갔다.
일개 민간 기업 방문 행사라 예포를 쏠 수는 없었지만, 각이 제대로 잡힌 의장단의 환영식에다 군악대의 활기찬 행진곡까지 더해지니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다.
“이런 환대라니, 감격입니다.”
“왕자님께서 오셨는데 이 정도 환영은 당연하지요. 이쪽으로 오르시지요.”
대통령은 내가 미리 언질을 준 대로 붉은 카펫을 걸어 단상 위로 올라갔다.
단상 앞에는 태극기와 사우디 국기가 나란히 나부끼고 있었고, 그 앞으로 우리 국군이 위세 등등하게 행진을 시작했다.
지프차를 100대나 동원한 행진이었기에 웅장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제식 지휘관의 호령에 맞춰 정확한 속도로 이동하는 지프차의 행렬은 사우디 군대로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행진이었다.
특히 각 지프차에 매달린 사우디 국기와 태극기는 이게 국빈을 맞이하는 격이다! 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우로- 봐!”
지휘관의 명령에 각 지프차의 군인들이 사막용 장갑을 낀 손으로 일제히 경례를 했다.
“충성!!!”
완벽히 하나의 소리로 충성 구호를 외치자 주변의 공기가 쿵 하니 울렸다.
“충성!!!”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답게 거수경례로 답했고, 나이프 왕자는 잠시 당황했던지 축복하듯 손을 높이 들어 답례를 해주었다.
“이거, 놀랍군요. 한국군이 대단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절도만큼은 미군보다 더 나은 것 같습니다.”
“한국군은 북괴와 상시 대치 중이고, 월남에서 실전까지 겪은 군대입니다. 이 정도 제식 훈련은 일상이지요. 게다가 저기 타고 있는 지프차까지 국산입니다.”
대통령이 슬쩍 군용차까지 언급했다.
“안 그래도 대세 자동차가 의무차 입찰에 참여한다기에 초청장을 보내도록 했습니다. 한 번 찔러보나 했는데 이거 준비가 완벽하군요.”
나이프 왕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저런 지프차가 있었다면 미리 말하지 그랬냐는 듯 말이다. 그땐 없었어.
“왕자님께서 원하시는 사양을 적극 맞춰드리겠습니다. 저희 군용차는 차체가 튼튼하고 냉각 계통이 우수하고 타이어도 특수 재질이라 사막 기동에 아주 적합합니다. AMC사와도 기술 협력하기에 미군 지프차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오, 그 말인즉슨 가격은 월등하게 싸고 품질은 미국 차와 비슷하다 그 말이겠지?”
“그렇습니다. 솔직히 차체의 튼튼함이나 기동성만큼은 미국산보다 낫다고 자부합니다.”
“자신만만하군. 차의 성능이야 내 수행원들이 판단할 것이고, 그보다 나는 저 군인들이 입고 있는 옷이 더 궁금하군.”
“군복 말씀입니까? 한국 특허인 폴리텍 원단으로 만든 특수 군복으로 땀은 배출하고 햇빛은 튕겨냅니다.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군복입니다. 물론 사우디 국방부와도 납품 계약이 되었는데, 출하 전에 왕자님께 먼저 선보이고자 준비했습니다.”
“하하, 그런가? 그럼 저 군모와 조끼도 같이 공급하는 것인가?”
“그건 아직 계약이 되지 않았습니다. 방탄모와 방탄복은 미국과 한국의 전용 장비로 규정되어 있어서 말입니다. 특별히 요르단 군에겐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사우디 군에는…”
“허, 요르단에 들어간다고 하면 당연히 우리 사우디군도 받아야지. 당장 납품하게.”
“미국 듀폰사와 라이선스 문제도 있고 해서 그건 미국과 좀 협의를 해야…”
“임자, 말씀대로 하게. 나이프 왕자님께서 특별히 요청하시니, 미국과 협의는 내가 주선하지.”
대통령이 적절한 타이밍에 끼어들었다.
역시 비즈니스 감각이 남다른 사람이라니까.
“예.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미국과 협의할 것은 군납 여부가 아니라 가격이다. 이 정도 뜸을 들였으면 방탄복과 방탄모를 요르단보단 비싸게 팔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건 왕자님을 위해서 특별히 마련한 기념품입니다. 받아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나는 사우디 왕실의 문양을 새긴 장갑을 척하고 내밀었다. 골드스킨 원단이라 황금색으로 빛나는 장갑이었다.
“이것도 군용품인가?”
“예. 사막 전용이라 통풍과 냉감이 특징입니다.”
나이프 왕자는 장갑을 끼어보고는 처음 느끼는 촉감에 눈을 크게 떴다.
“이거, 안 되겠군. 한국의 기술력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것 같군. 차도 제대로 봐야겠어.”
나이프 왕자가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자, 눈치 빠른 삼복이가 재빨리 지프차 한대를 몰고 왔다.
역시 내 친구다.
나는 보닛을 열어 국산 엔진이 어떻고 서스펜션이 어떻고 타이어가 어떻고 이런저런 설명을 했지만 나이프 왕자는 그런 기술적인 내용에는 딱히 관심이 없는 듯했다.
대신 그의 자동차 담당 수행원인지 누군가 훅하니 끼어들었다.
엔진 출력이 112마력이고, 차체는 일체형 프레임에 강판도 1.2t로 두꺼워 유사시엔 군인 9명까지 탈 수 있으며, 타이어는 골이 깊어 사막 기동에 적합하다는 등등… 온갖 의견을 나눴다.
“하하, 자네 눈에도 괜찮아 보이는가?”
“예, 왕자님. 한국산 지프차는 사막에서 운용하기에 아주 적합한 차량으로 보입니다. 가격을 알아야 하겠습니다만, 품질은 일단 합격…”
“됐어, 됐어. 품질이 그렇다면 당장 구매 계약을 하도록 해. 1차로 1000대를 주문해.”
“예, 왕자님!”
나이프 왕자가 가격을 따지지도 않고 구매했다.
“1000… 1000대 씩이나.”
1000대라는 말에 주변 사람들 모두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로 놀랐지만, 나는 놀라는 척만 해주었다.
사우디 왕족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원래 사우디 왕족은 이렇게 폼나는 명령을 하고 그다음에 실무진이 나서서 사양도 정하고 가격 협상도 하는 것이다.
물론 구매확정은 된 것이니 충분히 기뻐할 만했다. 실무자가 왕자에게 협상이 잘 안돼서 구매를 포기했다고 보고할 수는 없을 테니까.
결국, 우리가 이 비즈니스로 얼마를 남길 수 있나가 관건일 뿐이다.
“자네는 여기에 남아 자동차 계약을 마무리 짓고 본국으로 귀국하도록 해.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왕자님.”
나이프 왕자는 군납 계약을 마무리 짓고 싶었던지, 수행원을 대세 자동차 공장에 남겼다.
“대통령님, 저기 행진 시범을 보인 군인들을 교관으로 보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곧바로 파견하지요.”
교관 파견도 직접 챙겼다.
나이프는 한국 방문을 기회로 사우디 내부 경쟁에서 경제분야 뿐만 아니라 국방 관련해서도 영향력을 키우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하긴 사우디 군으로 조금 전 보았던 절도있는 행진을 왕 앞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면, 나이프 왕자의 위상은 단번에 하늘 끝까지 치솟을 것이다.
“이거야 원… 한국을 한번 둘러보고 협조를 구할 부분이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꼼꼼히 살펴봐야겠군요. 지금 당장 조선소를 보고 싶은데 가능하십니까?”
대뜸 나이프 왕자는 대통령에게 조선소로 가자고 말을 꺼냈다.
원래 일정상 조선소는 마지막인데 말이다.
“임자, 가능하지?”
“예, 대통령님. 바로 출발하셔도 됩니다.”
대통령이 즉각 나를 쏘아보았기에 절도있게 대답했다.
“그럼, 포항 제철과 석유화학단지는 내일 보시도록 하고 조선소부터 가시지요.”
“하하하, 고맙습니다.”
대통령은 빨리 조선소에 연락하라며 눈짓을 하고 나이프 왕자를 이끌고 헬기에 올랐다.
“삼복아, 나 헬기 타고 갈 테니까 조선소에 바로 연락해줘. 지금 나이프 왕자 일행이 방문한다고 말이야.”
“알았어.”
“그리고 사우디 군용차 담당은 술을 퍼먹이든, 관광을 시켜주든, 수수료를 받을 만큼 받았다고 여기도록 만들어야 해.”
“내가 너보다 중동 문화는 더 잘 알 거다. 걱정 말고 얼른 출발이나 해.”
하긴 바레인 수리조선소도 삼복이가 따냈지.
중동 수수료 문화는 알고도 남겠네.
“저기 우릴 도와준 군인들과 지휘관들에게도 충분히 보상하도록 해. 웬만해선 사우디 교관으로 갈 수 있게끔 주선도 하고 말이야. 잘하면 우리 지프차가 의장용으로도 팔릴 수 있을 것 같아.”
“알았어.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으니까, 어서 가! 헬기 뜬다!”
삼복이가 연신 내 등을 떠밀었다.
“충성!”
헬기가 떠오르는 순간에 맞춰 수백 명의 군인들이 일제히 경례를 하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사단장 헬기에 대고 경례 한 번 했다고 휴가증을 받았다는 전설이 허풍만은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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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타타타.
차로는 반나절이 걸리는 거리인데, 헬기로 오니 눈 깜박할 사이였다.
“… 한국에 이렇게 큰 조선소가 있었나? 말로는 들었지만, 이렇게 거대할 줄은 몰랐군.”
나이프 왕자는 공중에서 대세 조선소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조선소의 위용은 하늘에서 보는 게 최고지.
건조 중인 선박은 너무 거대해서 땅에서 보면 그 크기가 가늠이 잘 안되거든.
“대세 조선소는 아시아에서 2번째로 큰 도크를 가지고 있고, 단일 조선소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큽니다. 무엇보다 저기 900톤짜리 골리앗 크레인은 세계에서 가장 큰 크레인이지요.”
대한민국을 세계로라고 적혀 있는 크레인은 대세 조선소의 상징이다.
“대단하군, 이곳이 정녕 조선소를 지으면서 그리스의 유조선을 건조했다는 곳인가?”
한동안 해외 언론에서 떠들어서 그런지 나이프 왕자까지 알고 있었네.
“유조선 뿐만 아니라 다목적 화물선과 초계함 같은 군함도 만들고 있습니다. 사우디에서 필요하신 군함은 어떤 종류든 맡겨만 주시면, 최고의 품질과 가격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초계함이라? 자세히 설명해 보게.”
내가 군함을 언급하자 나이프 왕자가 곧바로 반응했다.
“연안을 수호하는 고속 기동 군함입니다.”
“나이프 왕자님, 초계함은 우리 한국군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군에서도 운용하고 있지요. 수심이 얕은 연안 방위에 적격입니다. 미국은 거함 위주로 운용하기에 초계함의 생산과 운용은 우리 한국이 전문입니다.”
대통령은 이때다! 싶었던지 준비했던 대사를 자연스럽게 내뱉었다.
“왕자님, 마침 초계함이 조선소에 있는데 한번 타보시겠습니까? 걸프만도 수심이 얕지 않습니까? 주베일 해군기지 근처에도 고속 초계함 정도는 있어야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나 또한 나이프 왕자에게 미끼를 던졌다.
이때를 위해서 우리 해군이 백구급 초계함을 깔끔하게 단장해서 안벽에 대놓았다.
“물론이지. 물론이지! 어서 가보자고. 어서.”
나이프 왕자는 잔뜩 흥분해서 헬기가 착륙도 하기 전에 초계함으로 가자고 성화였다.
< 205 : 비즈니스 감각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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