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13)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13화(213/589)
< 213 : 돈을 써야 돈을 벌지 >
며칠 뒤,
“빌 베인, 조사 결과는 어떻습니까?”
“예, 말씀하셨던 정유 공장 자료입니다.”
빌 베인이 자신의 미국 내 채널을 이용하여 정보를 최대한 모았다. 긴급 항공 우편으로 온 따끈따끈한 자료였다.
“어째 인프라는 쓸만하다고 하던가요?”
“유니온 오일社가 설비 전체에 질소를 채우고, 외부엔 오일 피막을 발라 부식을 방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야, 대단한 정성인데?
기필코 설비를 팔아먹고 말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나는 보고서를 살펴보았다.
각종 설비 사진과 사양에 입이 떡 벌어졌다.
증류탑이 34단으로 구성된 데다, 열교환기/탈염기/가열로가 병렬식 예열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공정 효율과 안정성 둘 다 기본 이상이겠다.
“허… 이거 복합 플랜트군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런 세부 사양을 떠나서 해당 시설이 복합 플랜트라는 점이다.
즉, 일반 정유설비와 윤활기유설비가 함께 공존하는 최신식 구성이었다.
게다가 1일 생산량이 20만 배럴로 규모까지 커서 뜯어오기만 하면 대박이었다.
“복합 플랜트라면…”
“이 공장을 돌리면 휘발유나 나프타는 물론, 윤활기유도 뽑을 수 있다는 겁니다.”
“윤활유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윤활기유는 윤활유의 기초유분입니다. 윤활기유에 각종 화학첨가제를 혼합하면 윤활유가 되죠.”
정유기술이 있는 유니온 오일과 세계적인 화공업체인 다우케미컬이 합작한 공장다웠다.
이래서 메이저 오일러들이 죽자고 견제한 거다.
해당 공장의 고객이 될만한 회사엔 죄다 천연가스를 헐값으로 공급하고, 윤활유도 엄청 싸게 공급했겠군.
다우케미컬은 적자를 감당할 바엔 차라리 천연가스나 받아먹자고, 일찌감치 발을 뺀 거네.
역시 미국도 비즈니스 세계는 살벌하군.
제3자인 나는 공장이 탐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연료유와 나프타는 물론, 윤활유까지 만들 수 있는 시설이지 않나.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윤활유는 수입품 또는 미군에서 빼돌린 제품이 대부분이고, 일반 공장에선 폐유를 정제해서 쓸 정도로 열악했다.
안 그래도 조선소나 자동차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윤활유가 아쉬웠는데 말이다.
“회장님, 윤활유 따위가 돈이 됩니까? 아, 죄송합니다. 정말 여쭙고 싶어서 말입니다.”
“죄송할 필요 없어요. 일반인은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하지만, 생각해봐요. 자동차는 물론 선박, 중장비 등등 온갖 산업에서 윤활유를 안 쓰는 기계가 있을까요? 리터당 가격도 비싸서 연료유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윤활기유 플랜트는 석유화학 분야에서 가장 고도의 기술이 응집된 설비다.
윤활기유시설은 일반 정유시설대비 3배 이상의 시설 면적을 요구하고, 설비가도 2배 이상이다.
“그렇군요. 제가 기술 쪽으론 지식이 없어서 몰랐습니다.”
“그보다, 베인 실장. 로열티는 처리했답니까?”
솔직히 히든카드를 쪼는 기분으로 물었다.
플랜트는 장치 산업이고 회사마다 공정이 달라서 로열티를 생산 제품에 안 붙이고 설비에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해당 시설은 이미 특허사용료를 완불한 상태라고 합니다. 즉, 공장 인수만 하면 기술 소유권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미 완납을 했다고요?”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미 정산을 다 했단다. 대박! 완전 대박!
‘잠깐, 잠깐, 그럼 가격이 만만찮겠는걸?’
속으로 만세를 부르다 다시 제정신을 차렸다.
생산량도 1일 20만 배럴에, 윤활기유시설을 포함한 복합 플랜트에, 로열티까지 정산한 A급 물건이 아닌가.
“베인 실장, 이 물건 얼마에 나왔답니까?”
“아직 정확한 정보는 없습니다. 다만 다우케미컬에서 땅값과 항구 건설비를 감당했고 유니온 오일 쪽에선 설비가만 8000만 달러 이상을 들였다고 합니다.”
순수 설비값만 8000만불이나 하는 플랜트였네.
“그럼 4000만 달러로 시작하면 되겠군요. 어쨌든 중고이고 우리 쪽에서 설비를 해체하고 운송할 테니까.”
아무리 반값이라고 해도 4000만불은 큰돈이다.
이동 비용에다가 한국에 다시 셋업할 때도 비용이 들어가니 무리한 조건은 아니다.
처음엔 인천정유를 확장하려고 접근했던 일이지만, 견물생심이라고 윤활기유시설을 보니 도저히 사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런 시설을 이만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기회가 언제 다시 오겠나?
게다가 유니온 오일도 자존심이 있을 테니, 내가 구매 의사를 밝히면 메이저 오일러에게 팔 생각은 단박에 접을 것이다.
즉, 1대 1로 협상할 수 있다.
“회장님, 반값이면 과한 가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더 기다리시면 어떨까요. 감가상각으로 1, 2년만 지나도 가격이 훅 깎일 겁니다.”
“그걸 모르는 게 아닙니다. 다만 내게도 그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유니온 오일의 굿맨 부사장과 회의 잡아줘요. 내가 직접 협상하고 올 테니까.”
오일쇼크가 닥치면 이미 때는 늦다.
패닉성 수요가 폭발할 때 최대한 원유를 정제해서 비싸게 팔아먹어야 한다.
해체, 운송, 셋업 시간까지 따지면 최소한 올해에 협상을 타결해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회장님, 외람되지만 그 협상 제가 맡으면 어떻겠습니까?”
“베일 실장이 직접요?”
“예, 월가를 뒤지면 다우케미컬을 압박한 카드가 있을 수도 있고, 유니온 오일이 배상금을 조금이라도 받는다면 협상가를 원하는 수준까지 낮출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월가의 지인들을 동원해 유니온 오일을 돕고, 설비 협상을 하려고 하는군.
“좋아요. 4000만 달러 이하로 계약한다면, 깎은 비용의 50%는 빌 베인 사단의 몫이에요.”
“헉! 정말이십니까?”
200만불을 깎으면 100만불은 빌 베인과 그 지인들이 나눠 갖는 거다.
큰 건인데 그 정도 성과급은 있어야지.
“유니온 오일은 여태 동업자로 잘 지내왔으니 최대한 부드럽게 협상해요. 약점을 잡고 몰아붙이지 말고 말입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이번에 능력을 증명하는 인원이 있다면 비서실로 스카우트 해와요.”
안 그래도 비서실 확충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미국 기업의 속사정은 미국인들이 더 잘 알테니, 내가 협상하는 것보다 더 나을 수도 있겠다.
“감사라뇨. 협상은 베인 실장이 맡고, 나는 설비를 어찌 옮길지 생각하는 게 효율적입니다.”
“호주 철광석처럼 끌고 오는 겁니까?”
“아뇨, 그것보단 쉬울 겁니다.”
일단 파이프와 작은 설비는 일련번호를 매겨 해체를 해야지. 그걸 컨테이너에 실어서 뉴저지/휴스턴/산타페를 거쳐 포틀랜드에서 대세 해운이 옮기면 될 것이다.
덩치 큰 플랜트는 어쩔 수 없이 파나마 운하를 거쳐서 운송해야 할 테고.
실버스타인에서 화물선을 잠시 빌려야겠다.
어차피 그쪽도 짭짤한 일감이니 내 요청을 거절하진 않을 것이다.
“솔직히 석유화학에 투자하는 것보다, 그룹 전체를 본다면 대세 해운의 배를 늘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빌 베인의 의견이라서가 아니라 누가 말해도 합리적인 의견이었다.
나도 답답하긴 했다.
내 배를 만들 여유도 없이 계속 도크를 팔 일만 생기니 말이다.
CY 퉁의 유조선을 건조하면 바로 용선하기로 했으니 유조선은 문제없지만, 컨테이너 선을 포함한 화물선은 참으로 아쉬웠다.
나이지리아 화물선을 인도하고 나면 그 설계를 뻥튀기해서 대형 화물선을 만들려고 했는데, 시간과 인프라가 부족했다.
뭔가 수를 내야 했다.
심지어 사우디가 발주한 초계함에 청와대가 요구하는 구축함까지 만들어야 하니, 영도 조선소마저 슬롯이 꽉 찰 거다.
조선업 초기만 해도 영도 조선소를 놀리는 상황이 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거야 원 일감이 넘치다니 믿기 어려웠다.
행복한 고민이긴 했지만, 내 큰 전략을 생각하면 조속히 화물선을 건조하긴 해야 한다.
중동 특수가 터지면 건설 자재를 계속 실어날라야 하지 않겠나.
“대세의 각 계열사는 상호 보완적이라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기 곤란합니다. 그래도 인천정유를 확장하기에 이런 좋은 기회는 없으니 과감하게 투자합시다. 솔직히 8000만 달러짜리를 반 값에 사는 거니까.”
“그렇긴 합니다. 돈만 충분하다면 고민할 문제도 아닌데 말입니다.”
유전을 발견했음에도 4000만불 투자는 부담된다는 소리지?
며칠 전 인천제철의 강관 사업에 2500만불을 투자하기로 했으니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럴 때 하늘에서 공돈이 툭하고 떨어지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아! 그러고 보니, 6월이면 미국 섬유 커터 실적 마감이죠?”
“예. 그 때문에 회장님께서 사우디 군복은 물론, 나이크 물량도 미리 뽑아서 미국 창고에 두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거 쿼터 권리를 50%만 팝시다. 못해도 500만 달러는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의류 수출업자가 어디 한둘인가?
미국 수출 쿼터를 채우지 못한 이들도 우리 쿼터를 사가면 수출이 가능하다.
“안 그래도 접촉해오는 회사들이 꽤 있었습니다. 600만 달러는 족히 받을 수 있습니다.”
빌 베인은 드디어 팔 때가 되었냐며 반색했다.
“될 수 있으면 국내 기업에 팔고, 가격 차가 너무 나면 싱가포르든 대만이든 팔아요.”
600만불 정도면 나름 도움이 될 것이다.
“예, 회장님. 일단 쿼터 매각부터 처리하고 미국으로 건너가도록 하겠습니다.”
“좋아요. 나는 계속 대세 조선에 머물 테니 문제가 있으면 그쪽으로 연락하도록 해요.”
알래스카엔 빌 베인이 미국에서 복귀하고 난 뒤에야 가볼 수 있겠군.
정유 공장 인수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
지금으로선 제일 중요한 과제였다.
“회장님, 조선소로 이동하시기 전에 대세 자동차는 돌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신진 상황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빌 베인은 척하니 내게 보고서를 내밀었다.
각종 신문을 스크랩한 자료였다.
첫 페이지만 보고도 빌 베인의 말뜻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신진 이대로 좋은가?」 하는 식의 기사들이 도배되어 있었다. 특히 한국기계는 당장 부도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대통령이 명해서인지, 비서실이 내게 호의를 갖고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해주고 있었다.
“그래야겠군요. 신진 건은 이삼복 전무에게 맡길 테니 베인 실장은 미국 건에 집중해줘요.”
“예, 회장님.”
신진 인수 같은 국내 일은 빌 베인보다 삼복이가 더 낫지. 아, 중동 일도 삼복이가 더 낫네.
나는 그 길로 광주로 향했다.
작년 말에 호남 고속도로가 일부 개통되어서 대세자동차까지 가는 길도 훨씬 수월해졌다.
우리나라가 60년대 최빈국 상황을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다. 내 역할도 꽤 크고 말이다.
고속도로를 달리자니 나름 뿌듯했다.
**
대세 자동차.
“이야, 라인이 확 바뀌었네.”
“그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내가 자동차까지 때려 부수면서 물갈이를 한 보람이 있지. 라인 분위기 뿐이냐, 작업 환경도 훨씬 좋아졌지. 봐봐, 청소 상태부터 다르잖아.”
삼복이는 어지간히 자랑스러운지 손바닥으로 공장 바닥까지 훑어서 내밀었다.
놀랍게도 먼지가 거의 묻어나지 않았다.
놀래서 바닥을 살펴보니 대세 화학에서 생산하는 실내 바닥재가 깔려있었다.
“직원들 표정도 좋네.”
“응. 작업복은 물론 안전장구도 잘 갖추고, 부품과 공구 관리도 잘해. 이제 모두 대세맨이지.”
“수고 많았다.”
“그런데, 라인 살펴보려고 내려온 건 아닐 텐데 무슨 일이냐? 표정을 보아하니 카퍼레이드 사건은 잘 넘긴 것 같네.”
“카퍼레이드가 취소된 게 큰 사건이냐?”
“당연하지. 대통령 당선되고 첫 번째 대규모 공식 행사였는데! 3선 개헌까지 해서 대통령이 됐으니 일종의 승전식이었잖아.”
“… 아, 그러고 보니 대통령 선거가 있었지.”
이거 원, 알래스카 일에 몰빵하다 보니 대통령 선거도 까먹었네.
물론, 내가 선거 결과를 너무도 뻔하게 알고 있었던 탓도 있었다.
“하긴, 선거를 하나 마나 계속 박통이니 네가 뭔 관심이 있었겠냐. 그래도 이번 대선은 닉슨 쇼크로 초상집 분위기였다가, 네 유전 덕분에 분위기가 확 바뀐 거잖아.”
“일이 그렇게 된 거군. 어쩐지 짜증을 그렇게 내더라니. 여하튼, 그보다 사우디 건은 어찌 되었어?”
“어찌 되긴, 신용장이 개설된 지가 언젠데! 벌써 1차 물량 200대는 출하했지. 보고서 안 봤어?”
물량 뽑은 것 까지만 봤는데 출하까지 했군.
“그래? 전무로 승진하더니 일 처리 속도가 엄청 빨라졌네.”
“AMC 기술자들이 합류한 게 꽤 도움이 됐어. 자잘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 주니 일이 빨라.”
“AMC 기술자도 잘 다독거렸나 보네.”
“그런 건 또 내가 잘하지.”
“잘했다. 고생 많았네.”
“칭찬보다 투자비나 좀 주라. AMC 직원들도 합류하고 부품사들도 잔뜩 생기고 해서 여천 공단으로 공장확장을 해야겠어. 네 말이 이리 빨리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만.”
내가 공장 확장을 한다면 여천 공단으로 가야 한다고 누차 얘기했었다.
거긴 땅도 넓고, 항구도 있고, 부품사도 바로 옆에 둘 수 있으니까 말이다.
“뭔 소리야, 마. 대세 자동차는 네가 돈 벌어서 투자해야지.”
“야이, 유전 개발로 벌어온 돈 벌써 땡겨 썼구나. 하여간, 넌 돈도 잘 벌지만 돈 쓰는 건 더 잘해. 대한민국 1등, 아니 세계 1등일 거다.”
“마, 돈을 잘 써서 그만큼 버는 거야.”
“아이고, 그러셔? 빌 베인 실장이 돈 관리를 하기 망정이지, 내가 계속 관리했으면… 어휴, 생각도 하기 싫다.”
여하튼 사우디로 지프차가 200대나 수출되었다니 아주 순조로웠다.
돈 지급이 느리기로 유명한 사우디가 신용장을 먼저 개설할 정도라면 중동 전쟁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거네.
은근슬쩍 이집트나 시리아로 지프차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았다.
나중에 들켜도 의무용 차량이라고 우기면 그뿐이니 인심을 팍팍 쓰고 있는 거다.
우리야 좋지. 대세 자동차가 중동 시장에 진출하는 첫 단추가 되어줄 테니까.
“그거 잘 챙겨라. 그 지프차 사우디에만 가는 거 아니다. 우리 중동 한번 싹 쓸어보자.”
“이야, 말만 들어도 신난다.”
삼복이가 어깨를 으쓱으쓱했다.
“사우디 건은 잘되는 것 같으니, 이제 신진을 좀 챙겨봐라.”
“신진? 설마, 정부가 인수를 허가해준 거야?”
“허가는 무슨! 정부가 제발 신진을 인수해달라고 사정사정하는 거지. 인수팀 꾸며서 움직여봐. 잘 할 수 있겠지?”
“잘할 수 있냐라뇨. 제가 누굽니까? 이삼복 전무 아닙니까. 이삼복 전무! 대세 넘버2!”
삼복이가 배우 흉내를 내며 가슴을 텅텅 쳤다.
하긴, 여러 번 논의했던 일이니 잘 할 거다.
< 213 : 돈을 써야 돈을 벌지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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