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15)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15화(215/589)
< 215 : 나의 제1 제국 >
석 달 후,
삐이익! 삐이익!
“비켜요, 비켜. 위험합니다.”
“우와와, 저거 봐! 세상에 저리 큰 스뎅 기둥이 다 있어.”
인천 근방 사람들은 죄다 항구로 구경 나온 것 같은 인파였다. 국빈이라도 방문한 양 경찰들이 에스코트를 한다며 사이드카를 끌고 나와 교통정리에 나섰다.
“세계에서 가장 큰 증류탑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구조물이 지금 막 인천항에 도착했습니다. 길이 63.9m에 무게는 자그마치 752톤이나 나가는 어마어마한 증류탑입니다.”
“와아아아아!”
각 TV 방송국에서 나와서 실시간으로 하역과 운송을 중계하기 시작했다.
450톤짜리 해상 크레인 2대를 붙여 초대형 증류탑을 육지로 내리는 장면은 내가 봐도 평생 보기 힘든 장관이긴 했다.
해상 크레인 2대를 사는 대가로 뉴저지에는 450톤 해상 크레인 2대를 단기 대여하기로 했기에 플랜트는 예정대로 착착 옮겨지고 있었다.
“울산과 여천에 이어 인천에도 대형 석유화학단지가 조성되는데, 순수 국내 자본의 공단이기에 유전 개발에 이은 또 한 번의 쾌거라 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
유니온 오일이 경영권이야 포기했지만, 여전히 지분이 17.5%는 남아 있는데 언론에서는 순수 국내 자본이라며 퉁쳐버렸다.
약간의 과장이 보태졌지만 쾌거인 건 맞았다.
빌 베인이 끈질긴 협상으로 인수 비용을 3700만불까지 줄이고, 경영권도 가져왔으니까.
유니온 오일로서도 골치 아픈 물건을 해결했다는 측면에서 윈윈이라고 하겠다.
“더욱이 인천 갯벌을 간척해 공장 부지를 조성함으로써, 국토를 확장했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공단 조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TV 리포터는 칭찬 일색의 멘트로 방송을 이어갔다.
인천정유가 위치한 주변 갯벌을 간척해 50만 평의 새로운 땅을 만들었으니 지도를 바꾼 셈이었다.
대규모 매립 공사였던데다 워낙 지반이 물러서 말뚝을 수없이 박았지만, 주변에 민가가 없는 대규모 공장부지를 조성했기에 너무나도 좋았다.
갯벌 주변의 어촌 조합과 이주비를 포함한 총 보상금 3억원으로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정말 대역사입니다, 사장님. 이렇게 과감하게 투자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특수 제작한 샤시에 증류탑을 얹어 트랜스포터(지네 차)로 끌고 갔고, 경찰들의 에스코트에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나와 황혜성 상무는 차량 행렬의 맨 뒤에서 쫓아갔고 말이다.
“과감하게 투자해야죠. 여하튼, 여태 사장님으로 불리다 상무님으로 불리게 생겼는데, 어떻게 괜찮겠습니까?”
오늘 자로 인천정유와 대세화학을 합병해서 대세석유화학이란 회사로 개편했거든.
대세가 온전히 경영권을 가져오면서 기존 제퍼슨 지사장 대신 황혜성 상무가 회사를 맡게 된 거다.
“우 사장님이 계시는데 제가 여태 사장으로 불린 게 이상했죠. 이제야 제 자리를 찾은 겁니다.”
“그리 생각해주시니 고맙군요. 이제 회사 덩치도 커지고 정유사업도 직접 수행하니 더욱 힘내 주십시오.”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습니다. 저도 사장님처럼 인천과 울산을 열심히 오가면서 챙기겠습니다.”
“초반만 좀 고생하시면, 조만간 여기가 메인이 될 겁니다. 울산의 기존 공장은 듀폰사에 지분을 매각해서 카블라 공장에 합류시킬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생산량이든 매출이든 여기 인천 공장이 기존 울산공장을 압도할 것이다.
규모와 기능 자체가 비교 불가능이거든.
연료유, 나프타, 윤활유, 각종 산업용 도료와 플라스틱, 섬유 원사 등등 거의 모든 석유화학제품을 독자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지금에야 갈프사와 관계가 좋다지만,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울산 공단은 큰 타격을 받을 거다.
차라리 같은 미국계 업체인 듀폰과의 합작사 규모를 키워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당장 유동 자금을 마련하는 측면도 있고, 카블라의 소비량은 꾸준히 늘고 있으니 겸사겸사 좋은 방향이다.
“그보다 윤활기유 실험은 잘 되고 있습니까?”
“그럼요. 오랜만에 파일럿 증류탑을 만져본다고 아버님이 얼마나 설레하던지요. 알려주신 수첨개질공법에 대해서도 감을 잡았습니다. 공장이 셋업 될 때쯤엔 일제 못지않은 고급 품질의 윤활유를 반드시 뽑아내겠습니다.”
황혜성 사장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윤활기유 공정이란 게 결국 연료유를 뽑고 남은 잔사유에서 불순물을 하나하나 제거해나가는 공정이니 못할 것도 없다.
수소를 환원제로 쓰면 황, 질소, 금속 화합물 같은 불순물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수소를 첨가해 잔사유의 성질을 바꾸는 공법이라는 뜻에서 수첨개질공법이라고 부른다.
여태 황 상무는 대세화학에서 벤토를 비롯한 각종 촉매에 대해 경험을 충분히 했기에, 해당 메커니즘을 쉽게 이해했을 것이다.
일하다 보면 경험만 한 스승도 없다.
“그럼 믿고 알래스카로 가겠습니다.”
“또 알래스카로 가시는군요. 한 여름에 겨울옷 다시 꺼내입으셔야겠네요.”
“아닙니다. 알래스카도 여름에는 25도까지 올라갑니다. 오히려 선선하니 피서 떠나는 겁니다.”
“예에? 극지나 다름없는 곳인데 기온이 25도나 올라간다고요?”
안 가보면 잘 믿기지 않는 얘기지.
여하튼 허리케인 교량 준공식에 참석차 알래스카로 가야 했다.
유전 현황을 점검하고, 송유관 건설이 어찌 되어가는지도 살필 겸 말이다.
마침 낸시도 궁금했던지, 교량 준공식을 핑계로 알래스카에 온다고도 했고 말이다.
“겨울이 오기 전에 거기 일을 마무리해야죠. 직원들 교대도 시키고 말입니다.”
“고생 많으십니다.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되다니 꿈만 같습니다. 아버지는 아직도 뉴스에 이 얘기만 나오면 눈물 바람입니다.”
“아, 황 소장님께서. 그보다 산유국이 아니…”
아, 됐다. 그만하자.
나는 설명하기를 포기했다.
마침 우리 차가 증류탑을 내려놓을 야적장에 도착하기도 했고 말이다.
이미 야적장에는 대형 육상 크레인과 일련번호를 붙인 컨테이너가 잔뜩 쌓여 있었다.
“공단 셋업에 고생 좀 하시겠어요. 황 상무님.”
“고생이라뇨, 즐거워 죽겠습니다.”
대세화학을 기숙사부터 시작해서 풀 양산까지 셋업했던 양반이라, 이 일도 잘 할 거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공장을 세울 수 있으니 더욱 잘하겠지.
비로소 내 꿈이 손에 잡힐 것 같았다.
여긴, 나의 제국이다.
****
알래스카, 허리케인 계곡.
“드디어, 우리는 금단의 허리케인 계곡을 차를 몰고 지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멋진 교량을 건설해준 코리아 건설사와 그 직원들에게 박수를 보냅시다.”
“와아아아아! 부라보! 부라보!”
“원더풀!”
알래스카 주지사가 박수로 축사를 마무리하자 분위기가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허리케인 교량과 그 앞뒤로 아스팔트 도로가 깔리자 알래스카 주지사와 고위 공무원들이 죄다 참석할 정도로 큰 행사가 되었다.
유전 개발이니 송유관이니 하면서 땅만 파헤치는 게 여태까지 알래스카에서 행해졌던 공사의 전형이었는데, 이 교량은 외지인이 알래스카 주민들을 위해 지은 최초의 편의시설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송유관을 지나가게 하기 위한 구조물이지만, 겉으론 지역 주민을 위한 시설이라고 내세우기에 딱이었다.
나도 지원금을 빙자한 보너스까지 받았으니 기쁜 마음으로 박수를 쳐줬고 말이다.
휘이이이잉~
때마침 강풍이 불어왔지만 교량의 흔들림은 미미했다. 강풍이 유선형 거더를 지나면서 특유의 소리가 울려 퍼졌을 뿐이었다.
“이거, 교량이 노래를 하는군요! 이제 폭풍 소리가 울리는 허리케인 계곡이 아니라 노래하는 피리 계곡이 될 것 같습니다!”
알래스카 주지사는 강풍을 맞으며 피리 부는 흉내를 내고 신문 기자는 사진을 마구 찍어댔다.
어딜 가나 정치인들의 행동은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드디어 교량 건설이 끝났군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왕 사장님.”
분명 대세건설이 주 시공자였는데, 진입로 공사만 맡았던 현산건설이 교량의 대부분을 시공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고생이라니요.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돈 주고 배울 기술을 돈 받으면서 배웠으니 이득이 두 배입니다. 하하하.”
역시 남다른 셈을 하는 양반이라니까.
“교량 건설도 그렇고, 송유관도 인천제철에 주문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무슨. 같은 품질이면 국산을 쓰는 게 당연하죠. 따박따박 납품 잘 해주겠다, 가격 싸겠다, 친절하겠다, 안 쓸 이유가 없죠.”
“불과 석 달 만에 송유관을 여기까지 끌어오시다니, 정말 빠르군요.”
역시 빨리빨리 대마왕이 나서니 건설 속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물론, 도림건설도 현산 못지않았기에 가능한 속도였을 것이다.
“어려울 거 뭐 있습니까? 허허벌판에 지주 세우고 파이프 얹는 게 전부인걸요. 동물보호구역이야 지하로 들어가긴 하지만, 힘든 만큼 짭짤한 구간이라 외려 신이 납니다. 그놈의 BP사가 하도 개판을 쳐놔서 웬만큼만 해도 칭찬 일색이고요.”
“그럴수록 잘 하셔야 합니다. 북미 시장은 시공비가 비싼 만큼 깐깐한 시장 아닙니까. 그만큼 홍보 효과도 크고요.”
“그래야죠. 미국 본토는 몰라도 여기 가까운 캐나다는 충분히 공략해 볼만 합니다.”
“캐나다요? 그새 영업을 하신 겁니까?”
대단한 순발력인데?
“영업이라기 보다 캐나다 건설사에서 여기 교량을 본다고 한 번씩 둘러 보고 갔습니다. 유선형 거더와 절벽에 걸친 힌지 등등을 보고 입을 못 다물더군요.”
당연하지. 21세기에도 쓰는 공법인데.
몇 번 본다고 쉽게 흉내 낼 수는 없을 거다.
교량은 자칫하면 대형 인명사고를 유발하는 구조물이라, 발주처가 해당 설계에 대해 실적이 있는 건설사에 일을 맡기기 마련이다.
허리케인 교량이야 다른 건설사들이 죄다 수주를 거부했기에 내 뜻대로 설계할 수 있었던 것이고 말이다.
“왕 사장님이라면 머잖아 캐나다도 뚫을 겁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여하튼 준공식도 잘 끝났으니 오늘 고기에 물개 기름 찍어서 소주 한잔하시자고요. 귀국하면 생각날 지 혹시 압니까?”
“하하하, 그러시죠.”
현지 음식은 적응하기 힘든 맛이지만, 막상 귀국하면 이상하게도 생각이 난다.
“이런, 이런, 남자들끼리 뭐 그렇게 나눌 말씀이 많으실까?”
낸시가 어디선가 나타나 불쑥 끼어들었다.
“낸시, 인사해요. 여기 허리케인 교량 건설을 담당한 왕 사장님입니다.”
“안녕하세요. 낸시 실버스타인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현산건설 왕주영입니다. 발주 고객님을 이제야 뵙는군요.”
왕 사장도 자기소개 정도는 영어로 잘했다.
“전 분명 대세 건설에 발주했는데 말이죠.”
“대세에서 설계하고 감리했으니 안심해요. 교량이야 튼튼하게 잘 됐으니 된 거 아닙니까?”
“나도 딱히 불만은 없어요. CS야 유전 개발로 많이 바빴던 것 이해하니까요.”
그렇게 인사를 마친 낸시는 훅하니 내 팔짱을 끼더니 다른 쪽으로 끌고 갔다.
“어, 왜 이래요?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요?”
“당연하죠. 내가 고작 이깟 준공식 때문에 알래스카까지 왔겠어요? 혹시나 정보가 샐까 싶어서 텔렉스도 못 보내겠고, 아휴…”
“대체 뭔데 그래요?”
텔렉스로도 보내기 부담스러운 정보라니 기대되는 걸?
“워터 인젝션인가 뭔가 이거 하나로 끝낼 건 아니죠?”
“당연하죠. 내가 알아보라고 했잖아요. 유징만 발견하고 포기한 유전만 있다면 죄다 우리 거라고 말이죠.”
“호호호, 좋아요. 좋아요. 그런 게 인도네시아에 있더라고요. 2차 세계 대전에서 일본군이 시추공을 뚫어 유징을 발견했다가 생산량이 부족해 버려졌다고 하더군요.”
“일본군? 그럼 조광권이 공중에 붕 떴겠군요. 어디에요?”
기가 막힌 곳을 찾아냈다.
우리가 인도네시아 정부와 다시 협상을 한다고 해도 소유권 분쟁이 날 가능성이 없는 곳이었다.
“두리라는 곳이에요.”
두리? 두리 유전?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었다.
내가 이름을 들어봤다면 대박은 아니더라도 상업적으로 성공한 유전은 분명했다.
아니, 인도네시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대박이었다.
언젠가는, 아니 조만간 호프만이 인도네시아 유전 개발에 성공할 테니 말이다.
두리 유전에 플랜트를 투입했음에도 원유가 안 터지면, 호프만의 유전에 쓰면 그뿐이었다.
즉, 비싼 플랜트를 놀릴 일이 없기에 아주 안전한 투자라는 거다.
“당장 플랜트를 만듭시다.”
“유전 개발에 성공하면 지분율은 반반이겠죠?”
“당연하죠. 대신 이번엔 낸시가 플랜트 제작 비용을 대야겠어요. 요즘 내가 돈이 없거든요.”
“나도 돈 없어요. 나 혼자 그 비싼 플랜트를 어찌 감당해요. 반반 내야죠.”
괜히 엉뚱한 소리를 했다.
우리 돈을 왜 써? 물주가 넘쳐날텐데.
“낸시, 이제 실버스타인에 투자할 물주는 수두룩 하지 않아요? 조광권 구매 비용이든, 플랜트 제작 비용이든 빌려와요. 투자 수익률은 20% 정도 보장해주자고요. 나도 이자의 반 정도는 부담하죠.”
“음, 나보고 돈을 빌려오라… 좋은 아이디어네요. 해볼게요. 그럼 제 수수료는 3%죠?”
“1.5%! 반만 가져요.”
날 위해서 돈을 빌려오는 게 아니잖아.
수수료 1.5% 정도면 잡다한 금융 비용을 처리하는 데 충분했다.
“에이, 그럼 남는 게 없는데… 알았어요. 여하튼, 그것 말고도 논의할 게 있어요. 인도네시아 정부가 조광권을 내주는데 조건을 내걸더군요.”
“무슨 조건이죠?”
당연히 조광권을 공짜로 줄리 없었다.
“고속도로를 만들어달래요. 자카르타, 보고르, 찌와위를 연결한다고 자고라위 고속도로라고 부르더군요. 내가 AID 차관을 얻어주기로 했어요.”
작전 다 짜왔네. 역시 잔머리 죽여준다니까.
인도네시아 정부에게 AID 차관을 중개해주고, 조광권을 따낸 거군.
“고속도로라면 저기 잘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저 멀리서 멀뚱멀뚱 우릴 쳐다보고 있는 왕 사장을 가리켰다.
“저분이요?”
“그럼요. 왕 사장님이 한국의 고속도로란 고속도로는 다 깔았잖아요.”
“그거 CS가 한 일 아니었어요?”
“난 달러만 취급해요. 내수엔 관심 없어요.”
중동이라면 몰라도 동남아 고속도로야 수익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
나야 오일머니를 타깃으로 삼지만, 왕 사장님은 이 유동자금이 급하니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일이 이리 쉬울 줄 알았으면 그이나 따라가는 건데.”
그이? 아, 키신저가 중국엘 같이 가자고 했던 모양이네.
“계약서나 줘요.”
“읽어보고 서명해요.”
낸시의 계약서는 나도 애용하는 표준 계약서라 서명만 하고 돌려주면 그뿐이다.
“왕 사장님~~ 저희 대화 끝났어요.”
낸시는 내가 서명을 하자마자 계약서를 챙겨 들곤 왕 사장을 불렀다.
< 215 : 나의 제1 제국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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