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19)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19화(219/589)
< 219 : 대서양을 건너다 >
아니 무슨, 한참 뀌년 얘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결혼 얘기가 나오나.
“장군님,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 중에 갑자기 결혼이라니요?”
“결혼도 나름 중요한 일이야. 아니, 지금 그 무엇보다도 중요해. 자네가 아무리 유능하고 사업체가 많다 해도 목숨이 둘은 아닐 거 아닌가.”
“목숨이요?”
“그럼, 말마따나 뀌년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일 아닌가. 그것도 보통 식민지인가? 군사적 요충지라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경제적으로도 무역 허브로 발전하겠지. 게다가 자네 말로는 그 주변에 유전도 수두룩하게 있다면서?”
“그렇습니다.”
밴 플린트 장군은 내가 우려하고 있던 걸 죄다 끄집어 올렸다.
“그걸 자네 혼자 힘으로 지킬 수 있겠나? 그러기엔 너무 큰 건이야. 뒷배 없이는 결국에는 먹히고 말아.”
밴 플린트 장군은 시가를 하나 꺼내 물더니 무심히 말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듯 말이다.
나도 그동안 뒷배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나 혼자서는 국제적인 권력자가 아니라 한국의 권력자에게서도 나의 제국을 지키는 것이 힘겨울 테니 말이다.
“그러니 정략결혼을 하라는 말씀입니까?”
“자네, 설마… 연애라도 하려고 했던 거야? 알래스카에서 유전을 개발했을 때부터 그건 일찌감치 그른 일이야.”
그렇군. 그러리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단언할 줄은 몰랐다.
뭐 나도 연애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당연하게 박탈당할 줄이야.
“장군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래, 연애라니 어림도 없지.
“아, 물론 흉내는 낼 수 있겠지. 록펠러 가문의 상속녀 중 자네 짝이 될만한 이가 여럿이니 말이야. 생태학자에, 학교 선생에 줄줄이 있다고. 누구를 택하든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 가문의 일원이라는 게 중요하지.”
“록펠러 가문을 생각하시는 겁니까?”
내가 접근하기엔 너무 거물이 아닐까?
70년대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힘센 가문이라고 할만한 록펠러 가문이 고작 아시아의 기업가를 사위로 맞아들일까? 쉽지 않은 일이다.
“데이비드 록펠러의 딸아이 중 한 명을 고르는 게 좋겠어. 일단은 직계이니 말이야. 아, 그렇지. 페기가 좋을 것 같군. 그 아이는 록펠러의 상속녀지만 자신은 제3세계를 위해 살아가겠다고 공언한 아이니까 말이야. 실제 행동도 그렇고 말이야.”
아니, 록펠러 가문에 그런 여자가 있다고?
호기심이 생기긴 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가능한 일인지부터 물어야 했다.
“그런 여자가 저를 마음에 들어 하겠습니까. 저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돈을 쫓는 사업가인데요.”
“자네가 아무리 돈을 쫓는다고 해도 속물적인 정도로는 그쪽 부류와는 비교도 안되지. 뼛속부터 자본가인 백인들 말일세. 그 아이도 뭐 낭만적인 사랑 타령을 할 철부지는 아니고 말이야.”
“당사자는 그렇다 치고 그 가문에서는 환영할까요?”
“그쪽도 이제 아시아로 진출할 때가 되었지. 독점이니 뭐니 하며 견제를 엄청 받고 있지 않나. 게다가 자네도 뭐 그리 빠지진 않아. 염문이니 마약이니 이런 건 없잖아.”
무심한 밴 플리트의 말을 듣고 있자니 한 번 만나나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가문이나 당사자의 생각은 내 결심 후의 문제일 것이다.
“뭐 한번 만나 봐서 나쁠 건 없겠지요. 사람도 골라 주셨는데 자리까지 마련해 주시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내가 가서 데려올 순 없지. 지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다고 들었어. 그곳 빈민촌 중에서도 가장 허름한 학교의 교사로 있다더군.”
“아니 록펠러 집안의 상속녀가 그런 위험한 빈민가에 있다고요?”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인 걸 어쩌겠나.”
밴 플린트는 재미있다는 듯 빙긋 미소를 지었지만 듣는 나로서는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세상에 별별 사람이 다 있지만, 내뱉은 말을 실천하는 사람은 그다지 흔치 않다.
더욱 그 말이 이상향을 쫓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록펠러 상속녀가 리우데자네이루 빈민촌에서 선생님을 하고 있다고?
남에게 보이는 쇼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고역일 것 같은데 말이다.
“알겠습니다. 저도 생각해보겠습니다.”
“서두르게. 파리 협정이 맺어지기 전에 자네와 엑손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이 좋지 않겠나?”
“예, 그래야죠.”
밴 플리트는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어서 록펠러의 여식을 공략하라고 조언했다.
이것 참, 여자를 만나는 것마저 촌각을 다투는 일이 되어버리다니.
이 시대 사업가들에게는 정략결혼 따윈 전혀 거리낌 없는 일인 모양이다.
하긴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며 신분 상승을 꾀하는 경우는 동서양을 불문하고 수없이 많았지.
조금 씁쓸했지만 누구 말대로 나도 목숨은 하나니 정략결혼을 하긴 해야겠다.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왜 목숨 걱정을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얘기를 하다 보니까 벌써 사우디 현장이잖아. 저기 킴이 마중을 나왔군.”
밴 플린트도 아버지를 킴이라 불렀다.
안면을 튼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텐데 벌써 친구처럼 부르는 걸 보니, 아버지는 밴 플린트 장군에게도 인정을 받는 모양이야.
“사장님!! 사장님!!!”
아버지와 직원들이 임시 항구에서 손을 마구 흔들어댔다.
임시 항구임에도 사우디 공무원이 나와 있는 걸 보니, 대세건설 선박에 대해선 특별히 출입국절차를 간소하게 해주는 모양이다.
“다들 바쁠 텐데 무슨 마중까지 나왔습니까?”
“사장님이 오시는데 마중은 당연하죠.”
“사장님, 안전모!”
황금종 1기들이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고, 안전모를 씌워주었다.
황금종 1기들이야 나를 보면 아주 좋아하지.
같이 열심히 일하면 점점 부자가 되어간다는 걸 몸소 체험한 사람들이 아닌가.
월남도 대박이었지만, 사우디는 더 큰 돈이 되고 있으니 일하면서도 신이 날 거다.
“고맙긴 한데, 다들 이렇게 나오면 현장은 누가 지킵니까?”
“걱정 마십시오. 오늘은 휴일입니다. 사우디에선 잔업은 몰라도 휴일을 안 지키면 큰일 납니다.”
그러고 보니 사우디는 목, 금을 쉬지.
토, 일을 쉬는 것은 기독교 식이기 때문이다.
목, 금요일 중 하루를 쉬지 않으면 기독교인으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하루는 꼭 쉬어야 했다.
중동의 이슬람 문화권에선 종교와 관련된 사안은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
이슬람권에서는 괜스레 논쟁을 피한답시고 무교라고 하면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하면서 되려 미친 놈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큰일 나고, 기독교나 천주교는 감정이 좋지 않기에 신원 서류에는 모든 직원들이 불교라고 적었을 정도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목요일이군요.”
“공기는 걱정 마십시오. 지금도 원래 계획대비 한 달은 공기를 단축했으니 말입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하하.”
“그러니, 수주 더 따셔서 일을 더 주십시오. 젊을 때 돈 많이 벌어야죠!”
옆에서 황금종 1기들이 으쌰으쌰를 시전했다.
걱정 마시라, 이제 겨우 시작이니까.
중동 특수는 건설쟁이들에게 단군 이래 최고의 호황이 뭔지 알게 해줄 것이다.
“SNEP 공사를 성공적으로 끝내면 사우디의 수주란 수주는 다 우리에게 올 겁니다.”
“우와아아아아!”
“김 이사님, 여기 임시 부두는 최종 완공이 된 겁니까?”
이건 원래 공사 계획서에 없는 것이라 감리를 받지 않는다. 모든 경비를 대세에서 지불하고 안전상의 문제도 죄다 우리 책임이었다.
“예, 해안에서 4km를 매립하고 그 앞의 모래턱은 모두 준설해서 수심은 6m 이상을 확보했습니다. 작업 선박이 드나드는 데 전혀 문제 없습니다.”
걸프만의 해안선은 대부분 수심이 매우 얕아서 해안에서 10km는 나가야 제대로 된 항구를 만들 수 있다. 고작 4km를 매립하여 수심 6m를 확보했다면 아주 성공적이었다.
이 정도 임시 부두면 연간 백만톤 규모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을 거고, 호안 공사나 방파제 공사도 배를 타고 나가서 작업할 수 있기에 작업 능률이 2배 이상 높아진다.
우리 대세의 공기 단축 노하우라고 할 것이다.
“처음에 임시 부두를 만든다고 공기가 조금 지연되었을 땐 사우디 감독관들이 매일 큰소리를 치더니, 완공되자마자 공기가 훅훅 단축되니 그다음부터 찍소리도 못하더군. 하하하!”
밴 플린트 장군도 껄껄 웃었다.
BR사 이사로 설계와 감리 책임을 맡고 있으니, 공사현황에 대해서는 잘 살폈던 모양이다.
“사우디 사람들이 깜짝 놀랐겠군요.”
“그렇습니다. 공사 초기에 임시부두부터 만들고 있으니, 사우디 대사관까지 나서서 대세건설이 망하게 생겼다고 떠들어대더니,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찾아올 때마다 봉투를 주고 가시더군요.”
대사가 와서 회식비를 주고 가다니, 한국주식회사다운 행동이군.
“본 공사 현황은 어떻습니까?”
“현장 사무실로 가시죠. 거기서 공사 현황을 보고드리겠습니다.”
하긴 이런 햇빛 아래서 오래 얘기하는 것은 나도 고역이었다. 밴 플린트 장군에겐 더욱 고역일 테고 말이다.
“장군님이 좋아하시는 쿠바산 시가도 준비해뒀습니다. 맘껏 피우시며 들으십시오.”
“하하하, 역시 킴이라니까. 쿠바산 시가라니.”
아버지의 정치력도 많이 늘었네.
여태 일만 하더니, 이젠 VIP 접대까지 챙겼다.
밴 플린트 장군이 우리 대세의 아주 중요한 파트너라는 걸 잘 알기에 그럴 것이다.
***
현장 사무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니 살 것 같았다.
시원한 콜라도 좋고 말이다.
“항만 건설을 위한 준설 현황부터 보고 드립니다. 계약 당시 준설 예상량은 620만㎥ 이었는데, 실제 작업량은 750만㎥ 이었습니다. 준설토 중 260만㎥은 안벽 매립에 사용했고, 나머지는 추후 사용지를 수면 3m까지 성토하는데 썼습니다.”
어마어마한 업무량인데, 그걸 임시 부두 건설과 동시에 해내다니 역시 대세건설다웠다.
이제 대세건설이 5000마력짜리 준설선을 5대나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솔직히 대세조선이 여력만 된다면 더 큰 준설선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런 공사는 앞으로 계속될 거니까. 만들 게 너무 많군.
“매립하려면 먼저 제방(Dike)부터 축조해야 할 텐데, 석재는 충분히 확보한 겁니까?”
중동에서는 석재 확보가 매우 어렵다.
이 공사를 빌미로 석산을 확보해두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여기서 100km 정도 떨어진 다란 지역에서 석산 하나를 사우디 해군으로부터 불하받았습니다.”
현장에서 100km라니, 너무 멀었다.
차후 주베일 산업항에도 석재를 가져다 써야 하는데, 거리도 먼데다 석산 하나로는 물량도 감당하지 못할 거다.
“김 이사님, 석산을 하나 더 개발하십시오. 석재의 품질이 좀 떨어져도 방파제 석재로 쓸만한 석산은 확보해야 합니다.”
“예, 사장님.”
“석재도 석재지만 시멘트도 문제 아닌가? 킴, 우 사장이 오면 보고한다고 하지 않았나?”
응? 시멘트? 시멘트가 왜 문제지?
물량은 충분할 텐데.
“시멘트라뇨, 시멘트는 한국에서 충분히 실어오지 않습니까? 그 물량이 모자라면 바레인의 시멘트 공장도 있고 말입니다.”
아직, 중동 특수가 본격화되지 않아서 국산 시멘트 확보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게 아니라 사우디 정부에서 시멘트를 계속 수입하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거부감이라고요?”
“예, 항만용 대형 케이슨을 수십 개씩 만드는 걸 보더니 시멘트를 사우디에서 조달하면 안 되겠냐고 하더군요. 시멘트 공장을 발주하겠다고 말입니다.”
“시멘트 공장을 짓겠다고요?”
“예, 지잔이라는 곳에 시멘트 공장을 짓겠다고 합니다. 석회석이 아주 흔한 곳이라 시멘트 공장을 짓기에 아주 적합하다고 말입니다. 우리 대세건설이 SNEP 공사에 지잔 공장의 시멘트를 전량 갖다 쓴다면 수의 계약을 하겠다고 합니다.”
“수의 계약이라… 물류비가 줄긴 하는데…”
살짝 고민이 되는 제안이었다.
글로벌 시세보다 월등히 싼 국산 시멘트를 가져오는 것도 꽤 짭짤한 일이다.
지잔 공장의 시멘트를 쓰면 사우디에서 하는 공사는 대부분 그쪽에서 물량을 받아야 하지 않나.
판가가 조금 높아도 운송비가 준다는 측면에서는 이득이 될 거 같기도 했다.
“CS. 이건 물류비나 자재비 문제가 아니라, 그 지잔 공장이 누구 라인인지 파악하는 게 더 급하지 않을까?”
“아, 그렇군요. 이건 참 익숙해지지 않네요.”
밴 플린트 장군의 말대로 지잔 시멘트 공장이 나이프 왕자의 라인이라면, 조금 손해를 보는 한이 있어도 공장을 건설해야 한다.
사우디에서 무슨 공사를 하든 거기 시멘트를 쓰는 것은 당연하고 말이다. 우리들의 수수료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게 될 거다.
“김 이사님, 시멘트 공장 건은 내게 맡겨요. 수주를 받을지 안 받을지 내가 결정할 테니까.”
“나도 돕지.”
밴 플린트도 나서 주겠단다.
손쉽게 라인을 알아볼 수 있겠군.
“공사에 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예, 다른 문제는 딱히 없으… 아, 그게 여기 현장 문제가 아니라 다른 쪽에 문제가 있는데…”
아버지가 말하기가 민망했는지 말을 흐렸다.
“리야드 궁전 말씀이군요. 골치가 좀 아프다 들었습니다.”
“예, 그리스 업자를 섭외해 아랍 스타일로 설계했고, 실내 장식은 프랑스 업자에게 맡겨 벽화와 천정화까지 그리고, 바닥은 이탈리아 대리석에, 벽 장식은 저희 최고급 자단으로 도배했는데도 만족을 못하고 있습니다.”
듣다 보니 아버지가 뭘 실수했는지 알겠다.
“포인트를 조금 잘못 짚은 것 같은데요? 그들에게 중요한 건 실내 장식이 아니라 실외 장식이 아닐까요?”
“예에?”
부인들이 원하는 것은 나이프 왕자의 권력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이지 않겠나.
차마 왕이 머무는 본궁보다 더 화려하게 지어달라는 말은 못하고, 계속 딴죽만 거는 거지.
그들을 만족시키려면 실내보단 건물 외적으로 번쩍번쩍하게 해줘야지.
“그것도 내가 처리하죠. 지잔 시멘트 공장을 협의하려면 나이프 왕자를 만나보긴 해야 하니까요.”
“예, 사장님.”
마침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시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21세기엔 황금빛이든 은빛이든 화려한 커튼 월(통유리벽)을 만드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지 않나.
풍신 금속과 연구소에 맡기면 커튼 월 정도야 대번에 만들 수 있을 거다.
단열 처리를 잘하고 설치 위치를 잘 선택하면 커튼 월이라도 해도 그다지 덥지는 않을 것이다.
나이프 왕자를 만나 일 처리를 한 뒤, 바로 리우데자네이루로 가야겠다.
이번 외유는 대서양을 건너가는군.
< 219 : 대서양을 건너다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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