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20)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20화(220/589)
< 220 : 이게 제대로 사는 거지 >
“그동안 격조했습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나이프 왕자님.”
“오, CS. 안 그래도 당신을 보고 싶었소. 물어볼 것이 몇 가지 있었거든.”
“저를 찾으셨습니까? 본사에 연락 하셨으면, 제가 금방 찾아뵈었을 텐데요.”
“아니, 일부러 그럴 거까진 아니었네. 지프차와 초계함은 아주 내 마음에 쏙쏙 들게 일 처리가 되고 있으니 말이야. 단지 구축함이 어찌 되어가는지 알고 싶어서 말이지.”
나름 극비 사항이니 대세조선을 찔러봐도 답변이 제대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구축함은 연구 중입니다. 기본 설계도는 입수하였기에 조만간 한국형 구축함에 대하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기본 설계도를 구했다고? 이거 축하 할 일이 구만. 대체 어디서 구한 건가?”
“거기까지는 말씀드리긴 곤란하지만, 추측하시는 곳이 맞을 겁니다.”
“내가 기쁜 마음에 너무 꼬치꼬치 물었군. 여하튼 내 추측이 맞다면 내가 원하는 사양의 구축함을 아주 싼 가격에 맞출 수 있다는 얘기겠군. 해군 기지가 완성되면 한국군과 우리가 연합훈련을 할 날도 오겠어.”
“저도 그러기를 기원합니다. 해군기지에 교관들도 대거 파견되니 한국군과 사우디 군의 결속력은 아주 탄탄해질 것입니다.”
“이거 내가 한국엔 정말 잘 다녀온 셈이야. 그렇지 않나? 하하하.”
“예, 그렇습니다.”
역시 실세답게 자화자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부 정치도 잘하고 대외 광고도 잘하고, 이렇게 자신의 성과를 포장까지 잘하니 21세기까지 꾸준하게 2인자 자리를 유지한다.
왕은 여러 번 바뀌었어도 말이다.
짧은 기간 동안 왕좌를 차지하는 것보다 길게 2인자 자리를 차지하는 게 훨씬 실속있는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구축함 때문에 날 찾아온 건 아닐 테고 말이야. 무슨 일인가?”
“예, 제가 SNEP 공사 현장을 챙기다 보니 사우디 정부에서 지잔이라는 곳에 시멘트 공장건설을 추진하다고 하기에 나이프 왕자님께 생각을 여쭤보러 왔습니다.”
“내 생각을 물어보러 왔다고?”
내 말에 나이프 왕자는 살짝 반색했다.
자신의 의도에 따라 시멘트 공장 건설에 응할 건지 말 건지 결정하겠다고 하니 말이다.
“지잔 시멘트 공장을 지으면 저희 쪽에서 대규모 물량을 소모해야 하는데, 왕자님께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면 딱히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 그쪽이 주택성(住宅省) 장관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인데, 내가 좀 봐주긴 해야겠군.”
사우디에서 장관은 모두 왕족이니, 봐준다는 의미는 자기편으로 끌어들인다는 의미였다.
물어보길 잘했다.
사우디 정부의 부탁이라고 해서 섣불리 들어줬다가 큰일 날 뻔했네.
“대세는 왕자님 뜻대로 하겠습니다. 큰 이득이 나는 공사는 아니지만, 왕자님께 도움이 된다면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저희 공사에서 쓰는 시멘트는 전량 지잔 공장에서 조달하겠습니다.”
“좋아. 좋아. 내 사람을 파견할 테니 그와 함께 일처리를 하면 될 거야. 그리 하라고.”
측근을 파견할 테니 그를 중개자로 삼아 수주를 하라는 뜻이었다.
이 일을 하는 게 나이프 왕자의 부탁 때문이라는 걸 확실히 하라는 뜻이군.
“예, 왕자님. 매 공사 단계마다 나이프 왕자님의 재가를 받아 일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말이 잘 통하는구만. 그쪽에서 수수료니 뭐니 얘기하면 곧장 내게 보고하게. 확실하게 처리해줄 테니 말이야.”
수수료는 자신에게 가져오라는 말이었다.
주택성 장관에게 줄 수수료도 자기 몫에서 나눠주겠다는 뜻이었다.
수수료 문제를 확실히 하면 서열 정리도 끝나는 거다.
오케이, 이제 앞으로 중동 공사에서 시멘트 조달은 사우디에서 하게 생겼네.
“아, CS. 온 김에 궁정 문제도 좀 해결해주게. 여자들이 대체 뭘 원하는지 알 수가 없어. 현장을 한번 둘러보고 해결책을 가져오게.”
“이미 해결책을 가져왔습니다. 주요 외벽 처리를 황금색 통유리로 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미리 그려온 조감도를 보여주었고, 당연히 나이프 왕자는 깜짝 놀랐다.
“아니, 유리에 황금을 붙이는 건가? 그럼 밖을 어찌 내다보나?”
“황금을 소량 첨가하여 아주 얇게 코팅하는 특수 유리라, 안에서는 밖이 보이고 밖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습니다. 겉으로 황금 거울로 마감한 느낌이 들겠지요. 아라비안나이트에서나 나올법한 궁전이 아니겠습니까.”
“당장 해주게. 당장!”
나이프 왕자도 황금색 커튼 월이면 여인들이 만족할 거라고 여겼던 모양이다.
당연하지.
왕이 기거하는 본궁보다 화려할 테니 말이다.
진짜 금은 아니니 예산낭비니 뭐니 하는 말을 들을 필요도 없다.
“예, 그럼 한국에서 통유리를 들여오는 대로 즉시 시공하겠습니다.”
“그리하도록. 이거 원, 궁전이라고 해도 사람이 살만하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여자들이란 왜 그렇게 까탈스러운지. 크흠.”
자기도 화려한 걸 원했던 주제에 마누라 탓을 해댔다. 중동의 왕족은 대부분 이렇게 속물이다.
딱히 부를 과시할 사치라고 할만한 게 없기에, 집에 돈을 많이 들인다.
이슬람 교리상 왕족은 몸에 보석으로 장식할 수도 없기에, 보석조차 집에 모셔놓고 즐긴다.
그래서 정원을 꾸미고 비싼 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부를 과시하려고 하는 것이다.
내가 가려운 곳을 긁어줄게.
21세기형 화려한 건물을 하나씩 지어가면서 왕족들의 돈을 뽑아먹어야지.
아직은 오일머니가 본격적으로 들어오지 않았으니, 본 실력을 감추고 있을 뿐이다.
“걱정 마십시오. 왕자님께서 정무에 신경 쓰실 수 있게, 부인들의 취향은 제가 맞추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내 CS를 믿겠네.”
업무를 일단락 지은 나이프 왕자와 나는 잠시 사담을 나누며 커피를 즐겼다.
그 뒤로 궁전 건설 현장에 가서는 대세 건설 현장 감독에게 설계 변경에 대해 설명하고, 풍신 금속 쪽에는 커튼 월 제작 관련해서 텔렉스를 보내고, 이런 저런 업무 처리를 하며 리야드에서 며칠을 보냈다.
한창 업무를 챙기면서도 눈과 귀는 파리 회담 쪽에 가 있었고 결국 더는 미룰 수 없는 시점이 되어서야 대서양을 건넜다.
어디론가 가면서 이렇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건 처음이었다.
내가 왜 이러는 걸까?
알래스카마저도 기쁜 마음으로 갔었는데 말이다. 분명 필요한 일인데…
***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
리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바로 이 도시의 랜드마크인 그리스도상이다.
높이 30m의 거대한 그리스도상은 한없이 자애로운 표정으로 시가지를 굽어보고 있었다.
산꼭대기서 내려다보는 리우의 시가지 모습은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코파카바나 해변에는 멋진 몸매의 남미 미인들이 해변을 즐기고 있었다.
연중 내내 섭씨 20도에서 30도 사이를 유지하는 천혜의 기후조건을 가진 곳이다.
그런 해변 시가지에서 눈길을 돌려 산기슭 쪽을 바라보면 빈민가인 파벨라가 보였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이 마치 ‘흐드러지게 핀 꽃’과 같다고 해서 ‘파벨라’라고 불린다.
각종 폭력배와 마약상이 점령해 관광객은 물론 브라질 시민들도 함부로 드나들기 위험한 곳이다.
60년대 부산 영도보다 더 열악한 곳이 있다는 걸 눈으로 직접 보니 기가 막힐 정도였다.
이 거대하고 풍요로운 나라에 어째서 빈민이 있는 걸까?
경찰차가 간혹 순찰을 다니긴 하지만 그마저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지 휙하니 지나갈 뿐이었다.
순찰할 의도가 전혀 없는 요식행위일 뿐이었다.
‘이런 곳에서 록펠러의 상속녀가 선생님을 하고 있다는 건가?’
해당 정보가 이 지역 갱단에게 전해지기라도 한다면, 그녀는 납치를 당해도 수십번은 당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 정보는 밴 플린트를 비롯한 극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는 정보일 것이다.
나는 보디가드를 고용하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파벨라의 학교를 뒤지고 다녔고, 결국 정규 교육과정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는 비공인 학교에서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곳 등등 모든 것이 현지인과 동일했기에 록펠러 여식이 맞는지 나조차 헷갈릴 정도였다.
“실례합니다, 페기양.”
“예에? 뭐라고요?”
“마가렛 둘라니 페기 록펠러 양이라고 불러야 합니까?”
“당신 누구죠? 어떻게 제 이름을 아는 거죠?”
“밴 플린트 장군의 소개로 왔습니다. 당신을 만나보라고 하더군요.”
나는 직진했다.
우연을 가장한 로맨스 따위를 연기할 시간은 없었다. 어차피 잘 하지도 못한다.
“밴 아저씨? 못 본 지 10년은 된 것 같은데, 잘 지내시나요?”
“잘 지내십시다. 안부를 대신 전해달라더군요.”
밴 플린트를 만난 지 10년이나 되었다고?
그럼 밴 플린트 장군이 나를 위해서 이 여자가 어디 있는지 수소문을 했다는 얘기네.
“역시 밴 아저씨답게 잘 찾아내셨네요.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몇 명 없는데. 그보다 나를 왜 찾아온 거죠?”
“내가 대형 유전을 발견했고 앞으로도 계속 발견할 예정이거든요. 나 혼자선 지키기 어렵기에 당신 가문의 힘이 필요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난 돈이라면 충분히 있어요. 누군가의 사업 파트너를 할 이유가 없어요. 더욱이 석유 산업이라니, 내가 관여할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결혼해 달라는 말을 사업 파트너로 알아들었네.
와중에 다행인건가?
역시 여자를 상대하는 건 피곤하군.
차라리 대놓고 탐욕스러운 낸시가 훨씬 편했다.
“부럽군요.”
“… 부럽다고요?”
“돈은 충분히 있다면서요. 평생 일할 필요도 없이 가진 걸 나눠주기만 해도 삶에 만족할 수 있다니 부러울 수 밖에요.”
나는 살짝 짜증이 났다.
밴 플린트는 페기가 이상향에 빠진 여인은 아니라고 했지만, 내가 볼 땐 그냥 어린애였다.
이런 식의 도움은 결코 도움이 되질 않는다.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거기에 따라올 사람들만 건져내도 충분하다.
조금만 나아가도 관광객이 즐비하고, 개간할 땅이 넘쳐나는 이곳에서 스스로 삶을 포기한 이들에게 뭐하러 시간을 투자하나?
아이들은 죄가 없다지만, 그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도 이 나라가 그런 정책을 펼쳐야 하는 거다.
그게 자선사업으로 해결될 일인가.
“당신이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러죠? 나는 빈곤과 불평등을 줄이고, 시민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고 있는 겁니다.”
“다 헛소리에요. 그런 건 절대 타인이 가르칠 수 없습니다. 그걸 깨치려면 누군가의 가르침이 아니라, 비슷한 옆집 친구가 부자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백배 천배 낫습니다.”
“그게 가능할 리 없어요. 이런 곳에서 어떻게 스스로 성공해요? 가진 자가 도와야죠.”
“있다면 어쩌겠어요? 자원도 자본도 없는 밑바닥에서 몸뚱이 하나만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있어요. 아니, 그런 사람들로 가득 찬 나라가 있습니다. 당신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함께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역시나 착각이었군요.”
이럴 거라 예상은 했지만, 씁쓸했다.
이 여자는 조만간 뉴욕으로 돌아갈 거다.
그 뒤론 책이나 쓰면서 빈곤 퇴치에 대해 강연을 다니겠지.
“당신, 대체 누구예요? 누구기에 이렇게 쳐들어와 내 삶을 폄하하는 거죠?”
“난 CS Woo. 한국인이죠. 한국에 와보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나는 그녀에게 명함 한 장을 건네고 곧바로 뒤돌아섰다.
도저히 이곳에 더는 있고 싶지 않았다.
겨울이 없는 기후, 씨만 뿌리면 곡식이 자라는 광활한 대지, 그물만 던지면 팔뚝만 한 생선이 잡히는 드넓은 대양, 석유, 철광석, 석탄, 금, 구리 등등 없는 게 없는 자원.
그런 축복을 눈앞에 두고 밥을 굶고 학교를 중퇴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대한민국에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곳에서 무슨 자선사업을 한다고 지랄인가.
내가 세상을 돌아다니며 느낀 것은 딱 하나.
결코 한국인은 가난하게 살 사람들이 아니라는 거다. 우린 부자가 될 거다. 반드시.
“까짓거 뒷배가 아쉽긴 하지만 어쩌겠어. 내 힘으로 지키는 수 밖에.”
나는 곧바로 귀국행 비행기를 탔다.
***
한국에 귀국하자마자 풍신 금속과 연구소를 본사로 호출해 황금색 커튼 월에 대해 알려줬다.
이미 연구소에선 플라즈마 용사법이나 무전해 도금 같은 다양한 코팅법을 알고 있었기에, 코팅할 금속의 조합만 알면 충분했다.
비철금속 전문가와 코팅 전문가를 연결해 아이디어를 알려주니 대번에 일은 척척 진행되었다.
중동에서 쓸 통유리라 단열을 고려한 복층 유리가 되어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팀 주입 모듈이지.’
나는 본사에서 바로 대세 조선으로 향했다.
빠른 시간 내에 호프만의 시추선에 해당 모듈을 달아줘야,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유를 터뜨릴 수 있다.
파리에서 열린 미국과 월맹의 1차 평화 회담은 이미 깽판이 났고, 2차 3차 회담까지 깽판 난다고 보면 대략 시간은 두 달 정도 남은 거다.
4차 회담 직전에 원유를 터뜨려야 했다.
***
대세조선 플랜트 야드.
“이쪽입니다. 사장님.”
스코우 부사장이 직접 나를 안내했다.
어째 당황한 기색없이 자신만만했다.
야드로 나아가니 연국환 과장과 강철산 과장을 필두로 수많은 이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벌써 모듈을 조립하고 있는 겁니까? 이 부품을 대체 어디서 수입했어요?”
부품을 얼마나 수급했을까 걱정하며 왔는데, 현장에는 이미 스팀 주입 모듈을 조립하고 있었다.
내가 텔렉스로 개념을 알려준 것 뿐인데 벌써 상당히 진행된 모습이었다.
보일러와 스팀터빈, 스팀 압축기 마저 같이 있는 걸로 봐서 어디 발전기를 통째로 뜯어온 느낌마저 들었다.
“수입이 아닙니다, 사장님. 창원 연구소에서 연구 중이던 발전용 터빈입니다. 사장님이 말씀하신 스팀 압축기를 만들려면 이 놈을 개조하는게 가장 빠를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런 재수가 있나.
아이디어도 좋고 기가 막힌 설계였다.
보일러에서 나오는 고압 스팀으로 전기를 만들고, 남은 스팀을 시추공에다 밀어 넣으면 된다.
물 한번 끓여서 시추선의 동력으로도 쓰고 원유도 뽑아낼 수 있는 거네.
우리 과장들 플랜트쟁이 다 됐다.
역시 우리나라로 돌아오니 대번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래야지! 이런 게 제대로 사는 거지.
< 220 : 이게 제대로 사는 거지 > 끝
ⓒ 푸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