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26)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26화(226/589)
< 226 : 특이점 >
“사장님, 말씀하셨던 특이 패턴입니다.”
“어디 봅시다.”
완만한 대륙붕 패턴에서 갑자기 신호가 바늘처럼 아래로 내리 꽂혔다.
시추공 주변에서 흔히 나타나는 신호였다.
노이즈가 아닐까 싶어 자세히 쳐다봤는데, 그 신호 주변에 해당 패턴이 5개나 보였다.
인위적인 시추공이 분명했다.
일본군이 시추공에서 유징을 관찰했음에도 원유가 터지지 않자, 의아해하며 구멍을 연달아 뚫었던 게 분명했다.
“참나, 시추공을 몇 개나 뚫은 거야?”
“CS, 뭔가 문제가 있는 거예요?”
“문제라뇨. 좋아서 그럽니다. 여기가 그 보물지도 위치인 것 같습니다.”
“어머, 벌써 도착한 거예요? 이제 여기 플랜트인가 모듈인가 연결하면 원유가 터지는 건가요? 얼마나 나올 것 같아요?”
낸시가 눈을 반짝이며 연이어 질문을 했다.
마치 유전을 발견한 것처럼 말이다.
“아직 파보지도 않았는데 무슨 소리예요?”
“무슨 소리긴요. CS가 두리 광구에서도 성공할 거라고 했잖아요.”
“확률이 높다고 한 겁니다. 확인도 안 하고 기뻐할 순 없죠.”
“어서 파이프 꽂아요. 어서요.”
낸시는 땅에 파이프만 꽂으면 원유가 펑펑 쏟아진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유전 개발이 그리 쉬우면 숱한 나라에서 조광권을 왜 팔겠나? 모두 자국 공기업에서 개발하겠지
유징이 있어도 제대로 뽑아낼 방법이 없어, 버려지는 유전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자꾸 떠들면 현장 출입금집니다. 여기 올 때 분명 방해 안 하는 조건이라고 했죠?”
낸시더러 위험하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 같으니 지도만 주고 오지 말라고 했는데 기어코 왔다.
군사 지도의 보안을 직접 챙기려는 의도에 더해 실제 현장도 궁금했던 것이리라.
“아아! 그래요. 입 닥칠게요. 서둘러요!”
서두르라는 말까지 하고서야 입을 가렸다.
역시 낸시답다고 해야 할 것이다.
“호프만 선장, 전체 채널 열어줘요.”
“예, 사장님.”
이 일엔 대세 4호와 엑손 파이오니어호가 함께했다. 유전 개발 작업이라, 호프만이 대세 4호의 선장을 임시로 맡았고 말이다.
“여기는 대세 4호, 엑손 파이오니어 들립니까?”
<예, 우 사장님. 잘 들립니다.>
“여기가 목표 지점입니다. 시추 위치에 부표 던질 테니 위치 확인 후 접근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천천히 접근하겠습니다.>
원래 두리 광구 개발은 실버스타인과 대세가 합작해서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느닷없이 엑손 오일이 끼어들었다.
록펠러에게 언질을 받은 대로 엑손이 인니 정부의 조광권 지분 중에 10%나 할당받았다.
인니 정부와 어떻게 딜을 했는지는 몰라도 나와 낸시의 지분이 각각 20%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것이다.
인니 정부가 10% 지분을 추가로 팔아도 여전히 지분은 50%로 과반이었으니까.
우리로선 전문가가 합류했으니 나쁠 건 없었다.
개인적으로도 엑손이 잘 되니 기뻐할 일이었다.
심지어 엑손은 멕시코 만에서 석유 탐사 예정이었던 시추선을 이쪽으로 투입했다.
그 덕분에 우리 스팀 주입 플랜트를 해당 시추선에 연결하면 어렵잖게 본격 생산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파일럿 시추를 통해 원유가 터지면 본격 생산 설비를 만들려고 계획했었는데, 일이 아주 쉽게 풀린 것이다.
표면적으로야 우리 대세가 아르주나에서 대박을 쳤기에 엑손이 이리 나섰다고 할 수 있지만, 솔직히 장인이 지시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조만간 정식으로 감사 인사를 드려야지 싶었다.
“여기서 선회하면서 부표 던져요!”
“속도 줄여! 선회!”
“부표 던져!”
“부표 던져!”
호프만 선장을 따라온 베테랑들이 냅다 부표를 던졌고, 대세 4호가 선회를 하자 엑손 파이오니어 호가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접근했다.
우리 배보다 3배는 컸기에 잭업 시추선에 우리 스팀주입 플랜트까지 장착해서 끌고 왔다.
잭업 리그는 대륙붕 유전개발에 특화된 시추설비다. 재킷이라 부르는 거대한 철제 기둥을 해저면 대륙붕에 고정해 원유를 뽑아 올리는 시설이다.
스팀 주입 플랜트와는 별도로 수천만불짜리 구조물인데, 엑손이 합류하면서 공짜로 얻은 격이 되었다.
<우 사장님, 잭업 리그 위치를 정확히 잡아야 합니다. 어딥니까?>
“부표 주변으로 탄성파 쏴보십시오. 시추공이 5개 보일 겁니다. 그 위로 놓아야 합니다.”
스팀을 주입할 입수공 파이프는 수직에서 5도 이상 벗어나면 파열 우려가 있으니 우리가 다시 뚫어야 하지만, 출수공엔 그런 제약이 없으니 기존 시추공에 파이프를 얼추 맞춰서 꽂아 넣기만 하면 된다.
<잘 알겠습니다.>
두리 광구는 대륙붕 지대라 수심이 40m 정도로 그다지 깊지 않았다.
잭업 리그를 기존 시추공 위에 두고 잠수사를 동원해 기존 출수공에 파이프를 꽂으면 된다.
풍덩!
엑손 파이오니어는 부표 주변으로 잭업 리그를 이동시키더니, 고정용 재킷을 거침없이 바닷속으로 침하시켰다.
‘잭업 리그를 단번에 고정한다고?’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과감한 결단이었다.
파이오니어 선장은 탄성파 신호를 보면서 정위치를 잡았다고 확신한 것 같았다.
엑손 오일에서도 최고의 베테랑들이 참여 한 것이 확실했다.
“낸시, 잘하면 당신 휴가가 끝나기 전에 결과를 볼지도 모르겠는데요?”
“헉! 정말요? 언제는 불가능하다면서요?”
정위치를 잡는 데만 사나흘은 걸릴 줄 알았는데, 도착하자마자 시추선이 자리를 잡았거든.
낸시의 휴가는 한 달, 여길 찾는데 일주일을 소비했으니 남은 시간은 3주.
이 정도 작업 속도면 유전 부존량 확인은 충분히 가능했다.
“지금 막 그 생각이 바뀌었어요.”
“너무 좋다! 역시 CS가 최고라니까!”
나도 좋기는 매한가지다.
옆에서 듣고 있던 강철산 과장마저 흥분했는지 얼굴이 벌게졌다.
여기 두리 유전을 맡기로 했던지라 일하고 싶어 온몸이 근질거리는 모양이다.
“강 과장, 갑시다. 플랜트 바로 셋업해야죠.”
“예, 사장님!”
일이 바로 시작되었다.
***
3주 뒤, 청와대.
“뭐라? 대세가 또 유전 개발에 성공했어?”
“예, 각하. 이번에도 인도네시아이고 광구는 두리 유전이라고 합니다.”
나정렴 비서실장은 급보를 듣자마자 대통령 집무실로 달려와 보고부터 했다.
우 사장이 신문사보다 비서실에 먼저 텔렉스를 보내주는 게 너무나도 고마웠다.
“얼마나 큰 유전인가?”
“하루 생산량은 6만 배럴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20% 지분이라 1.2만 배럴 정도라고 합니다.”
“아르주나에 비할 바는 아니군.”
아르주나는 하루 생산량이 12만 배럴인 데다 지분율도 50%였다.
“그래도 국내 총소비량이 하루 32만 배럴 수준인데, 여태 대세가 확보한 생산량을 합치면 총소비량의 29%를 충당 가능합니다. 크게 치하하실 일입니다, 각하.”
“물론 기쁜 일이네만, 국내에서 개발해야지! 국내에서! 비서실에선 우 사장을 불러서 탐사부터 시켜야지, 뭐 하는 거야?”
대통령은 말로는 기쁘다면서 짜증을 냈다.
이렇게 연이어 성공할 줄 알았다면, 우 사장이 동해에 가스전 개발이 어쩌고 할 때 당장 뚫으라고 할 걸 그랬다.
괜스레 한국기계 인수와 연관 지어서 가스전 개발 사업이 취소되고 말았다.
“예, 안 그래도 석유탐사에 대해 보고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갈프사의 도움으로 한국 근해에서 탐사해볼 만한 광구를 나눠보았는데, 사업 추진에 있어 각하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뭐? 내 결단이 필요해?”
“염 수석, 뭐하나. 어서 설명드리지 않고.”
“예, 실장님.”
어째 염원철 수석이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서 있나 싶었더니 등 뒤에서 차트가 튀어나왔다.
“우리나라 근해의 광구는 총 7개로 나누어집니다. 그런데, 갈프사 전문가의 의견으로는 여기 7광구에서 초대형 유전이 발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 거기가 우리 광구라고?”
염 수석이 짚은 곳을 바라보던 대통령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제주도 남단이긴 했지만, 일본 쪽과 가까워도 너무 가까웠다.
“예, 명백히 대한민국 광구입니다.”
“그 근처에 남녀군도(男女群島)라고 적힌 섬들은 일본 땅이 아닌가? 그래도, 우리 광구라고?”
“예, 국제법상 이 해역은 명백히 대한민국에 조광권이 있습니다. 제네바 대륙붕 협약에 따르면 무인도는 책정 기준에서 제외할 수 있는 데다, 더욱이 이 섬 바로 앞에 수심 1000m짜리 해구가 이어집니다. 즉, 이 근방 대륙붕은 제주도에서부터 이어진 우리 영토인 것입니다.”
염 수석이 곧바로 차트를 넘기자 대륙붕 단면도가 나타났다.
정말 7광구는 제주도로부터 완만하게 이어진 대륙붕 지역으로 수심이 80m 정도였고, 일본 쪽으로는 해구가 선을 긋듯 존재하고 있었다.
마치 해구 안쪽 제주도 방향은 한국 땅, 해구 바깥으론 일본 땅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옳거니! 우리 땅이군! 우리 땅이야.”
“더욱이 우리 정부는 이미 몇년 전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을 제정해뒀기에, 제네바 협약 제 6조 2항에 의하여 해당 구역을 국토로 공표할 수 있습니다. 그럼, 대세든 갈프사든 얼마든지 탐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진정한 산유국이 될 수 있습니다. 각하!”
염 수석은 흥분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7광구는 면적이 7만 ㎢, 즉, 국토의 70%나 되는 광대한 영역이기에 어디서고 석유가 나와도 나올 것 같았다.
“설마, 일본은 우리와 같은 법이 없다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일본이 외교적으로야 극렬하게 반발하겠지만 해당 지역을 광구로 지정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각하께서 먼저 7광구 선언을 하시면 국제법상 저희가 아주 유리합니다.”
마치, 우찬수 사장이 이걸 바라고 몇년 전에 가스전을 언급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땐 쓸데없다고 생각했지만, 우 사장과 거래를 하기 위해 만들었던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이 이토록 도움이 될 지는 몰랐다.
대통령은 순간 고민에 빠졌다.
바야흐로 경제발전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는 때인데, 국제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일으켜도 되는 건가? 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상대가 아무래도 껄끄러운 일본이었다.
“각하, 선수를 치셔야 합니다. 만일 일본이 먼저 대륙붕 경계선을 선포해버리면 저희가 외려 수정을 요구하며 국제 재판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나정렴 비서실장마저 두둔하고 나섰다.
바둑판에서 해당 영역에 돌을 먼저 두는 이가 유리해지는 것과 비슷했다.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일본이 어떻게 나오든 석유만 터져 나온다고 하면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면 그뿐이었다.
게다가, 유전 개발에 나설 적임자가 있지 않은가.
“대통령령으로 긴급히 공표해! 7광구는 대한민국의 대륙붕으로 조광권은 대한민국의 소유라고 말이야!”
“예, 각하!”
청와대 비서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대통령이 어려운 결단을 단박에 내렸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 있는 우 사장을 당장 불러들여! 7광구에서 유전 개발하라고 해!”
“예, 각하!”
이제 우찬수 사장은 너무 거물이 되어버려 비서실에서 이래라저래라 할 사람이 아니었지만, 대통령은 모르는 척 큰소리를 쳤다.
비서실에서 생각하기에도 7광구 개발의 적임자는 우찬수 사장이었다.
염원철 수석으로선 그나마 그간의 친분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우사장이 설마 7광구 개발 부탁을 거절하지는 않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
비슷한 시각, 두리 광구.
“자이언트다!!!!”
찰칵, 찰칵, 찰칵!
낸시는 양손에 원유를 묻힌 채 연신 자이언트라고 외쳐댔고, 그녀의 수행원은 쉴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이쪽에서 다시 한번! 자이언트다아아아!”
출수공을 등 뒤에 두고 살짝 방향만 바꿔 또다시 사진찍기를 반복했다.
이미 한바탕 거대한 환호가 휩쓸고 지나갔기에, 직원들은 콜라와 맥주를 마시며 여운을 즐기고 있는 데 말이다.
“낸시, 이거 자이언트 아니에요. 중형 유전이라고요. 생산량이 하루에 6만 배럴밖에 안돼요.”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어디 신문이든 실려서 투자자만 끌어오면 그만이죠. 내겐 충분히 자이언트예요. 자이언트다아아아!”
찰칵. 찰칵. 찰칵.
뭐, 낸시는 낸시의 목적이 있는 거니까.
생산량이 작다 해도 화수분은 화수분이기도 하고 말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우 사장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엑손 선장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엑손의 베테랑들이 아니었다면 한달 만에 유전을 뚫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미 일본군이 뚫어놓은 시추공을 재활성화 하는 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토록 짧은 시간 완벽히 복구하다니 나도 놀라울 지경이었다.
솔직히 한 수 배운 것도 꽤 있었다.
“호프만 선장… 아니, 호프만 이사, 고생 많았습니다. 아르주나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
“헉, 사장님! 제가 이사가 된 겁니까?”
“연타석 홈런인데, 이사 승격은 당연하죠.”
“감사합니다, 사장님.”
“강철산 과장, 여기 생산 셋업을 맡아요. 엑손 전문가들에 도움이야 받겠지만, 결정권은 당신에게 있다는 거 잊지 말고요.”
우리 대세가 낸시의 지분까지 위임받아 생산에 임하는 유전이다.
인니 정부가 생산에 나설 리 없으니, 여기 주인은 엑손 오일이 아니라 대세다.
“맡겨 주십시오 사장님.”
강철산 과장이 듬직하게 말했다.
아르주나에서 집중 과외를 받았기에 잘할 거다.
“낸시, 갑시다.”
“어머, 벌써 출발해요?”
“세통이나 찍었으니 잘나온 게 한장 정도는 있을 겁니다. 귀국해야죠!”
“기다려요, 날 태우고 가야죠.”
내가 먼저 헬기 쪽으로 향하니 그제야 낸시와 그녀의 수행원이 뛰어왔다.
모두 안전띠를 매자 헬기가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 올랐다.
“살펴 가십시오.”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하하, 파티는 나중에 따로 하자고요.”
대세 직원들과 엑손 직원들이 너도나도 손을 흔들며 나를 배웅했다.
벌써 인도네시아에서만 유전을 두개나 개발하다니 감개무량했다.
이제 본격 생산을 시작한 알래스카 유전을 필두로 돈이 뭉텅이로 굴러들어올 거다.
이제 돈을 어떻게 벌지가 아니라, 들어오는 돈을 어떻게 굴려야 더 키울 수 있는 지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
궁극적으로야 뀌년을 전진기지 삼아 전세계에 나의 제국을 확장해나가야 하겠지만, 그거야 시간이 걸릴 일이고 급선무는 국내 사업체를 글로벌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대세조선? 대세자동차? 대세정유? 대세해운?
요 몇년 간 어디에 투자해야 가장 효과적일까?
행복한 고민이었다.
헬기의 소음마저 기분좋게 들렸다.
< 226 : 특이점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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