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31)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31화(231/589)
< 231 : 풀 베팅 >
“그래, 부른다는데 돌아 나올 순 없지. 잘했다. 대체 뭣 때문에 널 부르시디?”
“GM이 총 5000만불을 투자해 한국에 대규모 승용차 공장을 짓겠다고 했대. 눈치를 보아하니 GM이 지분 수집도 시작한 것 같더라.”
뭐야? 벌써, 신진자동차 지분까지 인수해?
원래 역사에서도 GM이 신진을 인수하긴 하지만 시점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
원래 역사에선 오일쇼크 때 일본 자동차 회사에 미국 시장을 왕창 뺏기고, 한국 기업을 하청 삼아 일본 시장을 공략하려는 속셈이었는데 말이다.
지금은 그런 상황이 전혀 아니잖아.
게다가 5000만불을 투자해서 한국에 신규 공장을 짓는다고?
한국 시장을 염두엔 둔 투자치고는 규모가 너무 과하다. 낌새가 심상찮았다.
삼복이가 장난삼아 그런 텔렉스를 보낸 게 아니었네. 정말 얼굴 보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심각한 내용이었다.
“GM이 왜 그리 적극적인 거냐?”
“그건 모르지. 여하튼, 정부 입장에선 미중 수교도 그렇고 비상사태 선포도 그렇고 미국과 관계가 삐걱거리잖냐? GM 같은 대기업이 투자를 한다니 무조건 협조를 하라더라. 내가 그 자리서 뭐라고 말하겠냐? 식은 땀만 줄줄 흘리다 나왔다.”
삼복이의 상황 판단이 정확하긴 했다.
GM의 속셈이야 어떻든, 정부로선 요즘 같은 국제정세에서 GM의 투자가 아주 반갑지.
GM이 원하는 50대 50합작을 내가 거부할 게 뻔하니까 삼복이를 대신 부른 거네.
녀석, 소주가 고플 만 하군.
“그래, 알겠다. 내가 GM이든 정부든 접촉해서 속내도 알아보고 부드럽게 처리하마. 여하튼, 청와대서 살아나와서 장하다.”
“이럴 땐 영락없이 사장님이라니까. 너만 믿을게. 그럼, SUV 시제품 보고받고 소주나 한잔하러 가자.”
“그동안 우리 전무님께서 얼마나 빡세게 굴렀나 확인 좀 해볼까?”
“말도 마라, 자동차가 왜 국가 산업의 척도인지 알겠더라. 뭔가 문제를 해결하려니 끊임없이 부품개수가 늘어나.”
짜식, 70년대 자동차 가지고 엄살은.
21세기로 가면 자동차 부품 개수가 3만 개를 훌쩍 넘긴다.
“이야, 엄살을 부린 것 치곤 훌륭한데?”
현장에 도착하니 SUV 시제품이 떡 하니 놓여 있었다.
“엄살이 아니라 최선을 다한 거야.”
삼복이가 자신 있게 보여줄 만 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보닛이 제대로 안 닫힐 정도로 어설픈 면도 있었지만 엔진과 조향 장치처럼 중요 부품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시제품을 굴려보면 자잘한 문제점이 엄청 드러나겠지만 이제 SUV 디자인은 확정되었기에 완성도를 높이는 시간싸움 영역으로 들어간 거다.
“개발자 여러분들, 그리고 AMC 기술진 여러분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SUV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일만 남았군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품은 개발보다 양산이 훨씬 어렵다는 거, 다들 아시죠? 깔딱고개에 도착했으니,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이건, 오늘 하루 다 같이 모여 화이팅하는 데 쓰십시오.”
“와아아아! 금일봉이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내가 개발자 대표로 있던 주영길 과장에게 돈 봉투를 건넸더니, 훅하니 포옹으로 답했다.
아직 표정이 생생한 거 보니 SUV 프로젝트는 무난히 성공할 것 같았다.
내년도 상반기까지만 SUV 모델이 나오면 큰 문제없을 것이다.
튼튼한 패밀리카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으리라.
좋아하는 직원들을 보니 더 마음이 복잡해졌다.
일단 상황부터 알아보자.
***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서울로 향했다.
그리곤 정부청사 근처의 다방으로 염원철 수석을 불러냈다. GM을 만나기 전에 정부 입장부터 알아보는 게 먼저였다.
“바쁘신데, 불러내서 죄송합니다.”
“무슨 말씀을요, 우 사장님이 부르시면 천릿길도 달려와야죠.”
“감사합니다. 여하튼, 제가 자리를 비웠을 때 신진자동차 건으로 이삼복 전무를 청와대로 불렀다고 하더군요. 기다렸다가 저랑 논의하시지 그러셨습니까.”
“저야 그러고 싶었죠. 하지만, 7광구 건이 우선이라 신진자동차 건은 우 사장님과는 별도로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그게 별도 처리가 됩니까? 염 수석님답지 않습니다. 게다가 대통령님과 독대를 하는 거면 저를 부르셔야지 최종 결정권이 없는 이 전무를 부르시면 어찌합니까?”
“솔직히, 뭐… 각하께서야 우 사장님을 부르고 싶겠습니까? 불러봐야 마음껏 호통도 못치실 텐데 말입니다.”
염 수석의 너무 솔직한 대답에 내가 잠시 움찔할 정도였다.
무소불위의 권력자인 대통령도 이제 날 마음대로 못하는군.
최소한 목숨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
분위기만 잘 맞추면 이제 대통령과도 딜할만한 상황이 되었다는 뜻이다.
“호통이든 뭐든, GM과의 50대 50 합작은 불가합니다. 아니, 그보다 정부가 GM의 합작 프로젝트를 지원하게 된 배경부터 좀 알아야겠습니다.”
벌써 GM이 지분 수집에 나섰다고 하니 내가 한발 늦은 거다.
신진을 두고 경쟁자가 나타날 거라곤 예상 못한 탓이다.
내가 지금 나서봐야 지분을 몇%나 차지하겠나.
블록딜처럼 매입이 쉬운 지분은 죄다 GM이 차지했을 텐데 말이다.
괜스레 지분 매입에 나섰다간 신진자동차 때문에 대세자동차마저 수렁에 끌려들어 가게 된다.
게다가 GM이 5000만불이나 투자해 신규 공장을 짓는다지 않나.
합작이든, 지분 매입이든 뭘 선택해도 내 스스로 GM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꼴이다.
자동차 기술과 자본력에서 현재로선 GM의 상대가 될 수 없다.
“그게 저희도 참 이상합니다. 밑도 끝도 없이 GM이 상공부를 찾아와서는, 우리나라에 대규모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미국 정부에 대한 로비까지 적극 돕겠다고 나서는 게 아니겠습니까? 대세와 합작하는 조건으로 말이죠.”
“로비라고요?”
“이것 참… 말씀드리기가 힘든 게 있습니다. 최근 데탕트 국면에서 우리 정부도 미국의 지지가 필요한 일이 있어서…”
나지막이 숨까지 죽이며 얘기하는 걸 보니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한창 대통령은 7.4 남북공동성명을 준비하고 있겠네.
대통령은 닉슨 독트린 이후 데탕트를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가 아닌 위기로 판단했고, 국제 사회의 눈을 한반도로 집중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런 상황에 미국의 지지는 아주 중요하지.
정부로선 해외 투자금도 유치하고, 미국의 정치적 지지도 얻어내고, 신진자동차의 경영정상화까지 노릴 수 있으니, GM의 제의를 받아들이는 건 당연했겠다.
“이거 참, 정부 입장이 이해는 되지만 섭섭하기도 하군요. 신진자동차를 인수해달라고 제게 부탁하실 때는 언제고, 이렇게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시다니요.”
“휴우, 죄송합니다. 그래도 한국기계는 좋은 조건으로 매입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국가 전체로 보면 GM과 대세의 합작은 큰 호재인 데다, 우 사장님의 수출 전선에도 도움 될 일이 아닙니까.”
정부로선 거절 못할 거래였다는 뜻이군.
체면치레는 한국기계로 한거고 말이다.
결국 정부도 GM의 속내까진 모르니, 내가 직접 접촉해보는 수밖에 없겠다.
“알겠습니다. 제가 GM과 접촉해보겠습니다.”
“부디 성공적인 합작을 하시길 바랍니다. 여기 GM 한국 지사장의 명함입니다.”
염 수석은 정중하게 합작을 권했다.
GM 지사장 명함까지 챙겨주면서 말이다.
GM과 성공적인 합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GM은 인수합병에 정말 진심인 회사거든.
처음엔 단순히 협력관계로 시작한다고 해도, 결국 대세자동차가 먹히기 마련이다.
“고맙습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우 사장님, 살펴 가십시오.”
염 수석은 남은 쌍화차를 한입에 털어 넣고는 훅하니 청사로 돌아갔다.
염 수석으로선 할 만큼 한 거다.
문제가 안 되는 선에서 최대한 대통령의 속내를 알려주었으니 말이다.
나는 명함의 전화번호로 미리 연락을 하고, GM 한국 지사로 향했다.
벌써 서울 사무실을 마련해두다니 놀라웠다.
***
GM 한국 지사.
“어서 오십시오. 우 사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지사장님.”
딱 봐도 지사장으로 보이는 이가 건물 앞까지 마중을 나왔다.
“브라이언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직접 찾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올라가시죠.”
브라이언은 한껏 공손하게 나를 맞이했고, 단둘만 사무실에 자리 잡았다.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보죠. 신진자동차를 인수… 아니, 우리와 합작하려는 이유가 뭡니까?”
정문에서 인사치레는 했으니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GM이 원하는 건 나와의 합작이 분명했다.
GM이 신진자동차 인수에 나선 건, 정부가 내게 합작을 압박하도록 만드는 지렛대역할에 불과했다.
“뭐, 별거 아닙니다. GM이 대세자동차의 미국 시장진출을 도와드리려는 겁니다.”
뭔 개소리야? 돕긴 뭘 도와.
비즈니스 세계에서 순수한 호의가 어디 있어?
“우리 둘 다 말장난으로 낭비할 시간은 없을 것 같군요. 난 GM의 진의를 듣고 합작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직접 찾아온 겁니다.”
“좋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죠. 저희가 AMC 합병을 시도하던 중 대세자동차를 알게 되었습니다. 즉, SUV의 존재를 알고 난 뒤로는 대(對)아시아 시장 전략까지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 AMC 이 머저리들!”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신제품 개발은 정보 보안이 생명인데.
“아, 오해는 마십시오. AMC를 퇴사한 매니저급으로부터 얻은 비밀이니까요. 이 일로 법정 다툼까지 갈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신사적으로 우리 GM과 대세가 합작해서 SUV를 세상에 내놓는 게 어떤가 제안할 뿐입니다.”
AMC 매니저급들이 자리를 옮기나보군.
하긴 지금 AMC 상황이 어렵긴 하지.
미국 시장 점유율이 불과 5% 안팎인 데다, 지프차를 팔아서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비밀 유지 각서까지 쓴 프로젝트를 이렇게 쉽게 유출해?
차라리 SUV로 대박쳐서 몸값이라도 올린 뒤에 이직을 하든, 회사를 팔아먹으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말이다. AMC 이거, 내부가 다 썩었네.
“너무 하시네. 세계 1등 자동차 회사가 한낱 후진국 자동차 신모델을 탐내다니요.”
불법적으로 정보를 빼내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이런 말을 내 앞에서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GM이 대세를 하찮게 보는 것이다.
여차하면 자신들이 SUV를 개발하겠다는 뜻이었다. 디자인 특허는 회피 방법이 정말 많거든.
누구나 인정하는 딱정벌레 디자인이나, 유명 슈퍼카 정도는 되야 디자인을 지킬 수 있다.
“합작하시면 디젤 모델의 아시아 판매권을 보장해드리지요. 대신 가솔린 모델에 대해선 저희가 기술을 제공하고 판매권도 행사하겠습니다. 같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해보시죠. 저희가 적극 기술과 마케팅을 지원하겠습니다.”
은근슬쩍 내 영역을 아시아 시장으로 축소했다.
얼마나 대세가 하찮게 보였으면, 선심 쓰듯 디젤 모델에 대해서만 아시아 판권을 준다고 하나.
결국 GM은 대세와의 합작을 핑계로 SUV 개발을 선점하고 싶고, 그와 더불어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한국을 전진기지로 삼으려는 거네.
어쩐지 5000만불짜리 신규 공장까지 세운다더니, SUV 전문 생산 공장이었겠군.
인건비가 싼 한국 공장으로 일본 자동차 회사를 견제한다는 전략도 포함되었으리라.
GM의 입장에선 대세자동차가 여러모로 탐나는 먹잇감으로 보였을 것이다.
기분이 더러웠다.
내가 글로벌 회사들과 경쟁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 조건이라면 합작이라고 쓰고, 합병이라고 읽어야겠군요.”
“저희가 SUV를 개발할 능력이 되지 못해 이런 제의를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대세자동차에도 이건 기회가 될 겁니다. GM의 품에서 독자 브랜드로 성장하십시오.”
내 말에 브라이언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독자 브랜드라… 말이 좋지, 결국 SUV 디자인을 합법적으로 빼앗기는 거다.
모르는 사람들이야 지프차 디자인에서 고작 스페어타이어만 숨기는 걸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고 하겠지만, 그런 디자인이 대박인 거다.
말이야 정중했지만, 내가 합작을 거부하면 GM에서 자체적으로 SUV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경고나 다름없었다.
“글쎄요. 기회보단 독이 될 것 같은데 말이죠.”
“한국의 기술로는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 GM이 한국에 투자할 때의 이익을 생각해 보십시오. 망해가는 기업도 살리고, 신규 일자리도 생기니 한국 전체에 기여하는 겁니다. 합작 비율도 50대 50입니다. 대세자동차 경영권은 독립적입니다.”
그래, 명분은 너무 좋지.
GM과의 합작을 거부하면 청와대가 나를 제 욕심만 차리는 놈이라고 압박하겠지.
명목상 50대 50합작이니, 경영권을 뺏기는 것도 아닌데 왜 합작을 안 하냐고 말이다.
그렇게 좋은 조건인데 왜 내게 직접 제시하지 않고 청와대부터 공략했겠나.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성배가 아니라 독배니 그런 거다.
“독립적인 게 아니라 독방에 갇히는 거겠죠.”
기획, 설계, 생산, 판매 등등 모든 면에서 GM의 간섭을 받게 될 거다.
시키는 대로 하청 조립이나 하고, 어찌어찌 독립 모델을 개발한다고 해도 유럽이나 북미 시장에는 명함도 못내밀 거다.
똑같은 모델을 미국 GM 본사에서 생산해서 이름만 바꿔서 출시할 테니까.
기껏 해봐야 몇 % 정도 이익 배분을 해주며 생색만 내겠지.
대세자동차를 그리 망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주류에 들어올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닙니다. 잘 생각하십시오.”
“그래요, 잘! 생각해야죠.”
나는 짐짓 웃는 얼굴로 GM 한국지사를 빠져나왔다.
GM의 전략이야 뻔하다.
정부를 앞세워 합작을 압박해보다가 여의치 않으면, SUV 개발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겠지.
AMC로부터 얼마나 정보를 빼냈는 지 모르겠지만, 디자인 컨셉은 알아냈으니 말이다.
“빌어먹을 AMC 놈들, 사업도 못하는 주제에 내부 관리도 못하다니.”
AMC와 합작해서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게 잘못된 생각이었던 건가?
차라리 내가 AMC를 합병해버릴까?
언젠가는 GM에든 크라이슬러에든 합병될 회사가 아닌가. 내게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어도 불가능한 일은 아닌데 말이다.
젠장, 고민해서 뭐하나.
내가 언제 풀 베팅을 안 했던 적이 있었나.
< 231 : 풀 베팅 > 끝
ⓒ 푸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