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33)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33화(233/589)
< 233 : 다른 그림 >
난 연구원들에게 터보차저 기본 개념만 알려주고 연구소를 떠났다.
연구원들이 시제품을 만들고 각종 부품에 대하여 문제점을 도출할 시점에 다시 합류하면 될 것이다.
터보차저를 제대로 만들려면 10만 RPM 이상의 회전량과 600도 이상의 고온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하기에, 단기간에 완성할 수 없는 기술에 대해선 내가 미래 기술을 좀 알려줘야 할 테니까.
난 플랜트쟁이지, 자동차 업계 출신이 아니기에 터보차저의 대략적인 기술만 알고 있을 뿐 세부적인 문제까지 해결해줄 수는 없다.
연구원들이 스스로 문제점을 도출하고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연구원들은 고정관념 없이 개념만으로 터보차저를 만드는 것이기에, 오히려 나보다 훨씬 세련된 제품을 만들어낼 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희망을 품고 미국 출장을 준비했다.
출장 준비라고 해봐야 별거 없었다.
차분히 사무실에 앉아, 빌 베인 사단이 건네준 자료를 꼼꼼히 검토해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AMC 사장을 만나 딜을 할 때, 합병할 테니 잠자코 회사를 내놓으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대세의 재무상황은 물론, AMC의 재무상황과 부문별 가치를 따져야 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알짜배기 공장만 솎아서 인수해야 하는 것이다.
현명한 쇼핑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제품에 대하여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는 게 우선이니까.
***
이틀 뒤,
“휴우… 이거 원…”
빌 베인 사단의 자료를 검토할수록 한숨만 나왔다. 이대로는 도저히 답이 없었다.
따르릉. 따르릉.
“빌 베인 실장, 잠시 올라와요.”
<예, 회장님.>
나는 빌 베인을 사무실로 불렀다.
툭.
“베인 실장, 이게 대체 뭡니까?”
나는 화가 나서 여태 올렸던 보고서를 모두 빌 베인 앞으로 내던졌다.
“회장님께서 요청하신 대로 취합한 정보입니다. 그 정보를 두고 AMC 합병 전략에 대해서 저희가 최대한 머리를 맞대어 논의한 결과입니다.”
“이게 대세가 자랑하는 싱크 탱크에서 나온 전략이란 말입니까? 합병을 어찌해야 하는지 물었는데,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된다는 말밖에 없지 않습니까?”
“저희도 AMC의 경영이 이처럼 방만한 줄은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합병을 해야 하는 지부터 의문이 들기 시작하니, 회장님 마음에 드시는 전략을 구상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AMC의 특허 포트폴리오와 전세계 판매망이다. AMC를 합병하지 않고서 그걸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나.
“솔직하다고 칭찬해줘야 하는 겁니까? 그런 하나마나 한 얘기를 들으려고 내가 비서실에 그런 막강한 권한을 주고 있는 게 아닙니다.”
나는 여태 빌 베인에게 단 한 번도 이런 힐난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니, 할 필요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다시 검토를…”
“다시 검토하라고 부른 게 아닙니다. 시간 없으니 털어놔 봐요, 대체 내게 제안하기 껄끄러운 방법이 뭡니까?”
“회장님…”
“시간 없다고 했죠. 베인 실장이 그 정도 인물이라면 내가 뽑지도 않았습니다.”
내 말에 빌 베인이 흠칫 놀랐다.
빌 베인은 세계 3대 컨설팅 회사의 총수였다.
이 정도 문제를 못 풀 사람이 아니다.
설령 AMC가 인수할 가치도 없는 깡통 회사라고 해도, 그 와중에 알짜배기를 뽑아냈을 것이다.
뭔가 위험한 도박 같은 전략이 있는 거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변수를 모두 점검할 수 없어 보고를 망설였던 것이다.
“그럼, 이런 방식은 어떻습니까?”
내 말에 빌 베인은 굳은 표정으로 품에서 얇은 보고서를 꺼내 내밀었다.
아마도 빌 베인 사단 내에서도 찬반이 오가는 작전이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본토 공략은 어려우니, 변방부터 공략하자는 겁니까?”
첫 페이지만 읽어봐도 놀라웠다.
“그렇습니다. 대세의 성향에 맞지 않는 한발 물러나는 전략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고 여겨집니다.”
자칫하면 돈 낭비가 될 수도 있는 전략이었다.
마치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상대에게 본진을 내주고 그곳이 죄다 털리기 전에 멀티 기지를 본진만큼 키워서 판세를 뒤집자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전략, 베인 실장이 냈군요.”
“예, 그렇습니다.”
“대세에 대한 믿음이 대단하군요.”
“GM이 알아서 AMC의 악성 종양을 싹 제거하면, 그때 회장님께서 AMC의 진짜 주인으로 나서시면 됩니다. 대세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악역은 GM이 하고, 나는 표면적으로나마 백기사 역할을 하는 모양새였다.
빌 베인 사단에서 오직 빌 베인만이 이 전략을 지지했겠군.
다른 이들은 GM에 맞서 AMC를 인수하면 손해가 막심할 거라 예상했을 것이고 말이다.
“좋군요. 내가 미국에 가서 최종 결정하죠.”
나는 빌 베인의 보고서만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이 보고서만 정독해도 될 것 같았다.
“회장님, 제가 모시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빌 베인은 이번 출장에 동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한국에서 몇 번 인수합병을 하긴 했지만, 이처럼 본격적인 인수합병은 처음이니까.
“AMC는 내게 맡겨요. 오히려 베인 실장이 가야 할 곳은 다른 곳이 아니겠습니까? 결정되면, 내가 텔렉스 치죠.”
“예,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빌 베인은 일어서는 내게 깍듯하게 인사했다.
마치 무운이라도 비는 것처럼 말이다.
****
미국, 피츠버그.
나는 피츠버그에 도착해 호텔에 짐을 풀고 잠시 로비에서 숨을 골랐다.
잠시 기다렸더니, 입구에서 헛슨이 나타났다.
그는 본사 상황을 파악한다며 나보다 빨리 미국으로 출발했었다.
“헛슨, 여깁니다.”
“아, 우 사장님.”
내가 호텔 로비 소파에서 헛슨에게 손을 흔들자, 후다닥 달려와 내 맞은 편에 앉았다.
“본사에서 뭔가 알아낸 것은 있습니까? 채핀 사장을 만나기 전에 들어보고 싶군요.”
“예, 대략적으로나마 어떻게 정보유출이 되었는지 알아냈습니다.”
헛슨의 표정을 보아하니, AMC 본사에서도 해당 이슈를 쉬쉬하는 모양이었다.
“말해보십시오.”
“일단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는 상황입니다. GM이 본사를 합병하려고 지분 매입에 나섰는데, 부사장이 채핀 사장을 배신한 것 같습니다. GM으로부터 차기 사장 자리를 약속받고, 보유한 지분은 물론 본사의 기밀이란 기밀은 죄다 갖다 바친 모양입니다. 빌어먹을 새끼.”
“AMC 부사장이 배신을 했다고요?”
어이가 없었다.
최측근이 내부 총질을 한 격이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니, 채핀 사장도 지금 패닉 상태겠군.
나로서는 나쁘지 않은 소식이었다.
다행히 SUV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이 유출되었을 가능성은 적었다.
기껏 해봐야 채핀 사장이 부사장과는 SUV 컨셉을 앞에 두고, 대세와 합작 프로젝트를 할지 말지를 논의했을 테니까 말이다.
만약 SUV와 직접 연관되는 연구소장이나 아시아 사업부장이 GM에 넘어갔다면 훨씬 더 위협적이었을 것이다.
“좋아요, 헛슨. 내가 채핀 사장을 만나 상황을 알아볼 테니, 당신은 보호해야 할 동료가 누구인지 생각해두십시오.”
“보호해야 할 동료라고요?”
“AMC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되면 대세자동차로 옮기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설마, 혼자 올 셈이었습니까?”
“헉! 정말 받아주시는 겁니까?”
“내일 이 시간에 여기서 다시 만나도록 합시다. 그때 논의하죠.”
“예, 사장님. 감사합니다.”
대세자동차에 오겠다고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만약 그런 사람이 꽤 된다면, 헛슨은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리더라는 증거이며 그의 동료들도 꽤 괜찮은 사람일 것이다.
미국 자동차 엔지니어가 한국 자동차 회사로 이직한다는 발상 자체가 웬만한 승부사 기질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몇년만 지나면 평생을 두고 자랑할만한 선택이 되겠지만 말이지.
나는 곧바로 호텔을 떠나 AMC 본사로 향했다.
***
AMC 본사, 로비.
“어서 오십시오. 우 사장님.”
“채핀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사건이 사건인 만큼 반갑다고는 할 수 없겠군요.”
“면목 없습니다. 로비에서 이럴 게 아니라, 사무실로 들어가시죠.”
채핀 사장이 로비까지 마중 나왔지만, 나는 딱딱한 표정으로 악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에 들어와서도 나는 자리에 앉아 한참 동안 그를 쳐다만 보았다.
“유감입니다. 우 사장님.”
결국 채핀 사장이 내게 사과를 했기에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정보 유출이 사실인 모양이군요.”
“예, 다 알고 오셨을 텐데 뭘 숨기겠습니까? 저희가 부사장의 배신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상황은 GM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지분을 14%나 뺏겼고, GM에 붙은 대주주까지 합치면 적대 지분이 22%는 족히 될 겁니다.”
“채핀 사장님, 적대 지분이 22%나 될 때까지 몰랐다는 겁니까?”
빌 베인 사단이 혀를 찼던 이유가 있었군.
경영이 방만한 정도가 아니라, 제 밥그릇도 못 지켰다는 말이지 않은가.
세부적인 제품 전략이나 시장 조사를 제대로 했을 리가 없을 것 같았다.
“참담한 심정입니다. 조만간 이사회가 개최되면 저는 더 이상 사장으로 불리지도 못할 겁니다. 아버지가 세운 회사에서 아들이 쫓겨나다니…”
채핀 사장은 비통하다는 듯 울분을 토했다.
높은 데서 시작했다는 걸 알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진 것만 분통 터져 하다니, 경영자로선 빵점에 가까운 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신당했다는 생각 때문인지 입술에 피가 배일 정도로 잘근잘근 씹었다.
부잣집 도련님일수록 남에게 뭔가를 뺏기면 더 큰 고통을 느끼지.
어른이 될 때까지 남에게 뭔가를 뺏겨본 적이 없었을 테니까. 어이없게도 채핀을 배신한 부사장의 마음이 이해될 정도였다.
예전에 별장에서 보았던 당당한 모습은, 아버지에게 배웠던 접대용 자세였던 건가?
이 자 밑에서 굴렀던 AMC 직원들이 불쌍해서라도, 내가 주인이 되어줘야겠다.
“그래서 어찌할 생각입니까?”
“GM이 공격한다고 잠자코 잡아먹히길 기다릴 순 없죠. 지분 매입으로 경영권 방어에 최선을 다해봐야지 않겠습니까?”
이런 경우 GM과 채핀 사이에서 블록딜을 노리는 대주주들이 떼돈을 벌기 마련이다.
시중 주가도 뛰기 시작할 테니, 투기 자본도 끼어들 테고 말이다.
이런 판에 잘못 끼어들다간 AMC를 인수하자마자 주가 폭락으로 파산할 수도 있다.
빌 베인 사단이 우려했던 시나리오다.
절대 그따위 저질스러운 지분 싸움에 발을 들여선 안된다.
“하아… 제가 어째 도와드릴 방법이 있습니까?”
나는 심호흡을 하고 미끼를 던졌다.
“헉! 우 사장님이 절 돕겠다고요?”
아니나 다를까, 채핀 사장은 단박에 내가 던진 미끼를 물었다.
예전 같으면 채핀 사장이 피식 웃고 말았겠지만, 나도 이제 유전을 3개나 보유한 대형 물주다.
내가 조선, 정유, 제철에 미친듯이 투자하고 있기에 여유자금이 빠듯하다는 걸 채핀 사장이 알 리가 없지 않나.
“내가 원하는 것은 AMC의 특허 포트폴리오와 판매망입니다. 그에 반해 채핀 사장은 지분을 확충할 돈이 필요하겠죠. 서로 가진 걸 맞바꾸면 되지 않겠습니까.”
지분 싸움이야 말 그대로 현금 박치기 아닌가.
“어찌하면 맞바꿀 수 있을까요? 제가 이사회의 승인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미리 돈을 당겨주시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만…”
돈을 빌려달라고?
그럴 순 없지. 밑 빠진 독에 물을 왜 붓나?
“저도 개인 돈이 아니라 법인의 돈이기에 함부로 빌려드릴 순 없습니다. 다만 방법을 찾으면 있긴 할 것 같은데…”
“방법이 뭡니까?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캐나다에 공장이 있더군요. 사장님이 AMC를 물려받으실 때 지주회사로 이용했던 AMC 캐나다말입니다. 제가 그걸 매입하는 방식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 윈저 공장!!!!”
내가 AMC 캐나다를 언급하자 채핀 사장은 무릎을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AMC 캐나다는 토론토 외곽의 윈저 지역에 세운 생산 공장으로 당연히 독립법인이었다.
“AMC 캐나다의 지분은 100% 채핀 사장님 소유더군요. AMC 캐나다는 법인 명의로 AMC 지분의 10%를 가지고 있고 말이죠.”
나는 AMC 캐나다를 매입해서 백기사 역할을 해주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채핀 사장은 AMC 매각 대금으로 지분 싸움을 위한 총알을 마련하는 셈이고 말이다.
“그렇죠! 그렇죠! AMC 캐나다를 우 사장님께서 매입해주신다면 저는 경영권을 지킬 수 있습니다.”
“가격이 문제겠지요. 가동률이 30%에 불과하고 시설은 낡은 데다 매년 적자이지 않습니까?”
채프 사장의 지분 유지를 위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유지했던 회사였기에, 그 또한 방만한 경영의 극치라고 하겠다.
“그래도, 포괄적 특허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AMC의 모든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권리까지 가지고 있지요.”
“그걸 탐내는 사람이 저 말고 또 있을까요? 그건 인수대금을 올릴 이유가 되진 못합니다.”
“최근 불경기라 공장을 제대로 못 돌렸을 뿐, 충분히 가치있는 공장입니다. 캐나다 정부로부터 세금 우대를 받는 조건이 있는데… 아, 잠시만요.”
채핀 사장은 자신의 캐비닛을 마구 뒤지더니 계약서 뭉치를 들고 나왔다.
“여기 보십시오. 캐나다 정부와 협의한 사항입니다. 법인세와 관세를 깎아주고, 주변 공장 부지도 1달러에 30년간 임대, 직원 채용시 1인당 10달러씩 매달 보조금까지 지급한다지 않습니까.”
참나, 이런 파격적인 조건인데 가동률이 고작 30%밖에 안된다고? 한심한 양반아…
짐짓 굳은 얼굴로 표정 관리를 해야 할 정도의 호재였다.
“좋은 조건이군요. 하지만, 내가 제시할 수 있는 최고 매입가는 5000만 달러입니다.”
“그런 헐값에 매각할 수는 없습니다. AMC 캐나다에 투자한 돈만 1억 2천만 달러입니다.”
“5년 전에 투자한 가격이죠. 그동안 장비는 낡았고, 제대로 가동하려면 부가 비용도 만만찮을 겁니다. 게다가 내게 빚이 있지 않습니까?”
“빚… 빚이라고요?”
“정보 유출은 이렇게 슬쩍 넘어갈 셈입니까? 이 상황에서 소송까지 시작되면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겠습니까?”
“하아…”
내 말에 채핀 사장은 한숨을 내쉬며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사무실에서 대화를 시작할 때, 채핀 사장의 유감스럽다는 알량한 사과에 내가 크게 화를 내지 않았던 이유다.
“제가 사장님을 도와드리려고 하는 겁니다. 솔직히 여태 AMC 캐나다를 팔아치우려고 무던히 애를 쓰지 않았습니까? 내게 넘기시죠.”
어떤 미친놈이 가동률이 30%도 안되는 공장을 사겠나?
다른 그림이 있지 않은 한 말이다.
< 233 : 다른 그림 > 끝
ⓒ 푸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