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34)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34화(234/589)
< 234 : 현장 감각 >
“좋습니다. 5000만 달러 일시불이라면 AMC 캐나다를 넘겨드리지요. 그러면 AMC 캐나다가 보유한 AMC 본사의 지분도 인수하시겠습니까?”
“제가 인수할 이유가 있을까요? AMC 캐나다 인수조건으로 채핀 사장님에게 지분을 돌려주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기하죠.”
인수합병전으로 거품이 가득 낀 AMC 지분을 지금 인수할 이유가 없다.
지금 시세로 10% 지분을 인수하려면 1억불은 족히 줘야 할 텐데, 남는 장사가 전혀 아니다.
지분싸움이 GM의 승리로 끝나면 AMC 주식 가치는 폭락할 테고, 오일쇼크가 닥치면 그 하락폭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하긴 지분까지 인수해가며 백기사 역할을 해달라고 하기는 무리겠지요.”
“5000만 달러 정도가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 정도면 그래도 꽤 지분을 매입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지분 싸움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정중하게 선을 그었다.
내가 빌 베인을 대동하지 않은 이유다.
베인을 데려왔다면 그는 어떤 수단을 쓰던지 AMC 지분 10%를 매입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걸 발판으로 장기적으로 지분을 늘려 AMC를 합병하려고 했겠지.
하지만 나는 AMC의 미래를 알고 있다.
처음 GM이 AMC를 인수합병하려고 하니 프랑스의 르노가 백기사로 등장하고, 그 와중에 크라이슬러마저 AMC 인수전에 끼어들면서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다.
결국 해당 인수합병전은 오일쇼크를 거치며 미국 자동차 업계 전체의 주가가 곤두박질침에 따라, 참여자 모두가 재정적으로 치명타를 입게 된다.
결국 AMC는 오일쇼크 이후로 제대로 된 이사회도 꾸미지 못하고, 빈사상태로 지내다가 크라이슬러에 합병된다.
결국 미국 자동차 회사들끼리 땅따먹기를 하다가, 일본 자동차 회사에 안방 시장을 내놓게 되는 빌미만 제공하게 된 셈이었다.
그런 미래를 아는 나로선, GM과 AMC가 서로 물고 뜯게끔 내버려 두는 게 가장 상책이었다.
오일쇼크로 코너에 몰린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악성 자산을 정리할 때 제일 먼저 AMC의 판매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되리라.
그때를 노리면 헐값에 판매망을 얻을 수 있다.
제일 중요한 특허 포트폴리오 확보는 AMC 캐나다의 매입으로 해결되었고 말이다.
빌 베인은 내 결정에 지금 당장에야 무척 아쉬워하겠지만, 몇 년만 지나면 10% 지분 인수를 거절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공감하게 되리라.
빌 베인에게 미래를 알려주며 설득할 순 없기에 독단적으로 지분 인수를 거절하고 통보하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계약은 어떻게…”
“제게 표준 계약서가 있습니다.”
나는 준비해 간 계약서에 쓱쓱 서명하고 5000만불 짜리 수표도 끊어서 계약서 위에 올렸다.
“크흠, 저도 서명하도록 하죠.”
수표에 눈이 돌아간 채핀 사장이 계약서는 읽는 둥 마는 둥하며 서명을 서둘렀다.
“잠깐. 채핀 사장.”
“왜, 그러십니까?”
“여기 특약 사항을 읽어 보십시오. 한국에 파견했던 헛슨을 비롯하여 AMC 캐나다로 이동을 원하는 직원들이 있다면 저희가 채용하고자 합니다. AMC 캐나다를 정상화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나는 채핀 사장의 손을 막고 특약 조건을 짚어주었다. 이건 알려줘야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뭐, 어찌 보면 당연한 요청이시군요. 그리 하시죠. 그런 촌구석에… 아니, 근무지를 옮기고자 하는 직원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특약에도 불구하고 채핀 사장은 즉각 서명했다.
채핀 사장은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게 먼저라 직원 이동에 대해선 신경도 쓰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5000만불 짜리 수표로 한시라도 빨리 지분을 매입할 생각밖에 없을 것이다.
“깔끔하군요.”
우리 둘은 계약서를 한 부씩 나눠 가지며 악수를 했다. 자그마치 5000만불짜리 악수였다.
5000만불짜리 공장을 현지답사도 하지 않고 구매를 하다니, 어찌 보면 미친 짓이나 다름없는 거래를 한 것이다.
“제가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5000만 달러라는 가격에 해당 공장을 내놓진 않았을 겁니다. 모쪼록 싸게 구매하셨으니, AMC의 아군으로서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야죠.”
AMC 본사로부터 부품만 구매해줘도 큰 도움이 되겠지. 그래, 좋은 관계는 유지하자고.
AMC가 GM과 지분 싸움을 하는 와중에는, 부품도 사다 쓰고 SUV를 출시할 때 AMC의 판매망을 빌려 쓸 수도 있을 것이다.
AMC 캐나다가 위치한 윈저와 미국 디트로이트는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니, 관세를 제외하면 물류비용도 저렴한 편이었다.
게다가 캐나다 정부로부터 세제 혜택을 받는 걸 생각하게 되면, 직접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남는 장사가 될 수도 있다.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호텔로 돌아가, 빌 베인에게 텔렉스를 날렸다.
「AMC 캐나다 인수 완료, 캐나다 정부와 AMC 캐나다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것」
빌 베인은 내 업무 지시를 받자마자 캐나다로 날아갈 것이다.
빌 베인 사단을 이끌고서 말이다.
***
다음날, 호텔 로비.
“사장님, 말씀대로 데려왔습니다.”
“아니, 이렇게나 많은 분이…”
“자기 분야에서만큼은 누구보다도 전문가라고 자신하는 동료들입니다.”
헛슨은 내 예상을 훌쩍 넘어 엔지니어를 수십 명이나 데려왔다.
컨퍼런스라도 열린 것처럼 호텔 로비가 북적거렸다.
“대세자동차에 합류한 거 축하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 사장님.”
엔지니어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이름과 전문 분야를 확인했다. 엔진/판금/도장/전장/신뢰성 등등 온갖 부문의 엔지니어들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대세자동차에 딱 필요한 사람들을 골라왔는지 고맙기 이를 데 없었다.
순순히 합류한 것처럼 말하지만, 헛슨이 최선을 다해 대세자동차로 합류하도록 설득했겠지.
한국행이 아니라, AMC 캐나다로 옮기는 것이니 거부감이 덜 했을 수도 있다.
여하튼 AMC 베테랑들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기뻤다.
“이미 인수계약은 했고, 이동을 원하는 이들은 모두 수용하기로 채핀 사장과도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오늘 당장 AMC 캐나다로 근무지 변경을 하기 바랍니다.”
“아, 그렇습니까?”
헛슨은 일이 이렇게 빨리 진행된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세자동차에 합류한 여러분들은 엄청난 기회를 잡은 겁니다. 내가 장담하죠.”
“와아아아아!”
내가 자신 있게 말하자, 기술자들은 환호로 답했다. 솔직히 이런 베테랑들이 AMC를 떠날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AMC에 망조가 든 거다.
회사는 돈이 아니라, 사람으로 굴러간다.
굳이 GM의 공격이 아니었다고 해도 몇년만 지나면 스스로 무너졌을 회사였던 것이다.
“헛슨, AMC 캐나다로 날아가서 빌 베인 비서실장이 도착하면 업무를 돕도록 하십시오. 이래저래 기술적인 조언이 많이 필요할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비서실도 곧 캐나다로 합류할 거라고 하니, 더욱 표정이 밝아졌다.
나는 AMC 베테랑들의 배웅을 뒤로 하고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업무에서 배제했던 광주 공장의 AMC 엔지니어들도 소속을 결정한 뒤 업무에 복귀시킬지 여부를 판단하면 될 것이다.
***
김포공항,
“찬수 씨!!”
“하하, 마중 나온 건가요?”
“약속했었잖아요.”
“이리 반겨주다니, 고마워요.”
내가 탄 비행기 시간을 어찌 알았는지, 페기가 공항으로 마중을 나왔다.
“GM에서 원치 않는 합작 제의가 왔다고 들었는데 괜찮나요? 집안에 도움을 요청해볼까요?”
차 안에서 페기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뇨, 다 잘 처리하고 왔으니 걱정할 필요 없어요. 잘 될 겁니다.”
지금 장인 돈으로 AMC 지분을 매입해봐야 손해만 본다. 느긋하게 기다리면 시간이 알아서 AMC 인수 비용을 대폭 깎아줄 것이다.
“아, 괜한 걱정을 했군요.”
“마음 써 줘서 고마워요. 그보다 이왕 나온 김에 같이 식사나 할까요?”
“마중 나온 보람이 있네요.”
공항에 도착하면 다음 일을 처리할 생각에 늘 마음이 바빴는데, 페기 덕분에 AMC 캐나다 인수를 축하하며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다음날, 대세조선.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창원연구소로 가서 터보차저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대세조선의 플로팅도크 점검이 먼저였다.
어차피 심재홍 과장을 비롯한 연구원들에게도 시간이 조금은 더 필요할 것이다.
모든 일을 내가 해결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기에 맡길 건 맡기고 나는 내 할 일을 하는 게 이성적이었다.
솔직히 요르단, 바레인, 사우디에 펼쳐놓은 각종 건설사업은 아버지와 프로젝트 매니저들에게 일임했음에도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지 않나.
오히려, 나는 대세의 메인인 조선과 플랜트를 챙기는 게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무엇보다 플로팅도크를 빨리 셋업 해야 뭉텅이 돈이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물들어 올 때 노를 바삐 저어야 한다.
물 들어올 사업에만 신경 쓰면 돈이 마른다.
“천천히! 천천히!”
“우로 50cm만 더! 50cm! 천천히!”
아니나 다를까, 조선소 야드로 들어서자마자 직원들의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자전거를 타고 야드를 가로지르며 직원들의 함성을 듣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앗, 사장님. 오셨습니까!”
플로팅도크 셋업 현장으로 나아갔더니, 단충기 차장이 나를 발견하고 뛰어왔다.
“이야, 해상 크레인을 정말 잘 쓰는데요? 설마 벌써 플로팅도크로 블록을 옮기는 겁니까?”
“안 그래도 보고드리려 했습니다. 플로팅도크의 앵커 고정이 전부 완료되었고, 환경안전팀도 확인을 마쳤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준비가 다 된 모양이군요.”
“예, 아직 베테랑들만 출입하긴 합니다만 시범삼아 블록 조립도 해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단 차장은 나를 플로팅도크로 안내했고, 능숙하게 간이 접안 시설에 걸쳐진 철재 계단을 타고 플로팅도크로 올랐다.
역시 야드에 있는 것들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 몸으로 접하면 정말 크다니까.
플로팅도크 위로 올라가자 정말이지 거대한 철판 위에 복잡한 선체 구조물이 놓여있었다.
“용접까지 해본 겁니까? 흔들리지 않던가요?”
“전혀 문제 없었습니다. 오히려 해상 크레인을 쓰는 게 위치를 잡기가 더 쉽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이 건조법, 정말 기가 막힙니다.”
“플로팅도크가 이렇게 흔들림이 없다니…”
원래 앵커를 제대로 박고, 메가 블록이 여러 개 얹히면 흔들림이 적어지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초반부터 육지나 다름없을 줄은 몰랐다.
대체 어떤 조치를 취한거지?
“사실은 물을 좀 채웠습니다. 만수 스펙의 딱 15% 정도를 채웠더니 이처럼 짱짱해졌습니다.”
단충기 차장이 어깨를 으쓱하며 발로 플로팅도크 바닥을 마구 굴렀다.
“오…”
듣고 보니 간단하고도 확실한 방법이었다.
그래,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덜 흔들리지.
“나중에 메가 블록이 들어오면 물을 그만큼 빼면서 조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래요! 아주 멋진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나는 단충기 차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현장으로 향했다.
흔들림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블록끼리 용접한 부위를 봐도 작업 품질은 완벽했다.
이 정도라면 광석 운반선은 건조하고도 남겠다.
부산 영도 조선소에도 소형 플로팅도크가 있으니, 같은 방법을 쓰면 구축함을 건조하는 것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
성공할 거라고 확신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셋업이 될 줄은 몰랐다.
대세 직원들의 현장 감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했다.
“이런 속도면 벌써 깍두기는 다 썰었겠군요.”
“물론입니다. 이미 소조립을 시작했고, 메가 블록을 플로팅도크로 옮길 땐 사장님 모시고 고사도 크게 지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든지요. 플로팅도크 셋업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회식은 거하게 해야죠. 돈 봉투는 두둑하게 준비하죠.”
“역시 우리 사장님이시라니까요.”
일이 힘들기만 해서야 되겠나.
간혹 사장 돈으로 고기도 먹고 해야지.
시추선 건조는 연국환 과장이 한창 엑손과 기술 협의 중이니 굳이 오늘 둘러볼 건 아니었다.
대세조선은 이제 확실히 선순환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벌써 내 눈앞에 거대한 광석 운반선이 철광석을 가득 싣고 항구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 시대를 내 기준으로 생각하지 말자.’
70년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지식의 습득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극단적으로 짧았다.
대세자동차나, 대세연구소에서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일이 진행될지도 모르겠다.
“단 차장, 우리가 크랭크 샤프트 국산화에 성공한 거 맞죠?”
“예, 사장님. 보고드린 지 한참 되었는데요.”
“거기 팀원 중에 베어링 담당자 좀 불러주세요.”
“베어링 담당… 예, 알겠습니다.”
왜 부르나 싶겠지만, 단 차장은 일단 담당자를 부르기 위해 달려갔다.
연구소에서 터보차저를 만드는 이들에게 베어링에 대해서 알려줘야지 싶었다.
10만 RPM 이상까지 고속회전하는 터보차저에는 미끄럼 베어링이라고, 일반적인 볼 베어링과는 조금 다른 베어링을 쓴다.
터보차저는 워낙 고속으로 회전하기에 내륜과 외륜 사이에 윤활유로 유막층을 형성하는 미끄럼 베어링(Sliding bearing)이 볼 베어링에 비해 마찰 감소와 냉각효율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천천히 돌아가는 선박용 크랭크축에 쓰는 베어링도 똑같은 타입을 쓴다.
선박용 베어링은 너무 커서 미끄럼 베어링이 유지관리가 쉽고 고하중을 견디는 내구성이 좋기 때문이다.
베어링 담당자를 터보차저 팀에 잠시 합류시키는 것만으로도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거다.
“아! 단 차장! 보일러 액추에이터 담당자도요!”
“예, 사장님!!!”
나는 사무실로 뛰어가는 단 차장에게 데려올 전문가를 또 보탰다.
나는 대세조선의 베어링 담당자와 액추에이터 담당자는 물론, 사방으로 전화를 걸어 대세석유화학의 윤활유 담당, 인천제철의 특수강 담당, 대세정공의 정밀주조 담당 등등 온갖 전문가들을 죄다 창원 연구소로 집합시켰다.
이왕 21세기 기술을 알려주는 것이니, 대세의 연구소답게 계열사를 넘나들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싶었다.
대세의 계열사 간 시너지는 완벽하거든.
< 234 : 현장 감각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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