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35)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35화(235/589)
< 235 : 가자, 토론토로! >
창원 연구소
“사장님, 어째 군단을 데리고 오셨습니까?”
황 소장님이 나를 마중 나와서는 깜짝 놀랐다.
연구소에 올 때는 혼자인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유독 많은 이들과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예, 터보차저 개발은 만만치 않기에 일당백의 전문가들을 데려왔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안 그래도, 심 과장과 각 팀장들이 오늘 시제품을 조립해본다고 했는데 말입니다. 같이 보면서 의논하면 되겠군요.”
“벌써 시제품을 조립한다고요?”
“시제품이라고 하긴 민망한 수준입니다. 작은 물레방아라 생각하고 일단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각자 CNC 한 대씩 잡고 몇 날 며칠 밤새워서 만들더군요.”
시제품이 아니라, 엔지니어 샘플인 셈이지만 그래도 엄청난 작업 속도였다.
심재홍 과장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으니 가능한 일일 것이다. 장비와 재원이 받쳐주니 그와 그의 동료들이 재능을 맘껏 펼치고 있었다.
나는 작업복을 갈아입고 실험실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심재홍 과장과 여러 연구원들이 탁자에 모여 상의를 하고 있었다.
“다들 열심이군요.”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심 과장이 나를 반갑게 맞이했고, 곧이어 계열사 직원들이 우르르 따라오니 고개를 갸웃했다.
서로 인사는 차차 하게 될 테니, 첫 번째 샘플부터 살피면 되리라.
탁자 위에는 정말이지 터보차저라고 부를만한 부품이 놓여 있었다.
“터보차저 개발을 도와줄 전문가들입니다. 통성명은 시제품부터 살피고 하죠. 마침, 오늘 조립해본다고 하기에 무척 기대가 됩니다.”
“기대하실 정도까진 아닐 것 같습니다. 대충이라도 한번 돌려보면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대충 돌려본다고 했지만, 심 과장의 말에는 자신감이 실렸다.
각자 최선을 다해 만들었으니 한번 돌려볼 만하다는 말을 겸손하게 하는 것이리라.
예전에 풀 죽은 목소리의 심 과장은 이제 없었다. 기계가공 마스터로서의 심 과장만 존재했다.
“첫술에 절대 배부를 수 없겠지만, 그래도 시제품이 나온 게 어딥니까? 어서 조립해서 돌려 봅시다.”
터보차저의 공기를 냉각시켜줄 인터쿨러도 달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훈수 둘 생각은 없었다.
언뜻 보기에도 달팽이 관도 그렇고 배기부의 터빈과 컴프레셔 부분의 임펠러는 정말이지 예술적으로 깎았다. 압축 효율은 기가 막힐 것 같았다.
“그럼 디젤 엔진에 장착해서 돌려 보겠습니다.”
대세가 자랑하는 2000cc 디젤 엔진에 터보차저를 장착했다.
각 배관들이 원래 달려있던 부품인양 달라붙듯 척척 조립되었다.
가히 마스터 급들이 만든 터보차저다웠다.
마스터와 같이 일하면 자신도 모르게 마스터 급이 되는 것이다.
“전원 보안경 착용! 안전 위치로!”
“안전 위치로!”
대세답게 안전부터 챙기고, 심 과장이 직접 디젤 엔진을 가동했다.
콰르르릉!!! 에에에엥~~!!!
디젤 엔진이 힘차게 돌아가자 터보차저는 그보다 훨씬 고음을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터보차저 RPM 체크!”
“98000, 100000, 110000 RPM 돌파!”
“엔진 출력 체크!”
심 과장이 연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기록했다.
21세기엔 컴퓨터로 데이터를 모으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각 연구원이 게이지를 들고 실시간으로 읽었다.
데이터 기록지가 옆에서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건 나중에 상세 분석할 일이고 일단 데이터의 추이를 파악해야 했다.
“108마력, 112, 115, 123!!!! 허헉, 130마력 돌파!!!”
“뭐야, 출력이 130마력!”
“원래 엔진보다 16%나 개선된다고?”
“우와아아아아!”
연구원들은 누가 먼저라고 하기도 전에 환호성을 질렀다.
원래 112마력짜리 엔진인데 130마력을 가볍게 넘으니 70년대 엔지니어들은 놀랄 만도 하지.
터보차저를 달면 엔진 출력은 25%쯤 개선된다.
70년대 엔진이야 개선 포인트가 워낙 많으니, 16% 정도 출력 개선이야 식은 죽 먹기지.
나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환호하기엔 아직 이르거든.
“어어? 줄어듭니다. 129, 125! 어어… 120!”
“엔진 꺼! 끄라고! 달팽이 탄다! 타!”
그도 그럴 것이 환호하던 와중에 터보차저의 몸체와 주변 배관이 제철소 강재 마냥 벌겋게 달아올랐다.
촤악! 위이이이이잉….
어찌나 급했던지 심 과장이 냉각수를 들이붓고, 디젤 엔진의 연료 주입구를 잠가버렸다.
“이게 뭐지? 이렇게 심하게 과열된다고?”
다들 당황했던지 멀뚱멀뚱 터보차저를 쳐다보았다. 실제로 인터쿨러 없는 터보차저는 대번에 녹아내릴 정도로 열이 오른다.
“600도 이상의 배기가스로 동작하는 데다, 아무리 신선한 외기(外氣)라도 해도 10만 RPM 이상으로 공기를 압축시키니 과열은 당연합니다. 공기 냉각기를 달아야 합니다. 라디에이터와 구별해서 인터쿨러라고 부르면 좋겠군요.”
기껏 공기를 압축해봐야 온도가 높아지면 공기 밀도가 낮아져 충분한 산소를 엔진으로 밀어 넣지 못한다. 그래서 출력이 최고점을 찍고 다시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군요, 사장님. 냉각기를 달아야 할 정도로 과열될 줄은 몰랐습니다.”
“단순히 냉각기만 달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고열에 계속 노출이 된다면 터보차저 신뢰성에도 문제가 생길 테니까요.”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엔진대비 터보차저의 용량이 작은 것 같습니다. 용량을 더 키우면 회전속도를 좀 낮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세정공이 제작을 돕겠습니다.”
“특수강 담당으로서 말해보자면, 배기가스에 닿는 터빈 부위는 내열 특수강으로 하고 외기가 닿는 임펠러 부위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소재는 인천제철에서 제공하겠습니다.”
대세정공과 인천제철 직원이 조언을 시작했다.
역시 각 부문의 전문가를 잘 데려왔다.
척 보기만 해도 대번에 터보차저의 크기와 소재 선정에 대한 문제점을 도출했으니까 말이다.
팀원 확정이다.
“동의합니다. 내 생각에도 터보차저 크기와 소재는 손을 봐야 할 것 같군요. 그래도 터보차저의 회전속도가 8, 9만 RPM은 되어야 공기가 제대로 압축될 텐데….”
“그 정도의 고속 회전을 견디려면 지금 같은 볼 베어링보다는 조선소에서 쓰는 슬라이딩 베어링을 쓰는 게 나아 보입니다.”
‘빙고!!!’
내가 우려를 표하자, 대세조선 엔지니어가 대뜸 베어링 문제를 들고나왔다.
“슬라이딩 베어링이 뭔가요?”
심재홍 과장이 연구원들을 대표해서 물었다.
“내륜과 외륜 사이에 볼이 아니라 윤활유만 채워서 회전하는 베어링입니다. 고속 회전에도 부품 마모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냉각 효율도 더 좋을 겁니다.”
“내외륜 사이에 윤활유만 채운다고요? 그럼 내륜이 윤활유 위에 둥둥 떠서 회전하는 꼴이군요.”
“예, 맞습니다. 마찰이 극단적으로 줍니다.”
심 과장이 금세 슬라이딩 베어링의 핵심을 깨쳤다.
“윤활유 담당자로서 말씀드리자면, 그리스 계열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고온에서도 점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할 텐데, 제가 돕겠습니다.”
대세석유화학 윤활유 담당도 돕겠다고 나섰다.
아르주나 원유로 만든 윤활유가 제격일 것이다. 황혜성 사장에게 소량이라도 먼저 생산하자고 해야 할 것이다.
짝짝짝.
“시너지가 아주 좋군요. 각자 자기 맡은 분야에서 터보차저 개발팀을 돕도록 하십시오. 황 소장님께서 각 계열사에 협조 구해주시고요.”
“예, 사장님. 그리하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연구소에서 계열사 전반에 걸쳐 전문가를 모아 신제품을 개발하는 모범 사례를 만들어야 했다.
앞으로도 이런 프로젝트는 주야장천 이어질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저도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사장님 의견을 여쭤봐도 될까요?”
“예, 말씀하십시오. 황 소장님.”
“옛말에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터보차저가 배기가스의 힘으로 작동하는 것이니 운전자가 장시간 과속하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결국 엔진룸 전체가 과열될 테니까요. 그에 대한 방지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다시 빙고!’
역시 그랜드 마스터다웠다.
중합로를 손수 만들어본 양반답게, 뭐든 안전 허용치를 넘지 않도록 하는 대비책이 있어야 함을 잊지 않았다.
“그렇군요. 안전상 터보차저의 과도한 동작은 방지해야겠군요.”
나는 짐짓 해결책을 고심하는 척했다.
전문가를 데려왔으니, 그가 해결해야지.
“아, 그건 보일러에서 이미 해결책이 있습니다. 과도하게 배기 압력이 걸리면 액추에이터를 열어서 과급 압력을 우회 배관으로 빼도록 되어 있습니다. 제가 설계수정을 돕겠습니다.”
대세조선 보일러 담당이 대번에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뭐든 기계끼리는 서로 통하는 게 있다.
“하하, 이거 뭡니까? 문제점이 나오면 해결책이 바로 튀어나오는군요. 역시 전문가를 데려온 보람이 있습니다.”
“아휴, 사장님. 제가 무슨 전문가입니까? 업무상 조금 아는 것에 불과합니다.”
“아뇨, 진짜 명품은 그런 업무 노하우들이 모여서 나오는 겁니다. 다들 모여서 만들어보십시오.”
“그래요, 사장님 말씀대로 만들어 봅시다. 도와주십시오. 창원 연구소 밥도 맛있습니다.”
“하하하!”
황 소장님이 갑자기 여기 구내식당 밥맛이 좋다고 자랑했다. 같이 일하자는 얘기를 밥같이 먹자는 말로 하다니, 정말 70년대다웠다.
“사장님, 저희 여기 파견 나와도 됩니까?”
“물론이죠. 황 소장님이 다 알아서 할 겁니다.”
“와아아아!”
“사장님, 이거 자동차에만 터보차저를 달게 아니라 배에도 달면 안됩니까? 효율이 엄청 좋아질 것 같은데 말입니다.”
“으흠?”
누군가의 말에 나도 움찔할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내가 왜 자동차 터보차저에만 신경 쓰지? 터보차저 원천 기술이야 유럽 선사가 가지고 있겠지만, 아직 본격적인 양산은 못했잖아.
대세조선이 지금이라도 나서면 방어 특허는 만들 수 있고, 시장 선점도 꿈은 아니었다.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선박용 터보차저도 훌륭한 아이템이 되겠군요. 하지만, 자동차 터보차저가 우선입니다. 일단 그것부터 만들어봅시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면서 업무 우선순위를 정해주었다. 자동차용 터보차저가 완성되면 선박용 터보차저도 횡전개 해야겠다.
“명품 한번 만들어 봅시다!! 도와주십시오.”
“만들어봅시다!!!”
심 과장이 대뜸 손을 내밀며 도와달라고 하니, 죄다 그 위에 손을 모으고는 화이팅했다.
대세 직원들에겐 대한민국이 기술 후진국이라는 열등감 따윈 없었다.
“개발 완료 전까지는 여러분들 모두 연구소 소속인 겁니다.”
“이야, 저도 연구원 되어 보는 겁니까!”
모인 이들은 왁자지껄하니 대번에 친해졌다.
그런 모습을 보고 황 소장님과 나는 실험실을 빠져나왔다.
***
“황 소장님, 짧은 시간 내에 연구원들이 엄청난 일을 했군요. 대체 잠을 자기는 한 겁니까?”
터보차저가 과열되긴 했지만, 이 정도로 작동한 것만 해도 엄청난 성과였다.
“사장님께서 시킨 일이라면 된다는 확신이 있으니 저렇게 열심히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황 소장은 유리창 너머 실험실 안쪽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챙겨주십시오. 원래 일 잘하는 사람이 번아웃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에 대해 사장님이 누차 얘기하셔서 신경 쓰고 있습니다. 그와 연관되어서라도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부탁이라니, 얼마든지 하십시오.”
“대세에서 공고를 지원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사실인지요?”
“사실입니다. 대세조선 훈련소에서 배출하는 인력으론 한계가 있어서 말입니다.”
황 소장님은 원래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연구소를 세우게 된 배경도 학교를 세우고 싶다고 하셨던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어린 학생들을 지원하는 게 제 평생의 꿈입니다. 제가 그 일에 좀 끼어도 될는지요?”
“물론이죠.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네요. 늦었지만, 정중하게 부탁드립니다. 맡아주십시오.”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리저리 생각해뒀던 것도 있고, 연구원들과 황금종 1기들 중에도 그 일을 돕겠다고 하는 이들도 아주 많습니다.”
“비서실로 하여금, 황 소장님을 적극 도우라고 하겠습니다. 이왕이면 대세 이름 걸고 화끈하게 하십시오.”
그랜드 마스터가 공고를 지원한다면 제대로 할 거다. 평생을 두고 배움에 고팠던 분이라, 절박한 이들이 뭘 필요로 하는 지 가장 잘 알 것이다.
원래 역사에서도 이때쯤 공고 지원책이 생겨났던 것 같은데, 그리 좋은 제도가 왜 사라졌을까?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중공업쟁이로서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었다.
제조업 부문, 특히 기계산업에선 마스터급 기술직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뭣도 모르는 정치가들이 선진국엔 엔지니어가 필요하지, 기름밥 먹는 공돌이따윈 필요 없다며 기술직을 깎아내리는 걸 보면 기가 막힌다.
우리나라에서 정밀 기계산업이 상대적으로 약한 이유가 바로 기술직의 부재 때문이거든.
독일과 일본이 21세기에도 정밀기계 부분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는 이유가 수많은 마스터급이 산업 전반을 튼튼히 떠받치고 있기 때문인데 말이다.
심지어 추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마스터급 기술직은 꼭 필요하다.
국가가 못하면 대세라도 해야지.
“아이고, 늙은이 소원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고마운 건 오히려 접니다.”
나는 터보차저 개발은 물론 공고 지원 문제마저 적임자를 찾고는 연구소를 떠날 수 있었다.
이런 열정과 속도라면 올 하반기에는 무난히 터보차저를 SUV에 장착할 수 있을 것이다.
각종 연비 절감기술이 합쳐지면, 우리 SUV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리라.
광주로 가서 삼복이에게 터보차저 개발에 대해 알려주고, AMC 캐나다 건도 자세히 알려줘야겠다.
미국 진출 전략도 상의하고 말이다.
***
4개월 후,
정말 1972년 여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냈다.
캐나다 정부로부터 AMC 캐나다 지원책을 끌어내고, 터보차저 시제품을 SUV에 접목하고, SUV는 장기 신뢰성 검증을 시작했다.
대세의 승부처인 시추선 사업도 엑손과 기술협의를 거쳐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이미 울산 앞바다에서 탐사도 시작했고, 대충 조짐만 발견하면 내가 위치를 콕 짚어주면 된다.
그런 다음 내년 초 시추선이 완성되자마자 가스전에 파이프를 꽂는 거다.
그뿐이 아니다. 올해 연말부터 요르단 수로공사 완공, 윤활유 공장 완공, PET병 양산 등등 온갖 대박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여하튼, 대세에는 여러 목표들이 있지만 지금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대세자동차가 세계 시장에 무사히 안착하는 것이다.
난 그 방법으로 토론토 모터쇼를 택했다.
< 235 : 가자, 토론토로! > 끝
ⓒ 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