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36)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36화(236/589)
< 236 : 신세계 >
대세 성수동 본사.
“삼복아, 토론토엔 SUV 잘 보냈냐?”
캐나다로 출국하기 전에 점검할 것이 많았다.
“당연하지! 네 말대로 여러 대 갖다 놓았어. 직원들이 동행했으니 보안도 문제없다.”
SUV는 개발단계를 지나 장기 신뢰성 검증에 들어섰다. 대세 전체가 똘똘 뭉쳐 시간과 열정을 갈아 넣었으니 큰 문제없이 패스될 거다.
70년대 자동차는 전자 장치가 거의 없어 기계적인 설계와 공정을 개선할수록 제품 품질도 그에 비례해서 좋아졌다.
모터쇼에 내놓으면 분명히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이다.
“베인 실장, 캐나다 정부와 지원책 회의는 확약했습니까?”
“예, 컨펌했습니다. 캐나다 산업성 장관과 온타리오 주지사가 참석할 예정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야말로 토론토, 윈저, 오타와까지 자리하고 있으니 캐나다 자동차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AMC와 같이 SUV를 프로모션했겠지만, 이제 AMC 캐나다를 인수해 대세자동차 캐나다 공장을 세웠으니 시장도 독자적으로 개척해야 했다.
“GM의 동향은 어떻습니까? 토론토 모터쇼에 참여한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SUV를 자체 개발할 모양입니다. 이번에 컨셉카를 공개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던데, 아마 SUV인 것 같습니다.”
“참나, 남의 제품을 베끼다니… Big3라는 이름이 아깝군요. 그럼, 신진자동차 인수도 흐지부지되겠군요.”
GM이 SUV를 자체 개발하기로 결정했다면, 대세를 인수 합병하길 포기한 거다. 굳이 한국에 대규모 공장을 투자할 이유가 없다.
“그렇습니다, 회장님. GM의 원래 계획은 연 10만대 규모의 공장을 부평에 짓는 것이었는데, 청와대가 상세 계획을 요청해도 전혀 대응이 없다고 합니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였다.
투자는 어영부영 취소할 게 뻔했다.
결국 대통령이 나를 부르겠군.
내게도 나쁜 상황은 아니다.
신진자동차는 공중에 붕 뜬 상태라 이리저리 떠돌다가, GM이 어느 순간 손을 털면 말 그대로 헐값에 시장 매물로 나오게 될 테니까.
그때 내가 차지하면 된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대세자동차는 이번에 반드시 북미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미국 시장을 직접 겨냥하지는 못했지만, 캐나다만 진출해도 북미 진출은 성공한 거다.
이래저래 캐나다에서의 성과가 중요한 변수가 되겠군.
“찬수야, 그런데 차 판매가격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삼복이는 SUV 판가 전략에 우려가 높았다.
“3150불로 결정했잖아. 공장출고가 기준으로 3000불, 딜러 수수료 5%를 더해서 3150불! 뭐가 헷갈린다고 그래?”
“헷갈려서 말하는 게 아니잖아. 아무리 시장 진입이 중요하다지만 너무 싸. 자동차를 팔아서 남는 게 있어야지. 지금 순수 원가가 2837불이나 하는 데, 물류비나 관세를 따지면 손해야. 우리가 자선사업 하는 거 아니잖아.”
삼복이는 정말 걱정이 되는지 원가 분석 보고서를 들고 덜덜 떨었다.
“이건 사우디 군납이 아니야.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하는 장사라고! 연 1000여대 수준이 아니라, 연 10만대 기준으로 생각해. 그럼, 원가는 2500불까지 떨어질 거야. 게다가 캐나다 정부는 우리에게 관세를 면제해줄 거야. 손해날 일 없어.”
“전제가 너무 낙관적인 거 아닐까? 베인 실장, 뭐라고 얘기 좀 해봐요. 뒷짐 지지 말고요! 비서실장도 너무 싸다고 맞장구 치기로 했잖습니까.”
“그… 그게… 지금 기준으로 적자이긴 합니다. 그런데, 북미 소비자들에게 전혀 인지도가 없는 대세자동차가 Big3처럼 4000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자동차를 내놓을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빌 베인마저 대세자동차의 성공을 확신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불안한가 보군.
“아니, 다들 뭐가 걱정입니까? 우리가 SUV 로열티를 내는 것도 아니고, 국산화율이 68%까지 올라갔습니다. 우리 경쟁자는 일본 자동차고, 동급 차량과 딱 10% 정도 싸게 포지셔닝하자고 다들 동의했잖습니까.”
“그 판가는 우리 차가 일본 차보다 잘 팔린다는 전제하에서 계산한 거잖아. 생각할수록 걱정돼.”
걱정한다고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판가는 마케팅의 핵심이다.
가성비가 좋은 일본 차보다 10% 정도는 더 싸야, 가성비 끝판왕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거다.
소비자들이 싼 맛에 우리 차를 일단 타보면, 감동을 자아내는 경험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거다.
그럼 그냥 게임 셋이다.
“난 낙관이 아니라, 성공을 확신한다. 그러니 쓸데없는 걱정 따윈 하지 말고 여천 공단에 10만대 규모 공장을 어떻게 지을지나 구상해놔. 설마, 대세자동차를 구멍가게로 만들 생각은 아니지?”
“구멍가게라니… 아휴, 말을 말자. 그래! 이해가 안되면 믿어야지! 외우자! 연간 생산 10만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대세자동차!”
결국 삼복이는 원가 계산 보고서를 한쪽으로 쓱 치워버리곤 화이팅을 외쳤다.
짜식, 무척 쫄리나 보다.
캐나다에 투자하는 것도 모자라, 여천공단에까지 투자하라고 했으니 그럴 것이다.
“회장님, 캐나다의 면세 혜택도 법리적인 해석일뿐 아직 확답까지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캐나다 정부도 자국에 완성차 기업이 생겨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작전은 반드시 통합니다.”
나는 미래를 알고 있다.
21세기에도 캐나다엔 완성차 업체가 없다.
한때 캐나다가 자체 완성차 업체를 키우려고 미국산 자동차에 35%나 되는 고율 관세를 매겼는데, 미국이 발끈해서 양측 정부끼리 한판 붙었다.
결국 미국이 북미관세협정(NAVA)을 몰아붙여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의 50% 이상이 북미산(産)이면 관세 면제를 시켜버렸다.
명목상 미국 부품이든 캐나다 부품이든 구분 없이 쓰는데, 왜 완성차라고 관세를 매기느냐 하는 논리였다.
NAVA는 나중에 NAFTA로 발전하게 된다.
우린 AMC 부품을 이미 25%가량 쓰고 있고, 캐나다産 부품을 일부 갖다 쓰기만 하면 NAVA 조항을 만족할 수 있다.
게다가 캐나다 관세법상 최빈국에겐 면세 특전을 주고 있기에, 북미간 NAVA 조항을 엮으면 관세 장벽을 단박에 무너뜨릴 수 있다.
세금을 아낀 만큼 소비자에게 파격적으로 싼 값에 차를 내놓을 수 있는 거다.
반드시 쟁취해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빌 베인도 쫄리나 보네.
괜찮다. 우리 대세의 SUV는 명품이다.
캐나다 정부도 설득하는 건 물론, Big3와 경쟁해도 충분히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다니까!
“모든 건 토론토 모터쇼에서 직접 보게 될 겁니다. 출장 점검 마쳤으면 공항 갑시다.”
“예, 회장님.”
“그런데, 베인 실장. 전부터 묻고 싶었는데, 왜 사장님을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겁니까? 우리 대세가 협회도 아니데 말이죠.”
삼복이가 머쓱했던지 뜬금없이 화제를 돌렸다.
“협회가 아니라, 대세의 계열사 구조와 규모가 그룹이나 마찬가지라 회장님으로 부르는 겁니다.”
“그룹? 대세 그룹이라고요?”
삼복이는 그룹이라는 말이 낯선지 되물었다.
하긴, 70년대엔 그룹이란 말이 소위 록 밴드를 지칭하는 단어처럼 쓰였다.
“본사가 여러 계열사를 유기적으로 거느리는 형태를 그룹이라고 합니다. 대세의 총수님을 회장님이라고 칭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럼, 나도 이제 회장님이라 불러야 하나…”
삼복이는 빌 베인의 말에 대뜸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니, 아직 국내에선 아니야. 그 얘긴 나중에 하자.”
괜스레 회장이니, 그룹이니 하는 명칭으로 대통령을 자극해서 좋을 게 없다.
안 그래도 그 양반, 요즘 내가 너무 커서 썩 유쾌하지는 않잖아. 유신을 앞둔 마당에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
“회장님, 말씀이 나와서 말인데. 올해 말까지는 대세도 그룹 체제를 갖출 때가 되었습니다.”
“아직 일러요. 베인 실장.”
“저도 얼마 전까지는 그리 생각했습니다만, 정부가 내년에 기업공개촉진법을 공표한다고 합니다. 그룹 체제를 확고하게 해놔야, 경영권 유지에 도움이 될 겁니다.”
유신 이후에 사회 분위기 조성에 나서려는 모양새군.
“… 그래요, 생각해보죠.”
“예, 회장님.”
딱히 기업공개법이 내겐 부담이 되는 건 아니지만, 조직 정비를 하긴 해야겠군.
일단은 이번 일을 잘 치뤄내는 게 관건이다.
“갑시다! 토론토!”
“이야, 캐나다 간다아아!!!”
창립이래 처음으로 우리 셋이 동반 출국했다.
그만큼 대세자동차는 대세 그룹 전체에 있어서 한 단계 도약을 알리는 이정표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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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모터쇼 전시장.
모터쇼가 열리는 토론토 컨벤션 센터는 2만평이 넘는 대규모 전시장에, 주변에는 대규모 공원과 적당한 크기의 레이싱 트랙까지 있는 멋진 곳이었다.
매년 토론토 모터쇼에는 5만명 가량이 몰린다는 걸 보면, 비즈니스 컨퍼런스가 분명했다.
21세기나 지금이나 캐나다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대놓고 싸우는 시장이다.
“우와, 정말 크구나. 그냥 전시장인데 우리나라 청와대 보다도 좋아.”
출장이라고 해봐야 유럽과 중동만 오갔던 삼복이에게 북미는 또 다른 곳이었다.
정말이지 넓은 땅덩어리와 적당히 희박한 인구밀도는 너무나도 부럽지.
“비교할 걸 해야지. 캐나다 정부는 돈을 어디다 써야 할지 고민하는 나라고, 우린 없는 돈도 쥐어짜서 산업육성에 올인하고 있잖아.”
독재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건물 치장에 돈을 쓰진 않지. 산업 육성에 차관이며 국내 재원이며 할 것 없이 죄다 집중하는 건 최고의 선택이다.
“찬수야, 우리도 돈 많이 벌면 이런 멋진 건물 지을 수 있겠지?”
“당연하지. 서울역 앞에 거대한 빌딩 세우고 직원들로 가득 채우자.”
“생각만해도 좋네.”
내 말에 삼복이는 신이 나는 모양이다.
우리는 부지런히 걸어서 전시회장 내부의 대세자동차 부스로 향했다.
아직 모터쇼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관계자는 드나들 수 있고 회의도 가능했다.
“이쪽입니다, 회장님.”
우리는 관계자 명찰을 보안요원에게 보여주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미리 약속해둔 장소에 우리 SUV가 놓여 있었다.
두꺼운 바디 커버에도 불구하고 살짝 보이는 실루엣만으로도 멋짐이 뿜어 나왔다.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입구에서 백인 두 명이 수행원을 잔뜩 거느리고 걸어왔다. 딱 봐도 고위 공무원이었다.
‘나이 든 쪽이 싱클레어 산업성 장관, 젊은 쪽이 스티븐슨 온타리오 주지사겠군.’
두 양반이 대세자동차 캐나다 공장의 지원책을 결정하는 책임자였다.
우리가 AMC 캐나다를 인수할 때, 빌 베인이 접촉한 상대들이라고 하겠다.
우린 AMC 캐나다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캐나다 정부지원을 요청했지만, 기존 AMC와의 계약에서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공장부지를 공짜로 빌려주고, 관세를 조금 깎아주는 걸로 지원책을 퉁치려고 했다.
난 그 정도에 만족할 수 없었기에, 대세자동차 캐나다 공장의 본격 가동을 여태까지 미루고 두 양반을 여기로 초대했다.
그들에게 우리 SUV도 보여주고, 발전 계획도 공유해서 최대한 지원책을 뽑아내려고 말이다.
일단 급한 마음에 공장부터 돌리기 시작하면 정부 지원책을 얻어내는 것은 물 건너간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어서 오십시오, 싱클레어 장관님. 스티븐슨 주지사님.”
빌 베인이 달려나가 깍듯하게 인사했고, 나와 삼복이도 그들을 맞이했다.
“반갑습니다. 대세 그룹 CS Woo 회장입니다.”
“대세 자동차, SB Lee 전무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기쁩니다.”
나는 대외적으로 처음 스스로 회장이라 칭했다.
딱히 그룹을 천명하진 않았지만, 굳이 대세의 규모를 축소할 필요는 없었다.
“반갑습니다. 산업부 장관, 싱클레어입니다.”
“온타리오 주지사, 스티븐슨입니다.”
서로 명함을 교환하고 인사를 나누는 건 금방 끝났다. 비즈니스 회의답게 그들의 눈은 이미 우리 등 뒤의 자동차에 꽂혀 있었다.
“저 안에 있는 게 대세자동차의 출품작인가요?”
“그렇습니다. Sport Utility Vehicle, 줄여서 SUV라고 부르는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라고 하겠습니다.”
삼복이는 덮어놨던 커버를 휙하니 잡아당겨 SUV를 공개했다. 내일 시사회에서 할 일을 미리 예행 연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SUV? 오오, 차제는 굉장히 멋지군요.”
“근육질을 연상시키면서도 잘빠졌다는 느낌이 들다니, 이런 디자인은 처음입니다.”
처음엔 뭔 아시아 후진국 녀석들이 투자 좀 한다고 귀찮게 구냐는 표정이 역력했는데, SUV를 보자마자 그런 표정은 단박에 사라졌다.
“차 내부도 굉장히 고급스럽군요. 대시보드가 이렇게 세련되다니.”
자국에 투자한 해외 기업이니 립 서비스나 좀 해줘야지 하면서 말하는 게 아니었다.
저도 모르게 차체를 쓰다듬다가 홀린 듯 차 문을 열어 운전석에 앉는 모습을 보니 조짐이 좋았다.
보닛에서 차체를 따라 흐르는 판금의 선이 하나로 매끈하게 이어진 데다, 70년대의 싸구려 페인트칠을 아득히 넘어선 도장 품질에, 일부러 광택을 죽인 고품격 내장재에서 느껴지는 아늑함까지, 21세기 럭셔리 SUV를 그대로 옮겨왔으니까.
심지어 타이어마저 70년대 13인치 규격을 벗어나, 19인치 고급 타이어다.
“앉아보시니 어떻습니까?”
“훌륭하네요. 컨셉카 치고는 완성도가 있다고 해야 하나요. 액셀을 밟으면 금방이라도 출발할 것 같은 핸들 감이네요.”
70년대 아재들이 세련된 21세기형 SUV에 흠뻑 빠진 것이 분명했다.
이 차를 컨셉카로 여기다니 말이다.
“컨셉카가 아니라, 양산 차입니다.”
“예? 이런 차가 양산 차라고요?”
“마침 한대를 바깥 트랙에 내놓았는데, 시승 한번 해보시렵니까?”
“정말입니까? 이걸 실제로 탈 수 있다고요!”
당연히 탈 수 있지, 이 양반아.
이걸 잔뜩 팔아먹으려고 캐나다까지 온 거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지원금을 잔뜩 내놓지 않고선 못 간다.
터보차저로 신세계를 경험하게 될테니까.
< 236 : 신세계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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