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41)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41화(241/589)
< 241 : 뭐든 예상보다 빨라 >
“중동이라고요? 거기, 일거리가 많습니까?”
왕 사장님은 깜짝 놀라면서도 반색했다.
“그럼요, 이제 중동도 낙타나 다니는 곳이 아닙니다. 대형 유조선이 부리나케 오가는 곳이죠.”
“하긴 산유국이니 돈이 많겠군요.”
“최근 들어선 더더욱 그쪽으로 돈이 몰리는 느낌입니다. 유가가 올해만 벌써 15%나 오르지 않았습니까. 특히 사우디나 바레인에선 국가 기반시설을 본격적으로 구축하려는 것 같더군요.”
“듣고 보니 당장 가야겠군요. 돈이 모이는 곳에 가야 돈을 벌 거 아닙니까. 알래스카 극지에서 동남아 우림으로 갔다가, 이젠 중동 사막까지 진출하는군요.”
“그렇게 열악한 곳으로 가야 우리 배를 잔뜩 채울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배부른 경쟁자들은 오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에겐 중동에서 석유가 펑펑 쏟아지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북해에서 아무리 석유가 많이 나도 유럽 국가들은 우리에게 일거리를 주지 않는다.
“언제 출발하십니까?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보름 뒤에 인도네시아에서 보시죠. 제가 아스팔트 먼저 실어 보내고 중간에 홍콩이든 싱가포르든 잠시 고객들을 뵙고 가야 해서요.”
나는 가는 와중에 뀌년을 들러야 한다.
아무리 왕 사장님과 친하다고 하지만, 뀌년 만큼은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
뀌년에 일거리를 알선해주는 건 몰라도, 고델과 나의 관계까지 알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아, 가시는 길에 선박 수주도 하시는군요. 하늘길에서도 쉬질 않으시다니, 대세가 괜히 쑥쑥 발전하는 게 아닙니다.”
“왕 사장님도 저 못지않게 해외에 많이 나가시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저도 그렇고 우리 현산 직원들도 그렇고 대세를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해외수주를 점점 넓혀가야죠. 이번에 중동으로 가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일단 중동에 진출만 해놓으면 굳이 일거리를 찾지 않아도, 내년부터 발주가 쏟아질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만나서 중동으로 향할 때는 동행할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예, 그리 알겠습니다.”
보름 정도면 국내 계열사도 챙기고, 뀌년도 챙기고, 아스팔트를 대세해운에 실어 보내는 시간까지 문제없을 것이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공장 구경 좀 시켜주시겠습니까?”
“하하, 제가 이거 귀한 손님을 밖에만 세워뒀군요. 어서 안으로 드시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도 곳곳에 수해를 당한 흔적이 보였다.
최대한 닦아냈다고 해도, 구석진 곳에는 진흙이 끼어있었다. 그래도 짧은 시간에 이처럼 깔끔하게 복구하다니 현산 직원들도 대단했다.
“나름 컨베이어 시스템은 잘 셋업 하셨군요.”
그런데도 공장 분위기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천장에 부품이 매달려 쌩쌩 잘 돌아가고 있었고, 컨베이어 벨트를 중심으로 작업자들이 체계적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었다.
포드와 결별을 선언했지만, 선진화된 생산 시스템은 잘 받아들인 셈이었다.
“지금이야 배알이 꼴려도 포드의 코티나 모델을 계속 생산할 수밖에 없겠지만, 올해 말부터는 미쓰비시 랜서와 포드의 코티나를 참고해 소형 세단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미쓰비시의 가솔린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고스란히 가져올 생각일 것이다.
소형 세단이라,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포니를 이때부터 기안했군.
여기서도 전설이 시작되고 있었다.
“독자 개발하시네요. 아까는 독자개발을 할 능력이 안된다고 하시더니.”
“주요 부품을 미쓰비시에서 사다 쓰는데, 독자 개발이라고 부르긴 뭐합니다.”
“다들 그리 시작합니다. 저도 SUV를 개발하면서 피아트 차체를 이용했는걸요.”
나는 진심으로 왕 사장님을 응원했다.
대한민국에 완성차 기업이 최소한 2개는 있어야 서로 경쟁도 되고 전문 영역도 나뉘고 기술인력도 풍부해지고 전후방 협력업체들도 풍성해진다.
나에게도 전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래도 대세의 SUV는 국산화율이 70%에 육박한다고 테레비에서 그러던데… 아니, 그보다 우 사장님. 저와 이렇게 편하게 말씀하셔도 되는 겁니까? 솔직히 건설판에서는 몰라도, 자동차만큼은 경쟁자 아닙니까.”
“글쎄요. 제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솔직히 저희 SUV를 내수 시장에 내놔봐야 반응이 있겠습니까? 야외 스포츠를 즐길 부유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 가장이 주말에 가족을 데리고 놀러 다닐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요. SUV의 타깃은 애초에 수출입니다.”
“맞는 말씀이긴 한데… 왠지 씁쓸하군요. 국민의 대다수가 SUV를 살 여유가 없다니요.”
다들 금전적 여유도 없고, 솔직히 대한민국에 휴가를 즐길만한 곳도 없다.
나조차 신혼여행 겸 페기와 국내 여행을 계획했다가 포기해버렸지 않나.
“그리 보면 왕 사장님도 저도 여가 활동이랄 게 없네요.”
“저희야 그 시간에 돈 벌어야죠. 놀고먹는 거야 죽기 전에 하면 됩니다.”
왕 사장님다운 말이었다.
일견 옳긴 한데, 대세 직원들과 그 가족들 생각은 좀 해줘야겠다.
여태 여름 휴가비만 챙겨줬을 뿐, 그에 걸맞은 시스템이나 인프라는 제공하질 못했다.
내년부턴 가족들이 같이 휴가를 즐길만한 캠프라도 하나 만들어야지 싶었다.
내년 여름이 지나면 대세의 모든 이들이 최고로 바쁜 나날들을 보내게 될 것이 아닌가.
오일머니를 잔뜩 벌어오게 될 테니, 투자금을 조금 떼어내서 직원 휴가용 콘도미니엄 짓는 거야 뭔 대수겠나.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회사를 다니는데, 1년에 한 번쯤은 가족들 앞에서 자세 좀 잡아야지.
“예, 그래야죠. 왕 사장님이나 제가 수주 한 번 따면 그게 어딘데요. 아무튼 공장 잘 봤습니다. 대세 광주 공장도 언제 한번 놀러 오십시오. 아니, 독자 모델 시제품 나오면 대세 연구소 트랙에서 한번 달려보십시오. 데이터 제대로 뽑으실 수 있을 겁니다.”
“연구소 트랙까지! 다른 사람들이 보면 현산이 대세자동차와 합작한 줄 알겠습니다.”
“하하하! 이런 게 선의의 경쟁이죠.”
“아유, 겁나서 못 덤비겠습니다.”
말은 이리 하지만, 왕 사장님은 나와의 경쟁에 진심으로 임할 거다.
왕 사장님은 자동차 공업사로 사업을 시작한 양반이라, 현산자동차는 그의 꿈이나 다름없다.
잘 받아드릴 테니, 맘껏 덤비세요.
스파링을 하다 보면 둘 다 실력이 느는 법이다.
현산자동차에서의 대화를 마무리 짓고 대세조선으로 향했다.
***
대세조선소.
“뭐니 뭐니 해도 내 조선소가 최고군.”
객관적으로 대세 조선소 풍경은 최고로 멋지다.
이렇게 멋진 동해를 눈앞에 둔 회사가 얼마나 되겠나.
“와아아아아아아!!!!”
“어? 뭐지?”
플랜트 야드로 가고 있는데, 멀리서 엄청난 함성이 들려왔다.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니 연국환 과장이 이끄는 시추선 팀원들과 스코우 부사장까지 연신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설마, 벌써 시추선을 진수한 거야?’
믿기지 않았지만, 자세히 보니 시추선이 안벽 근처에 둥둥 떠 있었다.
나는 흥분해서 플랜트 야드로 마구 뛰어갔다.
내가 캐나다로 가기 전에 시추선 건조가 예상외로 빨라질 것 같다는 보고를 받긴 했지만, 벌써 진수를 했다고?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우와, 사장님!!! 언제 오셨습니까?”
“사장님이다! 사장님 오셨다!!!!”
“사장님, 저희가 성공했습니다. 보이십니까?”
다들 정신이 없었던지 내 질문에 답도 없이 어깨동무를 하고 방방 뛰기만 했다.
하는 수 없이 나도 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한참을 방방 뛰었다. 일단 흥부터 즐기는 거다.
“스코우 부사장, 답 좀 해줘요. 시추선을 벌써 진수하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맘껏 소리치고 등에 땀이 자작하게 날 때쯤 스코우를 떼어내 한쪽으로 데려갔다.
“사장님께서 캐나다로 출국하시기 전에 보고드린 그대로입니다. 획기적으로 건조가 빨라질 거라는 예상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눈으로 보니 믿긴 해야겠지만, 대체 무슨 마법을 쓴 겁니까?”
“연국환 과장이 두리 유전에서 엑손과 기술 협의를 했던 거 아시죠? 그거 덕분입니다.”
“설마, 엑손이 우리에게 시추선 부품을 내주기라도 한 겁니까?”
“비슷합니다. 10년쯤 전에 썼던 1세대 유휴 시추선이 있다며 필요하면 부품을 뜯어가도 된다고 했답니다. 긴가민가 했지만 일단 실사부터 했더니, 푼툰(Pontoon)과 시추 모듈이 멀쩡한지라 곧바로 고철가(價)로 수입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저희 잘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재수가 있나.
푼툰은 반잠수식 시추선의 발이라 할 수 있다.
바다에서 뜰 수 있도록 부력을 만들어주는 튜브 형태의 구조물이다.
거기에 시추 모듈은 시추선의 손이라 할 수 있는 구조물로, 로터리 시스템이나 파이프 핸들러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에 제작 기간은 물론 동작을 검증하는 것만도 시간이 엄청 걸린다.
시추선의 손과 발을 얻어왔다면 건조 기간이 단축되는 거야 당연하지.
스코우가 내미는 쌍안경으로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시추선을 살펴보니, 정말 푼툰과 시추 모듈이 완벽하게 장착되어 있었다.
“그래서 연 과장이 그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던 거군요.”
“예, 미국 출장에서 원하던 모듈을 발견하자마자 만세부터 불렀다고 하더군요.”
그 짧은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네.
설계했던 것과 흡사한 모듈을 얻었으니, 건조 시간이 극단적으로 줄었던 거다.
유휴 설비를 죄다 뜯어서 일일이 씻고 기름칠하고 재조립하느라 고생이야 했겠지만, 처음부터 만드는 것보다야 백배 낫지.
내년 상반기만 되어도 엑손이 먼저 재활용했을 텐데, 대세로선 천운이네.
아니, 장인어른이 힘을 쓴 건가.
아무리 1세대 유휴 설비라고 해도 시추선 모듈을 고철값에 넘기는 경우가 어디 흔하겠나.
역시 70년대는 인맥질이 최고였다.
“잘했습니다. 그럼, 이제 마무리만 남았군요.”
“예, 거주부와 유수 분리 모듈만 장착하면 끝입니다.”
남은 모듈이야 우리 대세조선의 능력으로도 충분한 일이니, 연말 완공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 정도면 올 연말까지 건조 완료하겠군요.”
“예, 사장님. 충분합니다.”
너무나도 기쁜 소식이었다.
7광구가 이슈가 된 이후로, 정부는 동력자원부를 신설해 각 광구별로 탐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동해 쪽 탐사는 어느 정도 끝났으니, 내가 동력자원부의 데이터를 분석한 척하고 가스전 위치만 정해주면 그뿐이었다.
탐사선은 재빨리 7광구로 보내야 한다.
“스코우, 호프만 이사에게 연락해서 시추팀 보내 달라고 하십시오. 연말부터 업무 개시 할 수 있게 말입니다.”
“예, 사장님.”
“그리고, 대세건설에 연락해서 천연가스관 건설 경험자를… 아니, 그건 내가 처리하죠.”
해저 가스관 설치야 대세조선에서 관여할 게 아니다. 인천제철에서 12인치 강관을 가져와서 대세건설이 설치해야 하는 것이다.
또 한 번 21세기 기술을 알려줘야겠군.
“동해 연안에서 천연가스가 나올 거라고 확신하시는 거군요.”
“전문가들이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준비는 해야죠. 여하튼, 대세조선에서 시추선을 이리 빨리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모두 사장님 덕분입니다. 업무에 자율권을 주시니 이렇게 일을 하지, 다른 회사 같으면 꿈도 못 꿨을 일입니다.”
나는 시추선을 최대한 빨리 건조하라는 목표만 줬고, 직원들이 그 방법을 찾아낸 거다.
아직도 옆에선 연국환 과장과 시추선 팀원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오늘 회식비라도 쥐여줘야겠다.
자칫하면 연국환 과장 월급 털리겠다.
다들 얼마나 일할 맛이 나겠나?
자기들이 직접 시추선을 설계했지, 엑손 같은 세계적인 업체가 도와주지, 이거다 싶으면 부품을 단박에 살 수 있지, 게다가 한방에 진수까지 성공하는 운도 따르지, 온 몸이 찌릿찌릿할 거다.
가스전에 파이프를 꽂아보면 지금보다 백배는 더 짜릿할 거다. 이번 연말, 기대하시라.
“광석 운반선이 어찌 되어가나 보러 왔더니, 시추선 진수를 보게 되네요. 정말 멋집니다.”
“광석 운반선도 문제없습니다. 플로팅도크가 10만톤 규모의 선박을 건조하기엔 정말 좋은 플랫폼 같습니다. 광석 운반선도 한 달 정도는 건조 기간을 단축하리라 봅니다.”
직원들이 아주 빠르게 플로팅도크에 적응했네.
어쨌든 플로팅도크는 크기를 무한정 키울 수는 없고, 대략 10만톤 내외가 적당하다.
그보다 큰 플로팅도크를 셋업 하기보다는 차라리 육상 건조 공법을 개발하거나, 초대형 육상 도크를 파는 게 더 낫다.
“광석 운반선도 내년 상반기부터 운용한다고 보면 되겠군요.”
“물론입니다. 믿으셔도 됩니다.”
스코우는 가슴을 텅텅치며 자신감을 표했다.
하긴, 이처럼 열정적인 직원들이 함께하는데 못할 일이 뭐가 있겠나?
“좋습니다. 이제 23만톤 이중 선체 유조선, 1.2만톤 다목적 화물선, 11만톤 광석 운반선을 대세의 표준선으로 지정합시다.”
“대량 생산을 해보시려는군요.”
“내가 볼 때, 아니 객관적으로도 그 선박들은 죄다 명품입니다. 충분히 국제 경쟁력이 있고, 선주들도 품질에 만족할 겁니다. 서둘러 표준 도면을 출도하세요.”
선박을 만들다 보면 최종 생산도면은 초창기 설계 도면에서 조금씩 수정되기 마련이다.
해당 수정 이력이 사라지기 전에 표준 도면으로 만들어놔야 한다.
그래야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는다.
“예, 그리 하겠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제안드릴 게 있습니다.”
“그래요? 말해보십시오.”
“영도 조선소에도 5만톤 가량 되는 중형 플로팅도크를 2기 정도 구비했으면 합니다. 마침 미국 샌디에이고 조선소에 유휴 플로팅도크가 있다고 합니다.”
“영도에서도 플로팅도크를 원하던가요?”
“예, 그렇습니다. 나이지리아 화물선 건조에 큰 도움이 되는 데다, 한국형 구축함을 건조할 슬롯을 확보해야 하는 터라 플로팅도크가 답입니다.”
그러고 보니 구축함 설계도 거의 완료되었겠군.
확실히 영도 조선소는 특수선 위주의 조선소로 발전하고 있었다.
사우디에 간 김에 구축함 수주도 따와야겠다.
내년 초까지 외국에 머물 이유는 충분했다.
“그럼 당연히 투자해야죠. 바로 실행하십시오.”
“예, 사장님.”
중형 플로팅도크 투자비 정도야 대세조선 내에서 충분히 자체조달할 수 있다.
한국형 구축함 설계도를 검토하고, 황혜성 상무에게 아스팔트를 주문하고, 나는 뀌년으로 날아가야겠다.
< 241 : 뭐든 예상보다 빨라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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