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44)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44화(244/589)
< 244 : 슈퍼 을 >
“이쪽으로 부어요. 이쪽으로!”
“예, 우 사장님.”
내 지시에 현산 직원들이 척척 따라주었다.
“우 사장님이 지시하니 진도가 쑥쑥 나갑니다.”
“물부터 빼면 금방이죠.”
도로공사는 반복 작업이라 한번 제대로 셋업 되면 가속도가 붙는다.
물론 이게 다 돈을 쓰기에 가능한 일이다.
축구공만 한 원석을 부숴 자갈로 만드는 게 별거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그 자갈을 수백 km에 걸쳐 깔면 돈이 한두 푼 드는 게 아니다.
자갈 값만 몇백만 불은 족히 들 것이다.
와중에 공기를 줄이고 있기에 어느 정도 벌충이 되겠지만,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공법은 어디서 배우신 겁니까? 보조 기층을 골재로 채우는 거야 그렇다손 쳐도, 그 위의 기층을 석회와 진흙을 섞어 쓰다니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월남 베트콩이 이런 진흙으로 동굴 벽을 만들더군요. 숯을 태운 재와 섞으면 콘크리트처럼 굳어버리는 진흙이라, 석회를 섞으며 도포 포장도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토목 공사는 최대한 주변의 흙을 이용해야 공사비도 줄고, 공기도 단축된다.
21세기엔 점토와 석회를 섞어 공원 산책로나 등산로를 포장하기도 하니, 엉뚱한 공법은 아니다.
“정말 우 사장님의 아이디어는 기가 막힙니다. 분명 새로운 기술인데, 마치 수십 년간 검증된 기술인양 안정되니 더욱 신기합니다.”
21세기엔 수십 년간 검증된 기술이니까.
“현산이 꼼꼼하게 일을 잘해서 그런 겁니다.”
“그런가요. 그저 우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을 뿐인데요. 여하튼 이제 슈퍼팔트만 깔면 여기 구간도 끝이군요. 길이 쭉쭉 뻗어 나가니 속이 다 후련합니다.”
“그나저나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연락이 안 오네요. 공사비를 올려 받아야 하는데.”
초기 지질조사에 허점이 있었으니, 현산건설의 공사비 증액 요청은 충분히 근거가 있었다.
증액이 되든 아니든 연락은 받고 왕 사장님과 중동으로 갔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중동행이 촌각을 다투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인도네시아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투타타타타타…
“왕 사장님, 우 사장님! 인도네시아 장군이 온 답니다. 무르다니니 뭐니 하는 분 말입니다.”
어디선가 현산건설 직원이 달려와 소식을 전했다. 지금 지나간 헬기가 무르다니 전용기였나?
그러고 보니 예전에 같이 탔던 그 헬기 같기도 했다.
“왕 사장님, 가시죠.”
“저도요? 우 사장님께 볼일이 있는 것 아닙니까?”
“여기 현장 주인은 왕 사장님입니다. 가시죠.”
나야 엄연히 이곳에서 손님이다.
식당 손님이 서빙을 돕는 게 흔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는 일도 아니다.
“미스터 우! 이게 얼마 만입니까. 뵙고 싶다고 계속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만나는군요.”
“송구합니다. 제가 먼저 장군님을 찾아뵙고 감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유전 개발에 성공했음에도 무르다니 장군과 축하 파티도 못했다.
둘 다 바빠,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송구하다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단기간에 정부 지분이 50%나 되는 유전을 두 곳이나 개발하셨는데 말입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로선 내가 효자다.
여태까지의 유전 개발은 오일 메이저들과의 불공정 계약으로 일부 기득권들의 배만 불렸을 뿐, 인도네시아 정부의 이익은 거의 없었다.
그와 달리 내가 개발한 유전은 이익의 50%가 고스란히 인도네시아 정부로 들어간다.
쿠데타 정부로선 입지가 탄탄해지는 일이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두 곳 외에도 버려진 유전이 있다면 제게 한번 맡겨 주십시오. 최대한 소생시켜보겠습니다.”
100% 소생시킨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그래도 확률은 매우 높지 않겠나.
유전이란 게 지하수와 비슷해서 관리 여부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진다.
매일 조금씩 지하수를 퍼 올리는 농가에선 수십 년째 물이 마르지 않지만, 사람이 떠난 농가에선 대번에 지하수가 말라버리는 이치와 같다.
그래서 미국에선 스캐빈저라고 해서 버려진 유전에서 매일 몇 배럴씩 기름을 퍼 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석유회사들도 그들을 내쫓지 않는다.
그런 스캐빈저들이 꾸준히 관리한 곳을 더 깊이 파면 대형 유전이 종종 발견되기 때문이다.
즉, 실낱같이 흔적만 남은 유전이라고 해도 내가 다시 보면 채산성 있는 유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그 비슷한 일 때문에 우 사장님을 뵙고자 한 겁니다. 물론, 여기 자고라위 고속도로 공사비 문제도 해결할 겸 말입니다.”
뭐야? 그와 비슷한 일? 고속도로 공사비?
무르다니 장군이 당근을 두개나 흔들어댔다.
왕 사장님도 덩달아 눈이 휘둥그레졌다.
“공사비 증액은 현산건설과 말씀하십시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두 분 모두 들어서 나쁠 건 없으니, 일단 좀 걸으실까요?”
무르다니 장군은 이 땡볕에 산책을 제의했다.
통역관과 경호원들은 어디서 구해왔는지 커다란 야자수 이파리를 받쳐 들고 우리 주변을 그늘로 만들었다.
모양 빠지게 양산을 씌워주지 싶었는데, 야자수 이파리가 물기를 머금어서 그런지 의외로 그늘이 아주 시원했다.
“일단 여기 고속도로에 특수 아스팔트와 골재 사용으로 공사 단가가 올라갔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대략 500만 달러 정도, 공사비 증액이 필요합니다.”
“상황은 이해됩니다만, 이미 정해져 있는 공사비를 올려드리는 것을 절차가 꽤 복잡합니다. 그 대신 다른 공사를 제안하면 어떨까요?”
“다른 공사라고 하시면…”
“뭐든 시켜주십시오. 현산은 할 수 있습니다.”
왕 사장님은 다급했던지 일단 예스를 외쳤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무르다니 장군의 얼굴에 흐뭇한 표정이 떠올랐다.
“솔직히, 저희 정부쪽 사업이 아니라 파푸아뉴기니쪽 사업입니다. 우 사장님이든, 왕 사장님이든 두 분 중 누가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이건 또 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린가?
여기서 파푸아뉴기니 공사가 왜 나와?
그리고 현산의 공사비 적자를 벌충하는 일에 내가 왜 끼나?
난 파푸아뉴기니 따윈 관심 없다.
중동 가야 해. 이 양반아.
“대세건설과는 관계없는 일입니다, 장군.”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인도네시아와 파푸아뉴기니 국경 근처에서 유전이 발견된 일이니까요.”
“국경에 유전이라고요?”
혹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골치 아픈 일이었다.
인도네시아와 파푸아뉴기니 국경은 서구 열강이 제멋대로 그어버린 일직선 국경이 아닌가.
국경 근처에 위치한 유전이라면 양국이 서로 주인이라고 우길 수도 있는 거다.
“현재 파푸아뉴기니를 위탁 통치 중인 호주가 우리 정부의 접근을 불허하고 있지만, 우 사장님은 살펴보실 수 있지요. 안 그렇습니까?”
“제가 어찌 국가 간의 일에 끼어듭니까?”
“끼어드시는 게 아니라 돕는 겁니다. 파푸아뉴기니 정부도 독립이 멀지 않았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공동개발을 할 여지가 충분합니다. 물론 전제 조건이 있지만 말입니다.”
역시 쿠데타를 일으킨 인간들은 만만찮았다.
편안하게 왕좌를 물려받은 자들이 아니기에, 정치 역학을 늘 최대한 이용했다.
“전제 조건이라고 하시면…”
“파푸아뉴기니 정부가 발전소 건설 비용의 50%를 지원해달라고 하더군요. 밀림 한복판에서 하는 공사라, 고생은 되겠지만 공사비는 상당합니다.”
뭔 발전소를 밀림 한복판에 짓나?
여하튼, 인도네시아가 파푸아뉴기니에 발전소 건설비의 반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유전을 공동개발하는 모양새가 분명했다.
“밀림 한복판에 댐이라도 짓는 겁니까?”
왕 사장님이 나 대신 질문을 해줬다.
“파푸아뉴기니 고산지대에서 발원해 바다로 흘러가는 라무라는 강이 있습니다. 미국 벡텔社의 검토로는 라무강 상류에 200m 가량 수직 터널을 뚫어서 지하수력발전소를 건설하면 120MW까지 발전용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무슨, 70년대에 지하수력발전소를 지어?
21세기에도 어려운 공사인데, 미친 거 아냐?
나는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왔다.
벡텔사 검토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멱살을 잡고 흔들고 싶었다.
그리 자신 있으면 직접 하라고 말이다.
지하수력발전소는 댐으로 강을 막는 게 아니라 수직 터널로 강물을 떨어뜨려 그 낙차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지하수력발전소의 장점은 저수용량이 작아도 되고, 수몰 면적이 작아서 자연 친화적이라는 것이다.
강물은 배수로를 통해 곧바로 하류로 합류하기에 수량도 줄지 않는다.
그 대신 공사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 좋은 공사가 왜 드물겠나.
“굳이 그렇게까지 공사를 할 필요가 있습니까?”
“호주의 신탁통치를 벗어나면 관광산업으로 먹고 살아야 하고, 라무강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생활하는 원주민들도 많다고 합니다.”
잘 살기 위해서 낡은 것은 죄다 밀어버렸던 우리나라와는 생각 자체가 다르군.
원주민은 살던 방식 그대로 살아야 행복하다는 생각인 건가?
아니, 그 또한 관광 자원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상관없다. 나는 안 간다.
인도네시아와 파푸아뉴기니 국경 근처에서 유전이 발견되었다는 소리는 듣도 보도 못했다.
“대세건설은…”
“현산건설은 포기하겠습니다.”
어라, 현산이 바로 포기 선언을 했다.
“포기라니요? 공사비를 들으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자그마치, 38개월 기준 4200만 달러짜리 공사입니다. 한국 건설사라면 24개월도 가능할 테고, 이익이 엄청날 겁니다.”
무르다니 장군은 당황했던지 공사 예산마저 밝혀버렸다.
그 정도 공사비로도 여타 해외 건설사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공사 현장이 미칠 듯이 열악하다는 뜻이었다.
“저희 현산은 터널 공사와 비가 많은 곳은 피하려고 합니다. 한 번씩 크게 손해를 봐서 말이지요. 그 둘이 함께 있는 공사라니… 어휴, 밀림 한복판까지 진입로를 만들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요.”
왕 사장님 말처럼, 내 생각에도 끔찍했다.
그냥 밀림도 아니고, 고원이라지 않나.
여하튼, 왕 사장님 입에서 포기라는 단어를 들을 줄이야. 나도 당황했지만, 무르다니 장군은 더더욱 당황한 것 같았다.
우리 둘을 경쟁시키면 누군가 나서도 나설 거라 여겼던 모양이다.
결국, 왕 사장님은 동남아 우림지역을 벗어나 나와 같이 중동으로 가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주판을 엎는 것도 잘하지만 주판을 튕기는 것도 수준급이었다.
“저희 대세도 알래스카나 중동에서 하는 공사가 많아서 파푸아뉴기니까지 진출하기엔 무리입니다. 다음 기회를 주시면 꼭 같이 하겠습니다.”
나 또한 배짱을 튕겼다.
일단 인도네시아 유전은 두개나 있고, 장차 베트남 유전 개발에 나서면 된다.
동해 가스전과 7광구도 있고 말이다.
확실치도 않은 인도네시아와 파푸아뉴기니 국경의 유전이라니, 딴 사람 찾아봐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파푸아뉴기니의 웨와크 지역은 지표면으로 원유 유출이 빈번했던 곳입니다. 분명 우 사장님이라면, 유전을 개발하실 수 있을 겁니다.”
웨와크? 거기가 무슨 국경지대야?
거긴 명백히 파푸아뉴기니 북부 해안인데.
동해 가스전처럼 중소형 가스전이 군데군데 발견된… 뭐야?
설마, 둘이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는 곳이 웨와크 지역이었어?
“원유 유출이 빈번했다고요?”
“물론입니다. 호주 ADMEX사와 독일 정부가 유전 개발을 시도했다가 포기한 지역입니다. 보고서상으론 가스만 뿜어져 나오는 꼴이, 지각 운동이 빈번해서 저유층이 파괴되어 지반 균열 사이로 원유가 흩어졌다는데… 우 사장님께서 확인해야 합니다. 두리 유전처럼 말입니다.”
심장이 뛰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거긴 유전 지대가 아니야, 가스전 지대야.
현시대 사람들이 LNG에 대한 가치를 잘 모를 뿐, 채산성은 충분한 곳이다.
게다가 나는 바로 상업화까지 가능하다.
심지어 호주와 독일의 보고서를 입수한다면 가스전을 바로 발견할 가능성도 높았다.
일단 그들이 가스 유출을 확인했다는 소리 아닌가. LNG가 잔뜩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파푸아뉴기니가 독립하면, 웨와크 조광권은 호주나 독일 것이 아니지!
내 것이지!!!
“해당 기록이 다 남아 있는 겁니까?”
“물론이죠. 발전소 공사를 맡아주시면 그 보고서도 입수해서 알려드리지요.”
무르다니로선 다급한 모양이다.
그런 열악한 곳에서 그리 어려운 공사를 견뎌낼 건설사는 한국건설사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오케이 결정했어.
“휴우, 장군님. 그렇다 해도 웬만한 조건으론 발전소 건설을 수주할 수 없습니다.”
“왜 안된다고만 하시는 겁니까?”
“강 옆에 수직 터널은 기술적 난이도가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파푸아뉴기니 현지에서 건설 자재를 조달할 수 없기에 자재를 수입할 항구부터 만들어야 하는 일입니다.”
“그… 그렇겠군요.”
“게다가 호주와 독일이 실패했다니 성공 확률도 그다지 높진 않은 것 아닙니까.”
“그래도 가능성은 있는 것 아닙니까. 우 사장님 이라면요.”
“음… 그렇다면 조광권 지분을 기존대로 해주십시오. 50%말입니다.”
“50%라뇨, 그때는 우리 정부와 우 사장님 둘이었지만 지금은 파푸아뉴기니 정부까지 셋입니다. 최대 33%입니다.”
“그 정도론 리스크 헷지가 안됩니다. 송구하지만, 다른 건설사를 섭외하십시오.”
“아니, 우 사장님…”
어라, 미스터 우에서 우 사장님이 되었네.
50%는 아니더라도 33% 보다는 많이 받을 수 있겠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우호 증진을 위해 고속도로 손해는 어찌 감수한다 해도, 발전소까지는 어렵습니다.”
나는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고 바로 뒤돌아섰다.
왕 사장님도 곧바로 나를 따랐고 말이다.
“우 사장님. 잠깐. 잠깐!”
“장군님, 이러시면 제가 곤란합니다.”
“아아, 들어보십시오. 40%! 40%로 합시다. 양국정부가 합작사를 세워 명목상 경영권만 가지겠습니다. 독립 후 첫 번째 프로젝트를 외국 업체에 줄 수는 없을 겁니다.”
두 정부가 합쳐서 60%, 내가 40%면 최대한의 양보를 한 셈이다.
오케이, 그 정도면 LNG개발 해주지.
“그런 조건이라면 제가 직원을 보내 발전소부지 실사부터 하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지요.”
갑과 을이 바뀌었다.
역시 일이 어렵고 나 말곤 나서는 사람이 없으면 슈퍼 을이 되는 것이다.
< 244 : 슈퍼 을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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