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46)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46화(246/589)
< 246 : 날고 긴다는 사람들 >
나는 대세건설 전용 연락선을 타고 SNEP 현장으로 향했다.
아무리 지척이라지만, 바레인 지사에서 사우디로 이렇게 바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특혜임에 분명했다.
나이프 왕자와의 인맥은 내가 사우디에 진출하는데 가장 큰 무기라고 할 것이다.
“정지! 정지!”
현장으로 들어가는데 초계함 한 척이 나타나 우리 연락선을 멈춰 세웠다.
나름 긴장되었지만, 대세조선이 건조해서 사우디에 인도한 첫 번째 초계함이 벌써 현장에 배치된 걸 확인하니 기쁘기도 했다.
“신의 평화가 함께하기를. 저흰 대세건설 직원입니다. 이 선박은 허가받은 연락선이고 SNEP 현장으로 일하러 가는 길입니다.”
나는 우리를 세운 사우디 군인에게 이슬람 식으로 정중하게 용건을 전했다.
이처럼 처음부터 신을 들이밀면 웬만한 일로는 시비가 붙거나 시간을 끌지 않는다.
“연락선이라고 해도 검문검색에 자유로울 순 없습니다. 통행증과 신분증부터 봅시다.”
뭐야? 사우디 군대답지 않은 군기잖아.
여태는 이런 초계함을 이용한 경계도 없었지만, SNEP 현장에 들어갈 때도 검문검색은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대충 얼굴을 아는 터라 신분증을 꺼낼 필요도 없이 바레인에서 가지고 온 커피와 대추야자를 권하며 눈인사나 하는 식이었는데 말이다.
“여기 통행증과 여권입니다.”
“CS Woo? 당신이 대세건설 오너입니까?”
“그렇습니다. 내가 대세건설 사장입니다.”
“실례했습니다. 미스터 우!”
사우디 군인은 내게 딱 부러지는 경례를 했고, 초계함에 탑승하고 있던 다른 사우디 군인들도 당황한 듯 같이 경례했다.
“엇! 우 사장님 아니십니까. 승조원 전원, 경계태세 해제하고 연락선을 에스코트 합니다. 실시!”
“실시!”
이건 또 뭔가 싶었다.
초계함 어디선가 한국 군인이 나타나 사우디 군인들을 통솔했다.
“실례했습니다, 우 사장님. 파견 교관 길용화 중사입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훈련 중이셨군요.”
“예, 그렇습니다. 우 사장님 덕분에 월남에서 사우디로 옮겨와 교관 업무 중입니다. 저희 군인들을 위해 여러모로 힘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충성!”
어쩐지 지상 최고의 당나라 군대가 검문검색을 제대로 한다 싶었다.
여하튼 잘 됐다. 물어볼 게 많았는데 말이다.
“감사라뇨, 고생한 파월 군인들이 대접받는 건 당연하죠. 이왕 뵌 김에 뭐 좀 물어봐도 됩니까?”
“뭐든 물어보십시오. 초계함도 둘러보실 겸 이쪽으로 오르시겠습니까?”
나는 어쩌다 보니 배를 바꿔 SNEP 현장으로 가게 되었다.
“사우디 군복 품질은 어떻습니까? 대세에서 납품한 제품인데 말입니다.”
“아주 좋습니다. 일교차가 심한 사우디에선 이런 군복은 필수입니다. 체온 조절은 물론이고, 방수는 되고 땀은 배출되니 이보다 좋을 순 없습니다. 특히 전투 장갑과 목 가림막이 달린 전투모는 정말이지 최고입니다. 착용하면 시원해지다니, 착용 전에는 믿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21세기 기술인 냉감 소재로 만든 군복은 명품 중의 명품이지.
물론 목 가림막을 덧댄 전투모는 모자 안에 수건을 끼운 거 같은 모양이라 보기는 좀 그래도 사막에서 전투력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다.
우리 대세 직원들에게도 안전모 외에 코 밑에서부터 목까지 가리는 안면 마스크와 토시를 제공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입으면 더워 죽을 것 같이 보여도 막상 입으면 햇빛은 튕겨내고 땀은 배출하기에 시원해지거든.
“사우디 군도 만족하다니 다행이군요.”
“만족하는 정도가 아니라 최고입니다. 최고.”
길 교관의 말을 대충 알아들었던지, 사우디 군인들은 옆에서 자신들의 군복을 가리키며 ‘원더풀!’ ‘대세 베스트!’ 등등 계속 칭찬을 해줘서 아주 기분이 좋았다.
사우디 군복 납품은 걱정 없겠군.
군복과 초계함에, 능력 있는 교관까지 붙여줬으니 나이프 왕자에게 대세의 이미지는 확고하게 심었다고 하겠다.
이제 구축함 맛을 보여줄 일만 남았군.
미사일이야 미국에서 산다고 해도 구축함 정도는 한국제를 사도 되는 거 아니겠어?
오일 머니를 벌어들이면 사우디는 미국의 물주 노릇을 하게 될 테니, 그전에 한국제 구축함을 들이밀어야지.
그래야 가성비 때문에 한국제를 구매했다는 논리에 힘이 실린다.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하하, 김 이사님!”
저 멀리 SNEP 현장의 임시 항구에서 아버지가 내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구릿빛으로 탄 얼굴이 건강해 보였다.
***
“오늘은 혼자서 마중 나오셨군요.”
“저번에 하신 말씀도 있어서, 다들 나오겠다고 하는 걸 제가 말렸습니다. 섭섭하십니까?”
“섭섭하긴요. 여기 마중 나올 시간 있으면 쉬면서 체력 보충해야죠.”
사우디 같은 열악한 환경일수록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
대세에서도 식사만큼은 최선을 다해 잘해준다.
매끼 고기반찬은 물론이고, 수박을 포함해 수분이 풍부한 과일을 매일 제공해주며, 한국에서 나물과 김치는 직접 공수한다.
하지만, 개인 생활까지 회사에서 챙겨줄 순 없기에 휴식과 운동은 알아서 해야 하는 거다.
직원 전용 의무실, 목욕탕, 헬스장, 휴게실을 만들어놓았지만 객지 생활은 힘들기 마련이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하튼, 중동은 오랜만이실 텐데 요르단은 한번 들리셨습니까?”
“아뇨, 바레인을 들러 여기로 바로 왔습니다. 요르단 공사는 이미 끝났고, 잔금 입금만 남은 상황 아닙니까? 딱히 이슈가 있습니까?”
“사장님도 경치를 한번 보셨으면 했는데 말입니다. 저는 사우디로 오기 전에 잠시 들렀는데, 민물 저수지도 가득 채웠더군요. 짠물을 채웠을 때와는 달리, 민둥산이었던 곳에 목초와 야생화가 빽빽하게 자라난 것이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요르단이 정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됐군.
요르단 국왕과 사진 한판 찍으러 가야겠네.
“언젠가 거기로 휴가라도 한번 가야겠네요. 지금은 사우디 공사에 집중하고 말입니다. 공사 진척은 얼마나 되었죠?”
“총 5개 부두 중에 2개는 완성했습니다. 동쪽 훈련소는 완공해서 국군 교관들이 열심히 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일부 공사를 마친 곳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군.
와중에 군사 기밀이라고 내게 올린 보고서에선 뺐던 모양이다.
“어쩐지 해상 검문검색을 하더라니, 초계함을 거기 두고 있었군요.”
“그 때문에 말이 좀 있었습니다. 완벽하지도 않은 훈련소에서 훈련을 시작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군 교관들이 워낙 철두철미하니 사우디 군인들도 따를 수밖에 없나 봅니다. 이젠 저희도 군인들의 구보 소리에 깨는 게 일상입니다.”
“사우디 군이 아침마다 구보를 한다고요?”
“예, 군인이야 아침 구보가 당연하지 않습니까.”
국군에게 당연하지, 사우디 군에게 당연한가?
세계 최약체 군이 국군 교관 덕분에 조금은 변한 모양이다. 원래 역사보다 사우디와 한국이 더 가까워진 느낌마저 들었다.
“좋은 일이네요. 훈련에 지장 없도록 우린 공사를 빨리해줘야겠군요. 현장부터 돌아봅시다.”
“예, 사장님. 타십시오.”
아버지는 능숙하게 지프차를 몰았다.
올라타고 보니 대세 지프였다.
“이거 우리 수출품이군요. 잘 굴러갑니까?”
“그럼요. 대세 지프차, 사우디에서 인기 엄청납니다. SNEP 현장은 군사지역이라 지프차로 다녀야 하는데, 배정받는데도 엄청 힘들었습니다.”
“인기가 좋다고요? 어떤 면에서요?”
“막 굴리기 좋아서 좋다고 합니다.”
“무슨 말이죠?”
나는 우리 차가 싸구려 취급받는 것 같아서 이맛살을 찌푸렸지만, 이어지는 말은 다소 의외였다.
“사막에서 마구 굴려도 잘 망가지지도 않고 행여 망가진들, 부품만 갈아 끼우면 쌩쌩 잘 돌아간다는 겁니다. 구조가 간단하고, 부품도 치수가 정밀하고 표준화가 잘되어 있어 수급도 잘된다고 말입니다.”
유지보수가 매우 쉽다는 뜻이네.
군용 자동차로선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요? 부품 내구성만 좀 끌어올리면 명품 소리를 듣겠군요.”
“그리고 인기있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사장님께 말씀드리긴 다소 민망하긴 합니다만…”
“뭡니까? 민망하든 뭐든 이유는 들어야죠.”
“대세 지프차의 계기판들이 간단해서 좋다는 겁니다. 죄다 동근 모양에 바늘로 표시되어 있다고 말입니다.”
“그게 왜 민망하죠? 매우 당연한데 말입니다.”
나는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나름 최선을 다해서 70년대답게 디자인한다고 디자인한 계기판이다.
“중동이 워낙 그렇지만 사우디 병사들 중에도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이 많은데, 그들조차 이해하기에 좋다는 겁니다. 즉 연료 바늘이 노란색까지는 괜찮지만, 빨간색까지 떨어지면 재빨리 기름을 채우라고 가르치는 겁니다. 냉각수 바늘도 빨간색으로 떨어지면 바로 정비소에 입고시키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 그런 뜻이었군요.”
결국 앞뒤 이유 모두, 누구나 마구 몰아도 되는 지프차라 인기가 좋다는 말이네.
LED로 경고등을 만들 순 없었으니, 계기판에 노란색과 빨간색을 칠해놓았는데 말이다.
내겐 매우 당연한 디자인이었는데, 그런 것조차 노하우가 되는군.
하긴 그런 디자인도 처음 시작했을 땐 누군가의 아이디어였을 것이다.
여하튼 SUV는 생산이 딸려서 캐나다에 먼저 풀 생각에 중동과 유럽 진출은 뒤로 미뤘는데, 이런저런 피드백을 듣고 세부 디자인을 조금 수정해서 내놔야겠네.
중동과 유럽에선 SUV 출시 전에 지역 시장조사부터 시켜야겠다.
“도착했습니다. 사장님.”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 보니 동쪽 공사 현장에 도착했다. 정말 2개의 부두는 완벽했다.
“멋지군요. 특히 안벽 마감이 아주 예술입니다. 마치 칼로 무를 자른 듯 반듯하군요.”
“예, 반듯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설계상 25톤짜리 콘크리트 블록 11개로 단위 구역을 쌓는데, 정확히 안벽의 경사를 67도 22분 48초로 맞추라고 사우디 감리사가 하도 지랄을 해서 말입니다.”
“뭐라고요? 그런 억지가 어딨습니까?”
각도 단위로 1도는 60분이자 3600초다.
건설 현장에서 안벽의 경사를 초 단위로 스펙을 지정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맞춘다고 한들 측정오차가 더 크겠다.
“수수료 때문에 트집을 잡는 건지,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스펙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각도가 그리 나온다며 맞추라고 하더군요. 한 명이 유독 그래서 저도 그렇고 직원들도 화가 나서, 누가 이기냐 보자고 기필코 스펙을 맞췄습니다.”
빌어먹을 감리사 놈.
괜한 고생을 시키고 지랄이네.
“참나… 잘 하셨는데, 너무 고생이지 않습니까? 그런 일이 또 있으면 바레인 지사에 연락하십시오. 마크 지사장이 잘 조치할 겁니다.”
바레인 지사를 세운 이유 중 하나다.
수수료도 정도가 있지 실무진의 요구가 지나치면 나이프 왕자 같은 윗선을 움직이면 된다.
처분은 간단하다. 바로 파면이다.
원래 무슬림은 교리상 뇌물을 받으면 안되거든.
“저희도 중동 문화를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이번만큼은 오기가 생겨서 말입니다. 다른 것은 융통성 있게 잘 하고 있습니다.”
하긴 과하게 수수료를 요구하는 놈이 있으면 이렇게 참교육 하는 것도 괜찮다.
매번 윗선을 움직이기도 그렇고 달라는 대로 줄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그 감리사 놈은 잘라버려야겠네.
내버려 뒀다간 괜스레 해코지 할 수도 있다.
나이프 왕자를 찾아갈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알겠습니다. 그 얘기는 인적사항이랑 해서 나중에 자세히 듣죠. 그 외엔 업무상 애로사항은 없습니까?”
“애로사항까지는 아니고, 설계 변경이 좀 있습니다. 앞으로 지어질 3, 4, 5번 부두의 크기를 기존대비 두 배로 키워달라고 합니다.”
“부두 크기를 키운다고요?”
“예, 초계함급이 아니라 구축함 선단이 주둔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구축함? 어째 나이프 왕자가 직접 수정 명령을 내린 것 같았다.
우리 대세가 해군기지의 토목 공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다, 초계함 성능까지 좋으니 한국제 구축함도 빨리 내놓으라는 메시지인가?
내가 바라던 시나리오가 아니던가.
이제 군부대가 훈련소에 들어섰으니, 본격적인 군부대 시설을 수주할 때가 온 것이다.
수주를 받는 대가로 가성비 극강인 한국형 구축함을 눈앞에 살랑살랑 흔들면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가 직접 사우디 왕가를 만나봐야겠군요.”
“아, 왕궁에 가신다고요? 참, 나이프 왕자의 부인들이 황금 유리를 제공한 대세건설에 특별히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했습니다. 사업이 번창하길 빈다고 말입니다.”
“그래요? 좋은 소식이네요.”
예상 못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원래 무슬림의 세계에서 누군가의 아내나 자식들에게 선물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그만큼 누군가의 아내와 자식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듣게 되면 그 가족 전체가 아주 강력한 우군이 되었다는 뜻이다.
중동에선 이런 게 잘 먹히네.
황금 유리에 이렇게 격하게 반응하다니.
이슬람 교리 때문에 직접적으로 부를 과시하기 곤란하다 보니 이런 식으로 표출되나보다.
나중에 자동차도 중동 왕족용은 따로 만들어봐야겠다. 오늘따라 소소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
“그리고 제가 듣기로 내년에 사우디 왕령으로 사우디 해군종합개발계획을 발표한다는데…”
그 뒤로 현장을 이동하며 각 구역별로 브리핑을 한참 동안 들었다.
내년에 발표할 것은 사우디 해군종합개발계획이 아니라, 사우디 국가종합개발계획이다.
사우디 왕가는 중동 전쟁이 터질 걸 미리 알았기에 해군종합개발계획을 통해 군사적 대비를 하려는 목적이었는데, 결국 중동 전쟁이 유가 폭등을 불러왔으니까 말이다.
대번에 해군이 아니라 국가종합개발로 목표가 바뀌었던 거다.
“잘 들었습니다. 그럼, 나는 왕궁으로 찾아가 보죠. 나머지는 서면보고로 대체합시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현장을 돌아보니 예상대로 진척도는 표준 공기를 훌쩍 앞서고 있었고, 수주를 따와도 무난히 소화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기술자 110명, 기능공 1450명.
대한민국 건설판에서 날고 긴다는 사람이 죄다 여기에 모여있는 거다.
‘가자, 가서 선점하자!’
고지가 눈앞이었다.
대세건설이 공사 중인 주베일 해군기지는 사우디에서 가장 대박이 나는 곳이지 않는가.
해군기지뿐만 아니라 연이어 산업항까지 짓는 곳이니 말이다.
***
주베일에서 수도 리야드까지 줄곧 5시간을 내달렸다. 끝도 한도 없을 것 같은 길이 어느덧 끝나가고 있었다.
도로 끝에 찬란한 빛이 떠올랐다.
눈이 살짝 부셨지만, 그게 뭔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나이프 왕자의 별궁이 어떤 모습인가 했더니, 황금 유리로 돔을 만들었네.
대단한 미적 감각이었다.
< 246 : 날고 긴다는 사람들 > 끝
ⓒ 푸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