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47)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47화(247/589)
< 247 : 거대한 밥상 >
“나이프 왕자님께서 지금 들어오시랍니다.”
“기도는 끝나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안내해드리지요.”
나는 대기실에서 한참을 기다리고서야 나이프 왕자를 볼 수 있었다.
딱히 나이프 왕자가 나를 멀리한 게 아니다.
원래 무슬림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하루에 다섯 번이나 기도를 하고, 그건 왕족도 예외가 아니기에 도통 시간을 빼기가 쉽지 않다.
바레인처럼 외국인 전용 상점이 있지 않는 한, 상점도 문이 닫혀 있는 경우가 허다한 이유라고 하겠다.
중동 현지인을 기능공으로 채용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을 시켜본들, 기도 시간이 되면 하던 일마저 팽개치고 가버리거든.
이슬람 국가에선 절대 제조업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런 나라들에 대형 유전이 몰려있다니, 세상사 참으로 희한하다.
“이쪽이 영빈관입니다. 들어가십시오.”
“고맙습니다.”
왕족의 비서들은 원래 이렇게 친절하지 않는데, 언젠가부터 나에게는 아주 친절했다.
‘당신이 한국에서 제일 돈 많은 사람이라지요? 나이프 왕자도 챙기던데…’ 하는 눈빛이었다.
***
“어서 오게, CS! 사우디에 언제 왔는가?”
“바레인을 들렀다가 SNEP 현장으로 입국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해군기지 공사를 완공하려고 말입니다.”
“하하, 언제나 열심히 하는 모습이군. 그래도 온다고 미리 연락이라도 줬으면 자네에게 도움 될만한 사업가들을 죄다 불러 모았을 텐데 말이야.”
“아닙니다. 저는 나이프 왕자님만 뵈어도 충분합니다. 다른 이들이야 죄다 나이프 왕자님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사람들 아닙니까?”
“뭐, 그야 그렇지.”
나는 나이프 왕자가 듣기 좋아할 립서비스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바레인 쪽 주수식(注水式)에 참석한다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그때 VIP를 소개해 주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도 그렇군. 그때 UAE, 쿠웨이트, 리비아까지 참석한다니 자네에게 꽤 도움이 되겠어.”
알짜배기들이 죄다 참석하네. 아주 좋았다.
“각국에서 수주를 따내기만 한다면, 나이프 왕자님께 은혜를 갚겠습니다.”
나는 은연중에 나이프 왕자에게 수수료를 바치겠다고 암시했다.
중동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나이프 왕자를 중개인으로 끼워서 따내지 못할 수주가 어디 있겠나?
일단 깡그리 수주를 따놓고, 프로젝트 규모를 봐서 각종 컨소시엄으로 대응하면 이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은혜를 갚겠다면야, 장차 해군 기지를 채울 군함만 인도해주면 충분하지 않겠나? 초계함도 그렇고, 구축함도 그렇고 말일세.”
나이프 왕자가 훅하니 구축함 얘기를 꺼냈다.
“예, 안 그래도 그걸 상의드리기 위해 왕자님을 찾아뵌 것도 있습니다. 한국형 구축함 1차 설계가 끝나서 말입니다.”
“오, 벌써 설계가 완료되었다고? 미국 조선소에 알아보니 설계만 1년 6개월은 족히 걸린다던데…”
나도 그 정도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
원래 군함은 약간의 수정만 해도 건조하는데 3년 정도 걸리는 게 보통이다.
미사일과 함포, 사격통제장치 등등 각종 무장은 전투력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군의 생명과도 직결되기에 엄청난 검토를 거치거든.
그런데 한국형 구축함 설계는 내 예상보다도 훨씬 빨랐다.
대세조선 담당 엔지니어들이 열정을 갈아 넣은 덕분이기도 하지만, JJMA사에서 영입한 맥뮬렌 대령의 능력이 출중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내가 봐도 한국형 구축함 설계는 완성 직전이었다. 어떤 무장을 할지 정치적인 결정만 남은 상태였다.
“한국이란 나라가 지정학적으로 국가안보에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기에 그렇습니다. 여하튼 구축함 설계가 최종 완성되면, 사우디 군이 원하는 사양의 추가가 어려우니 조만간 프로젝트에 합류하셔야 합니다.”
“구축함 설계에 우리 군도 합류해야 하나? 한국에서 최종 검토가 끝나면, 우리 사우디도 똑같은 구축함을 구매하면 되는 것 아닌가?”
역시, 당나라 군대다운 발상이라고 하겠다.
군함을 사 오기만 하면 운용은 어쩔 건데?
“왕자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사우디 군이 참여하지 않으면 군함을 인도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게 뭔 말인가? 사우디 군은 고객이고, 내가 국빈으로서 대통령님과도 조율한 일이야.”
“군함은 탱크나 비행기와는 달리 한 나라의 국력을 타국에 투사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 여차하면 독자적인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설계 당시 조율되지 않은 사양을 필요하다고 금세 추가할 수 없기에, 걸프만의 지배자가 되시려거든 지금 참여하셔야 합니다.”
지금 코를 꿰놔야 나중에 발을 못 뺀다.
사우디는 방산 업계에서 가장 호구 아닌가.
다른 건 몰라도 초계함과 구축함만큼은 대세조선에서 사란 말이야.
“타국에 국력을 투사한다라!!!! 허, 멋진 말이로다. 그래, 우리 사우디가 걸프만에 국력을 투사해야지! 그래야지.”
왕실 회의에서 해볼 만한 말이다 싶었던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혼잣말을 해댔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사우디의 안보에 관여하기 시작하면, 걸프만의 지배자가 되는 꿈도 결코 허황한 것은 아니었다.
“현재 SNEP 공사에서 부두 크기를 키우는 것도, 구축함 선단을 운용하시려는 것 아닙니까?”
“당연하지 않겠나! 우리 해안선이 얼마나 긴데 구축함 한두 척으론 어림도 없지.”
“그렇다면 더더욱 빠른 시간에 합류하셔야 합니다. 구축함 선단은 2200톤짜리 주력 구축함에다 1300톤급 보조 구축함을 갖춰야 제대로 된 운용이 가능해집니다.”
나는 나이프 왕자에게 정보를 팍팍 던졌다.
“1300톤짜리 보조 구축함도 필요한가?”
“물론입니다. 한국도 해군현대화를 위하여 총 30여척을 건조할 예정입니다.”
“총 30척?”
나이프 왕자는 깜짝 놀랐지만, 내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300톤급 구축함을 총 30여척이나 건조한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지.
앞으로 십여 년간 중동에서 오일머니도 벌어들이고, 방위세도 신설해서 국고를 채운 뒤에 그렇게 투자했지. 21세기엔 이지스 함도 배치한다고.
“이왕 엄청난 인력과 설계비를 들여 한국형 구축함을 개발했다면, 군에서 그 정도 수량은 구매해줘야 척당 가격이 적당수준까지 떨어집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정입니다.”
“… 그래, 가격은 어느 정도인가?”
“사우디 군까지 구매에 동참하신다면, 2200톤급 구축함은 척당 5900만 달러, 1300톤급은 척당 3900만 달러까지 가격이 싸질 것 같습니다.”
“주력 구축함이 5900만 달러? 그렇게나 싸… 아니, 그 가격이 정말인가?”
나이프 왕자는 싼 가격에 더욱 놀란 눈치였다.
미국은 2000톤급 구축함 가격으로 척당 9000만불은 불렀을 테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한국형 구축함을 구매하시면 미국과 연합 훈련은 가능하면서도, 미제 구축함 2척 가격으로 3척을 구매하시는 겁니다. 객관적으로 전력 상승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나는 과감하게 군함 가격을 깎았다.
대세조선에서는 2200톤급 구축함을 4700만불 정도로 건조할 수 있다.
대략 25% 정도의 수익률이라, 설계변경의 리스크를 감안해도 충분히 돈을 남길 수 있다.
더욱이 군함은 한번 사면 계속 사야 한다.
“2척 가격으로 3척을 살 수 있다라!”
나이프 왕자는 무릎을 치며 좋아했다.
자신이 한국을 국빈방문해서 얻어낸 성과이지 않는가. 왕실 회의에서 자세 잡기에 좋을 거다.
“일단 1척이라도 발주하시면, 사우디 군이 합류할 때까지 잠시 설계를 멈추라고 요청하겠습니다.”
일단 1척만 밀어 넣으면 그다음 납품은 식은 죽 먹기다.
내년부터 중동전쟁은 물론 사우디 남부 예멘 내전으로 주변 정세가 엄청 복잡해지거든.
사우디는 애당초 무력으로 억지로 통합한 국가인 데다, 요르단 왕가와 달리 왕가의 정통성도 없기에 군비 투자에 아주 열성적일 수밖에 없다.
“좋아. 아주 좋아. 하지만, 내년 초까지만 기다려주게. 국왕께서 큰 발표를 하시기 전에 내가 조언도 해야 하고 말일세.”
자신의 입지를 강화할 기회라는 뜻이었다.
국왕을 앞두고 걸프만에 국력을 투사해야 한다느니, 구축함 가격을 깎았느니 하며 자랑하겠군.
십중팔구 내년도 사우디 국왕이 발표할 해군종합개발계획에 한국형 구축함이 들어가겠군.
수주는 따놓은 거나 다름없다.
“그러면 시간을 아끼는 차원에서 SNEP의 해군 기지 건축 프로젝트를 미리 준비했으면 합니다. 대세건설에 시공을 맡겨주십시오.”
“아, 그건 좀 기다려. 해군기지 건축은 미육군공병단(COE)이 설계와 감독을 맡기로 했네.”
“… BR社가 설계를 맡는 것 아니었습니까? 미육군공병단(COE)이야 여태처럼 감리를 맡으면 되는 거고 말입니다.”
“기지건축도 일종의 군사작전이라 보안 차원에서라도 미육군공병단(COE)이 설계를 맡아야 한다더군. 나도 어쩔 수 없었네.”
나이프 왕자는 그런 결정이 맘에 들지 않았던지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그럼 국제 입찰을 하시려는 겁니까?”
SNEP은 명목상 국제입찰이었을 뿐, 나이프 왕자가 대세건설에 수의계약을 준 거나 다름없었다.
물론 전체 기획은 밴 플린트 장군이 했지.
헌데, 이번엔 나이프 왕자도 힘을 못쓰네.
나름 국왕이 직접 관장하는 건가?
“그렇네. 국제입찰일세. 입찰은 공병단 본부가 있는 미국 버지니아 윈체스터에서 한다니까, 담당자가 누구인지 알아보게나.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일세.”
필요하다면 미리 접촉해보라는 의미였다.
평소 같으면 공사 예가(預價) 정도는 알려줄 텐데, 나이프 왕자마저 정보에서 배제당했나보다.
“감사합니다. 왕자님.”
“그럼 구축함은 잘 부탁하네. 조만간 바레인 주수식 때 보도록 하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그래야지.”
주수식 때 바레인 왕가 못지않게 나이프 왕자가 돋보이게 해주면 될 것이다.
“그리고, 그전에 업무상 부탁이 있습니다.”
“뭔데 그러나?”
“SNEP에서 뇌물을 바라고 공사 스펙을 제멋대로 바꾸는 감리사가 있습니다. 내버려 두면 왕자님의 명성에 누가 될까 우려됩니다.”
나는 슬쩍 해당 감리사의 인적사항을 건넸다.
“감히, SNEP 공사를 방해하는 놈이 있다고? 염려 말게, 내가 처리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나이프 왕자와의 면담은 이 정도면 충분했다.
미육군공병단이 해군기지 건축에 끼어든 상황을 분석하는 것이 급한 상황이었다.
밴 플린트 장군을 만나봐야 할 것 같은데?
***
다음날, 바레인 지사.
나는 바레인 지사로 곧바로 복귀했다.
뉴욕으로 떠나기 전에, 바레인 수리조선소 주수식 관련해 업무 지시를 해둬야 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바레인 수리조선소 공사 전후의 사진은 충분하군요.”
“예, 그간 보고서용으로 찍어둔 사진이 참으로 요긴합니다.”
나는 주수식에 참여할 VIP들의 관심을 끌만 한 프레젠테이션을 기획했다.
초대형 스크린에 공사 전후로 바레인이 변한 모습을 슬라이드로 재생할 생각이었다.
바레인 국왕도 뿌듯할 테고, 다른 VIP들도 대세건설의 능력을 제대로 알게 될 것이다.
“바레인 금융거리도 슬라이드를 준비합시다.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모형도 준비하시고요.”
“예, 그리하겠습니다. 황금빛 모형이라니, VIP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 같습니다.”
볼거리, 즐길 거리가 부족한 70년대에 모형을 두면 저들끼리 알아서 투자를 논의하게 될 거다.
돈을 어찌 쓸까 논하는 것만큼 재미난 일은 별로 없다.
“그리고, 금융거리의 슬라이드는 컬러 필름으로 다시 찍읍시다. 금빛 거리를 표현하기엔 흑백사진은 좀 아쉽군요.”
아직 컬러 사진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터라 대부분의 슬라이드가 흑백이었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그런데, 이왕이면 바레인 금융거리 뿐만 아니라 요르단 수로 건설현장도 슬라이드를 만들면 어떻겠습니까? 킴 이사님 말로는 공사 전후로 정말 극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했는데 말입니다.”
“요르단은 OAPEC 회원국이 아니긴 한데… 국토개발의 선례로는 괜찮겠군요. 좋습니다. 그것도 슬라이드로 만듭시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중동의 왕가들이 늘 부르짖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실현시킨 일이니, 꽤 반향이 있을 것이다.
“이러면 뉴욕으로 출발해도… 아, 마크 지사장!”
뉴욕을 가기전에 확인해볼 게 있었다.
“예, 사장님.”
“SNEP의 미육군공병단(COE)과 개인적으로 소통한 적 있습니까? 감리를 맡고 있잖아요.”
마크도 공병대 출신이니 친분이 있을 수도 있었다. 미 공병대야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존재니까.
“예, 아직 연락하는 대원들이 몇 있습니다. 이젠 다들 짬밥이 생겨서 자주는 아니라도 휴가 일정이 맞으면 술도 마시고 합니다.”
“좋네요. 그럼 그때 혹 SNEP 공사 관련해서 들은 말이 있습니까? 토목 공사 외에 기지 건축은 어떻게 한다더라 하는 얘기 말입니다.”
“설마… 사장님, 혹시 미육군공병단이 사우디에 주둔하게 되었다는 소문을 들으신 겁니까?”
“소문이 아니라, 거의 사실이겠지요.”
미육군공병단은 1990년대까지 사우디에 머물며 온갖 안보 관련 투자를 진두지휘 할 거다.
미국과 사우디가 밀월관계를 유지하는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우디 국왕이 향후 20년간 군사개발계획을 미육군공병단에 위임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들어가는 돈만 200억 달러가 넘을 거라는데 아무래도 그대로 믿기는 좀…”
“뭐라고요? 200억 달러가 넘는다고요?”
아무리 미국과 사우디가 밀월 관계가 된다지만, 그 정도의 돈을 투자한다고?
20년간 집행하는 장기계획임을 고려해도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그땐 저도 믿기 어려워서 헛소리 말라고 했는데, 최근 소문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합니다. 과민 반응 같아서 사장님껜 보고 못 드렸습니다만…”
“뭡니까? 말해봐요.”
“저희 대세가 SNEP 수주를 딸 때 미국의 아드리안몰카社가 8억 달러라는 터무니없는 입찰금액을 써넣었다고 하더군요.”
“나도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헌데, 그게 왜요?”
밴 플린트 장군이 기획한 일이었고, 그 덕분에 우리 대세는 SNEP 공사를 2.4억불에 낙찰받았지.
BR社엔 6000만불을 건넸고 말이다.
“그 일로 사우디 왕가도 더 이상 군사시설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는 민간기업에 직접 발주하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미육군공병단이 사우디 군을 대신해 공사를 발주한다고…”
바람잡이 건설사를 내세워, BR사와 대세 컨소시엄이 공사 예가에 근접한 가격으로 낙찰받았는데 그게 사우디 왕실에서 쟁점이 되었나 보네.
그 공사비 중 일부는 나이프 왕자의 주머니로 들어간 걸 그들도 뻔히 알 텐데 말이다.
언젠가는 나이프 왕자에게도 견제가 들어오겠거니 싶었는데, 그게 벌써 시작된 셈이었다.
어쩐지 나이프 왕자가 속시원하게 정보를 안주더라니, 못주는 거였네.
밴 플린트 장군을 빨리 만나러 가야겠다.
BR社와 연계해서 일 처리를 해야겠어.
200억불짜리 밥상에 숟가락 늦게 올릴 순 없지.
< 247 : 거대한 밥상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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