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48)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48화(248/589)
< 248 : 적당한 이익 >
뉴욕 맨해튼, 코리아 소사이어티.
여기 올 땐 언제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BR사 이사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비영리 단체의 의장을 겸임하는 밴 플린트 장군에 대해서 말이다.
나로선, 아니 대한민국 전체로서도 행운이다.
“앗, 우 사장님. 의장님께 바로 연락을…”
“괜찮습니다. 한 번쯤은 약속 없이 방문하고 싶었습니다.”
“예, 그리 하십시오. 좋아하실 겁니다.”
로비에 들어서니 언제나처럼 프런트 맨이 반겨주었다.
똑. 똑.
“장군님!”
나는 노크로 인기척만 내곤 불쑥 밴 플린트 장군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게 누구야?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들이닥치는 건가?”
“무슨 일은요. 지나가던 길에 얼굴이나 뵐까 하고 들렸습니다.”
“세계 최고의 일 중독자가 할 농담은 아니군. 어쨌든 왔으니 편하게 앉으라고.”
밴 플린트 장군은 내게 소파 자리를 권하고 자신도 내 앞에 마주 앉았다.
시가를 하나 빼어무는 것이 내 말을 지긋이 들어줄 태세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장군님더러 계속 바레인에 머물러 달라고 할 걸 그랬습니다. 바레인에서 뉴욕은 너무 멀군요.”
나는 중동에서 일이 있음을 밝혔다.
“CS, 너무 한 거 아닌가? 나 같은 늙은이를 재미없고 덥기만 한 중동에 계속 머물게 할 생각을 하다니, 아무리 더럽고 복잡해도 익숙한 뉴욕이 백배 낫지.”
“하하,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그래도 BR사 이사님이라면 지금은 중동에 계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사우디가 차릴 밥상이 어마어마하다는데, 숟가락은 얹으셔야죠.”
“미육군공병단이 발주권을 꿰찬 거 말이군. 그것 때문에 나도 아주 골치가 아프다고.”
밴 플린트 장군은 농담이 아닌 듯 관자놀이를 지그시 몇 번이고 눌러댔다.
“일단 소문의 진위부터 여쭙고 싶습니다. 사우디가 향후 20년간 2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데 사실입니까?”
“정확히는 180억 달러야. 20년짜리 약속이 끝까지 지켜질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몇 년간은 사우디 왕가가 매년 10억 달러씩 투자한다는 뜻이겠지.”
밴 플린트 장군마저 이리 말한다면, 소문은 진실이라는 거네.
사우디 왕가로선 석유로 꾸준하게 목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확신하니, 발주권을 미국에 넘기면서 이런 대형 국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페트로 달러 체제를 구축하는 대가로 사우디 왕가를 지지하니 가능한 일이다.
미국은 사우디의 국가 안보를 보장하겠다, 세븐시스터즈에 반하는 유전 국유화도 지지하겠다, 동맹국이 사우디 원유를 구매하도록 압력을 가하겠다 등등 온갖 당근을 제시했을 것이다.
사실 사우디가 중동전쟁을 빌미로 1차 오일쇼크를 주도한 것도, 이런 미국의 지지가 없었다면 실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표면적으로야 오일쇼크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을 압박하는 모양새였지만, 결국 미국의 재정난을 해결해주는 묘수였으니 미국 지도층은 샴페인을 터뜨리며 즐거워했을 것이다.
원유 거래에 엄청난 달러가 쓰이니, 약세를 거듭하던 달러는 강세로 돌아서고, 원유 거래에 쓰였던 달러는 중동과 개발도상국을 거쳐 다시 미국으로 들어오는 거대한 선순환을 하게 된 거니까.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 빚을 수출하며 잘 먹고 잘사는 거야 하루 이틀 된 일도 아니니 일단 접어두고, 지금은 연간 10억불에 달하는 사우디 왕가의 밥상에 어떻게 접근하냐가 문제다.
“신빙성은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럼 그 돈을 BR사와 대세가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야 물론이지. 현재 표면으로 드러난 프로젝트는 SNOS가 유일하네. 그것부터 공략해야 해.”
“SNOS? 스노스? 그게 뭡니까?”
“사우디 해군기지 공사를 SNEP으로 부르지 않나. 거기에 추가로 군사 시설물을 짓는 공사를 SNOS(Saudi Naval Expansion Program On Shore Facilities)라고 부른다네. 바레인 수리조선소 공사를 C5, C6로 나눈 것과 같은 맥락이지.”
내가 나이프 왕자에게 정보를 얻어내려고 했던 공사와 같은 건이네. 역시 건설쟁이들이 생각하는 것은 거기서 거기다.
“그게 SNOS군요. 그럼 공사 예가는 알아내셨습니까? 나이프 왕자에겐 정보가 없던데 말입니다.”
“그게 문제야. 공사 예가를 대충이라도 알아야 적정 가격으로 낙찰받는데 도통 정보가 없어. 대략 5억 달러 근처겠거니 생각할 뿐이야.”
“어째서 정보가 없으십니까? 장군님 정도라면 미육군공병단과도 연줄이 있을 것 아닙니까.”
미육군공병단이 발주권을 가져갔으니 나이프 왕자보다 밴 플린트 장군이 정보를 얻기가 더 쉽다.
“참나, 나도 이제 늙었나 봐. 대충 알려달라고 했더니 대뜸 국제입찰은 공정해야 한다며 말도 못 꺼내게 하더군. 바람직한 놈 같으니라고! 내가 장군이었으면 그놈은 연병장 좀 뛰게 한 뒤에 포상 휴가를 줬을 거야.”
“하하하! 된통 당하셨군요.”
밴 플린트 장군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까마득한 후배에게 까인 셈이었다.
“맞는 말인데 거기다 대고 뭐라고 하겠어? BR社가 미국을 대표하는 군산복합체이긴 하지만, 발주처가 공사 예가를 알려주는 건 안 되지.”
“하긴 지금까지 너무 쉬웠던 거죠. 이번에는 입찰 제대로 준비해야겠군요. 경쟁사는 어딥니까?”
정보를 얻지 못해 짜증이 난다기보다, 오히려 신이 났다.
여태 대세건설은 BR사를 뒷배로 두고서야 겨우 낙찰받았다면, 이젠 웬만한 글로벌 건설사와 겨뤄볼 만한 실적이 있지 않나.
석유화학 플랜트, 제철소, 발전소, 요르단 수로, 알래스카 교량, 각종 파이프라인, SNEP까지 어떤 걸 들이밀어도 꿀리지 않았다.
“경쟁자라고 해봐야 몇 군데나 되겠나. 미국, 영국, 서독, 일본에서 글로벌 10대 건설업체가 입찰 초청을 받을 테고, 새 얼굴로는 대세건설 정도가 초청장을 받겠지.”
“이제 대세건설도 메이저 건설사 리스트에 끼는 겁니까?”
“아직 멀었어. SNEP을 맡았으니 기득권이 있는 정도지. SNOS 담당자에게 대세건설에도 초청장을 보내라고 했더니, 그건 별말 없이 동의하더군.”
역시 밴 플린트 장군이 날 챙겨줬군.
“아직 완전히 퇴물취급 받으신 건 아니네요. 통하는 말씀도 있고.”
“그런 말보다, 감사합니다라는 좋은 대답이 있다네.”
“감사합니다.”
“말로만 때울 건 아니겠지? 나랑 저녁 어떤가?”
“좋죠. 어디든지요.”
“당장 가자고. 우리 직원들이 입찰 관련 자료를 트렁크에 채워줄 거야.”
“더더욱 감사합니다.”
“하하하.”
나는 오랜만에 밴 플린트 장군과 멋진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돈 좀 생기고 나서 좋은 점은 일상에서 번거로운 선택이 대부분 사라졌다는 것이다.
물건을 사거나 비행기를 탈 때, 하다못해 고급 레스토랑을 갈 때도 망설일 필요가 없다.
최고급을 선택하면 거의 실패가 없었다.
***
맨해튼 호텔 레스토랑.
“역시 비싼 곳이 맛있군요.”
“자네 같은 현실주의자가 이런 비싼 레스토랑을 좋아한다는 게 어떨 땐 굉장히 어색하다네.”
“어색하긴요. 저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이런 맛난 음식을 즐길 자격이 있는 겁니다.”
“하하, 그럼 같이 왔으니 나도 나름 일 좀 한다고 인정해주는 건가?”
“그럼요. 입찰 준비로 무척 바쁘셨겠더군요.”
트렁크에 채워진 입찰 관련 자료만 해도 산더미였다. 뀌년 개발로 낸시가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도 뉴욕에 머물렀던 이유였을 수도 있겠다.
웬만한 한국인도 밴 플린트 장군 나이 정도면 은퇴를 고려하는데, 아직도 현역에서 뛰고 있는 걸 보면 특별한 사람이긴 했다.
“알아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건배하지!”
밴 플린트 장군은 건배를 청하며 흐뭇해했다.
“아, 그리고 뵌 김에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해보게. 들어줄 수 있다면 들어주지.”
“사우디에 구축함을 납품하기로 했습니다. 2200톤짜리 한국형 구축함을 건조해 2년 내로 인도하는 조건입니다.”
“아니, 그런 큰일을… 자칫하면 미군 수뇌부를 자극할 수도 있어.”
그러니 부탁을 하는 거지.
“아직 구축함을 인도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한국형 구축함에 어떤 무기 체계를 실장하면 될지 미 국방성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최대한 싼 가격에 구매해드리지요.”
“최대한 비싼 가격이 아니고?”
“한국과 사우디가 동시에 미국 무기를 구매하는데 싸게 주셔야지요. 미군과 연합 훈련이 가능하도록 무기 체계를 갖추는 것이니, 오히려 동맹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군. 하지만, 미군에서 다른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네.”
“대세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흔쾌히 받죠.”
“좋아. 그런 마음이라면 내가 맡아주지.”
밴 플린트 장군이 협상에 나서면 무난하게 일 처리가 될 거다. 파리 협상도 성공시킨 양반인데, 이 정도를 못하겠나.
“낸시와도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합니까?”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낸시와의 연결 고리는 최대한 숨겨야 해. 솔직히 사우디 시장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뀌년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나?”
“그야 당연하죠.”
솔직히 구축함 사업이야 잘 될 거다.
원래 역사에서도 한국 조선업계는 군함 건조분야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에 올랐다.
이때부터 시작했을 테니, 나라고 못할 것 없다.
“오히려 위험 요소는 한국에 있지 않나? 또 헌법을 개정한다고 하던데 말이지. 미국 정계에서도 썩 달가워하지 않던데.”
“정치는 제 영역이 아닙니다. 제 일은 해외를 돌아다니며 돈을 버는 겁니다.”
내 말에 밴 플린트 장군은 고개만 끄덕일 뿐 침묵으로 응했다.
이왕 벌어진 일인데 괜스레 내가 대통령과 척질 이유는 없었다.
정치야 어쨌든 난 한국인이고, 내 본거지는 대한민국이다. 굳이 그 권력자와 싸워서 뭐하겠나.
결정적으로 다른 이들은 대통령의 독재가 영원 할 것처럼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게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히려 그 이후가 문제지.
마음 같아선 당장 하나회부터 날려버리고 싶은데, 딱히 기회나 방법이 없다고나 할까?
내가 재계에서야 끗발이 좀 생겼지만, 군대 사조직을 날릴 방법이… 물론, 대통령을 움직이면 되겠지만 그러면 나비효과가 너무 커질 거고…
답답한 마음에 잭콕을 훅하니 들이켰다.
“이런, 건배도 안 하고 혼자 마시는 건가?”
“아, 죄송합니다.”
“아니야, 이해하네. 자네도 고민이 많겠지.”
“예, 솔직히 그렇습니다.”
내 고민은 역사를 어찌 바꿀까가 아니라, 21세기 선진국 대한민국을 어떻게 빨리 앞당기나 하는 것이다.
일단 절대 권력자인 박 대통령이 있으면 편한 일부터 처리하고, 그 뒤를 기약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겠지.
구축함 사업도, 7광구도 그런 일례라고 하겠다.
너무 먼 미래까지는 생각하지 말자.
모든 변수를 내가 제어할 수는 없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밴 플린트 장군과의 저녁 식사를 최대한 즐겼다.
****
보름 뒤, 대세 포틀랜드 지부.
나는 버지니아 윈체스터에 있는 미공병단 본부로 가기 전에 포틀랜드 지부에서 입찰 대응팀을 꾸몄다.
“자 이제 마무리 해볼까요? 임 부장님.”
“예, 사장님.”
입찰 준비로 보름동안 강행군을 했다.
입찰 준비는 누가 얼마나 최적의 시뮬레이션을 하는가 하는 싸움이다.
발주처가 대략 개념을 공개하면 시공사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품질에 맞는 건물과 부대시설을 지어야 돈을 남길 수 있다.
본사 직원들을 불러들였는데, 요르단 수로공사를 마치고 귀국했던 임충빈 부장이 리더로 합류해서 엄청난 힘이 되었다.
현장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대형공사를 마무리해본 사람은 경험 측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입찰 검토를 시켰더니 대뜸 대세건설, 인천제철, 풍신금속 등등에서 주임급 인력을 대거 차출해 BR사가 건네준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건물 숫자는 변경 없습니까?”
“있습니다. 냉온수급수 시설 2동이 추가로 필요해서 총 82종 447동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자그마치 55만 평에 달하는 대지 위에 각종 해군시설물을 짓는 일이다.
주택 5종 358동, 일반건물 23종 43동, 특수건물 13종 16동, 공장건물 41종 57동 등등… 지어야 하는 건물 숫자만 헤아려도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웬만한 공사는 다해본 나조차 이럴진대, 이를 일일이 검토해야 하는 임충빈 부장과 주임급들이 날이 갈수록 퀭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럼 부대시설도 집계가 끝났겠군요. 냉온수설비나 외부전기공사는 눈에 보이니 됐고, 배관 공사를 알려주십시오.”
대형 건축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관공사다. 건물배치는 물론 토목 공사와도 연계되기에 공사 도중 변경하면 돈이 엄청나게 깨진다.
“예, 계산 완료했습니다. 시설 배관은 27000m, 옥외배관은 85600m입니다.”
“좋습니다. 총 인력과 자재 소요량은요?”
“일 기준 기술인력 140명, 기능공 3250명, 중장비 200대가 필요합니다. 주요 자재론 시멘트 8만톤, 시멘트 블록 580만장, 강관 22만m, 전선 및 각종 케이블이 82만m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공사원가를 3억불로 계산했군요.”
들을수록 공사원가에 대한 신빙성이 더해졌다.
원가가 3억불이니, 25% 이윤을 붙이면 3.75억불이나 되는 대형 공사다.
발주처의 표준 공기는 45개월이니 매년 1억불씩 매출이 생기는 공사다.
“이게 대세건설이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솔직히 이정도 규모를 저희가 단독으로 시공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젠 대세건설도 이런 공사를 해볼 때가 되었습니다. 단일 건수로 연 매출 1억불 이상 되는 대형 공사 말이죠.”
그래야 뀌년의 대규모 개발도 가능하다.
기껏 뀌년을 점해놓고 알짜배기 일거리를 남에게 뺏길 수는 없지.
“저에게 꼭 좀 시켜주십시오.”
“방금은 두렵다면서요.”
“이 입찰서를 보고 쫄지 않는 강심장은 사장님밖에 없습니다. 두렵지만 일생일대의 대공사를 해보고 싶습니다. 자자손손 자랑이 될 것 아닙니까.”
자자손손 자랑이 되겠지.
요르단 공사로 중산층은 되었을 테니, 이 공사 하나면, 떵떵거리는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다.
“그럼, 버지니아로 서류 제출하러 갑시다.”
“벌써 입찰 하시는 겁니까?”
“사전 입찰이죠. 간 김에 정보도 좀 얻어보고 말이죠.”
입찰 초청장이야 BR社를 통해 받았으니, 검토 자료를 건네주면 입찰자격 심사는 무난히 통과할 거다. 문제는, 본 입찰에서 얼마를 써내야 하냐다.
3.75억 불이면 너무 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여타 서구 건설사들은 3억불 근방에도 오지 못할테니 말이다.
여하튼, 제대로 된 공개입찰은 처음이나 마찬가지라 나도 조금 떨리긴 하네.
온갖 건설사들이 우릴 견제하겠지?
살짝 즈려밟고 가주마.
< 248 : 적당한 이익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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