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51)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51화(251/589)
< 251 : 내가 가리키는 곳으로 >
뉴욕 맨해튼, 코리아 소사이어티.
“하하, 허튼짓을 하려던 건설사들을 멋지게 한 방 먹였더군.”
“자칭 선진 건설사라고 하니 손해 볼 일 없이 잘 하겠죠.”
밴 플린트 장군은 SNOS 수주 실패가 내가 의도한 상황임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래도 겉으로는 SNOS 수주를 놓친 셈이니, 직원들을 좀 다독거려야 할 거야. 여태 승승장구했는데, 삐끗했다고 여길 것 아닌가.”
“그래야겠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직원들도 출혈경쟁보단 차라리 SNOS를 경쟁사에 떠넘겨버리고 다른 프로젝트를 찾는 게 낫다는 걸 알아줄 겁니다.”
밴 플린트 장군은 내가 출혈경쟁을 회피했다고만 생각할 것이다.
오일쇼크까지 고려했음은 모를 테지.
“하긴, 이번 입찰이 대세 직원들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군. 무조건 싸고 빠르게 짓는 방식을 벗어날 때가 되긴 했어. 그건 그렇고 4개국 컨소시엄이 어찌 나올지 아주 기대가 크군.”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공사를 하긴 할 겁니다. 20년간 180억 달러 규모의 수주가 이어진다는데, 그 첫 번째 프로젝트부터 낙찰 포기를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도 그렇군. 미육군공병단이 챙기는 일이니 자재나 설계에 장난을 치지도 못할 테고, 놈들도 타격이 크겠어.”
오일쇼크를 겪으면 타격이 큰 정도가 아니다.
회사가 휘청거릴 수도 있다.
그때 내가 구원자로 나서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아주 사정사정하지 않을까 싶다.
“SNOS 프로젝트야 지켜보면 될 일이고, 그보다 장군님껜 한국형 구축함 건에 대해 여쭙고 싶군요. 어째 분위기는 괜찮습니까?”
“분위기는 꽤 좋아졌어. 한국이 구축함을 만드는 대신 미국 미사일과 사격 통제 시스템을 대량으로 구매할 거라고 했더니 말이야.”
아주 열심히 로비를 해주셨군.
“다행이군요. 그럼 이참에 미 7함대의 항공모함 수리도 하겠다고 나서볼까 합니다.”
“오호, 항공모함을 수리한다고? 뭐, 그것도 돈이 되긴 하겠지만, 일본이 두고 보지만은 않을 텐데 말이야.”
“미국 항공모함이 일본을 지키려고 주둔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동아시아 자유 진영을 수호하는 게 목적인데, 한국도 도와야죠. 항모 수리비도 죄다 미국 시민들이 낸 세금인데요.”
“하긴 요즘 오키나와 미해군들이 들썩인다는 소리는 들었어. 타이밍은 나쁘지 않은 것 같군.”
“예, 저도 그래서 추진하는 겁니다.”
이 정도로 언급해두면 문제없을 것이다.
밴 플린트 장군이라면 해군 장성과도 교류가 있을 테니 말이다.
“항모 수리를 얘기하는 걸 보니, 귀국하려나 보군. 페기가 보고 싶은 모양이지?”
“모름지기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네 같은 일중독자에게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걸 보니, 유부남이 되긴 했군. 여하튼, 한국 정국도 좀 가라앉았으니 귀국해도 문제는 없을 거야.”
그래서 들어가는 거다.
들어가서 챙겨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다른 것은 다 담당자들에게 맡긴다고 해도, 동해 가스전과 SUV 출시만큼은 직접 챙기고 싶었다.
원래 계획은 파푸아뉴기니를 들렀다가 귀국하는 것이었는데, SNOS 입찰 때문에 그럴 시간까지 나지는 않았다.
“그럼 크리스마스 잘 보내시고,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같이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지. 올해도 잘 마무리하고 페기와도 시간을 좀 보내라고.”
“예. 그간 휴일도 없이 일했으니, 하루 이틀은 온종일 페기와 함께 보내야죠.”
“하하하, 하루 이틀이라. 역시 CS답군.”
나는 밴 플린트 장군의 배웅을 받으며 한국으로 귀국했다.
***
김포공항,
‘음? VIP 통로가…’
김포 공항에 내리니 평소 드나들던 VIP 통로가 닫혀 있었기에, 일반 통로로 나갔다.
딱히 비행기 이용객이 많지 않기에 붐비지 않으니, VIP 통로나 일반통로나 그게 그거였다.
내가 오랜만에 귀국해서 그런지 실제로 사회 분위기가 바뀐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주변이 얼어붙은 느낌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바람이 차군요. 어서 갑시다.”
빌 베인이 오랜만에 공항으로 날 마중 나왔다.
그가 마중 나왔다는 건 청와대 쪽에선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청와대에서 챙길 급한 숙제는 없나 보네.
있다고 한들 내게 숙제를 시키기 껄끄럽겠지.
따뜻한 차 안에 앉으니 살 것 같았다.
70년대 대한민국은 12월 추위도 매서웠다.
공공건물에 난방을 제대로 안 하니 더욱 춥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베인 실장, 그동안 별문제 없었지요?”
가는 길에 큼직한 내용은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만, 아무래도 SNOS 수주 실패가 직원들에게 다소 충격이었습니다. 사장님께서 의도하신 바가 있으실 거라 짐작은 했지만, 제가 전말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해서 고민을 좀 했었습니다.”
“아, 베인 실장은 눈치챘군요.”
“사장님께서 아무 이유도 없이 1억 달러를 더 써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밴 플린트 장군 외에 나를 이해하는 이가 또 있었네. 뭐, 삼복이 정도도 눈치챘을 것 같긴 하다.
나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이니까.
“시간이 다 설명해줄 테니, 걱정 말아요. 그보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헌법 개정이 있었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두 달 좀 안된 일인데, 전국이 소요사태로 떠들썩 했습니다.”
“직원들 중에 연루된 이는 없겠지요?”
“예, 다행히도 그렇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진정이 된 상태라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내가 유신개헌에 대해 직원들만 챙겼을 뿐, 별다른 추가 질문이 없자 빌 베인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딱히 질문할 게 뭐가 있나?
내년 초부터 중화학 공업화 정책 선언이니, 기업공개 촉진법이니, 각종 긴급조치들이 줄줄이 이어질 것을 뻔히 알고 있는데 말이다.
시대의 갈림길에서 정녕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건가? 하는 안타까움만 있을 뿐이었다.
“정치는 이만하고, 우리 일부터 챙겨봅시다. 신진자동차와 수성 조선소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두 곳 다 인수하기에 최적의 상황입니다. 내년도에 정부가 중화학공업을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반면, 부실기업은 과감히 정리한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그 여파로 신진자동차는 지난주 부도처리 되었고, 수성조선도 사정이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신진이 부도났다고요? 정말 정부가 칼을 제대로 휘두르는 군요.”
“예, GM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시장 논리대로 처리했습니다. 최근 국제 정세로 보아, 한국 같은 개발도상국은 최대한 사회자본을 모아 중화학공업에 집중투자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맞는 말이긴 하군요.”
마치 오일쇼크를 예견한 듯한 발언이었다.
아니, 현 정부는 오일쇼크를 예상한 게 아니라 달러 정책이나 데탕트를 비롯해 전세계 경제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느꼈던 것이리라.
이처럼 기회를 포착하는 동물적인 감각이 있으니, 쿠데타에도 성공했겠지.
“그래서 신진자동차는 사장님 말씀대로 처리 중입니다. 우수 인력들은 속속 대세자동차로 스카우트 하고 있고, 쓸만한 장비는 경매로 낙찰받고 있습니다.”
“설비는 여천공단으로 미리 옮겨놔요. 대세자동차 신설 공장은 여천인 거 다들 알고 있죠?”
신진자동차의 중고 설비를 사는 비용이야 대세자동차의 투자 계획에 비하며 극히 일부다.
“물론입니다. 하루빨리 캐나다에서 SUV를 출시해서 불티나게 팔리기만 기대하고 있습니다.”
SUV가 대박 나면 여천 공단에 곧바로 공장을 신설할 거다.
지금은 광주 시내에 공장이 있지만, 메인 생산기지를 여천으로 옮겨야 나중에 확장하기도 편하고, 항구를 통한 수출입도 원활해질 거다.
“좋습니다. 그럼, 수성조선은 어떻습니까?”
“예, 그쪽도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저희가 접촉하자 매우 반기는 기색이었습니다.”
“당연히 매각에 호응하겠죠. 그래도 조건은 있을 텐데 말입니다.”
“예, 그게 좀 문제입니다. 이미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 국내 채무 관계는 별거 없지만, 일본에서 수주한 유조선 건조에 대해선 대세가 해결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 건만 해결되면 조선소는 헐값에 내놓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23만톤급 유조선 3척을 총 8000만불에 수주했다는 거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일본 합작사가 손 떼고 가버린 탓에 일이 그리된 건데, 뒤처리조차 돕지 않았다는 거네.
역시 약한 자에게 강한 일본다웠다.
“그냥 위약금 물어주고 해결하십시오.”
“예에? 위약금을 물어주라는 말씀입니까?”
위약금 물어주고 끝내야지.
그따위 적자 수주를 승계해서 뭐하겠나?
“그게 가장 쉽고 빠르니까요. 우리에게 시간은 돈입니다. 그리고 유조선 선주도 수성조선이 건조를 포기한 걸 알고 일찌감치 발주처를 바꿨을 겁니다. 위약금을 준다면 얼씨구나 하며 계약종료에 서명할 겁니다.”
지금은 항모 수리 사업을 따내는 게 급선무다.
게다가, 일본 고객과 얽힌 문제는 칼로 무를 자르듯 단박에 끊어버리는 게 답이다.
일본 회사는 협력업체로 일할 때는 아주 살갑게 굴지만, 고객으로 만나면 갑질이 하늘을 찌른다.
괜히 갈라파고스가 된 게 아니다.
특히 이처럼 꼬투리가 잡히는 일을 해결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다니다 보면 시간과 돈이 작살난다.
“그… 그래도 수성이 망친 일에 저희가 위약금을 무는 것은…”
“내 뜻대로 하십시오. 더욱이 항공모함 수리 건을 생각하면 정보가 새어나갈 위험도 있으니 인수를 서둘러야 합니다.”
“아, 항공모함!!! 이게 그 사업과…”
빌 베인은 수성조선과 항공모함 수리를 연결 짓지 못했던지, 내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위약금이라고 해봐야 기껏 1600만불 정도겠지만, 항공모함 수리사업은 최소 1억불짜리다.
게다가 그런 위약금을 내주는 대가로 수성조선소를 헐값에 사들이는 것 아닌가.
항공모함 수리사업은 어쩔 수 없이 일본 정부를 자극하게 될 것이니, 정보가 샐 수밖에 없다.
그전에 수성조선의 인수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요코하마 미해군과는 접촉해봤습니까?”
“예, 물론입니다. 사장님 말씀대로 미해군은 아주 긍정적으로 반응했지만, 그와 동시에 일본 정부의 반대를 우려했습니다.”
“뭘 우려하던가요? 미해군이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보지는 않을 텐데요.”
“사세보조선소가 미해군으로부터 항공모함 수리를 맡게 된 것이 국가 간 협정이라고 우기면 곤란하다는 겁니다. 계약서엔 미해군 전용수리조선소로 지정되어 있다고 말입니다.”
“그게 뭐가 문제입니까? 사세보조선소가 정식수리조선소라면, 옥포조선소를 예비수리 조선소로 지정하면 되는 거죠. 실제 전쟁이 나서 사세보조선소가 폭격이라도 받으면, 미항공모함은 수리도 못하고 기다려야 한답니까?”
“어… 정말 기가 막힌 논리십니다. 예비수리 조선소로 지정한다니!!!!”
나 같은 21세기 인간에겐 그 정도 논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갑이 원하기만 하면 경쟁사의 기득권을 깰 논리는 수도 없이 많다.
“물론 청와대의 도움이 좀 필요하긴 하겠지만, 그건 내게 맡겨요.”
일본 정부의 딴지를 민간기업인 내가 걷어내기엔 번거로운 면이 없잖아 있다.
청와대가 나서서 방패역할을 해주면, 내가 미 해군과 수리계약을 맺을 수 있다.
미해군으로선 수리비를 아껴 세금을 덜 쓴다는 명분이 있고,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옥포조선소를 정상화한다는 측면에서 미해군에 이런저런 혜택을 주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제가 수성조선의 인수는 최대한 서둘러 마무리 짓겠습니다.”
역시 베인 실장은 두 번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다른 건 서면보고로 듣기로 합시다. 기 비서, 베인 실장을 본사에 내려주고 우린 바로 울산으로 내려갑시다.”
“예, 회장님.”
기 비서마저 나를 회장님이라고 칭했다.
그러고 보니 대세도 창립된 지 내년이면 8년째였다. 그룹을 표방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일단 나는 울산으로 내려가서 페기와 오래간만에 주말 같은 주말을 보냈다.
몸은 편안하면서도 생각은 바쁜 휴일이었다.
***
대세조선, 플랜트 야드.
새로운 월요일 아침이 되자마자 시추선이 떠 있는 플랜트 야드로 나섰다.
그간 직원들이 얼마나 열성적으로 일을 했던지 공기가 줄고 또 줄어서 완공이나 다름없었다.
“스코우 부사장, 이거 시추선 당장 끌고 나가도 되겠는걸요?”
“물론입니다. 실내 마감이야 항해 중에도 할 수 있으니 완공이라고 선언하셔도 무방합니다.”
“시추팀만 도착하면 바로 출발해도…”
“시추팀이라니, 저 찾으셨습니까? 사장님.”
시추팀이라는 소리에 어디선가 호프만 이사가 튀어나왔다.
“아니, 호프만 이사님이 왜 여기 있습니까? 아르주나는 어쩌고요?”
“그쪽이야 셋업이 완벽합니다. 그리고 동해 가스전 발견은 사장님께서 제게 맡겼던 첫 번째 임무 아닙니까? 못다 한 일인데 제가 해야지요!”
이야, 이거 아르주나에 이어 동해 가스전까지 성공하면 호프만 이사의 어깨 뽕이 하늘까지 치솟겠군.
“든든합니다, 호프만 이사님. 연국환 과장, 다 준비됐습니까?”
어느새 내 주변으로 직원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보물선을 출항시키는 것처럼 들뜬 기운이 주변을 후끈후끈 달궜다.
“예, 준비됐습니다. 말씀만 하십시오.”
“다들 알아야 할게 가스전 개발은 쉽지 않습니다. 해저 파이프라인 공사도 난이도가 장난 아닐 겁니다. 각오 단단히 하십시오.”
“걱정 마십시오, 사장님! 알래스카 설원도 아니고 요르단 사막도 아니고 울산 앞바다에서 하는 공사 아닙니까! 그 정도면 소풍이죠. 소풍!”
“맞습니다. 와아아아아!”
연국환 과장은 물론 직원들의 사기도 대단했다.
하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던 이들이 많아서, 울산 앞바다는 걱정도 안되나보다.
이런 고양감… 언제 느껴도 짜릿하다.
그래, 미룰 거 뭐 있나?
벼르고 벼르던 일인데 바로 출발해야지!
게다가 눈앞에 있는 시추선은 호프만 선장이 가져온 중고 시추선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현재 최고인 엑손의 기술에 21세기 내 기술까지 더한 최신식 시추선이었다.
나는 신이 나서 후다닥 시추선의 철골 구조물인 데릭을 타고 높이 올라갔다.
하도 오랜만에 높은 곳에 올랐더니 나조차 어질어질했다.
연 과장이 곧바로 나를 따라 올라와 확성기를 건넸다.
“가스전을 만날 준비! 됐습니까!!!!!”
“예에에에에에!!!!!”
내 함성에 직원들이 양팔을 번쩍 치켜들고 호응했다. 눈치 빠른 직원들이 예인선을 끌고 와 시추선을 연결했다.
“그럼 출발합시다.”
“가즈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내가 울산 남동쪽을 가리키는 것만으로 시추선이 곧바로 출항했다.
대세의 질주는 거침없었다.
< 251 : 내가 가리키는 곳으로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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