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52)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52화(252/589)
< 252 : 무한한 영광 >
2주 후,
우리는 6-1 광구, 돌고래 V 지역에 진입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파이오니어 1호로 명명한 시추선을 정위치에 놓는 것부터 해저에 파이프를 꽂아 넣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그래도 알래스카와 두리 유전까지 경험했던 베테랑들이 참여했기에 불과 2주 만에 가스정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다들 준비됐습니까?”
“예, 준비됐습니다.”
“현재 굴착 심도는 어찌 되죠?”
“지하 2450m입니다. 사장님이 계산하신 가스정 위치까지는 거의 다 왔습니다.”
호프만 이사, 연국환 과장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정말 거의 다 왔다.
지금 당장 가스가 터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드릴 파이프를 한두 개만 더하면, 가스정에 진입하게 되리라.
‘침착하게, 안전하게, 잘 하자.’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가스정이든 유정이든 처음 진입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
유정이야 유전유체가 분출하니 와중에 덜 위험한 편이고, 순수 가스정은 말 그대로 가스가 분출하는 것이기에 자칫하면 폭발사고라는 대형참사를 유발할 수 있다.
시추선에 방폭 장치가 있기 하지만, 위험한 건 위험한 거다.
내가 동해 가스전만큼은 직접 컨트롤하려고 한 이유다. 여기서… 아니, 지구상에 나만한 베테랑은 없다.
“사장님, 외람되지만 여기 시추공은 드라이 웰(Dry Well)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더 깊이 굴착하기 보다는 돌고래 I 지역을 시도하는 게 더 나아 보입니다.”
호프만 이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의 제안은 매우 당연했다.
원래 역사에서도 돌고래 I 지역만 주야장천 팠었지. 그쪽이 우물처럼 움푹 팬 지형에 덮개암이 얹혀 있는 전형적인 유정 구조였거든.
10년간 자그마치 12개의 구멍을 뚫었지만 죄다 실패했다. 석유는커녕 가스도 안 나왔지.
그런데 오히려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여기 돌고래 V 지역에서 가스전이 발견되었다.
일종의 시행착오였지만, 원유든 가스든 뭐든 발견하려면 행운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탄성파 결과를 보면 돌고래 V 지역도 시도해볼 만 합니다. 우물형태는 아니지만, 사선으로 형성된 지층을 거대한 덮개암이 짓누르고 있는 형태입니다. 대수층과 덮개암 사이에 채널형태로 가스가 모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아, 그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군요.”
“돌고래 I 구조는 일단 우물지형이 너무 작아요. 설령 원유나 가스가 모여있다 해도 채산성이 없을 겁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여기 동해 가스전은 시추만 성공시키고, 파이오니어 1호와 탐사인력을 7광구로 보내야 한다.
동해 가스전에선 유조선이 아니라 해저 파이프로 가스를 육지로 이송시킬 거라, 어차피 생산 시설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일단 산유국의 지위를 얻는 게 급선무이니 상업 생산에 조금 시간이 걸려도 무방했다.
솔직히 동해 가스전은 직접적인 경제성보다, 원유 선물을 잔뜩 땡겨오기 위한 수단이다.
지금 뚫어야 한다!
“시작해봅시다. 올 크루 스탠바이!”
“올 크루 스탠바이! 각자 위치로!”
“각자 위치로!”
직원들이 내 말에 따라 모두 자기 위치에 자리를 잡았고, 나는 무전기를 들고 시야가 제일 좋은 크레인 쪽에 자리 잡았다.
“드릴 파이프 애드 온(add on)!”
<애드 온!>
내 지시에 따라 직원들이 능숙하게 드릴 파이프를 연결했다.
지하 2500m를 뚫고 들어가는 거라, 여태 시추공에 집어넣은 드릴 파이프만 백여개를 훌쩍 넘겼다.
“윤활유 주입! 안정액 주입!”
<윤활유 주입, 안정액 주입 완료!>
“드릴 파이프 연결 각도 체크!”
<0.2도! 스펙 이내입니다.>
드릴 파이프를 연결하는 직원들은 시추공 주변의 진흙, 윤활유, 벤토 안정액 등등 온갖 이물질이 튀는 것에도 개의치 않고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그들도 나도 바라는 건 오로지 하나.
이 시추공에서 돈이 터져 나오는 것이었다.
“좋습니다. 파이프 작업자 안전 위치로!”
<안전 위치로!>
“탑 드라이브 온!”
<탑 드라이브 온!>
탑 드라이브 엔진을 가동시키자, 거대한 철골 구조물 위에서 회전체가 내려와 드릴 파이프를 붙잡고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보고 있자니 어느 순간 파이프가 쑥쑥 지하로 박혀 들어갔다.
뭔가 빈 공간으로 들어간다는 느낌.
때가 왔다. 바로 이 느낌이지.
“가스정 진입! 모두 집중!!”
“집중!!!”
아니나 다를까 어느 순간 툭하고 드릴 파이프가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
“윤 과장, 압력 게이지 읽어!”
<5800psi, 6000, 6500… 사장님, 위험합니다.>
“아직 괜찮아! 안정제! 추가 투입!”
<벤토 애드 온!>
“탑 드라이브 출력 50% 이하로!”
<탑 드라이브 출력 80%, 70, 60, 50, 홀드!>
가스든 원유든 처음 뿜어져 나올 때 시추공 주변이 함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높은 압력이 걸린다고 쫄아서 안정제 투입을 멈춰버리면 변비가 생긴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다.
이미 시추공에서 윤활유와 파쇄된 모래 진흙이 사방으로 튀고 있었지만, 직원들은 뭔가 모를 기대감에 묵묵히 벤토를 추가했다.
<사장님, 압력이 계속 올라갑니다. 6900! 7000! 7200psi!!!!!!>
“사장님! 위험합니다!! 압력이 너무 높습니다.”
“괜찮아. 아직 괜찮다고!!!”
10000psi까지 괜찮다.
윤 과장은 물론, 호프만 이사까지 잔뜩 쫄아서 무전기에 대고 소리쳤다.
하지만, 나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드릴 파이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순간 드릴 파이프의 회전 속도가 현저하게 줄었다.
가스층을 통과해 다른 지층을 만났다는 소리!
구멍이 완벽하게 뚫린 거다. 오케이!
“유수 분리 밸브 오픈!”
<유수 분리 밸브 오픈!>
“웰헤드(해저 정두장치, Well-head) 오픈!”
<뚜껑 열어어어어!!!!!>
윤 과장은 내 지시를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던지 웰헤드를 열라는 지시에 뚜껑을 열라고 소리쳤다.
웰헤드는 방폭장치의 하단에 장착된 일종의 개폐장치다. 그걸 열면 가스든 유전 유체든 본격적으로 파이프라인을 파고 올라오는 것이다.
콰르르르릉.
아니나 다를까, 유전 유체가 미친 듯이 터져 나왔다.
“뭐… 뭐야? 석유가 뭐 이래?”
“시바… 맹물 아냐!!!!!”
유수 분리 탱크에 유전유체가 쏟아졌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실망감이 어렸다.
시꺼먼 원유가 섞인 회색빛 바닷물을 상상했는데 너무 맑은 물이었으니까.
“으아아악! 콘덴세이트(Condensate)! 콘덴세이트다아아아아!”
와중에 호프만 이사 혼자만 팔을 번쩍 치켜들고 소리쳤다. 콘덴세이트는 초경질유를 말하는 것으로 80% 함량의 나프타라고 보면 된다.
한마디로 석유화학단지에 가져다주면 미치고 환장할 정도로 좋아할 원유라는 거지.
대부분의 원유에서 최대 30%의 나프타를 추출할 수 있다면 콘덴세이트에서는 대충해도 80%까지 추출할 수 있으니 수익성이 매우 높다.
즉, 동해 가스전은 생산량이 적어서 그렇지 아주 양질의 가스전이다.
“호프만! 집중해요! 압력 게이지 읽어요!”
“허헉! 아직도 6000psi! 너무 높습니다. 사장님 대박입니다!!!!!!”
호프만은 위험하다면서도 대박이라는 말은 빼놓지 않았다. 6000psi 압력이면 가스전에 걸리는 압력치곤 꽤 높았다. 동해 가스전이 총 매장량은 크진 않지만 일일 생산량은 꽤 잘 나올 것 같았다.
“가스 아웃렛 오픈!”
“가스 아웃렛 오픈!”
촤아아악!!!!!
시추선 바깥으로 길게 뽑아낸 가스 배출관 끝에 천연가스가 거대한 에프킬라처럼 뿜어져 나왔다.
“가스 플레어링(Gas Flaring)! 점화!!”
“점화!!!!”
펑! 화르르르륵…
가스전에서 터져오는 초반 산출 가스는 태워버려야 한다. 아깝긴 하지만, 가스를 뽑지 않으면 내부 가스 압력이 누적되어 폭발할 위험이 있다.
태우지 않고 그냥 방출시키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기에, 차라리 태워서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게 낫다.
가스전 압력이 안정화가 되면 웰헤드, 즉 가스정 뚜껑을 닫아서 생산시설을 완비한 뒤에 해저 파이프를 통해 육지로 이송하면 되는 거다.
“압력 게이지, 읽어요!”
“4800, 4000, 3800, 3750… 3700에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안정세로 돌아섭니다.”
“오케이! 됐어! 됐어!”
3700psi면 아주 안전한 압력이었다.
나는 크레인에서 훌쩍 뛰어내려 호프만 이사를 껴안고 껑충껑충 뛰었다.
으하하하! 신난다.
“사장님, 우리 성공한 겁니까?”
“이거 석유 맞습니까? 맹물 같은데요.”
“하하하, 투명한 석유가 훨씬 좋은 겁니다.”
“와아아아!! 이거 석유 맞대!! 흰 석유래!”
“와아아아아아! 만세!!! 흰 석유다!”
그제야 사람들이 죄다 몰려들어 환호하기 시작했다. 잘 보면 초경질유는 꿀렁꿀렁하는 게 정제한 휘발유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장님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첫 번째 시도만 에 이런 가스전을 발견했다니요. 그것도 콘덴세이트까지! 최상급 품질입니다.”
호프만 이사는 비커에 초경질유를 가득 채워서는 내게 가져왔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걸 머리 위로 부었다.
나만의 축하법이었다.
“다들 외쳐요! 우린 산유국이다!!!!”
“우린 산유국이다아아아!!! 와아아아아아!!”
“우린 부자다아아아!”
“우린 부자다아아아아아!”
직접 벌어들이는 돈은 다른 유전의 반의반도 안 되겠지만, 산유국이란 지위는 우리 대세에 무한한 영광을 선사할 것이다.
“으아아아! 특별 보너스도 주십니까?”
“당연하죠. 우린 산유국인데!”
“와아아아아! 우린 부자다!”
“뭐합니까! 어서 방송국에 연락해야죠. 대한민국이 산유국 됐다고요.”
“으하하하하하!”
다들 시추공에서 푸슉푸슉 뿜어져 나오는 모래 진흙을 잔뜩 처바르고 어깨동무를 한 채 펄쩍펄쩍 뛰었다.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시나리오보다 더 좋았다.
생각보다 LNG 압력도 너무 좋고, 같이 터진 초경질유의 순도도 아주 좋아서 채산성이 꽤 높을 것 같았다.
나프타로 써도 되고, 포항제철에 제련 연료로 공급해도 되고, 발전소에 연결해 발전과 지역난방으로 이용해도 된다.
사용처는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파이프 공사는 직원들에게 맡겨도 잘할 거다.
배 위에서 강관을 용접해 해저로 가라앉히며 70km나 이어가야 하는 작업이라 힘들긴 하겠지만, 특별 보너스는 그들의 노력을 충분히 보상해주고도 남으리라.
‘서울로 가자.’
이 정도면 자신만만하게 청와대로 들어갈 수 있겠다.
****
사흘 뒤,
“와아아아아아!”
“지금 대세 우찬수 사장이 회사 정문을 나와 청와대로 향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대세가 울산 앞바다에서 유전을 발견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88번째로 산유국 대열에 합류하였습니다. 그간 해외 유전 개발을 통해 준산유국이 되었다면, 이번에는 그야말로 진정한 산유국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만세!”
“산유국 만세!”
“대세 장하다! 잘했다!!”
TV 카메라는 물론 서울 시민들이 죄다 성수동 본사로 몰려든 것 같았다.
눈이 닿는 곳마다 시민들이 나와 태극기를 흔들며 산유국이 되었음을 축하했다.
청와대에선 역시나 카퍼레이드를 원했지만 나는 정중하게 사양했다.
다행히 카퍼레이드는 길게 끌지 않고 취소되었지만, 끝내 관용차를 본사 앞까지 보내서 내가 청와대 비서진들의 안내에 따라 차에 오르는 장면만큼은 TV 카메라에 잡히도록 했다.
청와대로 가는 길 내내 시민들이 엄청난 환호를 해줬기에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얼어붙은 사회 분위기에서 나름 희망에 찬 소식이었던 모양이다.
같이 일합시다. 더 부자 되게 해드릴게요.
***
청와대 본관,
“철저한 사전준비와 끊임없는 노력으로 동해 가스전을 발견하여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지대한 바, 이에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함.”
“임자,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대통령은 내게 훈장을 수여하고 어깨를 툭툭 두르려 주었다.
“난 임자가 해낼줄 알았어. 드디어 우리가 산유국이 되었구만 그래.”
“최소 경제성을 가진 소형 가스전입니다. 이런 큰 환호를 받으니 얼떨떨할 뿐입니다.”
동해 가스전의 하루 생산량은 LNG 1000톤과 초경질유 1200배럴 정도다.
정부 몫을 떼주면 연간 400만불 정도의 매출이다. 오일쇼크 이후엔 매출이 몇 곱절은 오르겠지만, 소형 가스전인 건 사실이다.
“임자말론 산유국 지위를 가지면 해외유전 개발이나 원유수입이 더 쉬워진다면서. 그럼 됐지!”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은 내가 예전에 했던 말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다.
대통령은 기분이 무척 좋은지, 나를 집무실로 데려가 위스키를 권했다.
마치 직장 상사가 회식 때 꿍쳐둔 양주를 권하듯 말이다.
“다음에는 이런 실내가 아니라, 근사한 야외에서 음악도 틀어놓고 한잔하자고. 진작에 그랬어야 했는데, 임자가 워낙 바빠야 말이지.”
“예, 알겠습니다.”
어쩌죠, 난 앞으로 계속 바쁠 텐데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비서실에서 듣자 하니, 내게 뭔가 부탁할 것이 있다고?”
대통령은 하고픈 말을 다했던지, 그제야 내 부탁이 뭔지 물었다.
“조선소 관련한 일입니다.”
“아, 수성조선 인수한 거 말인가? 그거야 기업 간의 문제인데, 정부가 끼어들 일이 뭐가 있나? 특혜니 독점이니 하는 말은 신경 쓰지 마시게.”
“예, 수성조선과도 조금 관련 있는 일입니다. 이참에 미 7함대 항공모함 수리사업을 따낼까 하는데, 정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항공모함 수리?”
“여기, 사업 계획서입니다.”
내가 건넨 사업계획서를 살펴보던 대통령의 눈이 점점 켜졌다.
어때요? 근사하죠?
“허! 이런 사업이! 자고로 기업가라면 임자처럼 국가안보부터 생각해야지!!! 수리든 뭐든 우리 땅에 항공모함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면, 감히 누가 우리나라를 건드리겠어!”
“항모 수리는 물론 옥포조선소에선 미해군 기술자도 섭외해서 구축함도 건조하겠습니다.”
“옳거니! 옳거니! 그거 정말 괜찮은 생각이군. 내 당장 외교부를 총동원해서 도와줌세.”
“항모 수리에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해주시면 일이 훨씬 쉬워질 것 같습니다.”
“세제 혜택 뿐인가? 해군이든, 국방과학연구소든 필요한 인력은 원하는 대로 데려가서 일 시키시게! 그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있겠나!”
대통령이 아주 신이 났다.
항모가 들어오기만 해도 주한미군 철수니, 북괴 도발이니, 미중 데탕트니 하는 골치 아픈 일들이 한 수 접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군사적인 목적이 아니라, 수리를 위해 항모가 들어온다는데 누가 어떻게 딴지를 걸겠나.
심장이 뛴다.
중동, 뀌년, 인천, 여천, 옥포, 울산, 포틀랜드까지… 강력한 군사적 레드라인이자 물류라인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내 그림대로.
< 252 : 무한한 영광 > 끝
ⓒ 푸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