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53)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53화(253/589)
< 253 : 성골 >
“우 사장님, 정부에서 뭘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각하께서 전폭적으로 지원하라 하셨으니,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간단합니다. 저야 항공모함을 수리하는데 기술적으로 문제없이 할 테니, 정부에선 정치적으로 문제없도록만 해주시면 됩니다.”
“기술적으론 문제없으니, 정치적으로도 문제없이 해달라! 말씀 정말 멋집니다.”
염원철 수석은 무릎을 ‘탁’ 치면서도 계속 내 얼굴만 쳐다봤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는 것이다.
“미 국방부와 접촉하셔서 옥포 조선소를 미 7함대 예비수리조선소로 지정만 해주십시오. 그 뒤는 대세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오, 그거면 됩니까? 문제 없습니다.”
“협상하러 가시기 전에 세제 혜택은 어찌할지 생각하시고 가셔야지요.”
“그거야 걱정 마십시오. 전폭적으로 지원하라고 하셨으니, 수리용 기자재는 전부 관세 면제하고 전기세든 수도세든 뭐든 깎아야지요. 항모가 들어온다는데, 국방비 아낀다고 생각하면 반대할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염원철 수석은 가슴을 텅텅 치며 자신했다.
미 해군이 요청하는 조건은 대부분 들어줄 것 같으니, 협상은 잘 되겠군.
“참, 대통령님께서 구축함 건조에 ADD 인력도 끌어들이라 하셨는데 지원 좀 해주십시오.”
“문제없습니다. 대세에서 구축함 설계를 한다고 했을 때부터 참여를 원하는 이들이 수두룩한걸요. 국산 구축함 건조에 참여한다니 영광스러운 일이죠.”
“그리 말씀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안보와 관련된 일인지라 정부가 적극 나섰다.
일본이나 중국이 엄청 딴지를 걸겠지만 욕받이야 우리나라 정부가 해줄 테니, 나는 내 할 일만 하면 된다.
정부가 협상에 나서면 대세는 즉시 항모 수리 사업을 따낼 거다. 멀리서 낸시와 밴 플린트 장군도 잘 거들어줄 거다.
“아, 그리고 올해 대세 공채 인력을 엄청 늘렸던데 말입니다. 자그마치 3000명을 뽑으시던데…”
“예. 기술인력과 기능공들, 그리고 지원인력을 합치니 그리 되더군요. 솔직히 올 하반기에 기능공은 더 뽑으려고 생각 중입니다.”
중동 특수에 대비해 미리 인력을 충원했다.
원래 역사에서도 기능공 스카우트 경쟁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쓸만한 인력은 죄다 대세가 쓸어갔다는 볼멘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뽑아서 교육을 시켜둬야 했다.
“그렇다면 정말 잘 됐군요. 혹시, 우수한 공고 졸업생을 채용해주실 수는 없는지요? 대세 연구소와 시범 사업으로 기능사 시험을 치렀는데, 자그마치 150명이나 시험을 통과해버렸습니다.”
“대세 연구소와 사업을 펼치셨다고요?”
황 소장님이 추진하신다는 사업인가?
“예, 대세 연구소 소장님께서 사재를 2억 3000만원이나 내주셔서 전국 11개 공고에 실습 시설을 지원하셨습니다. 그리고 대세 연구소 주관으로 용접, 배관, 제관, 전기공사, 기계조립 기능사 시험을 실시했는데, 합격자가 150명이나 나왔습니다. 대세 연구원들도 혀를 내두르며 칭찬하더군요.”
“그래요? 대세연구소 소식을 저보다 잘 아시는군요. 귀국 후 미처 거기까지는 챙겨보지 못했는데 반가운 소식이네요. 걱정 마십시오. 전원 대세에서 채용할 테니까요.”
당연히 채용해야지.
거기 연구원들이야 인간의 범주를 살짝 벗어난 이들인데, 그들의 눈에 들었다면 그 공고생들의 손재주와 열정은 남달랐던 모양이다.
“헉, 정말이십니까? 채용해주신다고요?”
“6개월간 사내에서 교육하면 기능사 2급을 따겠죠. 그럼 어디에 배치하든 1인분은 할 겁니다.”
나름 검증된 이들이니 사내 훈련소에 합류시켜야지. 그리고 중동으로 데려가면 되는 거다.
졸업과 동시에 대한민국 최고의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니 내 제의를 거절할 공고생은 많지 않을 거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죠.”
“우수 인력을 채용하는 건데요. 제가 더 감사합니다. 그보다 2급 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해외 건설 현장에 파견되는 이들에 대해서는 군면제 좀 시켜주십시오. 달러 획득만큼 국가에 기여하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돈이 있어야 나라도 지킬 수 있는 거다.
“안 그래도 대세 연구소 소장님도 군면제를 요청하셔서 논의 중에 있습니다. 각하께서도 적극 검토를 명하셨으니, 연내에 법령이 공표될 겁니다.”
신난다. 병역특례까지 걸리면 기능공의 자질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해외건설 현장이 고되긴 하지만, 군대 생활에 비하겠나. 그것도 70년대 군대라니.
“벌써 검토 중이셨군요. 감사합니다.”
“말이 검토지 곧 통과될 겁니다. 대세 고위 임원께서 계속 후원하신다는데, 정부로선 안 할 이유가 없지요.”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황 소장님이 화끈하게 지르셨네.
국가로선 세금을 쓰는 일도 아니고, 기능사 시험마저 대세 연구소에서 주관하니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었을 거다.
황 소장님 지원하셨다는 2억 3000만원은 이 시대에선 정말 큰돈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를 수십채는 살 수 있는 돈이니까.
앞으로도 계속 지원하겠다고 하시다니, 연봉을 다 밀어 넣으실 모양이군.
역시 대단하신 분이다.
나도 좀 도와드려야겠네.
매년 공고 졸업생들 중에서 기능사 시험에 합격한 이들을 싹 쓸어오면 되겠다.
처음 치른 시험에 합격자가 150명이면 내년부턴 그 두세 배는 되지 않겠나.
중동 파견 인력 수급은 걱정 안 해도 되겠군.
“우수 인력까지 마련해주시니, 저는 마음 놓고 바레인으로 넘어갈 수 있겠군요.”
“중동 가시는군요. 건설수주도 많이 따오시고, 이제 산유국도 되었으니 석유도 싸게 가져오십시오. 우 사장님, 화이팅입니다.”
“그러려고요.”
바레인 수리조선소 주수식에 참석하는 VIP들을 만나면 다 해결될 일이었다.
원래는 연말에 주수식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12월 20일부터 이슬람 순례 기간이라고 한 달 가까이 연기되었다.
중동에선 종교 행사 때문에 비즈니스가 연기되는 것은 비일비재하니 이상할 것도 없었고, SNOS 건으로 바빴던 내겐 고마운 일이었다.
***
며칠 뒤,
나는 항모 관련과 SUV 관련 일은 빌 베인에게 맡기고 바레인으로 향했다.
“잘 다녀와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요.”
“금방 다녀올게요, 페기.”
“당신은 약속을 잘 지키는 남자지만, 그 말 만큼은 못 믿겠네요.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인 거 잘 아니까, 원하는 만큼 일하고 와요.”
나는 페기의 배웅을 받으며 비행기에 올랐다.
중동 VIP들에게 눈도장만 찍고 오는 일이라 그다지 오래 머물지 않을 텐데, 페기로선 잘 안 믿기나 보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잠시 휴일을 보낸 것 외엔, 계속 출장으로 자리를 비웠음에도 이렇게 배웅까지 해주다니 정말로 페기는 내게 행운이었다.
일정만 놓고 본다면 페기 말대로 내가 세상에서 가장 바쁜 남자일 수도 있겠다.
와중에 페기도 울산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자선사업을 하고 있기에 외롭거나 하지는 않을 거다.
***
바레인 국립 공항.
“아이고, 우 사장님. 산유국 만세입니다.”
“사장님, 중동에 있는 전 직원을 대표해 축하드립니다.”
공항에는 왕 사장님과 마크가 마중을 나왔다.
“벌써 여기까지 소문이 퍼졌나요?”
“그럼요. 여기 나와 있는 한국인들 중에 산유국이 되었다는 소식에 눈물을 흘리지 않은 이들이 없었습니다. 큰일 하셨습니다.”
왕 사장님은 아직도 감격스러운 듯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산유국이라니, 이 시대 한국인들이라면 누구나 가슴 벅찬 일이지.
“그보다 왕 사장님 신수가 훤해 지셨는데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중동에 좀 있었더니, 그 동안 돈 걱정했던 게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알겠더군요 마크 지사장만 쫓아다녔는데, 벌써 대형 공사를 수주했습니다.”
“그게 무슨 제 덕분입니까? 현산 건설이 워낙 도로건설 실적이 좋아서 수주하신 거죠.”
“저도 들었습니다. 주베일에서 리야드까지 놓는 고속도로 일부를 수주하셨다고요. 축하드립니다.”
1300만불 짜리 고속도로 공사였다.
짧은 구간인 걸 보면 사우디 정부가 현산을 시험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내가 나이프 왕자를 만나러 갔을 때만 해도 사막을 관통하는 임시 도로를 횡단했는데, 조금만 지나면 쭉 뻗은 아스팔트 길을 보게 생겼다.
“여기서도 슈퍼팔트가 빛을 발할 것 같습니다. 한번 맛보면 도로란 도로는 죄다 한국 건설사가 쓸어버릴 겁니다.”
“그래야죠. 중동에선 수주도 알음알음이라 입소문이 중요하니, 첫 프로젝트에서 품질에 특히 신경 쓰셔야 합니다.”
“문제없습니다. 여기엔 비도 안 오고, 터널도 없지 않습니까?”
주베일과 리야드를 고속도로로 잇는 걸로 봐서도, 사우디 왕가는 주베일을 군사요충지이자 경제요충지로 삼으려는 게 분명했다.
우리나라 반도체 공장 옆에 미군 기지가 있듯이 말이다.
“자, 어쨌든 지금은 주수식 준비가 우선입니다. 거기서 대형 수주가 우수수 떨어질 겁니다.”
“예, 어서 가시죠. 지시하셨던 프레젠테이션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가서 봅시다.”
바레인 지사로 바로 들어와 슬라이드 쇼와 프레젠테이션 모형을 살폈다.
위용이 넘치는 수리조선소와 화려한 금융거리를 그대로 모사한 모형도 놀라웠지만, 슬라이드 쇼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요르단 정부에서 수로 공사의 전체 과정을 기록영화로 남겨뒀던 것이다.
협곡의 바위기둥을 무너뜨려 저수지를 만들고, 거기에 해수담수화 시설을 통해 민물을 채우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주변이 녹지로 거듭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두었다.
특히 요르단 국왕이 산꼭대기에 올라 발파 스위치를 누르는 장면과, 똑같은 장소에서 초원으로 변한 협곡을 내려다보며 땅에 머리를 조아리며 기도하는 장면은 이슬람 교도가 아닌 내가 봐도 마치 신의 축복같았다.
“…멋지군요.”
“요르단 후세인 국왕께서 사장님께 친히 말씀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다가올 휴가는 꼭 요르단에서 보내 달라고 말입니다.”
“그래야겠네요.”
요르단 국왕이 내게 멋진 선물을 해줬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기록영화라 VIP들에게 보여주면 성공할 수밖에 없겠다.
이걸 보면 중동의 왕가들은 너도나도 해수담수화 시설을 만든다고 하겠다.
나는 그 뒤로 주수식에 참석하는 VIP들의 이름과 얼굴을 사진으로 익히고, 프레젠테이션 예행연습에 최선을 다했다.
***
이틀 뒤, 바레인 수리 조선소.
“이 웅장한 조선소는 OAPEC 국가가 바다로 뻗어가는 시발점이 될 것이며, 이 화려한 금융거리는 OAPEC 국가의 번영을 상징하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허락하신 알라에게 영광을!”
“알라에게 영광을!”
짝짝짝짝
바레인의 각계 귀빈은 물론 사우디, 쿠웨이트, UAE, 리비아의 VIP들을 앞에 두고 바레인 국왕이 직접 축하 연설을 했다.
이례적으로 국왕이 직접 축사를 할 정도로 수리조선소와 금융거리는 바레인의 미래였다.
물론, VIP들은 이미 실내에서 요르단 수로 공사라는 지극히 감동적인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듣고 나왔기에 바레인 국왕의 축사에는 영혼 없는 박수만 보냈을 뿐이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주수식을 거행하겠습니다. 귀빈 여러분께는 무대 위로 올라와 주십시오.”
사회자의 말에, 바레인 국왕을 중심으로 나와 VIP들이 줄줄이 버튼 앞에 늘어섰다.
내 버튼이 실제 가동 버튼이고, 다른 건 죄다 가짜였지만 아무 상관 없었다.
“준비 되셨으면, 주수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구경나온 시민들의 환호성과 함께 팡파르가 울려 퍼졌다.
“셋, 둘, 하나, 제로!!! 버튼을 눌러주십시오!”
꾸욱. 펑! 펑! 퍼엉!!
“와와아아아!”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화려한 색깔의 연막탄이 하늘로 쏘아졌고, 도크의 수문이 열렸다.
거대한 수문이 열리자 바닷물이 해일처럼 도크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원래는 미리 파이프라인을 통해 도크에 바닷물을 어느 정도 채우고 그다음에 수문을 열어야 하지만, 시각적인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 이런 쇼를 한 거다.
“이거 장관이군요. 이 정도 도크라면 수리가 아니라 유조선 건조도 가능하겠습니다.”
“그럼요. 요청만 하십시오. 당장 몇 척이라도 만들어드리지요.”
나이프 왕자의 덕담에 바레인 국왕이 껄껄 웃으며 화답했다.
만들긴 뭘 만들어?
바레인 국민들 중에 이 땡볕에서 용접할 사람들이 누가 있다고? 턱도 없는 소리다.
조선소 운영조차 외국에 하청을 줄 거면서.
나는 오늘만큼은 나이프 왕자와 바레인 국왕 곁에서 멀리 떨어졌다.
이미 잡은 고기라 오늘은 타깃이 아니었다.
“하하, 미스터 우. 듣자 하니 SNOS 입찰에서 서구 건설사들을 골탕 먹였다던데 말입니다.”
“골탕이라기 보다 제 소신껏 입찰을 한 겁니다. 밀라드 총리님.”
불쑥 다가온 사람은 밀라드 리비아 총리였다.
카다피가 리비아 총리, 국방장관, 국가평의회 의장, 국가 원수를 모두 겸임하다 최근 총리는 떼줬다고 했다. 즉, 리비아의 2인자라는 소리지.
서구 열강의 패권주의를 병적으로 싫어하는 이들이라 내 행동을 전해 듣고 통쾌했던 모양이다.
카다피를 필두로 하는 리비아 쿠데타 세력은 미국 군사기지를 철수시키고, 세븐 시스터즈를 추방하고 원유 시설을 국유화했다.
그 덕분에 유가가 상승세니, OAPEC 국가들로선 쿠데타 세력임에도 불구하고 리비아를 은근슬쩍 지지하는 것이다.
“그러신가요? 여하튼, 카다피 장군께서도 아주 인상 깊으셨던지, 한번 뵙고 싶어 하시더군요.”
“그러십니까? 리비아도 대규모 국토 개발을 추진 중이라 들었는데, 저희가 도울 수 있다면 영광입니다. 입국만 좀 도와주신다면 말입니다.”
국교 수립도 안된 곳이라 리비아에 들어가려면 보통 힘든 게 아니다.
게다가 미국에 미운털이 박힌 곳이라 막상 들어간다고 하면 낸시에게도 언질을 줘야할 것이다.
“여기 제 이름으로 초청장을 썼으니, 입국에는 문제없을 겁니다.”
뭐야? 본 지 몇 분이나 되었다고 리비아 총리가 바로 초청장을 써주나?
아, 요르단 해수담수화 시설이 인상 깊었군!
그래도 방문을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었다.
리비아엔 해수담수화 시설 공사가 아니라 지하수를 내륙으로 이송할 대수로 공사가 필요하거든.
당장 리비아로선 그만한 재정적 여력은 없을 테고, 오일쇼크 직전에만 가면 될 것이다.
오일쇼크 직후엔 GNP가 미국을 넘어설 정도로 돈 많은 나라가 되니까 말이다.
“크흠, 미스터 우. 얘기가 끝났으면 저에게도 시간을 좀 주시지요.”
누군가 우리 사이에 쑥 끼어들었다.
리비아 총리마저 가볍게 젖히는 VIP였다.
“물론이죠. 알나얀 왕자님.”
알나얀 왕가는 UAE의 토후국 중 아부다비의 왕가다. 아부다비가 UAE에서 가장 크고, 석유도 나기에 UAE의 성골이라고 하겠다.
내게 원유 선물을 선사할 분이시다!
< 253 : 성골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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