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56)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56화(256/589)
< 256 : 5% 더! >
다음날, 아침.
“으아아, 잘 잤다.”
“다들 컨디션 괜찮습니까?”
“예, 사장님. 이런 악취도 익숙해지니 잠이 오긴 오더군요.”
나를 포함해 우리 일행들은 어젯밤 물에 빠진 솜뭉치마냥 쓰러져 잤다.
“서두릅시다. 대세해운이 우리를 찾고 있을 테니 불부터 피우자고요.”
“SOS 신호는 저희가 전문이죠.”
박사들이 불을 피우고 어디선가 이끼를 잔뜩 가져와 뿌리니 회색빛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이 정도 연기면 우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우린 불을 피운 김에 대충 밥인지 죽인지 모를 아침 식사를 하고, 추장을 따라나섰다.
서양 탐사꾼들이 작업을 시작했다는 바닷가로 나왔더니 거긴 썩은 내가 더욱 지독했다.
주변이 죄다 깎아지른 절벽이고 앞으로는 드넓은 해변이라 부족민끼리는 살기 좋은 곳이었을 것 같은데, 한번 망가지니 외부로부터 도움을 바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망가지고 버려지고 잊혀진 곳.
여기 부족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터전을 버리고 산맥 너머로 떠날 수밖에 없었으리라.
“우우우… 사장님, 여기 계속 있다간 코가 썩을 것 같습니다.”
“사장님, 죽은 물고기가 계속 밀려오는 걸 보니 물고기가 지나는 길에 가스가 유출되는 것 같습니다.”
“냄새로 판단하건대, 유황 성분을 다량 함유한 가스 같습니다.”
진 주임은 코를 막고 손사래를 쳤지만, 두 박사들은 각기 의견을 말하기 바빴다.
“발전소를 지으려면 탈황시설부터 갖춰야 되겠군요.”
“예,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벡텔 연구소에서 여러 발전소를 경험했던 유역건 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LNG의 탈황시설은 사우디에서 천연가스 파이프 공사 때 이미 시공해봤기에 전혀 문제 없었다.
탈황시설 시공비는 좀 들겠지만, 해저 파이프 부식위험도 낮추고, 발전소 연료로 태웠을 때 오염도 적고, 무엇보다 황이라는 자원을 얻는 것이라 그 또한 나쁘지 않았다.
“북서쪽 해안 쪽에 시추공이 있는 것 같은데, 배가 와야 눈으로 확인할 텐데 말이죠.”
“사고현장이 어떤지는 몰라도, 이 정도 냄새라면 한두 군데가 터진 게 아닐 것 같습니다.”
“대형 폭발이긴 했을 겁니다. 육지의 사암층마저 갈라졌지 않습니까.”
군데군데 땅이 쩍쩍 갈라진 곳이 보였다.
육지가 이럴 정도면 킥 폭발은 지진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사고 당시보다야 압력이 줄었겠지만, 지금도 가스 유출량이 상당한 것 같았다.
파푸아뉴기니 LNG는 21세기에나 개발되기에, 나도 정확히 여기에 얼마나 큰 LNG 가스전이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 바람에 실려 오는 냄새만으로도 이거 보통 가스전이 아니었다.
지구 온난화를 막는다는 측면에서도 이곳은 빨리 내가 접수하는 게 상책이었다.
뿌우우우우… 뿌우우우우…
“어? 사장님! 뱃고동 소리가 들립니다.”
“서쪽에서 들리는 것 같군요.”
“대세해운입니다. 대세해운입니다!!!”
내가 박사들과 얘기하던 와중에 진 주임이 배를 발견했다. 선원들도 우리가 피웠던 모닥불 연기를 발견했던지 뱃고동을 끊임없이 울려대고 있었다.
“다 같이 조명탄 쏩시다!”
“우리 살았습니다. 사장님. 우리 살았어요.”
“으아아, 목욕할 수 있다아아아아!!!”
펑! 펑! 펑!
우리는 배를 향해 조명탄을 쏘았다.
조명탄에 화답하듯 길게 뱃고동이 울리더니 뱃머리를 우리 쪽으로 틀었다.
“사장님!!!! 괜찮으십니까?”
대세목재의 조달봉 부장이 보트에 직원들을 가득 태우고 해변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날 찾아온 배는 대세 5호였다.
칼리만탄에서 원목을 실어나르는 화물선인데, 이쪽으로 급히 돌린 모양이다.
“조달봉 부장!”
“아이고, 사장님. 어디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다치긴요, 보다시피 멀쩡하니 걱정 말아요.”
조달봉 부장이 내 몸까지 더듬어보며 걱정하기에 어깨를 두드려 안심시켰다.
“야이, 진가(家) 놈야. 박사님들 보필하라고 휴가 보냈더니 납치를 당하면 어째!”
“휴가는 무슨 휴가에요!! 죽다 살았구만.”
“개기는 거보니 멀쩡하네, 새꺄.”
내가 멀쩡한 걸 확인하고선 진일호 주임과 드잡이를 시작했다. 칼리만탄 개척팀답게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걱정하는 게 느껴졌다.
“우 사장님, 정말 괜찮으신 거 맞지요?”
함께 타고온 왕 사장님도 날 걱정했다.
“그럼요. 왕 사장님. 그보다 인니 영사관에 연락은 하셨습니까? 리오 중사를 통해 직원들 무사하다고 소식을 전해 달랬는데 말입니다.”
투타타타타…
“당연합니다. 무르다니 장군도 걱정을… 아, 저기 오는군요.”
왕 사장님은 서쪽에서 날아오는 헬기를 가리켰다.
“무르다니 장군이 직접 올 필요까지야.”
“파푸아뉴기니 수상까지 같이 오고 있습니다. 우 사장님 안전은 국제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국제적인 문제라… 그렇기도 하겠네.
인도네시아는 내 덕분에 대한민국과 외교 관계를 맺게 되었고, 파푸아뉴기니도 독립하면 제일 먼저 대한민국이 국가 인정을 할 것 아닌가.
아니… 아직 대한민국이 UN 가입이 안됐으니, 그건 아닌가? 여하튼, 내가 여기서 VIP는 VIP지.
“우 사장님, 괜찮으십니까아아아!”
헬기가 어찌어찌 착륙하자마자, 무르다니 장군이 수행원을 잔뜩 이끌고 달려왔다.
수행원 중에는 군의관까지 끼어 있었다.
“괜찮습니다. 장군께서 이리 직접 오시다니요.”
“와야지요. 당연히 와야지요.”
“저는 파푸아뉴기니 소마리 수상입니다. 이거 여러모로 불편을 끼쳤습니다. 그 놈의 술주정뱅이 전력청장은 당장 해임하겠습니다.”
무르다니 장군이 내 안전을 확인하자 옆에서 파푸아뉴기니 수상이 자신을 소개하며 나섰다.
“지금이라도 이리 와주셨으니 됐습니다.”
나는 소마리 수상에게 정중하게 예를 표했다.
그러면서 전력청장 해고에는 은연중에 동의했다. 그가 술 먹고 탐사에 동행하지 않은 게 사건의 발단이긴 하니 해임은 하셔야지.
자칫 우리 직원에게 무슨 일이 생겼으면 어찌할 뻔했나.
“이게 대체 무슨 냄새입니까? 지독하군요.”
“생선 썩은 냄새에다 가스 냄새가 더해진 겁니다. 누군가 시추를 하다가 대형 폭발 사고를 낸 것 같습니다. 와중에 원유 매장량이 소량이었기에 이 일대만 오염시킨 걸로 끝난 겁니다. 뭐, 가스 유출만으로도 충분히 지옥이긴 합니다만…”
무르다니 장군이 인상을 찌푸렸기에, 나는 오염된 흙을 보여주고 썩어버린 해변을 가리켰다.
“호주 ADMEX사의 짓입니다. 저희가 몇 번이고 그들에게 원상복구를 명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더니 결국 회사 자체가 사라져버렸습니다.”
“고의 파산이군요.”
소마리 수상이 한숨을 내쉬며 그간 사정을 털어놓았다.
호주 ADMEX사의 짓이라… 여기가 무르다니 장군이 말한 유전지대로군.
역시, 유전지대가 아니라 가스전 지대다.
“그럴 겁니다. 어찌 되었든 저희 독립 준비위원회가 나서서 호주 정부와 협상해봐도 답이 없었습니다. 조사결과 유독가스가 새어 나오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기에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말입니다. 자연재해나 다름없으니 복구도 자연에 맡겨야 한다고 말입니다.”
“빌어먹을 놈들, 이게 자연재해란 말입니까?”
아무리 유출지점이 많다고 해도, 돈과 시간을 투자하면 복구가 안 될 리가 있나?
나라가 힘이 없으니 그냥 이런 꼴을 당해도 찍소리 못하는 거지.
덩달아 우리나라 상황이 겹쳐 보였다.
우리도 빨리 힘을 키워야 주변국에 시달리지 않지. 그런 측면에서도 여기 LNG는 우리에게 아주 큰 힘이 되어주리라.
“복구를 해봐야 기껏 유독 가스 채굴권이나 얻는 꼴이니 수지타산이 맞질 않는 거겠지요.”
무르다니 장군이 옆에서 혀를 찼다.
소마리 수상이 인도네시아 정부와 합작해서 이 지역 개발을 추진한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말입니다. 우리끼리 얘기를 다시 해야겠습니다. 저쪽으로 가시죠.”
“그러시죠. 리오 중사, 사람들을 물려주게.”
“예, 장군님.”
나, 무르다니 장군, 소마리 수상 이렇게 세 명은 일행과 떨어져 대화를 나눴다.
“여기 답사를 해보니 지하수력발전소 건설은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어코 추진한다면 건설비로만 2억 달러는 족히 들 겁니다.”
“2… 2억 달러라고요?”
“저도 헬기에서 내려다보니 기가 막히더군요. 칼리만탄보다 더한 밀림이던데 말입니다.”
무르다니 장군도 여길 눈으로 본 건 처음이군.
“어찌 4000만 달러 내에서 해결할 방법이 없겠습니까? 제가 이 지역 출신이기도 하지만, 이 지역 출신들이 가장 독립의 열망이 높습니다.”
소마리 수상으로선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로군. 하긴 아직도 부족 개념이 남아있는 나라인데, 출신 지역이 얼마나 소중하겠어.
“그래서 제안을 드리려는 겁니다. 여기 유출되고 있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삼아 발전소를 만드는 방법은 어떠십니까? 4000만 달러 내에서 가능한 데다 자연스레 이 지역의 복구도 빨라지겠지요. 천연가스 생산이 본격화되면 정부 재정에도 나름 도움이 될 겁니다.”
지금에야 천연가스 따윈 돈이 안 된다고 여기겠지만, 내후년부턴 내게 엄청 고마워하게 될 거다.
“천연가스로도 발전소를 돌릴 수 있습니까? 수력발전이라면 몰라도, 다른 발전소는 석유나 석탄을 엄청나게 태워야 한다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천연가스 생산량을 가늠해봐야겠지만, 바람에 이 정도로 냄새가 실려 올 정도라면 100MW급 출력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 대세가 특허를 가진 복합화력 발전소 기준입니다.”
“100MW라면 충분하지요. 충분합니다.”
소마리 수상은 너무나도 기뻐했다.
지하수력발전소의 출력을 100MW로 생각하고 있었을 테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다만, 추가 협의가 필요합니다. 원래 제가 지하수력발전소 건설의 대가로 이곳에 조광권 지분을 원했는데, 상향 조정이 필요합니다. 이 지역 복구 비용이 상당한 데다, 이 근방에 유전은 없어 보이니 말입니다.”
“유전이 없다고요? 우 사장님, 여기 토양이 원유로 오염된 걸 보십시오. 어딘가 유전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무르다니 장군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건 지난 일입니다. 예전 폭발로 저유층이 파괴된 것이 확실합니다.”
내 말에 무르다니 장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가 나서면 죽은 유전도 살릴 수 있을 줄 알았던 모양이다. 죽어도 웬만큼 죽어야지, 이 정도로 망가지면 나도 답 없다.
“천연가스 지분만으로 복구 비용을 추가로 감당하는 것은 힘들다는 말씀이군요.”
소마리 수상은 충분히 이해된다는 표정이었다.
“이 지역 복구 비용까지 합치면, 조광권 지분은 45%는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존 40%에서 5%를 더 높였다.
두 실력자가 함께 하는 자리라면 5%는 더 올릴 수 있지 않겠나.
“45%라… 인도네시아 입장에선…”
“좋습니다. 그리 하시지요. 대신 여기 복구는 물론, 웨와크시(市)까지 해안도로를 연결해주십시오. 그리고 발전소건설에 우리 국민들을 채용해 운영 교육도 미리 시켜주시고 말입니다.”
“허허, 이것 참 소마리 수상님. 저희 인도네시아 정부와 상의는 하셔야…”
“무르다니 장군님, 45%로 하시죠. 제가 대통령께는 말씀드리지요. 여길 복구해주겠다고 나서는 이가 대세 건설 외에 또 있겠습니까? 우 사장님을 소개해주신 대가는 따로 갚겠습니다.”
“… 정 그러시다면야, 알겠습니다.”
오케이. 나름 소마리 수상도 정치인이라고 딜을 할 줄 알았다.
“그리고, 우 사장님. 이왕이면 여기 항구도 싸게 지어 주십시오. 건설자재를 옮기려면 항구를 지을 거 아닙니까?”
소마리 수상은 이곳에 인프라를 만들려고 했다.
발전소, 해안도로, 항구까지 만들어놓으면 자연스레 이 지역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
“예,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죠. 발전소는 4000만 달러, 항구는 2000만 달러, 해안도로는 1000만 달러 이내로 맞춰보겠습니다.”
천연가스 조광권이 최종 목적이니, 건설은 속전속결로 수의계약을 맺어야 했다.
“여기가 어찌 바뀔지 기대가 되는군요.”
소마리 수상의 입장에선 여기가 복구를 너머 개발까지 된다면 정치적으로 큰 성과가 될 것이다.
“사업계획서가 마련되는 대로 저희 직원이 찾아뵐 겁니다. 45% 지분율 계약이니 잘 봐주십시오.”
“물론이죠. 바로 서명하겠습니다.”
계약과 시공은 두 박사들에게 맡기고, 나는 귀국해서 동해가스전을 챙겨야 한다.
동해가스전에 최대한 빨리 해저파이프와 생산설비를 갖추고, 파이오니어 시추선을 이쪽으로 돌려서 소량이라도 천연가스 생산부터 해야 했다.
그래야 내가 오일쇼크 전에 조광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단 내가 천연가스를 생산 중이라는 실적만 확보하면, 본격 생산이야 시간이 좀 걸려도 된다.
“저는 가스 유출 사고지점부터 조사할 테니, 두 분께선 복귀하십시오. 다들 바쁘시지 않습니까?”
“복귀는 하겠지만, 우 사장님도 시간을 아끼셔야지요. 가스 유출 지점은 이미 조사가 되어있습니다. 이 보고서를 참고 하십시오.”
무르다니 장군은 수행원을 불러 내게 보고서를 건넸고, 소마리 수상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복구 시간이 엄청 줄겠군요. 감사합니다.”
가스 유출지점이 11군데나 되었다.
ADMEX사가 고의 파산을 할 만했네.
70년대 기술로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가스가 유출되면 막기 힘들지.
나야 아주 손쉬운 방법이 있지만 말이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살펴 가십시오.”
무르다니 장군과 소마리 수상은 아주 기분 좋게 헬기로 자리를 떠났다.
리오 중사가 눈치 빠르게 마을 추장도 같이 데려갔기에, 땅에는 우리들만 남았다.
***
“사장님, 무슨 좋은 소식 있으십니까?”
직원들은 내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우리가 여기 천연가스 조광권을 가지는 조건으로, 마을을 복구하고 가스 유출도 막고 복합화력발전소도 짓기로 했습니다.”
“여기 가스전도 우리 껍니까!! 대세 만세!!!!”
“가스전 대박!!!!”
“사장님, 여길 복구하신다고요?”
진일호 주임을 비롯해 대세목재 직원들은 다들 만세부터 불렀는데, 두 박사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여길 어떻게 복구하냐는 뜻이리라.
어렵지 않으니 걱정마시라.
“사장님, 저희 현산도 일거리 좀 있습니까?”
왕 사장님도 타이밍 좋게 끼어들었다.
“물론이죠. 일단 배에 오르시죠. 저는 비누로 샤워부터 좀 해야겠습니다.”
“그렇군요. 샤워부터!”
“와아아아아아! 사장님, 어서 가시죠.”
직원들은 나를 통나무 나르듯 휙하니 들어서 배로 달려갔다.
대세 5호에 올라 샤워부터 하고, 쌀밥에 김치를 잔뜩 먹었더니 제정신이 좀 돌아왔다.
가스 유출을 멈출 방법을 알려주고, 담당자별로 해야 할 일을 나누고, 나는 귀국하련다.
중동 VIP들에게 눈도장만 찍고 온다고 나섰다가 한 달째 출장이 이어졌다.
< 256 : 5% 더!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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