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57)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57화(257/589)
< 257 : 캐나다에서 온 소식 >
파푸아뉴기니 북부, 비스마르크 해.
“사장님, 사고현장이 생각보다 더 심각한데요.”
모든 이들이 혀를 내둘렀다.
해저에서 엄청난 양의 가스가 끊임없이 올라와 마치 바다가 끓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곳이 11곳이나 된다니…”
사고가 난 지 꽤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이런 압력으로 가스가 유출되고 있다고?
여기 가스전의 크기가 대체 얼마나 큰 거야?
“사장님, 이런 곳을 어떻게 복구합니까? 이 정도 압력이면 수중 콘크리트를 주입할 수도 없고, 바위를 들이부어도 떠밀려갈 것 같은데 말입니다.”
“강철 케이슨을 써야죠. 역화 방지장치를 달아서 말이죠.”
“강철 케이슨? 역화 방지라고 하시면…”
유역건 과장과 신중도 과장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너는 사장님 말씀 이해했어?’라며 묻는 것 같았다.
둘은 여기서 발전소 건설과 복구작업의 실무를 맡을 이들이라 무척 당황했을 것이다.
“그림으로 보면 간단합니다.”
나는 강철 케이슨으로 가스유출지점을 덮고, 그 안에 들어차는 가스는 따로 빼내 태워버리는 장치를 메모지에 쓱쓱 그려주었다.
“앗! 큰 솥뚜껑으로 눌러버리는 거군요.”
“모양만 따지면 밥공기가 더 가깝죠? 생긴 게 딱 그렇지 않습니까.”
“사장님, 이렇게 강철 케이슨으로 덮으면 더이상 가스가 유출되지 않을까요?”
“유출이야 되겠죠. 하지만 케이슨을 엎어놓고 내부의 물과 가스를 빼면 수압 때문에 해저에 단단히 박힐 테고, 가스는 파이프를 타고 나올 테니 일단은 태워버려야죠.”
LNG 액화 플랜트는커녕 저장 탱크도 없으니 일단은 태워야지.
“태우는 거군요. 그래서 파이프에 역화 방지장치를 달아야 한다고 하신 거네요.”
“맞아요. 불씨가 파이프를 타고 들어가면 큰일이니까요. 여차하면 잠시 파이프를 차단해서 가스 연소를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천연가스를 태워버리다니, 너무 아깝군요. 우리나라에 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빨리 탈황설비와 저장고부터… 아니, 액화 플랜트부터 지어야 하는군요. 이거 일이 한도 끝도 없겠습니다.”
박사답게 개념만 잡아줬더니 척척 이해했다.
그래, 맞다. 사고현장을 복구한다는 말은 LNG 해상 플랜트를 세운다는 말과 동격이었다.
대충 가늠해도 이 일대 가스전은 동해가스전의 수십 배는 될 것 같았다.
복구만 할 수 있다면, 에너지 개발 업계에서 길이 남을 일이 될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
“그러니 사업계획서작성이 우선입니다. 대세조선에서 강철 케이슨, 가스 플레어링 모듈, 가스터빈 발전기 등등 필요한 걸 만들어서 보낼 테니 둘은 파푸아뉴기니 정부와의 계약에 집중하십시오.”
“예, 사장님. 이제 확실히 이해했습니다.”
두 박사들에겐 이 정도 업무 지시면 충분했다.
“그리고, 왕 사장님.”
“예, 말씀만 하십시오. 현산은 뭐든 합니다.”
“LNG 저장 탱크를 만들어 주십시오. 특수 소재에다 2중방호식 탱크라 좀 어렵긴 하지만, 현산건설이라면 충분할 겁니다. 물론, 발전소 주변 숙소와 도로 공사도 맡아주시고요.”
“설계도만 주시면 문제 없습니다. 자재도 공급해 주시면 더더욱 좋고 말입니다.”
현산은 인천에서 저유고를 만든 경험이 있기에 문제없을 거다.
“진일호 주임은 여기 현지인을 채용해서 복구 작업을 도와줘요.”
“저도 여기서 근무합니까? 칼리만탄으로 복귀하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1년 정도는 여길 도와주고 복귀해요. 원주민과 소통하는 거야 진 주임의 특기 아닙니까?”
“옙! 열심히 하겠습니다.”
내 칭찬에 진 주임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칼리만탄에서도 분위기 메이커였으니, 여기에서도 일 잘 할 거다.
“일단 웨와크 시로 돌아가서 재정비합시다.”
“선장님!!! 웨와크로!!!!”
뿌우우우.
대세 5호는 길게 뱃고동을 울리며 웨와크시(市)로 향했다. 대세 5호가 이래저래 바쁘게 생겼네.
유동자금이 생길 때마다 12000톤짜리 다목적 화물선을 냅다 만들어 선단을 꾸며야겠다.
점점 우리 대세의 활동범위가 넓어져서 대세해운의 활용도가 계속 늘어가고 있었다.
**
며칠 뒤, 김포공항.
파푸아뉴기니에서 업무를 나눠주고 나는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항모 수리와 SUV 출시라는 대세의 미래가 걸린 프로젝트를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앗! 우 사장님이다!”
“오셨다! 사진 찍어! 사진!”
우르르르르… 찰칵! 찰칵! 찰칵!
‘뭐야, 이거?’
나는 입국장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빌 베인이 마중 나오면 뭐부터 물어볼까 생각 중이었는데, 기자들이 벌떼처럼 몰려와 내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KBC 기자입니다. 대세 직원들이 식인종에게 납치당했다가 겨우 풀려났다고 들었습니다. 신변엔 문제 없습니까?”
식인종? 어쩐지, 출입국 심사관이 오늘따라 유난히 힐끔거린다 했더니 이런 소문이 퍼진 거야?
“식인종까진 아니고 현지인과 약간의 말썽이 있었습니다만, 원만하게 해결하고 오는 길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외화 획득에 크게 기여하는 해외근무자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해외 오지에서 일하다 보면 예측하기 어려운 일을 당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근로자들은 밖에서 벌어 안을 살찌운다는 각오 아래, 세계 어느 나라 직원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정부와 더 긴밀히 협의해서 좀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알겠습니다. 염려해주시고 성원해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나는 TV 카메라를 향해 정중히 인사를 했고, 카메라 플래시가 수없이 터졌다. 그 자세 그대로 길을 뚫고 나가는 게 최선이었다.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최근 사우디에서 대형 수주에 실패하고, 연이어 직원 납치에, 캐나다 자동차 진출도 저조하니 대세의 질주에 빨간불이 켜진 게 아니냐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대세 총수님으로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캐나다 자동차 진출이 저조해? 뭐지?
일단 의문은 뒤로하고 인터뷰를 마무리짓자.
“어려운 국제 상황에서도 대세의 전직원은 국민 여러분들 성원에 보답하고자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정은 힘들어도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테니 계속 응원해주십시오.”
“말씀 감사합니다.”
“대세 만세!!!”
“대세 화이팅!! 힘내라!!”
“힘내십시오.”
공항에는 일반 시민들도 나와서 힘내라며 대세를 응원했다. 대체 무슨 소문이 퍼진 거야?
사우디 SNOS 공사야 내가 의도한 거니 그렇다손 쳐도, 캐나다에서 SUV는 출시하자마자 대박이 났을 텐데… 설마… 아니야?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대세가 우리나라 전체 외화소득의 25% 이상을 벌어들이니 과민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비키십시오. 비켜 주십시오.”
어디선가 검은 양복을 입은 이들이 나타나 길을 터줬다. 오랜만에 청와대에서 마중을 나왔네.
항공모함 수리 협상이 잘 됐나 보다.
그들의 도움으로 나는 공항 앞에 서 있던 관용차에 쑥 들어갈 수 있었다.
“아이고, 무사하시죠? 우 사장님.”
역시나 차안엔 염원철 수석이 날 맞이했다.
“보다시피요. 헌데, 염 수석님.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이긴요. 처음엔 우 사장님이 식인종에게 납치당했다는 소문이 퍼져서 대한민국 전체가 난리법석이었습니다. 물론, 오보라고 바로 정정했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마중 나오신 겁니까?”
“각하께서 직접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국보가 다치면 안되니 늘 몸조심하라고 말입니다.”
어디 다치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는 말이군.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보다 항모 수리 건은 어찌 되었습니까?”
“말씀대로 옥포조선소를 예비조선소로 지정했습니다. 미 해군은 상반기 내로 수리 입고를 했으면 한다고, 대세조선과 기술협상을 요청해왔습니다.”
“상반기에 입고라고요? 정말 큰일 하셨습니다.”
상반기 입고라니!
정말 염원철 수석이 일을 잘 해냈다.
미 해군과도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한 건가?
옥포조선소 도크를 빨리 마무리해야겠네.
“뭐 별로 어렵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그 때문에 일본과는 트러블이 좀 생길 것 같더군요. 7광구도 국제 재판에 넘기겠다는 둥, 일본 해외경제협력기금도 한국에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둥 별별 협박을 다하더라고요.”
“일본이 협박한다면 우리나라에 아주 득이 된다는 뜻입니다. 누가 뒷다리를 잡아도 쭉쭉 밀고 가셔야 합니다.”
너무 신나는 일이다.
미 해군의 주력이 2년간 우리나라에 머문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것도 주기적으로 돈까지 내면서 말이다.
“물론입니다. 그런데 옥포조선소를 대세에 매각한 수성은 배가 많이 아플 것 같군요.”
“그건 아닙니다. 대세가 항모 수리에 버려진 옥포조선소를 활용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매입이 불발됐으면 대세조선에 새 도크를 팠을 겁니다.”
“그렇군요. 여하튼 각하께서 우려를 표하긴 하셨습니다. 수성조선과 신진자동차를 인수하는 와중에 캐나다 진출이 예상보다 부진하면 아무리 대세라고 해도 자금 경색이 올 수 있다고 말입니다.”
어라, 염 수석도 캐나다 진출을 우려하네.
빨리 빌 베인을 만나봐야겠다.
“걱정 마십시오. 모두 예상 범주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리 보고하겠습니다.”
“성수동으로 부탁합니다.”
“예, 우 사장님.”
청와대로 갈까 봐 후딱 성수동으로 가자고 했다.
***
성수동 본사.
“베인 실장, 시간 없으니 본론부터! SUV 상황이 어떻습니까?”
“여기 보고서입니다.”
나는 본사에 도착하자마자 빌 베인부터 불렀다.
그도 예상했던지 바로 보고서를 내밀었다.
보고서를 보니 기가 막혔다.
계약 건수가 불과 92대, 계약 대기 건수도 350건에 지나지 않았다.
뭐야? 21세기 디자인에다 가성비도 극강인 SUV인데 100대도 안 팔렸다고?
출시 된 지 불과 일주일이지만, 이건 아니다.
적어도 1000대는 팔려야지. 대박 제품인데!!!
“이게 어찌 된 겁니까? 원인이 뭐죠?”
“다들 어안이 벙벙한 상황입니다. 원인을 파악 중에 있습니다.”
우리 중에서 제일 보수적이던 빌 베인조차 최소 1000대는 팔릴 거라고 예상했었다.
“원인 파악 중이라니요. 딜러들이 고객을 만나봤을 거 아닙니까? 뭐가 문제랍니까? 디자인이 너무 튄다던가요?”
“그건 아닙니다. 모터쇼에선 물론 판촉 행사 때도 평론가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조차 디자인에 대해선 호평 일색이었습니다.”
“그럼 계약을 왜 안 한답니까?”
“가계약까지 했던 고객 숫자는 엄청난데, 막상 본 계약을 체결한 고객들은 극소수입니다. 그러는 이유를 특정할 수 없다는 게 답답한 상황입니다.”
“… 후진국 핸디캡인가?”
아무리 모터쇼에서 시제품을 봤어도 실제 양산품질은 못 믿겠다 그건가?
빌어먹을… 아무리 우리 SUV가 품질이 좋아도, 어느 정도는 팔려야 극강의 가성비를 가진 차라는 게 증명될 텐데.
판매량이 임계점을 못 넘기면, 아무리 좋은 차라고 해도 묻혀 버리고 만다.
비운의 명품이라는 소리는 들으나 마나다.
“회장님, 지금이라도 TV 광고를 하는 게…”
“아뇨. 그간 모터쇼와 판촉 행사로 광고 효과는 충분합니다. 오히려 지금 TV 광고를 하면, TV 광고비마저 아껴서 고객에게 싸고 품질 좋은 자동차를 준다는 기존의 판촉 전략이 망가집니다.”
“하긴 보러오는 인파는 많다고 하니… 어후, 대체 왜 본 계약을 포기하는 거야? 누가 멍청한 캐나다인 아니랄까 봐!”
빌 베인이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는 것은 처음 보았다. 그의 논리 회로에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이삼복 전무에겐 연락해 봤습니까?”
“예. 했습니다. 이 전무님도 원인 파악을 위해 딜러들을 일일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하긴, 현지에서 진두지휘했던 삼복이가 나보다 몇 배는 더 답답하겠지.
오히려 내가 할 수 있는 건 차분히 기다리는 것이리라. 괜스레 캐나다로 날아가 이리저리 들쑤시면, 원인을 조사할 인력만 분산시키는 꼴이다.
시간만 넉넉하면 이처럼 불안하지 않겠지만, 상황이 좋지 않네.
지금 딱 우리 SUV가 대히트를 쳐야 오일쇼크 때 북미 시장에서 일본 차와 Big3에 끼어 한자리 차지할 텐데 말이다.
“일단 지켜봅시다. 캐나다 지사에서 원인분석을 해오겠지요.”
“예, 회장님.”
나는 그렇게 말하고 울산으로 내려갔다.
이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페기가 가꾼 정원이라도 구경하고 대세조선에서 빡세게 다른 일을 챙기고 있는 게 답이다.
***
일주일 뒤, 성수동 본사
“짜식, 아직도 원인 분석 중인 거냐?”
나는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대세조선에서 동해가스전 생산시설 건설, 옥포조선소 도크 공사, 항공모함 수리 기술 협상, 파푸아뉴기니에 보낼 각종 기자재 제작 등등 온갖 일을 했음에도 온전히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일하는 와중에 문뜩문뜩 머릿속에 SUV가 떠오르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원래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여천 공장에 신진자동차에서 인수한 설비 셋업도 시작했어야 하는데…
게다가 스티븐슨 주지사와 약속한 캐나다 공장 가동률은 또 어찌 맞추나….
답답한 마음을 누르고 믿고 기다리려니 더 이상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결국, 어제부터 성수동 본사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여태 내가 앞뒤 쳐다보지 않고 계획했던 일을 쭉쭉 치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승승장구했다는 소리였다.
“유럽에 먼저 출시할 걸 그랬나? 젠장.”
유럽에는 지프차와 비슷한 SUV에는 자동차세 혜택이 있어, 판매에 조금은 더 유리했을 거다.
아니다.
유럽보다 북미 시장이 몇 배는 더 중요하다.
게다가 캐나다를 통하면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마진도 훨씬 좋았다.
‘못 참겠네. 캐나다로 날아가서 직접…’
“찬수야!!! 찬수야!!!!”
우당탕탕. 철퍼덕.
사무실을 나서려는 순간 삼복이가 들이닥쳤다.
사무실 문을 온 몸으로 열어젖히며 바닥을 구르듯 들어온 것이다.
“뭐… 뭐야? 삼복아!! 너 어디서 나타난 거야?”
“으으, 우리 살았다. 아니, 아니! 우리 대박 났어! 대박 났다고!!!!”
녀석이 손에 든 신문을 찢어져라 흔들어댔다.
< 257 : 캐나다에서 온 소식 > 끝
ⓒ 푸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