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60)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60화(260/589)
< 260 : 동북아 핵심국가 >
“한국형 구축함엔 함대함 미사일 8문, 76㎜포 2문, 40㎜포 3문, 어뢰 6문, 음향탐지기와 사격 통제 장치 1조를 장착할 예정입니다.”
엄 소령의 설명에 로버트 중령은 사뭇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2200톤짜리 꼬꼬마 군함에 그렇게 많은 무장을 정말 할 거냐는 뜻이겠지.
어쩌겠나. 그게 우리 해군이 바라는 무장의 수준인걸.
“적재 톤수에 비해 무장이 대단하군요.”
“한국은 휴전국이라 그 정도의 무장은 갖춰야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야 한국형 구축함으로 세계 최강의 미 해군과 연합 작전을 펼치는데 무리 없지 않겠습니까? 장차 사우디 해군도 해당 군함을 채용한다면 미 해군의 작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염원철 수석이 정치적인 얘기를 아주 자연스럽게 해댔다.
한국은 물론 사우디마저 미제 무기를 둘둘 감은 군함을 채용하면, 미국으로선 나쁠 거 없지 않냐는 뉘앙스로 말이다.
“이런 구축함을 몇 대나 만들 생각입니까?”
“일단 한 척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취역하면, 10년간 30척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그것도 우리 한국 해군만 그렇고, 사우디와 인도네시아라는 잠재고객까지 생각한다면 그 숫자는 더 커질 겁니다.”
“허, 사우디는 들었지만 인도네시아도 참여하는 겁니까?”
당연하지. 내가 들이밀면 안 사고는 못 배길걸?
극강의 가성비를 가지는 구축함이 될 테니까.
“물론입니다. 동남아도 중공의 남하는 막고 싶어 합니다. 정치인들이야 데탕트니 뭐니해도 안보는 정치 논리로만 해결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 견해엔 100% 동감합니다. 우리 미 해군의 항공모함이 뒤에서 버티고, 레드라인 최전방에선 각국의 해군이 구축함을 운용하는 전략이군요.”
로버트 중령은 군인답게 닉슨 행정부의 행보를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미 해군들의 정치권에 대한 반발심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
이처럼 동맹국의 기술자문에 호의적으로 나서는 현재의 분위기는,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다.
짝짝짝.
“자유 진영을 수호하는 참된 군인의 웅장한 계획입니다.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인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지요. 그럼요!!!”
염원철 수석이 눈물을 글썽이며 손뼉을 쳐댔다.
로버트 중령도 염 수석의 말에 울컥하는 표정을 지었다. 염 수석의 행동은 연기가 아닌 진심이라, 보는 사람까지 그 기분에 젖어 들게 만든다.
현재 미 해군이 생각하는 레드라인은 필리핀 정도겠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레드라인은 뀌년에 그어질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중공의 세력 확장은 물론 일본의 동남아 경제권 장악도 저지할 수 있다.
동북아 핵심국가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군인정신을 알아주시니 감격입니다. 미 해군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중령님께서 기술진을 이끄시고 저희와 함께하면 한미동맹은 더욱 굳건해질 겁니다. 2200톤에 불과한 구축함이지만, 사격통제 장치만이라도 도와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자유진영 수호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이 프로젝트엔 대세 기술자 뿐만 아니라, 해군 조함연구소, KIST 선박연구원, ADD 해군병기개발부서 등등이 죄다 참여할 거다.
미 해군과 합동 프로젝트를 하는 것만으로도 기술적으로 한 단계 진보하게 될 거다.
“사격통제 장치 뿐이겠습니까? 무기체계 전반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미 해군 기술진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미 청와대 비서실에서 미 국방부와 합의를 본 상황이고, 한국이 미국 무기를 주야장천 구매하면 미 정치권으로서도 그다지 나쁜 거래가 아니었다.
기껏 해봐야 꼬꼬마 군함을 구축함이라고 부르니, 솔직히 경계심도 덜 생길 거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톤수를 늘리는 기술이 아니라 무기 운영체제다. 그 기술만 배우면 큰 구축함이야 돈만 생기면 얼마든지 만든다.
대한민국이 얼마나 빨리 성장할지 지금의 미국은 짐작조차 못할 것이다.
“여하튼 미 해군이 기술적으로 도와드리는 것은 문제없는데, 요청 사항이 있습니다.”
“말씀만 하십시오. 뭐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별 것은 아니고, 항공모함 수리도 그렇고 구축함 기술자문도 그렇고 미 해군 병력이 한국에 상당수 머물게 될 텐데 이들을 위한 복지시설이 필요합니다.”
복지시설이 아니라 위락시설이겠지.
“전혀 문제없습니다. 저희 대세는 건설사도 있기 때문에 미군 전용 숙소, 프라이빗 비치가 있는 호텔, 볼링장, 당구장, 카지노까지! 고된 훈련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설을 잔뜩 만들 예정입니다. 그렇지요, 염 수석님?”
“아이고, 물론입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입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미리 준비해뒀던 지역 개발 설계도를 탁자 위에 쫙 깔았다.
방금 전까지 심각하게 논의하던 구축함 설계도 따윈 단박에 덮어버렸다.
“이 정도 부대시설이면 하와이 못지않군요. 이용하려면 너무 비싼 것 아닙니까?”
“무슨 말씀을! 한국은 일본과 다릅니다. 바가지가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부대시설 이용은 달러뿐만 아니라 군표로도 이용 가능합니다.”
“군표도 이용 가능하다고요?”
“그럼요. 저희는 베트남전에 쓰였던 군표를 익히 봐왔기에 시스템상 전혀 문제없습니다. 군인도 사람인데, 군표로 PX만 이용하는 건 아쉽지요. 군표로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하게 해드리는 것은 동맹국으로서의 당연한 혜택이기도 합니다.”
“자유 진영을 위해 고생하시는데 그 정도 편의도 못 봐 드리겠습니까. 당연한 혜택이죠! 우린 일본과 다릅니다!!!!”
옆에서 염원철 수석이 장단을 척척 맞춰댔다.
대통령이 무조건 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라고 했으니 따지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군표는 달러 못지않게 짭짤하다.
군표는 기간 내에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돈이기 때문에 미군들도 기어코 쓰려고 하거든.
과소비하는 고객은 고맙기 그지없지 않나.
게다가 군표는 거제도에서만 통용되는 지역 화폐인 데다, 언젠가는 정산을 해야 하기에 탈세를 막는데도 꽤 효과가 있다.
“이거 참, 여차하면 여기를 예비조선소가 아니라 미 해군 휴양지로 지정하자는 소리까지 나오겠군요.”
“부대시설만 완비되면 하와이 휴양지 못지않게 즐겁게 지내실 겁니다.”
21세기 리조트 호텔이 어떤지 제대로 보여주지.
솔직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멍석만 제대로 깔아주면 뭐든 잘한다.
음식도 맛있고, 눈치도 빠르고, 유쾌하고, 물가도 싸고, 심지어 영어도 잘한다.
“이런 부대시설까지 갖춘다면 예비조선소로선 아주 완벽하지요! 계약을 하시죠. 바로 윗선에 보고하겠습니다.”
“계약서는 여기!”
로버트 중령은 염원철 수석이 내민 계약서에 쓱쓱 서명했다.
최종적으로야 미 국방부의 승인이 떨어져야 하겠지만, 이렇게 담당 실무자가 동의했으면 99% 끝난 일이었다.
낸시도 좋은 티는 못 내겠지만, 흐뭇한 표정을 지을 것이 분명했다.
***
“아이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 사장님.”
“염 수석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 둘은 한미 양쪽 군인들을 돌려보내고 그제야 서로의 손등을 두드려 주었다.
“거제도에 조선소만 지으실 줄 알았더니, 호텔에다 각종 위락시설까지 만드실 줄을 몰랐습니다.”
“그 정도는 해야 대세 아닙니까. 정부가 허락했으면, 조선소에, 발전소에, 호텔에, 물류 라인까지 쫙 깔아야죠. 조선소 하나도 짓다 말고는 세금 좀 지원해달라 하는 기업과는 비교하지 마십시오.”
“하하, 수성이 들었으면 쥐구멍을 찾겠는걸요? 여하튼, 거제도 촌구석에 미군 군표가 뿌려지면 볼만하겠습니다. 그거 죄다 달러 아닙니까. 달러!”
염 수석은 공무원이라고 지역 경제부터 생각했다. 그런 그를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완공되면 염 수석님도 한번 놀러 오십시오. 조선소 근처도 멋진 휴양지가 될 수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시게 될 겁니다.”
전생의 기술을 죄다 쏟아부어서 멋진 곳을 만들어주지. 이왕 짓는 김에 대세 직원들을 위한 휴양시설도 짓고 말이다.
“그래야지요. 여하튼, 오늘 계획도 보고하시고, 동해가스전 현황도 보고하실 겸 청와대에 한 번 들려주십시오.”
“대통령님께 보고는 비서실에서 하셔야죠.”
“하긴 하는데, 각하께서 우 사장님 의견을 직접 듣고 싶다고 하셔서 말입니다.”
“제게 물어볼 게 뭐가 있다고요.”
“왜 없습니까. 최근 세계유가가 10% 이상 급등하지 않았습니까? 현재 환율을 400대 1에서 얼마로 올려야 하나 논의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환율 정책을 핑계로 날 부르네.
이런 식으로 초대를 하니 안 갈 수가 없네.
여하튼 벌써 환율을 고민한다고?
국제 정세가 심상찮음을 알아챈건가?
70년대 정부가 나름 국제 정세나 경제 상황을 잘 읽는단 말이야.
냉전으로 양분된 시기라 국제정세를 읽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있겠지만, 이때 관료들이 실력 좋은 테크노크라트였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거 같았다.
“경제 관련 논의라면 찾아뵈어야죠.”
앞으로 유가가 더 오를 것을 고려해서, 선제적으로 500대 1 정도로 조정하면 충격이 좀 덜할 것 같기도 하다.
빌 베인 사단이 캐나다에서 벌어진 흑색선전의 배후를 조사하느라 바쁘긴 하지만, 환율에 대해선 논의를 해보긴 해야겠다.
“그럼 청와대서 뵙겠습니다.”
“예, 살펴 가십시오.”
여하튼, 청와대에 들어가는 건 나중의 일이고 눈앞의 일부터 처리해야지.
나는 염 수석을 배웅하고 야드 끝으로 갔다.
“기 비서, 울산으로 갑시다.”
“예, 회장님.”
“최고 속도로 화끈하게 갑시다.”
“예, 회장님.”
쾌속정을 최고 속도로 올리면 배 밑바닥이 수면에 부딪힐 때마다 허리가 좀 아프지만, 질주하는 맛은 죽여준다.
기 비서는 한때 부산 앞바다를 누볐던 실력으로 거침없이 울산으로 배를 몰아갔다.
남해안을 따라 내 사업장이 늘어서 있으니 이처럼 편할 수가 없었다.
조만간 여천 공단에 대세자동차 신공장이 들어서면 더욱 편하게 되리라.
대한민국은 반도국가가 아니라 해양국가다.
대한민국을 세계로 나아가게 하려면 바다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
대세조선 근처 울산 앞바다.
“여어, 연 과장! 수고 많아요!”
나는 쾌속정 선두에 서서 대형 바지선에서 열심히 작업 중인 연 과장과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예,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정말 빨리 파이프를 깔아대는군요.”
정말이지 내가 봐도 놀라운 작업 속도였다.
벌써 70km에 달하는 해저 파이프를 거의 다 깔았고, 조만간 육상 파이프와 연결할 기세였다.
육상 파이프와 해저 파이프를 동시에 건설하면서 정확한 지점에서 딱 만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인데, 우리 직원들은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었다.
“하하, 저희 실력 아시지 않습니까!”
“알아요. 이 정도는 소풍이라면서요.”
“물론입니다.”
말은 소풍이라고 했지만, 작업에 임하는 자세는 FM이었다.
저온 크랙을 방지하기 위해서 파이프 용접작업 전후로 열처리가 완벽했고, 품질 요원들도 용접부에 일일이 잉크를 묻혀가며 결함을 검사했다.
해저 파이프라인을 운용하다 작은 크랙이라도 생기면 정말 골치 아프다는 걸 아는 거다.
여기 작업자들은 대세조선에서도 베테랑들이라 손동작 하나에도 낭비스러운 구석이 없었다.
마치 군대 말년 병장이 군장을 싸는 것처럼 능숙하면서도 여유가 있었다.
이런 베테랑들은 구한다고 구해지는 이들이 아니다. 대세와 함께 커온 사람들이다.
“그건 그렇고, 포항제철과 발전소에는 일정을 알려줬습니까? 그쪽도 준비를 해야죠.”
“예, 5월 말부터 천연가스를 시범 공급하기로 최종 컨펌했습니다. 가격 협상은 대세석유화학에서 하기로 했고 말입니다.”
천연가스는 제철소와 발전소 연료로 사용하기로 했고, 초경질원유는 한국석유공사로 보내 나프타를 추출해서 석유화학단지에 공급할 계획이다.
예전 같으면 50대 50 합작사라고 해도 갈프사가 경영권을 휘둘렀겠지만, 동해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초경질원유는 엄연히 대한민국의 자산이기에 한국석유공사가 판권을 행사하는 거다.
이왕 청와대를 방문하면, 동해가스전을 계기로 한국석유공사의 경영권을 갈프사 대비 강화하는 것도 논의하면 좋을 것이다.
대세해운의 유조선을 이용하면 한국석유공사도 갈프사의 도움 없이 중동에서 직접 석유를 구매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지난해 월드와이드 쉽핑社의 23만톤급 유조선 2척에 이어 올해 5월에도 동일급의 유조선 2척이 대세해운에 인도될 테니, 그때부턴 유조선에 다소 여유가 생긴다.
솔직히 내가 졸부 정도로 만족했다면, 오일쇼크 직전에 엄청난 차입투자로 원유 선물거래로 한탕 할 계획을 세웠을 거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업을 잔뜩 벌려놓은 상태에서 투기성 선물 거래를 했다간 각국 정부의 괘씸죄에 걸려 쪽박 차겠지?
국제 선물 시장에서 투기를 하려면 최소한 미국 같은 패권국의 헤지펀드 운용사 정도는 되어야지.
70년대 한국 기업이 그런 짓을 했다간 수출이나 해외수주가 끊기는 걸로 안 끝난다.
“잘하고 있군요. 그럼, 해상 재킷은 어디까지 진행되었습니까?”
“직접 보시겠습니까, 사장님?”
“하하, 여기서도 보이나요?”
“예, 아주 잘 보입니다.”
연 과장은 내게로 건너와 쌍안경을 건넸다.
평소에도 쌍안경으로 이쪽저쪽 작업을 살피는 모양이다. 해양 플랜트 팀장답네.
정말 쌍안경으로 보니 저 멀리 대세조선 야드의 해상 자켓이 눈앞에 있는 듯이 보였다.
워낙 거대한 구조물이라 당연한가 싶기도 했다.
해상 자켓은 해상 가스처리 생산시설을 지지하는 철 구조물이다.
다리 4개를 가진 사다리꼴 송전탑의 윗부분을 잘라놓은 형태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해상 자켓의 육중함은 송전탑과 비할 바가 아니다.
밑변의 한쪽 길이가 55m에 높이 170m, 중량은 2000톤에 육박한다.
그런 대형 구조물을 정위치에 놓고 해저 바닥에 수십m는 틀어박아 고정하는 거다.
그 위에 생산 시설과 거주 시설을 설치하면 진정한 가스생산 플랜트가 되는 것이다.
그 플랜트가 세워질 때쯤이면 시추에 나섰던 파이오니어호를 파푸아뉴기니로 옮기면 된다.
“자켓도 거의 완성단계군요.”
“예, 그렇습니다. 일이 힘들 때마다 저거만 보면 가슴이 뿌듯해집니다, 사장님.”
“나도 뿌듯합니다.”
미국 멕시코 만에 설치하는 수백 미터짜리 초거대 자켓은 아니지만, 170m 짜리 자켓을 문제없이 만든다는 것 자체가 대세조선이 중진국 기술 수준을 벗어났다는 뜻이었다.
하긴 유조선도 만드는데 자켓 정도가 대수겠나.
‘대한민국을 세계로!’
쌍안경으로 다시 한번 보았더니 골리앗 크레인의 문구가 선명하게 보였다.
조선업은 물론 플랜트 사업도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기에 딱 어울리는 문구였다.
크게 점프할 때가 코 앞이다.
< 260 : 동북아 핵심국가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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