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77)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77화(277/589)
< 277 : 내조의 위력 >
다음날,
“오랜만에 뵙습니다, 우 사장님.”
“왔습니까, 조후락 부장.”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참나, 이 양반… 울산으로 내려오라고 했더니 정말 득달처럼 내려왔네.
잔챙이들 뒤처리 하는데 며칠 정도는 걸릴 줄 알았는데, 만 하루도 지나기 전에 달려왔다.
“감사할 것 까진 없고 조금 의외기는 하군요. 사달을 수습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시간 걸릴 게 뭐가 있겠습니까? 반사회적 기업인 명단에 그놈들을 포함시키라고 검찰에 넘겼으니 깔끔하게 정리될 겁니다.”
나쁜 놈들이긴 해도 수족일 텐데 쉽게도 잘라내네.
반사회적 기업인 명단은 대통령이 물가 억제를 위해 본보기로 만든 블랙리스트다.
말 안 듣는 기업을 모아 두드려 패는 리스트이니 그보다 깔끔한 처리는 없다.
그쪽 명단에 오르면 해당 기업은 향후 5년간 모든 금융지원에서 배제되며, 정부 관련한 프로젝트를 아예 수주할 수 없다.
정부에 완전히 찍혔다는 낙인이기에, 고객들은 물론 협력업체조차 그들을 멀리하게 될 거다.
한마디로 깔끔하게 망했으니, 잔챙이를 정리하겠다는 약속은 지킨 거다.
“약속은 지킨 셈이니, 얘기는 들어주죠. 하고픈 말이 뭡니까?”
“원전 건설에 대해 오해를 하신 것 같아서 해명부터 하려고 이리 부랴부랴 내려온 것입니다.”
“오해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바닷모래에 수돗물 몇 번 끼얹고 강모래로 둔갑시켜 팔았는데 말입니다. 전형적인 납품 비리 아닙니까.”
“그게 상황이 복잡합니다. 원전 건설이 단순히 발전설비를 만드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자칫 핵 개발로 오해받을 수 있는 일인데, 각하께선 굳이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하시려는 겁니다.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으니 섣불리 추진해선 안됩니다.”
웃기는군. 핵 개발이 그리 쉽나?
멋도 모르는 놈이 핵 개발을 핑계로 제 주머니 채우는 걸 합리화하네.
하여간 더러운 새끼들은 늘 국가안보니 애국이니 하면서 자신의 비리를 덮기에 바쁘지.
“참나, 그게 말입니까? 누구든 원전 건설을 하기만 하면 핵 개발을 할 수 있답니까? 그럼, 세상에 핵무장 못할 나라가… 아니, 그보다 우리나라에 핵 개발 전문가가 있기라도 합니까?”
현재 우리나라는 핵 개발 능력은 고사하고 핵탄두를 쏴댈 미사일 기술도 없다.
뭔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겨?
“왜 없습니까? 대세가 있지 않습니까! 대세가 지원한 해외 유학파가 즐비한데, 그중 핵 개발 전문가가 없겠습니까? 설령, 없다고 해도 미국이 의심할 순 있지요. 그럼 한미동맹은 끝장납니다.”
뭔 대세를 끌고 들어가냐?
“비약이 심하군요.”
“비약이 아닙니다. 국가안보에는 털끝만 한 가능성도 배제하면 안됩니다. 중정 입장에선 원전 공사로 미국을 자극해서 안된다고 생각…”
“닥쳐요. 그따위 허접한 핑계로 부정축재를 정당화하다니! 내게 그따위 개소리가 통할 거라 생각한 거요? 누굴 바보로 아나!”
조후락 중정 부장은 내 말에 움찔하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밤잠도 설쳐가며 그럴듯한 핑곗거리를 들고 온 셈이지만, 내게 그런 헛소리는 안 통한다.
이러니 대통령이 조후락을 내치는 거다.
핵 개발에 진심인 대통령은 뒷방에서 호박씨나 까는 조후락의 행동이 마음에 들 리가 없지.
본인의 뜻대로 원전 건설로 인한 국제정치 문제와 핵 개발에 필요한 기술적인 문제마저 해결할 수 있는 곳은 대세뿐이라는 결론에 이르니, 내게 떡하니 고리 원전 프로젝트를 넘긴 거다.
대통령이야 날 이용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나 또한 이왕 원전 건설의 기회가 생겼으니 적극적으로 대통령을 이용해야 할 것이다.
원전은 늘 국제적으로 민감한 문제라 이렇게 정부가 과감하게 지원을 해주는 경우가 아니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지구상에 수많은 나라가 있지만, 21세기에도 자체 모델로 원전을 설계하고 수출할 수 있는 나라가 고작 10개국도 안된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다.
“우 사장님, 한 번만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명분은 확실하고, 이거 잘만 다루면 우 사장님도 한몫 단단히 잡으실 수 있습니다. 지저분한 짓은 제게 맡기시면 됩니다.”
“나더러 그런 짓에 동참하라는 겁니까?”
핑계가 안 통하니 이젠 날 포섭하려 들어?
완전히 맛이 갔는데?
“원전 건설 비용은 국민의 혈세도 아닙니다. 일본 해외경제협력기금입니다. 눈먼 돈이나 다름…”
“멍청한 소리! 그게 눈먼 돈입니까! 독약이죠!”
“우 사장님, 독약이라뇨.”
내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일본 자금을 최대한 막아대니 결국 그 돈이 원전으로 흘러갔군.
정말 일본에 빌붙어 사는 놈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내가 처음부터 조후락을 싫어했던 것도, 이 놈은 철저하게 친일파거든.
따르릉! 따르릉!
뭐지? 왜 지금 전화벨이 울리지?
웬만한 전화라면 지금 돌릴 리가 없는데…
“우찬수 사장입니다.”
나는 가까스로 화를 억누르고 전화부터 받았다.
<거기 중정 부장이 가 있다면서? 바꿔 봐!>
평소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대통령이 내게 직접 전화를 하다니 말이다.
‘서… 설마… 각하께서?’
조후락은 내가 수화기를 들고 굳은 표정을 하자 대번에 얼어붙었다.
난 아무 말 없이 수화기를 그에게 건넸다.
“조후락 중앙정보부 부장입니다.”
조후락은 차려자세로 수화기를 들었다.
그는 나와는 달리 대통령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니, 뭐 한다고 중앙정보부의 수장이 자리를 비워! 그것도 내게 보고도 없이!>
대통령은 나도 들으라는 듯 수화기 너머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각하! 그게 아니고, 급히 원전에 대해서 대세와 논의할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중장부장이 원전에 대해서 뭘 안다고 대세와 논의해!>
“기… 기술적인 논의가 아니라 국가안보에 관해 논의를…”
<뭐? 국가안보? 그걸 핑계라고 대고 있어!!! 원전 납품 비리를 저지른 놈들이 수두룩하게 잡혀 왔더군! 자네가 그 놈들 뒤를 봐줬다는데 사실이야? 내 등잔 밑이 어두웠던 거야? 그런 거야??>
대통령은 증거가 명백하니, 그 어느 때보다도 서슬 퍼런 소리로 전화통을 울려댔다.
대통령이 직접 내부 사찰을 통해 조후락을 찍어내는 것 보다는, 이처럼 자연스레 축출할 명분이 드러났으니 너무나도 좋은 거지.
대통령으로선 내가 자신이 그렸던 시나리오대로 척척 움직여줬으니 아주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몇년째 원전으로 끙끙 앓았는데, 내가 단박에 해결해주는 셈이니까 말이다.
내가 이렇게 중정부장까지 쳐내며 적극적으로 고리 원전을 꿰찬다는 건, 정치적이든 기술적인 문제든 대세에서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대통령은 내 메시지에 아주 신이 난 거다.
“각하, 오해십니다. 제가 그 놈들의 뒤를 봐준 게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에서 정보를 제어하려다 보니…”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국가안보를 그따위 시답잖은 놈들과 논의했다는 건가? 당신 미친 거야? 돌았어?>
“그… 그게… 각하…”
이제 조후락은 자네도 아니고 당신이 되었다.
대통령의 서슬에 놀란 조후락은 말을 더듬다 못해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이 새끼, 말도 제대로 못 하는 거 보니 진짜로 그 놈들 뒤를 봐줬군. 너 경질이야! 당장 짐 싸!!!>
“각하! 한 번만 기회를! 각하! 각하!”
이미 새끼로 전락한 조후락은 통화를 마칠 수도 없었다. 대통령이 대번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잘 가라, 그 동안 즐거웠다.
대통령은 내게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임자 덕분에 눈에 거슬리던 중정 부장을 무리 없이 경질했어. 이제 고리 원전은 임자 몫이야. 열심히 해봐.’
조후락 부장은 털썩하고 소파에 주저앉더니 얼굴을 감싸 쥐었다.
“도… 도와주십시오, 우 사장님.”
“내가 도울 게 뭐가 있겠습니까?”
“옛정을 봐서라도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도와주시면, 제가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더러운 일이든 힘든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다는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조후락은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어이없는 놈이네.
사람을 호구 취급해도 분수가 있지.
혼자 살겠다고 그동안 형 아우 하던 잔챙이들을 그렇게 단박에 끊어버린 주제에 무슨 은혜를 갚아? 기회만 되면 내 뒤통수부터 후려치겠지.
“휴우,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좋습니다. 일단 서울로 가셔서 납작 엎드리십시오. 제가 최대한 대통령께 선처를 호소하겠습니다.”
“정말 그래 주시겠습니까?”
이빨 빠진 놈을 굳이 적으로 만들 이유는 없었다. 원래 역사에서도 대통령은 조후락의 해외도피를 눈감아주며 폐기물 재활용이 가능한지 간을 보지 않나.
“감사합니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공짜는 아닙니다. 웨스팅하우스와 나눴던 기밀문서들은 죄다 내놓아야 합니다.”
“안 그래도 혹시나 해서 가져왔는데 잘 됐군요. 부디 이 문서를 쓸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나름 주도면밀한 작자였다.
나와 거래를 하려고 가져온 기밀문서인 모양인데, 대통령이 끼어들자 내게 조건 없이 넘겨주는 모양새가 되었다.
‘역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에 대해 비밀 논의가 있었군.’
몇 차례 협상 끝에 웨스팅하우스가 핵연료 재처리 시설에 대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는다는 식으로 결론이 났지만, 웨스팅하우스가 지킬 마음이 있었을 리가 없다.
허가를 득하는 척만 하고 공사비만 먹튀 할 생각이었을 거다.
돌아가는 꼴을 보니 한국 납품업체 핑계를 대면 면피야 충분할 것 같았을 테고 말이다.
여하튼 보험 삼아 가져온 기밀문서를 통째로 내놓다니, 조후락도 평정심을 완전히 잃었다.
협정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웨스팅하우스를 쫓아낼 증거가 생겼으니, 나로서도 아주 행운이라고 할 것이다.
“자, 부지런히 올라가셔야지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조후락 부장은 부리나케 서울로 올라갔다.
천하의 중정부장이 벌벌 떠는 모습을 보니, 나도 록펠러 가문과 이어지지 않았다면 위험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는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에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다른 일도 챙길 게 많지만, 이 일은 빠르게 처리할 수록 좋았다.
***
“아니, 찬수 씨. 이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일찍 퇴근한 나를 보고 페기가 깜짝 놀랐다.
“정원 관리는 재미있어요?”
결심을 하고 왔지만, 첫마디부터 부탁이 있어서 왔다는 소리는 꺼내기 힘들었다.
“한겨울에 정원 손질을 하지는 않죠. 찬수 씨, 무슨 일 있어요?”
페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말을 받아줬다.
내가 말이 안되는 소리를 했던 거로군.
“무슨 일까진 아니고, 부탁할 일이 있어서요.”
“으흠, 안 그래도 차 한잔하려고 했는데 같이 할까요?”
페기는 양갓집 규수처럼 한국 전통차를 아주 좋아했다. 그녀는 온실처럼 꾸민 정자로 앞장서더니 녹차를 권했다.
대나무 숲 정원을 앞에 두고 따끈한 녹차를 즐기니 나름 운치가 있었다.
게다가 몸이 좀 녹으니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아니라곤 했지만, 내심 원전 건으로 긴장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 사업을 위해서도 국익을 위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일이었다.
“고마워요, 페기. 차향이 정말 좋군요.”
“그렇죠? 그보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부탁이라는 거예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프랑스에 인맥 좀 있어요?”
“당연히 있죠. 록펠러 재단 쪽으로도 인맥이 있고, 학교 동창으로도 인맥이 있으니까요.”
역시 명문가답게 인맥 풀이 아주 넓었다.
“프랑스 쪽에 원전 관련해서 영향력이 있는 이가 필요해요. 가능할까요?”
“원전을 담당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르톨리 산업기술개발성 장관님이면 되지 않을까요? 집안끼리 친했던 터라 몇 번 뵌 적이 있어요.”
산업기술개발성! 완전 딱이네!
“아주 좋네요. 그 분과 연결해줘요.”
“그건 어렵지 않지만, 왜 굳이 프랑스 쪽과 일을 하려고 하세요? 찬수 씨는 그동안 미국 기업과도 좋은 관계였잖아요. 인맥도 탄탄하고요.”
“원전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검토하는 민감한 프로젝트에요. 웬만한 방법으론 기술이전을 받을 수가 없죠. 프랑스 정도를 지렛대로 쓰지 않고선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프랑스는 현 시절에 유일하게 미국의 의사에 반해서 원전 수출 정책을 펼치는 나라다.
게다가 프랑스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상업적으로 운용하고 있기에 지렛대로 쓰기에 딱 적당하다.
“아, 기술이전을 위한 지렛대군요. 알았어요. 제가 만남을 주선할게요.”
페기를 통하면 록펠러 가문이 나서는 것이니, 한국 정부가 주도한 일이 아니라는 핑계도 댈 수 있다.
“명분은 오일쇼크로 한국도 원전을 가동해 석유 의존도를 조금이라도 낮춰야겠다고, 대세가 원전에 대해 기술협력을 원한다는 걸로 해줘요.”
록펠러 가문이야 개발도상국을 돕는 차원에서 나섰다고 하면 되는 일이다.
“알겠어요. 헌데, 프랑스를 지렛대로 삼는다면 집안 어르신들은 그에 합당하는 대가를 요청하실 거예요. 찬수 씨 부탁으로 결과적으론 오르톨리 아저씨와 우리 집안이 멀어지게 될 테니까요.”
페기도 록펠러 가문의 여식이라고 기브 엔 테이크에 대해서는 확실했다.
“물론이죠. 이 일로 미국으로부터 원전 기술을 이전받는데 성공한다면, 충분히 값을 치러야죠.”
집안 어른이라고 해도 장인어른이 대장이니, 그분께 대가를 치르면 된다.
“먼저 한 가지만 약속해줘요. 찬수 씨, 설마 이 일로 원폭을 개발하거나 그런 건 아니죠?”
“아니에요. 내가 바라는 건 원폭이 아니라 핵연료 재처리시설일 뿐이에요.”
우리나라가 원전을 지어도 핵연료 재처리시설을 보유하지 못하면 해마다 증가하게 될 고준위방사능 폐기물을 프랑스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 의뢰해서 재처리해서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아니, 현실적으로 의뢰조차 불가능하다.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이동 시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해양 방사능 오염이라는 초대형 사고를 유발하게 되니까.
그렇다고 재처리시설 없이 우리나라 어딘가에 계속 매장하면, 재활용 가능한 원료를 두고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의 양만 늘리는 격이다.
재처리하면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을 1/20로 줄일 수 있는데 말이다.
매번 캐나다나 미국에서 농축 우라늄을 사 오는 것도 돈 낭비고 말이다.
즉, 핵연료 재처리시설은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 처리와 핵연료 확보에 필수 불가결하다.
물론, 대통령 생각은 전혀 다르겠지.
핵연료 재처리가 원폭 개발의 지름길이기도 하니까. 그런 대통령을 바라보는 미국도 생각이 복잡할 것이고 말이다.
그 두 입장을 잘 조율해야 한다.
어려운 만큼 대가도 확실할 테니.
< 277 : 내조의 위력 > 끝
ⓒ 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