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78)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78화(278/589)
< 278 : 재빠른 공룡 >
「정부, 원전 비리에 칼을 빼 들다」
「오일쇼크 극복의 무기, 원전 왜 지지부진했나」
한동안 원전 비리가 온갖 신문의 1면을 독차지했다.
이때다 싶었던 대통령은 그동안 마음에 안 들던 이들을 대거 경질하고 좀 심하다 싶은 놈들은 죄다 콩밥을 먹였다.
그 와중에 조후락은 해외도피를 눈감아주는 정도로 끝났고 말이다.
그런 뒷정리야 청와대 몫이고, 나는 선봉석 과장과 함께 원전 설계를 검토하고, 페기를 통해 프랑스와 연결고리를 찾고, 뀌년도 챙기고, 대세자동차의 미국시장 진출도 챙기느라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드디어 전국 단위 연결은 끝났다고요?”
“예, 사장님. 울산부터 평택까지 천연가스 라인을 모두 연결하였고, 주요 도시별 가스터미널도 완공했습니다.”
워낙 일이 많다 보니 각 계열사 임원들이 직접 울산까지 내려와 구두보고를 했다.
“정말 큰일 하셨습니다. 김 이사님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완공하지 못했을 겁니다.”
깜짝 놀랄 정도의 속도였다.
부산, 울산, 대전, 광주, 인천, 평택 등등 최소한 메인 가스 터미널 근처의 시민들은 도시가스 혜택을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평택의 복합화력발전소가 완공되면 지역난방이라는 신문명을 접하게 되리라.
“황금종 5기들 덕분입니다. 그 정도 베테랑들을 데리고 이 정도도 못하면 밥 먹을 자격이 없지요.”
아버지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지금이 초고속 성장기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시간을 투자한 만큼 돈이 튀어나오니, 열심히 할 수밖에. 이처럼 쌩쌩 달리는 자전거가 멈추지 않게 하는 것이 내 천명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내 덩치도 커졌으니 차근차근 암적인 존재들을 걸러내는 것에도 시간을 좀 쓰긴 해야 할 테고 말이다.
“하하, 그런가요? 여하튼, 대세가스는 완전히 자리 잡았지요?”
“물론입니다. 현재 도시가스 보급률은 11%로 두 자리 숫자가 되었습니다. 이에 가스레인지는 지속 보급 중이고, 가스보일러는 최근 개발이 완료되어 홍보 중에 있습니다.”
“지역단위 가스터미널만 신경 쓰면 되겠군요.”
“예. 가스안전관리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이 늘어나면 좀 더 속도가 빨라질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도시가스 사업은 확실히 궤도에 올랐네.
이제 아버지는 중동 SNOS 현장으로 파견해야 할 것 같았다.
“사장님, 그와 관련해서 대세석유화학 입장에서 말씀드릴 사안이 있습니다.”
“아, 그래요? 뭡니까?”
아버지와 황혜성 상무가 왜 동시에 들어왔지 했는데, 같이 논의할 게 있었나 보네.
“현재 도시가스 사업은 단기간에 인프라 보급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맞는 말이다.
난개발을 막기 위해 가스관들을 지중화하고 그 위에 도로까지 같이 깔고 있으니까.
대세건설 하부조직으로 대세가스를 둔 것도 바로 그런 문제 때문이었다.
“그건 그렇죠. 하지만, 가스관을 아무렇게나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도시 재정비를 촉진하는 역할도 하니 섣불리 투자해서도 안됩니다.”
“예, 사장님 의도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대다수의 가정집에서 도시가스보다는 LPG 가스통으로 가스레인지를 이용하는 형편입니다.”
LPG는 이미 60년대 중반부터 연료로 쓰여왔다.
최근 대세에서 가스레인지를 싸게 팔아줬기에 LPG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그렇겠죠. 가스레인지 노즐만 갈아주면 LNG에서 LPG로 바꾸는 거야 문제없으니까요.”
“그게 문제입니다. 현재 LNG는 대세가스에서 설치하기에 배관이나 환기 시설에 문제가 없지만, LPG는 그런 안전관리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그런데도 저희는 LPG를 팔고 있고 말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자칫 화재나 폭발사고가 나면, 대세가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네. 큰일 날뻔했다.
“듣고 보니 심각한 문제군요. LPG도 대세가스 업무 영역으로 들여야겠군요. 비서실을 통해 정부와 협의하겠습니다.”
“특히 반지하에 설치하는 경우는 환기시설도 점검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황 상무 눈에는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LPG 가스통 보급이 우려스러운가 보네.
“김 이사님, 황 상무 의견 들었죠? LPG용 환기 시설에 대한 표준 가격을 산정하십시오. 대세가스 경비에 포함할 겁니다.”
“예, 사장님.”
“괜스레 타 계열사 업무에 끼어들었는데, 말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황 상무님, 그런 조언은 많이 할수록 좋습니다. 절대 아끼지 마십시오.”
“예!”
환기시설을 대세가스가 나서서 설치해도 아무 부담이 없다.
공기업으로 전환하기 전에 죄다 경비 처리로 손실보전을 하면 되고, 자선사업보다 국민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일이니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드는 조치였다.
“그럼, 대세석유화학 본연의 주요 이슈를 보고드리겠습니다.”
“뭔가 좋은 소식인 모양이군요.”
칭찬받을 게 있으니 이렇게 직접 울산까지 내려와서 보고하는 것이리라.
“예, 그렇습니다. 드디어 코카콜라가 저희 페트병을 채용하기로 했습니다.”
뭐야? 좋은 소식 정도가 아니라 대박이잖아.
“그래요? 결국 코카콜라도 페트병의 장점을 알아본 거군요.”
“예, 동남아에서 페트병이 유리병을 싹 교체할 정도로 퍼져나가니 코카콜라도 사업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음료수 페트병이 동남아에서 시작해서 서구에 퍼진다니 아이러니했다.
일단 코카콜라가 채용하기만 하면 전세계에 광고하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가격은요?”
“대략 200만불 근방에서 영구 라이선스를 원하고 있습니다.”
200만불? 웃기시네.
저들이 개발했으면 그 가격으로 넘기겠어?
“베인 실장에게 토스하세요. 요율이 얼마가 되든 매년 로열티를 받아야 하니까요.”
“예, 사장님.”
페트병은 운송비 절감과 1.5리터짜리 제품 출시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코카콜라에 엄청난 이득을 주는 제품이다.
그런데 영구 라이선스를 달라니 어림도 없지.
“코카콜라와 계약할 때 일체형 병뚜껑과 착색 금지 규정을 꼭 명기하시고요.”
“예, 사장님.”
처음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페트병 사업을 펼치면 나비효과는 훨씬 좋게 흘러가리라.
코카콜라로부터 로열티를 뜯어먹을 생각을 하니 너무 즐거웠다.
앉아서 돈 버는 것만큼 행복한 게 어디 있나.
심지어 로열티는 고스란히 순수익이다.
“좋아요. 그럼 대세석유화학이야 따로 말을 보탤 것이 없고, 대세건설은 인원 조정을 좀 해야 할 것 같군요. 대세가스가 제 궤도에 올랐으니, 남은 일은 곽대영 부장에게 맡기고 김 이사님은 인원을 추슬러서 뀌년과 SNOS 현장으로 이동해야죠.”
“예. 뀌년엔 300명을 보내고, 나머지는 SNOS로 이동하겠습니다.”
아버지도 SNOS 공사를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5억 3천만불에 공사를 속개하겠다고 美육군공병단에 회신했더니 네고도 없이 곧바로 승인 계약서가 날아왔다.
대신 최대한 공기를 줄여 달라는 텔렉스가 쇄도했을 뿐이다.
4개국 컨소시엄이 헛발질을 해주는 바람에 2억불 가까이 추가 매출을 올리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자잿값이 오른 걸 감안해도 수익률이 25%는 족히 넘어갈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4개국 컨소시엄은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다.
“회의 끝냅시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황 상무님이야 그렇고, 이제 김 이사님은 사우디에서 다시 보겠군요.”
“천천히 오십시오. 저희가 먼저 가서 진도 잔뜩 뽑아 놓겠습니다.”
사우디도 2월까지는 나름 우기인 데다, 상대적으로 기온도 낮아 공사 진도를 뽑을만하다.
“기대하겠습니다. 고생하십시오.”
명절에 맞춰 가서 직원들 사기진작도 할 겸 푸짐하게 차례도 지내야지.
***
나는 두 임원을 보내고, 야드 끄트머리 선착장으로 향했다.
울산에서 영도나 옥포로 가는 일이 잦아져서 전용 쾌속선을 마련했다.
기 비서가 운전을 잘해서 아주 편했다.
“기 비서, 옥포로 어서 갑시다.”
“사장님, 아직 사모님이 안 오셨는데…”
“아, 배에 안 타고 있었어요?”
“저기 오십니다.”
서두른다고 페기를 내버려 두고 갈 뻔했네.
“찬수 씨, 많이 기다렸어요?”
“아뇨, 나도 금방 왔어요. 회의가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말이죠.”
“그럼, 어서 가요.”
“그래요, 미리 가서 장인어른을 맞이해야죠.”
페기가 프랑스 인맥을 연결하던 와중에 장인어른이 직접 나섰다.
내 얼굴을 보고 직접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출발하겠습니다. 회장님, 사모님.”
“어서 갑시다.”
남해를 거쳐 옥포 조선소로 접어들었다.
미군 항공모함이 떡하고 버티고 있는 곳에서 우리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선 각종 시설 확충과 추가 도크 건설이 한창이었다.
정말로 보기 좋았다.
원래 역사대로라면 오일쇼크가 터지자마자 일거리가 뚝 끊어져서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했을 텐데, 지금은 상황이 180도로 바뀌었다.
대세 조선은 기존에 받아놓은 일거리는 물론 대세해운에 배치할 광석 운반선과 LNG선을 보충한다고 눈코 뜰 새 없고, 영도 조선소는 구축함과 나이지리아 화물선을 건조한다고 바쁘고, 옥포 조선소마저 항모 수리로 활황이지 않나.
대세가 보유한 3개의 조선소는 우리나라가 해운 강국으로 거듭날 기반이 되어줄 것이다.
북한이라는 골치 아픈 존재로 북쪽 길을 열 수가 없으니, 우리는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
대세가 뻗어가는 만큼 대한민국의 영토는 커질 것이다.
타타타타타타…
“어, 아버지가 생각보다 빨리 오시네요.”
“그렇군요. 기 비서, 헬기장 쪽으로 갑시다.”
장인어른은 리무진을 몇 번 이용하시더니, 이젠 그마저도 마음에 안 드시는 것 같았다.
이번 방문에 공항으로 리무진을 보내드린다 했더니, 헬기를 가져오셨다고 했다.
국가 1급 보안 시설로 규정된 옥포 조선소 근처로 헬기를 몰고 오려면 장인어른쯤은 되어야 승인이 난다.
“어서 와요, 아빠.”
“잘 지냈니, 페기. 얼굴 좋구나.”
“어서 오십시오. 장인어른.”
“허허, 잘 있었나, 사위.”
“바쁘신데 저 때문에 먼 걸음 하셨습니다.”
“뭐, 페기도 볼 겸 온 거지. 저 헬기는 여기 두고 갈 테니 길에 버리는 시간 아껴서, 페기와 시간을 좀 더 보내주게.”
“예, 그리 하겠습니다.”
역시 내게 선물로 주려고 가져오셨군.
보는 눈이 있어서 한국에선 헬기까지는 안 쓰려고 했는데, 장인어른 핑계 대고 이용해야겠다.
내 시간을 아낀다면 대세 전체에도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니까.
“그건 그렇고… 사위, 뜬금없이 원전이라니! 그것도 프랑스를 끼워야 한다기에 깜짝 놀라서 달려왔네. 대체 일이 어찌 돌아가는 건가?”
장인어른은 리조트로 들어서자마자 본론부터 꺼냈다. 천하의 록펠러 가문도 깜짝 놀라 달려올 정도로 원전 건설이 큰일이긴 한 거다.
“그야 오일쇼크로 우리 한국도 원전으로 전력을 생산해야 석유 소비를 줄이고…”
“아니, 나도 원전의 필요성은 충분히 아네. 그런데 프랑스를 왜 끼워야 하냐 이 말일세.”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무작정 미국 업체와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하면, 미국 정부가 기술이전을 허락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 저는 원전을 짓고 싶지, 토목하청이나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역시 프랑스는 지렛대군!”
“예. 저는 원전 기술이 필요합니다.”
“사위는 진심으로 원전 사업을 해보고 싶다, 그거지? 수출도 염두에 두고 있는 건가?”
응, 뭐지?
장인어른이 원전 수출 얘기를 먼저 꺼냈다.
“당연합니다. 기술이전을 받았으면 개량해서 수출해야죠. 고부가가치 프로젝트지 않습니까?”
“하! 역시 내 딸이 사람 보는 눈이 있어. 웬만한 사내와는 생각하는 그릇부터 달라!”
“아버지, 그런 얘기를 왜 해요?”
“허허, 재미있잖니.”
장인어른은 아주 기쁜 듯이 내 양쪽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즐거워했다.
장인어른이 왜 이리 흥분하시지?
“이봐, 사위! 잘 들어보게. 이거 잘하면 아주 큰 돈이 될 것 같더군.”
“예, 당연히 큰돈이 됩니다. 원전은 국가단위 프로젝트이지 않습니까!”
“그래! 그래! 바로 그거야. 내가 오일쇼크 때문에 최근 빅맨들을 많이 만났는데 말이지, UAE에서 아주 그럴싸한 제안을 하더군. 그 와중에 페기의 텔렉스까지 받아보니, 이거 하늘이 내려주신 기회 같더란 말이지! 하하하!”
원전 얘기를 하던 중에 뜬금없이 UAE를 왜 끄집어 올리시지? 석유가 펑펑 나오는 곳에서 원전에 무슨 관심이 있을 거라고…
“설마, UAE에서 원전을 짓겠다는 겁니까?”
“바로 그거야! UAE 왕가는 원유가 엄청난 돈이 된다는 걸 알아버렸어. 국내 전력생산을 원전으로 대체하면 수출할 원유가 더 많아지는 꼴이지 않나.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일세.”
“… 그리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UAE가 70년대부터 원전에 관심을 뒀다고?
원래 역사에선, 21세기나 돼서야 UAE가 원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유 자원이 빈곤한 UAE다 보니 두바이를 금융도시로 키우고, 원전도 지어서 최대한 효율을 높이려는 전략이었다.
쩝, 빈약하다 해도 석유 수출국인 UAE가 이렇게 머리를 쓸 정도면 대체 우리나라는 얼마나 머리를 써야 되는 거야?
“아랍국가들은 국민들에게 전기를 거의 공짜로 제공하지. 그걸 원전으로 대체하면 엄청난 재정이 확보된다는 걸 깨달았으니, 얼마나 아깝겠나.”
아랍국가 국민들은 21세기 기준으로 한 가구당 대략 6000kWh를 사용한다.
고온 환경에서 단열 처리도 제대로 안된 주택에서 24시간 에어컨을 틀어대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하겠다.
“UAE는 자국 유전이 언제 마를지 모른다고 여기니 더욱 그러하겠군요.”
“제대로 봤군. 자네가 원전 건설 수주를 따내면, 나는 UAE 원유의 판매권을 얻을 수 있다네. 내가 적극 도와줄 테니 자네는 반드시 능력 있는 원전 사업자가 되어야 하네. 프랑스 업체든 미국 업체든 맘대로 끼워 넣어.”
장인어른이 스스로 자기 몫을 챙겨왔다.
이거 잘하면, 비단 UAE 뿐만 아니라 산유국 전체를 쓸어 담을 수 있겠는걸?
원전이 싫다고 하는 중동국가에는 상대적으로 싼 천연가스로 복합화력 발전소를 만들어주면 되는 것 아닌가.
폐열은 지역발전 대신 요르단처럼 해수담수화 용도로 사용하면 되고 말이다.
“프랑스를 지렛대로 쓰는 게 먼저인 것 같습니다. 경쟁자 없이 비즈니스에서 호의를 끌어내긴 힘들지 않습니까?”
“그래, 사위 말이 옳군. 그럼 오르톨리 장관은 언제 보도록 할까?”
“장인어른 시간에 맞추겠습니다.”
“다음 주 어떤가?”
“예, 좋습니다.”
다음 주라니, 덩치 큰 공룡이 빠르기도 하군.
< 278 : 재빠른 공룡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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