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82)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82화(282/589)
< 282 : 들이밀 땐 한꺼번에 >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원전 프로젝트가 드디어 시동을 거는군요.”
“비서실도 수고 많았습니다.”
비서실이 청와대와 소통하며 행정적인 일을 모두 처리했다. 모두 제 몫을 해주니 대세가 이렇게 잘 나가는 것이리라.
“정부도 매우 고무되었던지 우리 회사를 표창한다고 합니다.”
“뭐 그러라고 하던지요. 그보다 본사 최종 후보지는 결정되었습니까?”
“예, 총 4군데로 압축되었습니다. 최종 결정을 해주시면 본사 이전을 준비하겠습니다.”
“4군데씩이나요? 어디 봅시다.”
보고서엔 울산, 창원, 강남 압구정, 서울역 근방의 장단점이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다.
“울산, 창원, 압구정은 모두 부지에 여유가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 중 울산은 대세조선이라는 중공업의 핵심 계열사가 있고, 창원은 R&D의 중심이자 옥포, 울산, 여천 등등 사통팔달로 이동하시기 편하다는 장점…”
“설명 안 해도 됩니다. 내가 눈으로 읽어보죠.”
“예, 회장님.”
압구정은 허허벌판이라 본사 건물과 고객 접대용 호텔을 같이 짓기 좋다는 장점, 서울역은 직원들 출퇴근과 고객 또한 접근하기 좋다는 장점 등등 제각기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만약에 지금 인천공항이 있었다면 인천도 후보지 중 하나로 들어갈 뻔했다.
장점을 보니 의외로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삼복이와 한번 얘기를 했을 때 그룹 본사는 서울역 아니면 울산으로 하자고 했으니, 나름 비서실과 의견이 합치되는 편이었다.
“여기 성수동 건물은 어떻게 처리하죠?”
“최근 대세 인터내셔널의 수출이 급증하고 있어 원단 공장으로 되돌리고자 합니다.”
뀌년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북미, 멕시코 등등으로 섬유 제품 수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 당연한 조치이기도 했다.
성수동 본사는 빨리 비워줘야 되겠네.
“알겠습니다. 일단 서울역과 울산, 둘 중 한 곳이 될 것 같군요. 이번 주까지 결정하겠습니다.”
“예, 회장님.”
“오늘 오후 일정은 어떻죠?”
“SNOS 현황보고, 사우디 LNG 프로젝트 검토, 대세자동차 북미 진출 현황 보고가 있습니다.”
“서면으로 대체하고, 고리 원전 착공식 다음에 추가 사항만 구두보고를 듣도록 하죠.”
회의는 적당히 하고 실행이 우선이다.
지금은 시간이 돈이 되는 시대거든.
“예, 회장님. 그리 하겠습니다. 결론만 짧게 말씀드리면 진행 상황은 아주 좋습니다.”
“하하, 알았어요.”
나는 읽어볼 보고서를 들고 방을 나섰다.
내일 고리 원전 재착공을 축하하는 자리에 대통령이 참석한다니, 나도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아 참, 베인 실장.”
“예, 회장님.”
“사우디로 갈 때 대세 직원들 말고 다른 이들도 동행하려고 합니다. 가전 업체와 요업 업체 대표를 섭외해줘요.”
“… 아, 예. 목적을 설명해주시면 제대로 섭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뉴기니에서 배운 건데, 뭔가 건설을 하면 항만과 도로부터 주택까지 쫙 짓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왕이면 에어컨이나 냉장고, TV도 팔아볼까 하고 말이죠.”
“위탁생산을 하신다는 거군요.”
“위탁생산이라고 해야 하나요? 여하튼,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으로 쫙 깔고 싶어서 말이죠. 건설도 끝까지 가면 결국 이미지 싸움이니까.”
“예,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해외 건설은 곧잘 인건비 따먹기라고 여기지만, 실상은 국가 이미지를 파는 사업이다.
같은 설계에 같은 자재로 지은 건물도 어떤 국가가 짓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첫 진출할 때 제대로 된 제품으로 공습하면 국격도 높아지고 수익도 커지게 된다.
***
비슷한 시각, 도쿄 호텔 VIP룸.
“아니, 차관님. 말도 안 됩니다. 저희가 왜 조선의 핵폐기물을 받아서 처리한단 말입니까?”
“설명해 드렸잖아요. 플루토늄은 전략 핵물질이라 한국에 둘 수 없다고요. 그렇다고 미국으로 가져갈 수도 없으니 일본에 두겠다고요.”
낸시는 무던히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짜증이 날 정도로 지루한 회의가 계속되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주십시오. 차라리 조선에 핵연료재처리 시설을 없애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럼 플루토늄도 추출할 수 없고…”
“미!국!이 한국과 원전 협정을 맺으면서 재처리시설도 같이 지어주기로 했습니다. 일본도 원전에 재처리 시설이 꼭 필요하다고 하도 우는소리를 해서 우리가 눈감아 줬지 않습니까! 소련이고 중공이고 항의해도 그냥 모른 척해주지 않습니까!”
“… 그런 사안이 아니지 않습니까. 조선의 플루토늄을 왜 우리 일본으로 가져오시냐고요.”
“대체 일본이 우리 미국에 도움 되는 게 뭐죠? 대규모 무역 적자를 완화하라고 해도 모른 척하고, 오키나와 미군 기지를 반환하는데 딸랑 돈 몇 푼으로 퉁치고, 항모 수리에 바가지나 씌우고! 이젠 동북아 핵확산 위험을 낮추자는데 그것도 못 도와줍니까? 이게 무슨 동맹이에요. 아니, 동맹을 유지할 마음이 있기나 한 겁니까?”
“차… 차관님.”
“미국이 그렇게 호의를 베풀어도 돌아오는 게 아무것도 없군요. 당장 일본도 핵연료 사찰하고, 무역 관세도 제대로 때리고! 환율도 조정할까요?”
“허헉, 차관님. 무슨 말씀을.”
“아니, 그렇잖아요. 동맹이 도와달라는데, 이래서 안된다, 저래서 안된다! 대체 되는 게 뭐냐고요! 이런 판국에 미국은 계속 호의를 베풀어야 하는 겁니까?”
급기야 낸시는 명패로 책상을 마구 두드려댔다.
어찌나 세게 두드렸는지, 최고급 마호가니 탁자가 폭폭 패일 정도였다.
“그… 그게 아니고 관방장관인 제가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은…”
“뭐야, 당신 미친 겁니까? 결정권도 없으면서 여태 내게 안된다는 소리만 한 겁니까? 미 국방부 외교담당 차관을 이 따위로 취급한다고?”
“아니… 그런 말씀이 아니고…”
“감히 내게 이런 모욕을 줘? 당신, 옷 벗을 각오를 하는 게 좋을 겁니다. 다들 철수해!”
“예, 차관님.”
낸시의 호통에 수행원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됩니다. 안됩니다. 차관님.”
“비켜요!!!”
일본 관방장관은 사색이 되어서 문을 몸으로 막고는 안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부하 직원들 보기에 쪽팔렸지만, 체면을 차릴 계제가 아니었다. 이대로 낸시를 돌려보냈다간 정말 자신이 정계에서 매장당할 것 같았다.
“동의합니다! 관방장관으로서 동의합니다. 제가 책임지고 정부를 설득하죠.”
“… 뭐야? 이렇게 쉽게 되는 걸 그렇게 진을 뺀 겁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안되는 건데 제가 어떻게든 되게 하겠습니다. 그보다 어떻게 안전하게 실어올지만 논의하시죠. 이리 앉으십시오. 어서요.”
관방장관은 낸시에게 설설 기면서 간신히 그녀를 자리에 다시 앉혔다.
“좋아요, 일단 서명부터 하고 특약은 나중에 논합시다.”
“예에?”
“서명이요! 어서.”
“예. 차관님.”
대번에 회의는 낸시가 휘어잡을 수 있었다.
역시 CS 말대로였다.
일본의 의사 따윈 전혀 상관할 바 없었다.
미국에 경제와 안보를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일본에게 히든카드 따윈 없었다.
‘CS보다 백배는 쉽다니까.’
낸시는 흩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회의를 속개했다. 협정서에 서명을 받았으니, 일본이 뭐라고 하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그뿐이었다.
****
다음날,
“셋, 둘, 하나! 버튼을 눌러주십시오!”
펑! 펑! 펑!
“와아아아아!!”
폭죽이 펑펑하고 터지면서, 고리 원전의 착공식은 마무리가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재착공식이었지만, 정지 작업만 된 상황이라 착공식이나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청와대 비서실장, 경제부총리, 새로 취임한 스나이더 주한 미국대사 등등 정치가들이 대거 참석해 착공을 축하했다.
“임자 덕분에 드디어 원전을 시작하는군.”
“정부에서 전권을 주신 덕분입니다.”
“하하, 겸손은. 여하튼 평택에 짓고 있는 복합화력발전소도 이왕이면 원전으로 바꾸지 그러나? 거기 들어가는 가스는 가정용으로 쓰고 말이야.”
“전력 수급 전략에 다소 어긋납니다. 원전은 기저 전력이라 24시간 내내 가동하며 꾸준하게 전력을 생산하고, 복합화력발전소는 전력 수요에 따라 발전 용량을 조절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아, 그래? 뭐, 임자가 그렇다면 맞겠지.”
“대통령 각하, 만세!!!”
“만세!!!”
“하하하, 원전 잘 지어 드리겠습니다.”
대통령은 기분이 좋았던지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며 쇼맨십에 열중했다.
유신으로 떨어진 인기를 오일쇼크라는 국란을 극복하는 모습으로 상당히 회복하는 모양새였다.
이 양반, 하고픈 일을 웬만큼 했으면 권좌에서 내려올 생각을 해야 하는데…
“미국이 돈도 주고 기술도 준다고 했다지? 그럼, 완공은 언제 되나?”
“완공은 3년 반 정도는 걸릴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정지작업은 되어 있어서 6개월이 줄어든 것이다.
“3년 반이나 걸리나?”
“예, 그 대신 SMR 관련 데이터를 끄집어내는 것은 2년 정도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원자로 격납고에서 모사 실험은 2년 뒤에는 가능해 보였다.
“임자라면 1년 정도 앞당길 수 있지 않나?”
“원전은 공기를 그리 과하게 줄이긴 힘듭니다. 원전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 우선이지 않습니까? 대신 원자로 이외에 발전 설비는 최대한 서둘러 단 며칠이라도 공기를 단축해 보겠습니다.”
“그래, 그래. 노력한다면 됐어.”
대통령과 걷다 보니 어느새 경호원들이 시민들을 통제하고 있는 구역으로 접어들었다.
또 내게 숙제를 주려는 셈인가?
“대통령님, 따로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별건 아니고, 임자 덕분에 도시가 아주 깔끔해져서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어서 말이지.”
“도시가스를 놓다 보니, 자연스레 도로도 정비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사업비가 늘어나는 바람에 공기업 전환 시점이 미뤄지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
“송구스럽긴 뭐가. 반지하 세대에는 환풍시설도 달아준다는데, 덕을 봤으면 봤지 손해 보는 사람은 없잖아.”
대통령은 독재든 독점이든 일단 경제가 발전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성장 지향형 정치가였다.
연탄 때던 사람들이 깨끗한 가스를 때는 것 자체가 좋은 거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래서 말이야. 이왕 도시 정비에 나섰으니 서울역 앞도 좀 정리해 보는 게 어떤가.”
“서울역 앞이라고 하시면…”
“그거 있잖아. 흉물스러운 거.”
“흉물스럽… 아, 화재가 난 건물 말씀이시군요.”
일명 종합교통센터라고 부르는 건물이다.
철도청이 우리나라 철도 근대화의 본부로 쓰겠다며 짓기 시작한 건물이다.
국가의 메인 교통수단은 철도가 돼야 한다는 식민사관에 물든 이들이 많았다는 증거다.
하지만, 대통령이 철도 대신 고속도로를 추진하면서 예산 부족과 사용처에 대한 이견으로 골조 공사 도중에 공사가 중단되고 말았다.
급기야 방치된 공사장에서 화재까지 발생해서 정말 흉물이 되어버렸다.
“그 부지를 싸게 넘겨 줄 테니, 싹 뜯어버리고 임자가 번듯한 건물을 올리면 어떤가. 서울역 앞이면 나라 얼굴이나 매한가지인데, 외국 손님이 올 때마다 아주 창피해 죽겠어.”
“재개발 하라는 말씀이시군요.”
“국가에 큰일 했는데 뭔가 챙겨줘야지. 빈말이 아니고 좋은 가격에 넘길 테니 그런 줄 알아. 임자도 본사를 어디로 옮길 지 재고 있다면서?”
음? 우리가 본사를 옮기는 걸 알고 있어?
우리 직원들이 후보지를 추려낼 때 딱히 정보 관리를 안 한 모양이군.
사소한 것이라도 정보 보안은 필수라는 걸 다시 한번 주입해야겠다.
회사 분위기가 좋다고 정보보안도 느슨해지면 절대 안 되지. 교육 확실히 시켜야겠군.
“예, 안 그래도 울산이나 서울역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배려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서울역 쪽으로 결정하겠습니다.”
배려라고 주는 데 거부할 순 없지.
“이왕이면 외국인들도 감탄할 수 있게 멋지게 지어주게. 믿어보겠어.”
“예, 그리 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본사를 짓는다면 뉴욕의 맨해튼 건물 중에 그대로 옮기고 싶은 빌딩이 있긴 했다.
크리스마스트리와 화려한 공개공지(公開空地)로 유명한 록펠러 센터 빌딩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처갓집 건물을 베끼는 꼴이 되겠네.
“하하, 자신 있나 보군. 좋아, 원전에 대한 대가는 그 정도로 하고 미사일 협정에 대해선 그 정도 대가로는 안 되겠지. 뭐든 얘기해봐,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면 다 들어주도록 하지.”
대통령이 유난히 기분이 좋았던 게 미사일 협정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밴 플린트 장군이 록히드사와 우리 국방연구소를 연결해줬으니, 기술적으로 상당한 진전이 있으리라. 최소한 대함 미사일은 만들어 내겠지.
대통령은 내가 국가 안보에 큰일을 했으니, 특혜라도 주겠다는 의미였다.
특혜까진 필요 없고, 그냥 일만 도와주시라.
“안 그래도 부탁드릴 게 있었습니다.”
“잘 됐군. 뭔가?”
“조만간 사우디에 천연가스 플랜트 수주를 따러 가는데, 여러 기업체가 같이 갔으면 합니다.”
“같이 해야 할 정도로 큰 프로젝트인가?”
“꼭 그렇다기 보다는 사우디에 플랜트를 짓는 김에 이왕이면 에어컨이나 냉장고도 팔았으면 하고 말입니다. 거긴 돈이 넘쳐나니 일단 시원하고 좋은 집에 살고 싶을 것 아니겠습니까.”
“하! 그렇구만! 그렇군! 너무나도 당연하군!”
내 말에 신이 났던지 대통령은 박수까지 치며 좋아했다.
“무역상만 제대로 만나면 수출 계약을 따는 것은 문제도 아닐 것입니다.”
“그게 무슨 부탁이야. 당연히 정부가 나서야지. 한국-사우디 친선협회라고 단체 하나 만들어줄 테니까, 협회장 자격으로 기업인들 데려가.”
“그리 해주신다며 감사하겠습니다.”
자리 하나 만들어서 척척 던져주는 것은 참 잘하는 양반이었다.
“감사라니. 본업도 잘하는 데다 다른 기업까지 도와주겠다는데 얼마나 좋아? 다른 놈들도 임자 반만 닮았으면 좋겠어. 빌어먹을 것들, 주야장천 땅 투기나 해대고 말이야.”
대통령도 부동산 문제는 알면서도 대처가 어려운 모양이군. 지금도 이런데 중동에서 본격적으로 달러가 들어오면 폭발하듯 들썩일 거다.
엉뚱한 놈이 부자되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순 없으니 대처를 하긴 해야 할 텐데…
잠시 생각에 잠기다 보니 어느새 공사장이 한 눈에 들어오는 언덕 위였다.
“어이! 다들, 시작해 보자고!”
“와아아아아!”
쿵쾅. 쿵쾅.
공사현장은 벌써 떠들썩했다.
각 공사구간을 나누고, 대세건설 직원들이 벡텔사 파견자들과 손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속도로 삽시간에 공사가 진행될 것이다.
“임자는 힘이 빠질 일이 없겠어. 늘 저렇게 활기찬 모습을 볼 것 아닌가?”
“진정 부자가 되어야 하는 이들이죠.”
“그렇군. 맞는 말이야.”
대통령은 담배를 아주 맛있게 태웠다.
< 282 : 들이밀 땐 한꺼번에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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