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296)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296화(296/589)
< 296 : 축전과 화환 >
“와아아아아!”
“기뻐하십시오, 국민 여러분.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50대 건설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대세건설이 단일 공사로 14억불에 이르는 금세기 최고의 수주를 따냈습니다. 대한민국 건설사의 신기원을 이뤄냈습니다.”
“지금 20세기 최대의 역사인 주베일 산업항 수주를 따낸 주역들이 입국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포 공항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수고했어, 수고했어, 임자!”
“이렇게 공항까지 나와주시다니 영광입니다.”
“그런 장한 일을 했는데 당연하지.”
대통령을 비롯하여 수많은 정·재계 인사들이 몰려나와 나와 직원들에게 꽃다발을 걸어주고 군악대가 행진곡까지 연주했다.
올림픽 메달을 딴 것도 아닌데 이런 식의 환영이라니.
“수주 축하드립니다! 사장님!!!”
“대세 만세!!!”
펑! 펑!
대세직원들도 대거 공항 입구에 모여 샴페인을 터뜨려 우리들 머리에 잔뜩 뿌려주었다.
몇년 전만 해도 이렇게 샴페인을 터뜨렸다간 먹는 걸 낭비한다고 했겠지만, 워낙 대박을 터뜨리고 왔으니 직원들도 꼭 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나도 웬만하면 카퍼레이드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공항 입구에 떡하니 지프차가 이미 대기하고 있어서 이번만큼은 거절하기 힘들었다.
시원한 샴페인 세례를 받고서야 지프차에 올라 서울 시내를 돌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서울 시내의 시민이란 시민은 죄다 쏟아져나온 듯 수많은 인파가 대세 만세를 외쳤다.
그도 그럴 것이 14억불은 한화로 6800억원 정도인데, 우리나라 예산의 35%에 가까운 금액이니 단일 공사 규모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대박이었다.
그중 상당수는 노래를 부르며 덩실덩실 춤까지 추었다.
주베일 산업항을 필두로 중동 특수가 시작되었음을 시민들도 직감하는 것 같았다.
***
성수동 본사.
“어이쿠, 드디어 본사에 도착했군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회장님.”
카퍼레이드를 마치고 시청 앞에서 한 번 더 축하 행사를 하고 되돌아오니 몸이 물에 젖은 스펀지 같았다.
피곤이 몰려왔지만 아직 남아있는 아드레날린과 섞이니 묘한 여운을 즐길 수 있었다.
평소 표정 관리를 잘하는 빌 베인조차 흥분한 모습이었다.
“이게 다 뭡니까?”
“정·재계 인사들이 보내준 축하 화환입니다. 여태 수주와는 차원이 다른 반응입니다.”
대통령, 국무총리, 여당 야당 총재, 각종 대기업 총수들이 죄다 화환을 보내와서 본사 입구가 가득 찼다.
“축하 화환만 있는 게 아니군요.”
“예, 하마터면 비서실 텔렉스가 터져나갈 뻔했다고 하더군요. 하하하.”
내 자리에 도착하니 텔렉스 전문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다.
죄다 축하 전문이었다.
내가 교류했던 이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전세계 각지에서 전문이 날아들었다.
“으음? 이건 또 뭡니까? 영국의 코스테인社에서 공문을 보냈군요.”
“예, 항복 문서나 다름없습니다. 이번에 4개국 컨소시엄에 들어간 것은 코스테인社의 진의가 아니었다며, 주베일 공사에 한발 걸치게라도 해달라고 사정하고 있습니다. 뇌물 때문에 발생한 순손실을 감당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하긴 이사회를 넘어, 대주주들이 가만 있을 리가 없지. 주베일에서 사고 친 임원들의 목줄을 죄며 본전치기라도 하라고 압박했을 것이다.
“웃기는군요. 지금 와서 도와달라는 건가요?”
“이번에 손을 잡아주면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게 설계를 원가로 해주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음, 나름 영국은 설계 능력은 꽤 괜찮지.
“이미 벡텔사와 우리가 합작해서 설계를 하기로 했으니 안될 말입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저들이 그런 제의를 해왔다는 것만 보고드리는 것입니다.”
“음, 기회가 아깝긴 하네요. 4개국 컨소시엄을 박살 낼 기회기도 하니 말이죠.”
“예, 그것도 맞는 말씀입니다.”
“이렇게 합시다. 우리 대세건설 UAE 공항 설계팀을 코스테인社로 합류시키십시오. UAE 공항을 그들과 같이 작업해봅시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나. 벡텔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우리 설계 기술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도 코스테인社와 합작해보는 것은 괜찮다.
벡텔은 플랜트에 강하지만, 정통 건축 설계는 코스테인社가 더 강하니까.
“정말 멋진 아이디어이십니다. 우리 대세 설계팀의 역량이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겁니다.”
빌 베인도 대번에 동의하고 나섰다.
UAE쪽 알라얀 왕자도 조만간 국제공항 프로젝트를 공식화할 테니, 설계부터 하고 있으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축전이야 내가 나중에 따로 읽고, 오늘은 주베일 공사준비 현황만 의논하고 퇴근합시다. 여독부터 풀어야지, 이러다 병나겠습니다.”
“회장님도 2주간 쉬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견적팀은 죄다 유급 휴가를 주셨지 않습니까.”
“그거야 견적팀은 감옥생활을 했으니 당연하고, 난 이틀 정도면 충분합니다. 베인 실장도 일주일 정도는 쉬어도 됩니다.”
견적팀원들에겐 여름휴가 겸 해서 옥포 리조트를 예약해 가족들과 휴식을 즐기도록 해줬다.
TV에도 얼굴이 나왔으니 이참에 식구들 앞에서 엄청나게 폼을 잡을 수 있으리라.
“아닙니다. 저도 이틀이면 충분합니다. 이건 그간 말씀하셨던 중동본부 조직도입니다.”
조직도에는 해외인력관리부, 해외공사관리부, 해외재정부, 외자부, 해외수송부 등이 신설되어 있었고 각기 차장급과 부장급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모두 바레인 지사에 위치하고, 주베일 현장 사무실과 직통으로 정보 교환이 되도록 했다.
“BR사와 벡텔사 직원들도 관리하는 겁니까?”
“예, 그쪽도 주베일에 현장 사무실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설계, 토목, 건축, 설비 부문에 수석급 엔지니어들이 대거 상주할 예정입니다.”
인력 계획을 보니 공사 현장엔 200여명의 기술자와 관리자가 상주하고, 각 부문별 기능공이 하루에 약 3600여명이나 투입될 예정이었다.
동원 인력을 보니 새삼 20세기 최대의 프로젝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력도 인력이지만 장비도 아주 화려한데요?”
“예, BR사에서 해상 중장비를 대거 가져왔습니다. 하루에 대여비는 규정상 5만불이지만, 감리비에 포함된 걸로 하겠다고 하더군요.”
“하하하! 멋진 딜인데요?”
BR사가 데릭바지(해상 크레인)를 600톤급, 180톤급 각각 한 대씩 가져왔다.
정말 절실한 장비였는데, 밴 플린트 장군이 정말 화끈한 선물을 해준 셈이었다.
“벡텔사도 만만찮습니다. 50kW에서 1000kW급까지 각종 발전기를 55대나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DBB 컨소시엄 만세!!”
알아서 척척 선물을 가져오니 너무 좋았다.
큰 프로젝트에 끼워준 보상이라고 하겠다.
공사 내내 쓰다가 중고 발전기를 내게 넘기라고 하면 적당한 가격에 넘겨주겠지?
생각만 해도 뿌듯했다.
“그리고 나이프 왕자도 연락해왔는데 공사 선수금이 급하면 빨리 당겨주겠다고 하시더군요.”
“하하, 빨리 성공사례를 내놓으라는 말이군요.”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내가 열심히 했든 어쨌든 나이프 왕자가 술탄 왕자를 견제한 것은 사실이고, 체신청을 비롯해 발주처 곳곳에 기름칠을 하기 위해서라도 나이프 왕자에겐 성공사례를 해야만 했다.
괜히 돈 아낀다고 딜을 하려고 들면 공사 선수금 받는데도 엄청 고생할 것이다.
선수금은 규정상 50일 이내로 나오게 되어 있으니, 일찍 받으면 한달 이자는 먹고 들어가는 거다.
선수금은 총 공사비의 20%이니 한달 이자만 따져도 어마어마하다.
“나이프 왕자에게 5000만 달러를 전달하고, 나머지 기름칠은 알아서 해달라고 부탁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우리가 나서서 일선 관리까지 챙기긴 어렵다.
차라리 나이프 왕자에게 크게 챙겨주면서 아랫사람 몫까지 일임하는 것이 모양새도 좋고 뒷말도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해놔야 공사 중에 사소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나이프 왕자를 들이밀 수 있다.
“휴우, 이 정도면 오늘 논의할 일은 다 마쳤겠죠? 푹 쉬고, 이틀 뒤에 봅시다.”
“아, 지금 염원철 수석이 면담을 기다리고 있는데 다음으로 미룰까요?”
“염 수석님이 기다려요? 아니, 왔으면 왔다고 미리 말하지 그랬어요.”
“말씀 드린다 해도 굳이 회의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고 하셔서 말입니다.”
“어서 모시세요. 어서요.”
아무리 그래도 청와대 수석 비서를 기다리게 하는 기업가가 어디 있나.
***
“아이고, 사장님! 축하드립니다.”
염 수석은 사무실로 들어오자마자 내 손을 덥석 잡고는 연신 축하를 건넸다.
“바로 들어오시지 그러셨습니까. 급한 회의도 아닌데 말입니다.”
“14억불을 벌어오셨는데 제가 기다려야지요. 이거 입이 안 다물어집니다. 14억불이라니요. 사장님과 고작 2억불 빌리러 간다고 죽을 둥 살 둥 태평양을 건넌 게 엊그제 같은데요.”
“하하, 그게 2억불 빌리러 간 거였나요.”
염 수석은 활짝 웃다가 금세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격스러워 했다.
“그때도 외환위기를 넘겨주시더니, 이번에도 외환위기를 거뜬하게 넘겨주시는군요. 자그마치 14억불이라뇨.”
“상공부에서도 많이 도왔습니다. 저 대신 감사하다고 전해주십시오.”
“공무원들이야 필요하면 팍팍 뽑아가십시오. 다른 데는 몰라도 상공부는 1인분은 할 겁니다.”
상공부 출신이라고 그쪽을 띄워주는 건 잊지 않았다. 처세술이 좋은 상사에다, 좋은 동료이기도 할 것이다.
“여하튼, 어떤 일로 찾아오신 겁니까? 단순 축하는 아닐 것 같은데 말입니다.”
“에고, 염치없게도 그렇습니다. 좀 있으면 1호선 개통식도 있고 해서, 2호선 공사에 대해 말씀을 좀 해주셨으면 하고요.”
“그건 이미 검토 완료했습니다. 저희 대세는 잠실과 신촌 공구를 담당하겠습니다. 잠실은 연약지반이고, 신촌은 지대가 높아서 국내 건설사들이 좀 힘들어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다른 공사구간은 여타 건설사가 맡으면 된다는 말씀입니까?”
“그럼요. 다른 곳은 비용도 적게 들고, 기술 면에서도 간단한 개착식 공법을 사용하면 됩니다. 터널을 뚫는 게 아니라 고랑처럼 파서 덮는 거라 국내 건설사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건설사는 하나라도 수주를 더 따내려고 경쟁하는데 사장님은 나눠주실 생각부터 하시는 군요.”
“대한민국 선봉이 후발주자와 경쟁하면 되겠습니까? 해외로 나아갈 길을 뚫어주고, 전체 시장을 넓혀줘야죠.”
“제가 감히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장님 전략은 정말 크고 멋집니다. 나라를 위해 시장을 넓힌다니! 크흐, 감격입니다.”
“뭘 감격까지 하고 그러십니까. 지하철이 2호선만 짓고 그만둘 것도 아닌데요. 3호선에서 9호선까지 쭉쭉 뚫릴 텐데요.”
“예에? 9… 9호선까지요?”
“아, 희망 사항이 그렇다는 얘깁니다. 여하튼 그때쯤 되면 진짜 심층 지하철을 뚫어야 되니, 그때는 저희 대세가 긴 구간을 맡아보겠습니다. 지금은 해외공사에 인력을 더 쓰겠습니다.”
“당연히 그러셔야죠. 14억불 짜린데요.”
염 수석은 14억불에 완전히 꽂힌 듯 말끝마다 14억불을 외쳤다.
일단 내가 지하철 2호선에서 가장 난공사 구간을 맡아준다고 했더니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시설 공사가 하나 있어서 말이죠.”
난공사를 도맡아 해주는 대가는 받아야지.
“아이고, 사장님이 하고 싶다면 당장 하셔야죠. 저희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염 수석이 대번에 반색하고 나섰다.
“하수종말처리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하수종말처리장이요?”
“예, 우리도 이제 중진국을 바라보는데 제대로 된 상하수도를 갖출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일단 서울에선 중랑천부터 시작했으면 합니다.”
도시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가장 기본적으로 상하수도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우리가 도시가스 인프라를 만들면서 그 옆에 상하수도를 정비하고 있었는데, 빌어먹게도 제대로 된 하수종말처리장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주베일 산업항 준비를 하려면 내가 한참 국내에 머문다. 그때 함께 처리하면 될 일이다.
“… 감사하긴 한데… 그게 돈이 되겠습니까? 그쪽 예산은 아주 열악한데 말입니다.”
“뭐 돈 벌자고 하는 공사는 아닙니다. 대신 그쪽 국유지를 저에게 주십시오. 시민들이 잘 이용할 수 있게 공원시설을 꾸미고, 관리비 확보 용도로 몇몇 상업 시설도 운영해보겠습니다.”
“예에? 하수종말처리장에 공원을 만든다고요? 똥 냄새나는 공원에 누가 가겠습니까?”
염 수석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세는 가능합니다. 지하에 하수처리장을 만들고, 그 위에 공원을 만들면 됩니다.”
“지… 지하에 짓는다고요?”
“겨울에도 하수가 얼지 않기에 고도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중탈취 시설을 갖추면 악취도 없습니다. 주민들 반발도 크게 없을 겁니다.”
“어차피 더러운 개천 때문에 주민도 별로 없습니다. 제가 관련 부처를 긴급 소집해서 각하께 건의하겠습니다. 대세가 하수처리장을 만든다고 하면, 각하께선 대번에 만평이든 2만평이든 수용하라고 하실 겁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좋지.
21세기엔 님비 현상이 심하지만, 지금 서울은 곳곳에 빈 땅이 있으니 부지마련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거다.
솔직히 하수종말처리장 위에 멋진 공원을 만들어놓으면, 대번에 온갖 곳에서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요청이 쇄도할 것이다.
난 내 식으로 우리나라를 심시티 해볼 거다.
대한민국 곳곳에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 곳을 만드는 거다.
“도와주신다니 감사합니다. 도시가스 인프라를 짓다 보니 상하수도까지 신경이 쓰이더군요. 대통령님께서 물어보시면 그리 답해주십시오.”
도시 인프라 공사는 가능한 한 내가 할 거다.
건설사가 인프라 건설에서 돈을 빼먹기 시작하면 이상한 놈들이 돈을 벌고, 나라에 망조가 든다.
내가 있는 한 그 꼴은 절대 못 보지.
“걱정 마십시오. 확실하게 특별 개발구역으로 지정해서 대세건설만 개발할 수 있게…”
“아뇨, 그러지 마십시오. 또 특혜라는 소리 나오니까, 하수종말처리장 부지만 마련해주십시오.”
“역시 사장님은 애국자시라니까요. 이렇게 밖에서 벌고 안에서 살찌우는 걸 우리 국민들이 다 알아야 되는데…”
정말 염 수석의 칭찬 스킬은 최강이라니까.
듣는 내가 어깨가 으쓱할 정도다.
“하하, 민망합니다. 이제 염 수석님도 돌아가십시오. 저도 울산으로 내려가렵니다.”
“아이고, 제가 눈치가 없었군요. 그럼 푹 쉬십… 아! 한 가지만 더요.”
“예, 말씀하십시오.”
“그럼 광복절까지 국내에 계시는 거죠?”
“예, 물론이죠.”
당연하지, 영부인을 그때 공원 착공식에 초대할 건데. 어린이 공원이든 시민 공원이든 근사한 이름을 붙여서 말이지.
< 296 : 축전과 화환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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