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310)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310화(310/589)
< 310 : 영업사원들 >
“에이, 은 사장. 대체 무슨 말을 들은 거야? 디젤 엔진으로 발전소를 대체하다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왕 사장은 은 사장을 타박하며 흰소리 그만하고 술이나 한잔하라며 연신 소주병을 흔들어댔다.
“뭐, 사우디면 가능한 얘기죠. 딱히 석유를 아낄 필요도 없고, 온수나 난방이 급한 게 아니니 디젤 엔진으로도 발전소를 꾸밀 수 있죠. 효율을 따질 필요가 없으니까요.”
산유국 중에서도 사우디 정도가 할 수 있는 일이다. 효율이 나빠 그렇지 최단 시간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니 말이다.
“역시, 우 사장님은 바로 아시네요. 사우디 왕이 그동안 소외되어 있던 내륙에 거주하는 국민들에게 3년 내에 전기를 보급하라고 명했다더군요.”
“3년 만에? 그 넓은 사막에?”
“에이, 왕 사장님. 우리나라 전력망처럼 그물구조가 아니라니까요. 그냥 사우디 내륙 시골에… 어디라고 하더라? 아시르, 바하… 하여튼 내륙 중심 네 군데에 발전기를 잔뜩 갖다 놓고 주변 마을에 전기를 공급한다지 않습니까.”
“이건 뭐… 거의 우리나라 전후복구 시절 얘기 같은데. 미국 발전선(發電船)이 인천항에서 전기를 생산해서 송전하던 것처럼 한다는 건가?”
“딱 그 꼴이죠.”
왕 사장은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었던지 이맛살을 구기며 말했다.
“은 사장님, 그 정보를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우리 도림과 현산이 리야드부터 주베일까지 고속도로 건설을 절반씩 맡았지 않습니까. 우 사장님 덕분에 말입니다.”
“아, 그랬죠.”
“우리 공사장 부근에 디젤 발전기로 전화(電化, 전력망 사업)사업을 시범적으로 하고 있던 독일 회사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짐을 싸더라고요. 들리는 말로는 추방을 당했대요.”
“추방을 당했다고요? 왜요?”
은 사장의 말이 점점 재밌어졌다.
어디선가 들었던 얘기 같았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일본 회사와 독일 회사가 사우디 전화사업을 수주해서 한창 공사 중이었는데, 사우디 정부의 예가보다 몇 배나 높았다고 하더군요. 영 이상해서 사우디 정부가 뒤를 캐보니, 두 회사가 담합을 했더랍니다. 그게 들통나서 추방당했다는 겁니다.”
“추방까지요?”
“사우디 정부가 자기네를 무시했다고 화가 단단히 나서 일이 커졌답니다. 입찰 취소는 물론이고 담합한 회사는 아예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일본은 미쓰비시, 이시카와고 독일은 지멘스와 만(Man)社라고 하던데요. 중동에서 장사하긴 그른 거죠.”
허, 미쓰비시가 여기도 끼었네.
이래서 원래 역사에서도 미쓰비시가 중동특수 때 별로 돈을 못 벌고 비리비리 해졌구나.
여하튼 Man社가 낀 걸 보니 확실히 디젤엔진으로 발전소를 만들려고 한 거네.
“그럼 프로젝트는 공중에 붕 뜬 거네요. 언제, 어디서 입찰한답니까, 은 사장?”
왕 사장이 급하게 은 사장에게 물었다.
“이게 웃긴 게 담합에 당한 터라 그런지 입찰을 안 하고, 사우디 왕가에서 비밀리에 직접 적당한 건설사를 물색하기로 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우리 대세 안테나에 포착되지 않은 사업인 걸 보면, 나이프 왕자의 소관이 아니다.
“뭐야, 그럼 수의 계약이라는 소리잖아. 누가 어디를 어떻게 쑤시고 다니는지 모르면 어째? 제일 중요한 건데… 아휴…”
“그러니까, 내가 우 사장님을 찾아온 거 아닙니까. 사우디 왕가와 줄이 있으신 분 아닙니까!”
“… 안타깝지만, 저도 들은 얘기가 없습니다.”
내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하니, 둘 다 표정에 실망감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에이, 그냥 헛소문이네. 일 안 하기로 유명한 사우디 놈들이 뭔 바람이 불어서 직접 건설사를 물색하고 다니겠어. 은 사장이 잘못 짚은 거야.”
왕 사장은 그냥 잊어버리자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솔직히 이 정도 프로젝트가 내 안테나에 안 들어왔다는 것도 이상하긴 했다.
“아니라니까요. 내가 독일 회사 사무실에서 서류를 싹 빼돌렸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진짜로 실행 직전까지 갔다고요!”
“뭐라고요? 서류를 빼돌려요?”
“그럼요, 우 사장님. 지멘스社 직원들은 추방당하니 대번에 사무소를 비우고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무도 안 챙기겠다, 제가 가서 쓸만한 서류란 서류는 쓰레기통까지 싹 비워서 가져왔죠.”
“헉! 설마 설계도를 확보하신 겁니까?”
나는 은 사장의 말에 깜짝 놀랐다.
어떤 프로젝트든 설계도를 확보하면 대박이다.
특히 지멘스社 설계도라면 나도 보고 싶다.
“추방당하는 와중에도 설계도는 챙겨갔는지 그건 없더라고요. 그래도 자재목록과 사양서는 있기에 인 마이 포겟 했지요! 하하하!”
대박! 대박!
은 사장이 지멘스社 전력망 프로젝트 계획서를 입수한 거나 다름없었다.
“정말입니까?”
“제가 우 사장님한테 왜 거짓말을 합니까? 여기 사본도 드리려고 가져왔지요.”
어째 견학 내내 007 가방을 들고 다니더라니, 내게 주려고 가져왔었군.
척하고 여니 정말이지 가방 안에는 수백 페이지짜리 사양서와 자재목록이 있었다.
‘10MW급 디젤엔진 발전기 9기, 3단계 변압기 스펙과 세트 구성, 스위치 기어, 132KV 변전소, 13.8KV 배전선에서 220V 인입선 구성까지…’
읽으면 읽을수록 눈이 핑핑 돌아갔다.
필요한 적산전력계가 15200개, 각종 시설에 쓰이는 벽돌이 90만 개라니… 시시콜콜한 투입 자재 수량과 골재 소요량까지 꼼꼼히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90MW 발전소면 인구가 적은 시골 내륙에는 풍족한 전력량 같았다.
최적화 과정까지 거친 A급 오리지널 사양서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가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명작을 쓰지는 못하지만, 글을 읽으면 셰익스피어 원전인지 어린이용 개정판인지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이거 대박입니다. 이 프로젝트 진짭니다.”
“그렇죠? 하하하!”
“우 사장님, 이거 어림잡아도 1억 불짜리는 될 것 같습니다.”
왕 사장도 사양서를 보더니 표정을 달리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설계도는 없지만, 이 정도 수준의 검토를 하려면 인력과 시간을 엄청 쏟아부어야 한다.
시범 사업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해도 무방한 자료였다.
“아뇨, 이 정도 사양이면 공사비가 1억불을 훌쩍 넘길 겁니다. 게다가 이런 공사를 4군데에서 동시에 한다는 게 더 중요합니다.”
“우 사장님께서 어째 정보만 알아봐 주시면, 우리도 이 프로젝트에 줄을 닿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거 4군데 중에 한 곳만 먹어도 대박 아닙니까.”
“이왕이면 2군데 먹어야지. 나랑 은 사장이 각각 한곳씩 시공을 맡고, 우 사장님이 설계와 감리 , 그리고 기자재를 담당해주시면 되잖아.”
“그러네!!! 그게 최고네! 역시 우리 건설인은 생각이 창의적이라니까.”
듣고 보니 나도 솔깃한데?
못할 게 뭐가 있나, 이 정도 사양서면 설계는 된 것이나 마찬가지고 내가 10MW급 디젤엔진 발전기야 만들고도 남지.
그 정도 급은 나이지리아 화물선에 들어가는 디젤엔진을 두 배 정도 키우면 되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못해도 프로젝트당 2억불은 할 것이고, 2건이면 4억불… 그럼 자재 납품 수익만으로 최소 4천만불은 먹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설계비와 감리비야 보너스고 말이다.
“좋습니다. 제가 안테나를 이리저리 돌려서 알아보죠.”
“으하하하! 역시 나서주실 줄 알았습니다.”
“만세!!! 건배하시죠. 건배!”
“건배!”
“지화자!!”
우린 가슴이 빵빵해져서 연신 술을 들이부었다.
나는 술에 취하기 전에 빌 베인에게 해당 사항을 조사하라고 전화 통화부터 하고,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했다.
“우 사장님, 이거 자동차협회도 있는데 해외건설협회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게요. 파푸아뉴기니 인프라, 이란 LNG 터미널, UAE 공항 활주로, 이젠 사우디 시골 전화(電化)사업까지. 이제 우리 두 회사도 캐퍼가 다 차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현산과 도림에 꽤 시공을 돌리긴 했네.
그런데도 주베일을 비롯해 국내외 건설을 다 더하면 대세건설의 직원만 수만 명이 넘어간다.
정말 협회가 필요할 것 같은데?
괜스레 우리끼리 출혈 경쟁할 필요 없잖아.
내가 진두지휘하면 국내 건설사라면 웬만큼 말을 들어줄 것 같은데.
솔직히 내가 내수 건설시장은 통째로 내주고 있는 거 아닌가. 능력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란 건 국내 건설사도 다 알고 있다.
“하하, 은 사장님이 박 씨 하나 더 물어오시면 생각해보죠.”
“다음번엔 저희 현산이 물어오겠습니다.”
“이야, 엄청 기대되는데요?”
“한번 믿어보십시오. 하하하.”
현산도 자신만만이었다.
그래, 대동단결해서 사방에서 박 씨 물어와서 우리끼리, 한국기업들끼리 다 해 처먹자.
오랜만에 즐거운 회식이었다.
***
며칠 뒤, 성수동 본사.
“아고고고, 힘들어 죽겠네.”
“수고했다. 삼복아. 1차 정리는 된 거냐?”
삼복이가 앓는 소리를 하며 본사로 올라온 거 보니, 대한자동차협회 초안이 나온 모양이다.
“응, 네 말대로 똥인지 된장인지 골라내는 게 힘들긴 하더라.”
“괜스레 기회 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참에 확실하게 골라내. 품질에선 타협이 없는 거야.”
“타협할 필요도 없었어. 서로 회원사 자격 따겠다고 협력업체들끼리 경쟁이 아주 치열했어.”
“그래서 회원사가 몇 군데냐?”
“총 429개 업체야.”
“… 그렇게나 많아?”
“1차 협력 업체는 160개 업체야, 각 부품별로 독점을 줄 수는 없어서 그렇게 늘어났어.”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이 실감 나네.”
부품별로 최소 2개 업체가 경쟁하고, 어떤 부품은 3개 업체가 경쟁한다는 말이네.
“전 부품에 대한 표준 설계와 BOM(자재명세서)은 대세에서 제공하기로 했고, 품질관리 기준도 대세 스펙을 따르기로 했어.”
“대세정공도 바짝 긴장하겠는걸?”
“어쩌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기회?”
“응, 여천 제 2공장을 45만대 규모로 완공되면 대세정공도 생산 캐퍼가 부족해질 거잖아. 모자라는 캐퍼는 국내 부품업체들이 커버해줄 수도 있고, 대세정공이 부품을 납품받아서 모듈형태로 여천공장에 납품하면 우리 생산성도 높아질 것 같아.”
모듈형태로 납품한다니 아주 좋은 생각인데?
대세정공이 가운데 끼어서 중간재를 만들어주는 꼴이다. 대세자동차 기존 공장의 생산성이 대폭 오를 수도 있겠다.
나름 부품 계열화가 확실해지는 거다.
현산과 기호를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어쩌다 보니 효율화 측면에서 보면 대세자동차가 제일 수혜를 볼 것 같은데?
우린 생산성이 1%만 높아져도 연간 수천 대씩 자동차를 더 뽑을 수 있다.
역시 사람이 마음을 잘 쓰면 복이 온다니까.
삼복이 녀석, 갈수록 아이디어가 는단 말이야.
“이야, 우리 이삼복 전무님이 열심히 일하시니 회사 전체가 쑥쑥 크는구만!”
“뭐 사장이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니 전무라고 노닥거릴 수가 있나. 듣자하니, 또 한건 했다며?”
“이번엔 내가 아니고, 도림건설에서 하나 물고 들어왔어.”
“도림이? 뭔데? 짭짤한 건수냐?”
“아직 확정은 아니니 잘 엮는 게 우선이지. 그래도 사우디 건이니 웬만큼은 짭짤하겠지?”
“으아, 거기서 벌어서 대세자동차 주라. 공장에 설비 좀 더 집어넣게.”
삼복이는 기회가 될 때마다 공장증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여천 제2공장도 벌써 건설에 들어갔으니 마음이 급한 모양이다.
공단지역이라 기본적인 인프라가 쫙 깔려있으니 공장건설에 생각보다 빠르게 속도가 붙었다.
덕분에 돈을 생기는 족족 퍼붓고 있는데도 부족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투자야 어련히 알아서 해줄까. 그런 건 걱정 말고, 올해 공채 인력 교육이나 잘해라. 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야.”
“당연하지. 3개월짜리 코스로 쫙 잡아놨다.”
“아참, 심재홍 차장은 복귀했냐?”
이번에 심 과장도 6박사와 함께 특진시켰다.
성과야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6박사와 차별을 둘 수 없었다.
“당연히 복귀했지. 가솔린엔진 개발도 마무리했겠다… 어디더라? 창원연구소로 갔다가 원자력연구소로 차출당했다고 하던데.”
“황 소장님이 그쪽으로 보냈군.”
원자력연구소에 베테랑 좀 보내 달라고 했더니, 심 차장을 보낸 모양이다.
하긴 논문만 들이밀면 귀신처럼 만들어내는 양반이니 당연한 조치인 것 같긴하다.
원자력연구소에 21세기 SMR의 기본개념을 알려주긴 했는데, 그걸 얼마나 구현할 지 궁금했다.
DOHC 가솔린엔진 개발에 크게 기여했던 심 차장이라 이번에도 무척 기대가 됐다.
그럼 사우디 전력망사업에 쓸 발전용 디젤엔진은 기존 한국기계 출신의 경험자와 대세연구소 인력만으로 일단 만들고, 마무리 단계에서 심 차장에게 마사지 좀 하라고 해야겠군.
“찬수야, 그리고 기호 쪽과 현산 쪽엔 내가 알아서 파견자 보낸다.”
“멘탈 튼튼한 사람으로 보내는 거 알지?”
“당연하지.”
원래 뭐든 잘되던 곳에서 근무하던 양반이 잘 안되는 곳에 가면 깝깝해서 죽거든.
똑똑.
“회장님,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문 밖에서 빌 베인이 노크를 했다.
“어, 베인 실장이네. 난 간다.”
“그래, 멀리 안 나간다. 평택에서 헬기 타고 가라! 나, 오늘 안 쓴다.”
“땡큐!”
삼복이는 빌 베인과 교대라도 하듯 휙하니 여천으로 향했다.
“어서 와요, 베인 실장. 좀 알아봤습니까?”
“사우디 전력망사업의 담당자를 알아냈습니다.”
“오, 그래요? 누굽니까?”
“사드 왕자입니다. 원래 주택성 장관이었는데, 이번에 공업전력성을 신설하면서 해당 장관도 겸직한다고 합니다.”
사드? 정말 사우디엔 왕자가 참으로 많군.
그리고 주택성이라면 몰라도 공업전력성?
억지로 자리 하나 만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타깃이 정해졌으면 공략해야죠. 어떤 방법이 좋겠습니까?”
“한국으로 직접 초대하는 것이 어떤가 합니다. 말씀하셨던 것처럼 진짜로 각국을 방문해서 건설사를 물색 중이었습니다. 인도, 싱가포르, 태국을 거쳐 지금은 대만까지 도착해 있습니다.”
“음? 대만까지 왔으면서 한국엔 안 들어 온다는 얘깁니까?”
“최근 저희가 주베일 산업항을 수주한 이력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 국가로 큰 프로젝트가 쏠리면 공사비 네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한국 건설사처럼 정직하고 일 잘하는 곳이 없을 텐데.”
“그러게나 말입니다. 여하튼, 사드 왕자는 대만의 건설부 장관을 비밀리에 접촉하고 다시 본국으로 복귀한다고 하니, 그전에 비행기를 한국으로 돌려야 합니다.”
이런, 대만엔 내가 끈이 없는데.
빌 베인도 딱히 방법이 없어서 내게 긴급 보고를 한거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내가 처리하죠.”
“예, 회장님.”
쩝, 별수 없네.
영업사원 1호를 호출해야겠군.
나는 곧바로 염원철 수석에게 전화를 했다.
< 310 : 영업사원들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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