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317)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317화(317/589)
< 317 : 전권을 준다시면 >
“그래, 다른 물건은 어디에 있다고 했지?”
“인천항입니다.”
“어서 가도록 하지.”
대통령은 F-5를 확인하고선 잔뜩 흥분했다.
말 그대로 대박의 연속이니까 말이다.
“그럼 인천에서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내가 듣는다고 기술적인 내용을 알겠나? 나야 외형만 보는 거고, 설명은 순 소장에게 해야지.”
대통령은 척하니 국방과학연구소(ADD) 순문형 소장을 들이밀었다.
“우 사장님, 이참에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헬기로 오르시죠.”
와중에 ADD 소장이 함께 한 것은 다행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내가 가져온 물건의 값어치를 제대로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일 테니까.
돈 버는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내가 얼마나 대한민국을 챙기고 있는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자, 서둘러. 염 수석도 같이 타.”
“예, 각하!”
우리는 헬기에 훌쩍 올라 인천으로 향했다.
오산공항에서 인천은 금방이었다.
***
인천항, 보세창고.
사전에 비서실과 협의하여 마련한 특별 보세창고라 근방의 통행이 제한되고 있어서인지 사방에 사람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여긴 모두 샘플입니다. 대략 이 정도 물량이 열 배쯤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열… 열 배라고요?”
염 수석이 깜짝 놀랐다.
나도 말하고 보니 어마어마한 군수물자를 확보하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월남전이 다시 없을 기회라는 증거겠지요.”
나는 물건들을 덮어뒀던 천을 휙휙 젖혔다.
첨단 군수물자가 한가득 모습을 드러냈다.
“헉! 이런 첨단 엔진이라니!”
“우 사장님! 이거… 이런 물건을 어떻게…”
순 소장과 염 수석은 어지간히 놀랐던지 대통령 앞임에도 저절로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것도 F-5E! 최신식이군요.”
특히 순 소장은 F-5E 엔진을 확인하고선 마구 쓰다듬으며 감격스러워했다.
“순 소장, 그게 그렇게 좋은 것인가?”
“예! 각하, 그렇습니다. F-5 구식 모델의 엔진은 동절기를 지나면 일부 터빈 블레이드가 깨지는 치명 불량이 있는데, F-5E 모델부터는 개선됐다고 하더군요. 이제 더이상 날아다니는 관짝… 아니, 이 엔진으로 교체하면 F-5 구식 모델도 안전해질 것입니다.”
“아니, 여태 그리 위험한 기체를 우리 공군이 운용하고 있었던 거야?”
말해 뭐하나, 미국이 주는 대로 감지덕지하며 써야 하는 게 70년대의 대한민국이다.
“새 엔진으로 교체하는 것도 좋지만, 기존 대비 신형 터빈 블레이드의 차이를 연구하면 우리나라 터빈 블레이드 제조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할 겁니다.”
우리나라, 정확히 말해서 대세의 터빈 제조 기술이 발전하겠지.
“역시 임자는 생각하는 게 남달라. 기존 제품과 비교할 생각부터 하다니. 냅다 사다가 갈아 끼우기 바쁜 놈들과는 천지 차이야.”
대통령이 내 손등을 툭툭 두드리며 칭찬했다.
날 칭찬할게 아니라, ADD 쪽에 일을 시키라는 의미로 한 말이었는데… 이 양반도 참.
“앗! 여기 F-4D 엔진도 있군요! 대… 대박입니다. 대박!”
순 소장도 대박이라는 유행어를 쓰네.
하긴 대박보다 더 적합한 말이 어디 있겠나.
F-4는 모델을 떠나서 아주 명품 전투기다.
“F-4라면 펜텀기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F-4의 속도는 마하 2.2이고 F-5의 속도는 마하 1.6 정도밖에 안 되니 엔진 급에서 확실한 차이가 있습니다.”
순 소장은 어찌나 감격했던지 F-4D 엔진을 쓰다듬으며 몸을 떨었다.
이 시대 최고 명품 엔진이라고 할 수 있지.
ADD에서도 잘 연구하면 어찌어찌 흉내는 내겠지만 제대로 기술을 이해하려면 하세월일 거다.
차라리 면허 생산을 노려 기술을 최대한 빼내오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으흠, 그게 그리 좋은가? 신임 공군총장은 F-4가 아니라 F-5야 말로 우리 공군에 적합한 기체라고 했는데 말이야.”
“말도 안 됩니다. 북한이 보유한 MIG-21의 속도가 마하 2를 넘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F-5의 속도는 마하 1.6 정도입니다. F-5로는 쫓아가지도 못하는데 무슨 공격을 하겠습니까? 심지어 구형 F-5는 레이더도 없어서, 야간이나 구름이 낀 날씨에는 기동조차 못합니다.”
순 소장의 말이 옳다.
F-5의 무장은 사이드 와인더라 불리는 단거리 미사일인데, 적기를 10km 내로 쫓아가야 겨우 쏠 수 있다. 솔직히 사이드 와인더 자체가 명중률이 형편없는 미사일이다.
“뭐야, 그럼 쓰레기 전투기라는 건가? 이봐, 임자! 이 사실을 알고서 27대나 가져온 건가?”
“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 낫기에 가져온 겁니다. 대신 인기 없는 기종인 만큼 가격을 65% 정도 후려쳐서, 2000만불만 치러도 구매 가능합니다.”
솔직히 싫다고 하면 반납하면 그뿐이다.
라자크의 인맥을 타고 대만에 팔아버리면 그뿐이다. 그쪽에서야 F-5도 감지덕지다.
“일단 싼 맛에 대수를 보탠다는 개념이군.”
“불필요하다 여기시면 대만에 팔겠습니다. 미국은 중공과 국교 정상화의 조건으로 79년까지 대만과 단교해야 합니다. 그때까지 전투기를 한대라도 더 구매해야 하는 대만으로선 F-5라도 얼씨구나 할 겁니다.”
대만은 이미 중공의 반대로 F4를 도입할 수 없는 국가가 되어버렸거든.
우리야 베트남 참전을 빌미로 30대 정도 F4를 도입하는데 성공했고 말이다.
“아니야, F-5도 필요해. 2000만불로 27대라면 대당 100만불도 안되는 가격이잖아!”
전투기를 대당 100만불 이하로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렇게 창정비 부품까지 갖출 수 있으니 운용하는데 전혀 문제없다.
“그리고, F-5의 약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 제작사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을 수도 있습니다.”
쓰레기 전투기를 운용하는 만큼 제작사를 그만큼 괴롭혀야 한다.
자신들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기술을 오픈할 수밖에 없거든.
특히 F-5의 최대 약점인 레이더 문제를 걸고넘어지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 싶다.
순 소장에게 나중에 따로 말해주자.
“연구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소리군.”
“ADD도 동의할 겁니다. 그렇죠, 순 소장님?”
“물론입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좋아, 그럼 F-4를 주력기로 정하고 F-5는 훈련용이든 기술 확보용으로든 쓴다 이거군!”
대통령도 대번에 내 전략을 이해했다.
그래야 우리나라도 항공산업을 시작할 수 있다.
딱히 대세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F-4가 27대 정도 날아왔다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아깝지만 할 수 없지.”
염 수석과 대통령이 어처구니없는 말을 나눴다.
F-4였다면 미국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져갔지, 우리에게 넘어올 리가 없잖아요.
“그래도, A-7 공격기 부품을 확보했다는 것은 아주 고무적입니다.”
나는 옆에 있던 엔진과 부품들을 가리켰다.
F-4보다 A-7이 우리나라에 더 시급할 거라는 게 고델 장군의 조언이었고, 나 또한 동의한다.
전투기만 보유하고, 공격기는 없는 공군은 아마 전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할 테니까.
전투기는 공중전 위주의 기체이고, 공격기는 지상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기체다.
특히 A-7은 초저공으로 비행하여 기습할 수 있는 공격기다. 레이더에 잘 걸리지 않으니 이 시대의 스텔스기라고 할만하다.
“이게 A-7 부품이라고? A-7이면 미 해군 함재기로 쓴다는 그 비행기인가?”
“예, 그렇습니다. A-7은 공학적으로도 걸작품입니다. 최신 항법 장치로 지형에 맞게 초저공 비행을 할 수 있기에 기습 침투 공격이 가능하다 들었습니다. 항법장치, 엔진, 무기 체계, 레이더 등등 탐나는 기술이 한둘이 아닙니다.”
“A-7을 여럿 보유하고 있으면 항공모함을 보유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소리군.”
으흠, 독특한 시각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A-7은 항속거리도 4600km나 되기에 북한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복귀할 수 있으니 우리나라 땅이 항공모함인 셈이다.
“정말 이건 보물입니다. 각하! 부탁드리건대, 이 부품들을 한 세트만 ADD에 불하해 주십시오. 불철주야 연구해보겠습니다.”
“당연하지! 당장 여기 있는 거부터 가져가.”
“감사합니다. 각하!”
아니, 아무리 급해도 값은 치르고 가져가야지.
“각하. ADD에서 A-7을 연구하는 게 의미가 있으려면 저희 공군도 A-7을 구매해야 합니다. 미국과 사전 협상이 필요한 사항…”
염 수석이 제대로 짚었다.
본체가 있어야 창정비 부품이 의미가 있지.
“그런 걸 왜 자네가 걱정해? 대세가 있잖아!”
“대통령님…”
“왜? 임자라면 미국과 협상해서 A-7를 도입할 수 있잖아. 당장 워싱턴으로 날아가서 협상해.”
그런 큰 협상은 당연히 정부에서 해야지.
왜 나더러 협상하라는 거야?
“대통령님, 설마 대세가 항공산업까지 맡으라는 말씀입니까?”
“못할 거 뭐가 있나? 임자가 맡으면 뚝딱뚝딱 몇년만 하면 전투기든 공격기든 생산하고도 남지. 올해 말에는 구축함도 나올 거라면서!”
역시 대통령은 기술적인 사항은 전혀 모르네.
중공업과 항공산업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항공산업은 초정밀 기계산업이다.
내가 CNC에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 정밀도는 1/100㎜ 수준이다. 항공산업엔 최소 1/1000㎜, 어떤 경우엔 3/10000㎜ 이라는 극한의 정밀도가 필요하다.
“대통령님, 구축함과 항공기는 전혀 다른 종류입니다. 현재 저희 기술이 1/100㎜ 수준인데, 항공기술은 1/1000㎜ 수준까지 다다라야 합니다.”
“그래서 못하겠다는 건가? 그럼 대한민국에서 누가 해? 그 뺀질이 수성이 할 건가? 아니면, 새가슴 금양이 할 건가?”
“항공산업은 수십 년간 지속해서 투자해야 하는 사업입니다. 정부 주도로 해야지, 일개 민간 업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십년 넘게 돈을 퍼부어서야 겨우 오른 계단이다.
내가 아무리 미래에서 왔다지만 70년대 대한민국에서 항공산업이라니!
어려워도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전권을 주지! 임자가 알아서 숙제를 줘! ADD든 비서실이든 공군이든 뭐든 내 이름 걸고 지시해! 그럼 수십 년은 몰라도 10년 내론 성과가 나올 거 아냐!”
최소 10년간은 정권 유지를 한다는 소린가?
생각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여하튼, 전권을 준다니 아예 안 된다고 못 박을 일은 아니다 싶었다.
다른 기업보다 대세가 나은 것은 당연하고 이왕 할 거라면 전권을 가진 상태에서 하는 게 효율적이지. 누구보다 빠르게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항공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 테니까.
“항공산업은 국가주도형 전략 사업입니다. 자칫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대세도 무너집니다.”
“안 무너지게 추진하면 될 거 아냐! 방법은?”
“… 1단계는 창정비 기술 확보, 2단계는 오프셋 생산 교섭, 3단계는 면허생산, 4단계는 개량생산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중 핵심은 오프셋 생산이다.
오프셋 생산은 일부 부품을 제조사에 납품하는 조건으로 나머지 부품을 들여와 조립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이 F-4의 비행기 날개를 만들어 미국 제조사에 납품하는 조건으로, F-4 제조사는 나머지 부품을 한국에 수출하는 거다.
그리하면 부품 기술도 확보하고 구매비도 수출대금을 상계해 최소화할 수 있다.
“오프셋 생산은 또 뭐야… 아, 됐어! 임자가 맡으면 되는 거야!”
대통령은 정말 내게 전권을 부여할 셈이었다.
“대세가 나선다면 ADD도 한 수 배우겠습니다. 맘껏 부려주십시오.”
“비서실도 거들겠습니다.”
양쪽에서도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대세가 하면 다 잘 될 거라는 것처럼 말이다.
이걸 정말 해야 하는 건가?
뭐, 한번 찔러나 볼까 싶긴 한데…
지금 미국도 정통성이 많이 딸리는 포드 정권이라 이때가 기회인 것도 사실이다.
“가진 물건 다 합쳐서 얼마야? 아까 F-5 전투기 비용까지 합쳐서 말이야.”
대번에 대통령은 화제를 바꿔버렸다.
돈을 치러 줄 테니, 항공기 사업을 맡으라고 말이다.
“총 2.7억불입니다. 그 중 F-5 전투기 비용 2000만불과, 미 정계 로비용 자금 5000만불은 당장 필요합니다.”
“임자 성향상, 더 깎을 여지는 없겠지?”
말해 뭐하나.
난 우리나라 정부와 딜할 이유가 없다.
“손 소장님이 대신 말씀해주시죠.”
“여… 여기 있는 물건의 열 배라면 6억불은 족히 나갈 겁니다. 그 가격이면 50% 이상 후려친… 아니, 정말 좋은 가격이라 생각됩니다.”
“그래, 그래 알았어. 이봐, 염 수석.”
“예, 각하.”
“방위세와 방위성금을 합치면 대략 1억불은 있지 않나?”
“예! 현재 1억 1480만불이 국고에 있습니다.”
“그거 급한 대로 지출해주고, 나머지는 올해 내로 대세에 지급하도록 해.”
“예, 각하!”
화끈하네. 나름 급한 불도 끄고 올해 내로 잔금도 치러준다니 나로선 땡큐다.
비서실이 나서면 돈 떼일 가능성도 전혀 없다.
솔직히 대세의 법인세만 환급해도 잔금을 치를 수 있을 정도니까.
“둘은 차에 미리 가서 기다려. 나는 우 사장과 잠시 할 말이 있으니까.”
“예, 각하.”
“ADD를 꼭 부려 주십시오.”
“예, 들어가십시오.”
염 수석과 순 소장을 내보내니, 창고 안에는 우리 둘만 남았다.
“임자가 핵 관련 기술개발로 마음이 급한 거 알아. 하지만, 항공산업도 맡아줘야 해. 솔직히 미사일로 핵을 쏘나 제트기로 실어서 핵을 떨어뜨리나 그게 그거잖아.”
“대통령님, 그게 무슨…”
“무슨 말이긴? 아까부터 등 뒤에 계속 미사일 부품을 숨기고 있잖은가? 괜스레 항공산업이 어렵니 뭐니 그러면서 말이야.”
대통령은 내 등 뒤에 있던 부품 상자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상자 라벨엔 나이키 허큘리스라고 적혀 있었다.
쩝, 목록에선 미사일이라는 단어를 지웠지만, 상자 라벨까진 지우지 않았네.
뭐 약발을 충분히 쳐놔서 문제될 건 없지만, 내부 보안을 위해서라도 라벨은 제거해야겠다.
“미사일 부품을 들여온 건 핵 관련 요소기술 때문이라기 보다, 순수하게 국군이 보유한 미사일을 유지 보수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그게 그거지! 이런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대세가 대단하다는 거야. 뺀질이와 새가슴은 절대 못 하는 일이지. 내 부탁하네. 방위세와 방위성금은 국민들의 피라는 걸 모르지 않을 거 아닌가.”
그거야 누구보다도 잘 알지.
그 혈세 중에 우리 대세 직원들이 벌어오는 돈이 얼만데.
“전권을 준다 하시니, 일단 첫 사업을 시도해보긴 하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건대, 미사일 개발이 우선이 아닙니다.”
“그래, 임자라면 우선순위까지 정해뒀을 줄 알았어.”
밴 플린트, 낸시, 고델이 건재한 지금이 기회일 수도 있겠다.
전권을 준다니 개발 단계는 물론 개발 품목까지 내 재량이라는 것 아닌가.
헬기든 전투기든 공격기든 원하는 대로 원하는 방법으로 개발할 수 있다.
< 317 : 전권을 준다시면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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