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334)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334화(334/589)
< 334 : Big3를 다루는 법 >
“살펴 가십시오. 장인어른, 밴 플린트 장군님.”
“그래, 준비되는 대로 미국으로 날아와서 자동차 업계도 싹 쓸어보시게. 기대하겠네.”
“CS, 디트로이트 공장은 꼭 사는 거야. 꼭!”
“예, 알겠습니다.”
나는 두 양반을 배웅하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미국 정·재계에서 조용히 논의되고 있는 사안에 대하여 이렇게 알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큰 도움을 받은 것이다.
크라이슬러와의 합작을 지금부터 고려한다면 한참 앞서나가는 것이다.
크라이슬러가 본격적으로 회생하게 된 것은 70년대 중반 포드에서 쫓겨난 아이아코카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였으니까 말이다.
내가 전생에 신입사원이었을 때 아이아코카 회장의 자서전은 전세계적으로 대히트를 쳤거든.
21세기에야 스톡옵션으로 실질적인 이득을 얻고 연봉은 1달러만 받는 CEO가 줄을 섰지만, 그땐 아주 센세이션을 일으킨 일이었다.
내가 볼 때 아이아코카가 한 일은 대규모로 직원들을 자르고, 크라이슬러 유럽 지사에서 개발 중이던 연비 좋은 전륜구동 엔진을 미국 본사에 적용한 게 전부였던… 어…
“어… 잠깐!!!! 그럼 그 유명한 K 플랫폼이 아직 크라이슬러에 접목되기 전이라는 거네.”
신입사원 때 부품혁신이니, 공용 플랫폼 혁신이니 하며 배웠던 역사가 주르륵 떠올랐다.
아직 아이아코카 회장이 크라이슬러로 오기 전이라면, 배지 엔지니어링(Badge Engineering)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전이다.
배지 엔지니어링은 하나의 기본 플랫폼을 가지고 여러 모델의 제품을 내놓는 것을 말한다.
원래는 아주 오래된 원가 절감형 생산방식이지만, 일본 자동차 업계가 합종연횡하면서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성장했다.
즉, 여러 자동차 업체들이 메인 바디 플랫폼과 부품을 공용하면서 조금씩 외형만 바꾼 자사 모델을 출시함으로써 극단적인 원가 절감을 이뤄냈다.
부품을 공용하면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기에 당연히 부품의 개당 가격은 내려가는 거다.
내가 협력업체를 모아 자동차협회를 만들고, 현산과 기호 자동차에 부품을 공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리 보면 이번 역사에선 대세자동차가 배지 엔지니어링을 선도적으로 행하고 있는 회사군.
여하튼, 크라이슬러는 아직 아이아코카 회장도 없고, 유럽 지사가 개발한 엔진의 우수성도 모르니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을 때다.
내가 나서면 구세주 역할도 가능하다.
일단 비서실을 통해 정보부터 모아보자.
빌 베인이 잠시 벨기에로 가 있지만, 남아 있는 비서실 인원만으로도 내가 원하는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태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던 미사일 관련 프로젝트는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ADD에 누굴 합류시켜야 할지, 어떻게 기술적으로 조각내야 주변국 몰래 개발을 완료할 수 있을지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아쉽게도 이 사안만큼은 상의할 사람이 없어, 순전히 나 혼자 고민하고 결정해야만 했다.
이럴 때는 잠시 다른 일로 눈을 돌리는 것도 괜찮다. 복잡한 머리를 비우려면 다른 것으로 채우는 게 제일 빠르거든.
***
다음 날,
똑. 똑.
“회장님, 비서실 최익선 과장입니다.”
“어서 들어와요. 최 과장.”
“예, 회장님.”
빌 베인이 직접 벨기에로 앤트워프社를 인수하러 가 있는 상황이라, 비서실 직원이 직접 보고하러 올라 온 거다.
“벌써 정보를 정리한 겁니까?”
내가 어제 크라이슬러에 대해 조사하라고 했는데, 벌써 보고서를 만들어온 건가?
최 과장이 두툼한 보고서를 들고 왔다.
“죄송합니다. 말씀하신 사안에 대해서 보고서를 꾸몄습니다.”
처음 하는 대면 보고라 당황했던지 칭찬하는 말에 죄송하다는 말부터 나왔다.
“긴장 풀어요. 혼내려고 부른 게 아닙니다.”
“예, 회장님.”
나는 냉장고를 열어 최 과장에게 콜라 한 캔을 권하고 자리에 앉혔다.
밤새 보고서를 작성한 것인지,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았다.
빌 베인 실장이 리더급과 함께 자리를 비웠기에, 졸지에 책임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현재 크라이슬러사의 경영 현황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해주겠습니까?”
“예, 회장님. 포틀랜드 지사를 비롯해 대세자동차 미국 딜러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한 결과, 최근 크라이슬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10%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판단됩니다.”
뭐라고? 10% 이하?
아무리 그래도 Big3인데 시장 점유율이 10% 아래라니 놀랄만한 정보였다.
이 정도면 크라이슬러는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다.
덩치 큰 코끼리가 예전보다 먹이를 절반도 먹질 못한다면 대번에 굶어 죽지.
“…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오일 쇼크 때 시장 점유율 6%가 줄어든 것이 치명타이긴 합니다만, 최근 10년간 꾸준히 시장 점유율이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올해 신형 모델조차 디자인이 형편없고 연비는 최악이라고 합니다. 소비자들에게 크라이슬러 자동차는 기름 먹는 하마라며 놀림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로열 프린스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대세 로열 시리즈의 시장 점유율은 지금 4.2%로 올해 5%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연비, 소비자 대응 서비스 등등 모든 측면에서 크라이슬러보다 낫다고 보입니다. 단지, 브랜드 명성과 생산량 측면에서 시장 점유율을 더 끌어올리는데 한계를 보인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잠재력 측면에선…”
“됐습니다. 현상만 분석해보죠.”
“예, 회장님.”
자화자찬은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울 때나 필요한 거다. 지금은 크라이슬러의 현황과 약점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시간이다.
일단 현재 크라이슬러 회장이 제품의 시장성을 보는 눈이 전혀 없다는 건 확실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든 연구개발 조직이 무너진 것 같았다.
그에 반해 대세자동차는 기술과 물량 모두 착실히 성장하는 중이다.
로열 시리즈의 시장 점유율이 작년 말 2%에서 올해 4%로 두 배로 늘었다는 것은 기적이었다.
아무리 공장을 늘려도 북미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유럽 진출을 못하고 있다는 삼복이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연간 10만대 생산 규모밖에 안되지만 디트로이트 공장을 인수하는 게 꽤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현지 공장을 인수하면 자연스레 크라이슬러와의 합작도 급물살을 탈 수 있을 테니까.
밴 플린트 장군님도 이래서 꼭 사라고 하셨나?
“크라이슬러의 유럽 지부는 어떻습니까?”
“그 또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등 유럽 지사들을 모두 매각하는 성의를 보여야 정부가 지원에 나설 거라는 소문이 미국 자동차 업계에 파다합니다. 특히 프랑스 지사는 푸조社에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벌써 매각 협상을 하고 있다고?
그건 곤란하지! 거기서 개발한 엔진 플랫폼이 진짜 알짜배기다. 그건 내 것이라고.
푸조가 그런 대박 아이템을 삼키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지. 빨리 미국으로 가야겠다.
“부품 수급은 어떻게 하고 있답니까?”
“원가 절감을 위해 해외 부품을 적극 채용하겠다며 나서고 있습니다. 다소 의외입니다만, 미쓰비시와 공동으로 엔진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뭐야? 미쓰비시와 엔진을 개발해?
정말 유럽 지사에서 개발한 엔진의 가치를 전혀 모르네. 이런 상황이라면 크라이슬러와 윈윈하면서도 내 몫을 충분히 챙길 수 있겠다.
솔직히 크라이슬러로서도 미쓰비시와 합작하느니 대세와 합작하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겠나.
크라이슬러가 어려워진 원인이 일본 차 때문이니 말이다.
덩달아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크라이슬러의 주요 납품업체가 될 수도 있겠다.
대세정공을 필두로 국산 부품업체의 생산 능력이나 품질 관리 수준이 일본 못지 않다.
부품에 이윤을 꽤 붙여 팔아도 크라이슬러는 엄청 싸고 품질 좋은 부품으로 느낄 것이다.
대세자동차와 크라이슬러가 플랫폼을 공용하면 규모의 경제도 대번에 실현 가능하다.
대세자동차와 크라이슬러가 합작한 모델이라면 대박치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생각만해도 심장이 벌렁거렸다.
“수고 많았어요, 최 과장. 이 보고서는 내가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밤을 꼬박 새운 것 같은데 퇴근해서 쉬어요. 긴급하게 대응해줘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얼마든지 시키십시오.”
“아 참, 현재 크라이슬러 회장이 럼, 럼블러…”
“럼블러 엔터니 회장입니다.”
“아, 고마워요.”
비서실 최 과장은 내게 칭찬을 들어 기쁜지 아주 생생해져서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여하튼, 비서실의 정보까지 종합하니 이렇게 느긋할 때가 아니었다.
나는 크라이슬러 본사에 럼블러 엔터니 회장을 방문하겠다는 텔렉스를 보내고, 곧바로 여천으로 내려갔다.
큰 건이니 삼복이와 함께 가야 했다.
***
대세 자동차, 여천 공장.
이제 여천을 대세자동차 본사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았다. 광주 공장과는 규모와 시설에서 비교 불가할 정도로 세련되고 거대했다.
“이삼복 전무님~ 잘 지내셨습니까?”
“회장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 웬일이셔? 비행기 파신다고 자동차는 눈에도 안 차시나 보던데.”
“눈에는 안 차지만, 일 잘하나 감시하러 왔지. 비서실에서 들었다. 올해 실적이 예상보다 20%는 더 나올 것 같다고 말이다. 미국 시장 점유율도 4%를 넘었다던데?”
“하하하! 다 들었냐? 이 몸이 나서니 안 되는 일이 없지! 봐라! 저렇게 쌩쌩 돌아가는 공장이랑, 수출선에 오르는 저 많은 자동차를 보고 있으면 밥 안 먹어도 배불러!”
삼복이는 나를 창가로 데려가 바깥을 가리켰다.
어째서 삼복이의 집무실이 사무동 제일 구석에 있나 싶었더니 창밖으로 멀리 여천항이 보였다.
자동차 수출 현장을 보고 싶어 여기다 집무실을 꾸몄군.
“뿌듯하긴 하겠네. 저렇게 많은 물량을 뿌리는데도 아직 이슈가 될만한 클레임도 없잖아?”
자잘한 건은 좀 있지만 중대형 클레임은 한 건도 없었다. 이 또한 대단한 일이었다.
“우리가 얼마나 품질 관리를 빡세게 하는데! 팀별 실명제라 성과급 때문이라도 함부로 못 해.”
우린 팀별로 인사고과를 따져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 올해도 예상대비 매출을 20%나 더 했으니 연말 성과급이 두둑할 것이다.
차등 지급액이 엄청나게 차이 나진 않지만, 품질 관리문제로 받는 돈이 줄면 속상하지.
회사에선 자기 연봉이 곧 자부심의 원천이다.
올해 누가 S급 성과급을 받았다더라 하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는 것만큼 기분 좋은 게 어디 있나.
“성과급 받아봐야 돈 쓸 시간은 있냐?”
“이거 왜 이래? 나도 올여름 휴가는 근사하게 다녀왔어! 옥포 리조트로 말이야.”
“오! 아직 신혼 흉내는 내는 모양이다.”
삼복이도 결혼한 지 반년은 훌쩍 지났다.
“야이, 신혼 흉내가 아니라 진짜 신혼이지.”
“아아아, 알았다. 알았어.”
“그보다 내년엔 옥포 말고 다른 데도 좀 가게 제주도나 설악산 좀 개발해주면 안 되냐? 호텔도 두 군데나 짓는다던데, 직원용 콘도도 좀 지어줘.”
“이야, 이제 우리 전무님께서 삶의 여유가 넘치시나 보네. 내년 여름 휴가를 어디로 갈지 벌써 고민하는 거냐?”
짜식, 이제 활력 게이지가 좀 채워졌네.
내가 이번에 잘 방전시켜 주지.
“나 말고, 우리 직원들!”
“하하, 핑계는 좋다.”
“뭐, 어쨌든 다 좋은 일이잖아. 따지고 나면 나도 직원인데! 중간 관리자 아냐.”
“전무가 중간 관리자는 개뿔. 직원들이 들으면 정색하겠다. 여하튼, 신제품 개발은 어찌 되고 있어? 제품 다각화를 검토해보라고 했잖아.”
우리에겐 군용 지프를 제외하면 상업 모델은 SUV와 중형차뿐이다.
소형차, 럭셔리 대형 세단, 픽업트럭 등등 차기 제품을 구상해보라고 주문했었다.
“신제품 검토야 당연히 하고 있었지. 안 그래도 보고를 하려고 했는데, 일단 버스를 생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버스?”
의외였다.
럭셔리 대형 세단이라고 답하면 아직은 조금 이르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뜬금없이 버스라고 하니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버스는 수출이 어렵다는 거 잘 알아. 그런데, 우리나라 버스 수요가 급증하는데 신경 쓰는 기업이 없어. 직원들 출퇴근용으로 통근 버스를 구매하려 했는데… 정말이지 낡아빠진 일본 버스며 독일 버스를 수입하려니 속이 상하더라.”
“아니, 버스야 현산이나 기호가 만들면 되지.”
“그쪽도 요즘 동남아에서 대박 터졌잖아. 뀌년의 딜러 조직을 연결해준 게 찬수 너 아냐?”
그러고 보니 현산이나 기호도 공장을 풀로 돌리고 있다고 들었던 것 같았다.
“와중에 우리가 버스를 만들 캐퍼가 좀 된다는 거냐?”
“응, 광주 공장에서 지프차 만들던 라인을 개조하면 될 것 같아.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회사가 통근버스 하나 못 만들어서 남의 나라 중고 버스를 수입해야겠냐? 내수 좀 채우면 동남아로는 버스도 수출할 수 있어.”
하긴 우리 자동차 프레임이 원래 대형 군용 트럭에서 비롯된 데다 디젤 엔진도 빵빵하니 버스 정도야 어려울 것 없지.
게다가 우리나라는 개인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이 먼저 발달하는 나라가 아닌가.
최근 들어 대세도 내수를 조금씩 챙기는 모양새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내수 시장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좋아. 버스 개발은 주영길 차장한테 맡기고, 너는 나랑 미국 좀 갔다 오자.”
“으잉? 미국? 캐나다가 아니고?”
“크라이슬러랑 합작을 해볼까 싶어. 디트로이트에 있는 공장도 인수하고 말이지.”
“으잉? 무슨 그런 말을 그리 쉽게 해? 아니지, 그럴 돈 있으면 여기 여천 공장 더 키우자. 그럼 우리 떼돈 벌 수 있어.”
“아니, 내가 생각이 있어. 비행기 안에서 설명할 테니까, 가자.”
나는 녀석에게 손짓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당장? 방금 왔는데?”
“왜? 너 없이도 공장 잘 돌아가잖아.”
“야이, 아무리 그래도 내가 여기 대빵인데 아무런 검토도 없이 미국을 간다고?”
“대빵이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회사가 돈을 벌지. 너가 책상 앞에 아무리 오래 앉아있어도 월급만큼 절대 일 못해.”
내 말에 삼복이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 잠깐. 집사람에게 전화는 하고 가야지.”
“거기까지, 오케이.”
삼복이가 통화를 마치자마자 우리는 휙하니 헬기에 올라 김포 공항으로 향했다.
미국 현지로 가서 크라이슬러 회장을 만나보면 보고서로는 알 수 없는 사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찬수야, 그런데… 크라이슬러가 우릴 만나주긴 할까? 아무리 그래도 거긴 Big3잖아.”
“목이 빠지도록 기다릴걸?”
“그래?”
“응. 믿어라.”
내 텔렉스를 보면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 334 : Big3를 다루는 법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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