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348)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348화(348/589)
< 348 : 자동차와 오토바이 >
스코다 중공업,
“환영합니다. 경제사절단 여러분!!!”
공산국가여서인지 스코다 중공업에 도착하니 직원들이 동원되어 종이꽃까지 뿌리며 환영해주었다.
지금은 시켜서 하는 형식적인 환영이겠지만, 한국산 제품이 본격적으로 뿌려지고 다시 방문할 땐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포코로니 사장, 안내를 하셔야지요.”
“예! 우 회장님,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스코다 포코로니 사장은 대번에 나를 전시장으로 안내했다.
나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중공업 업체답게 척 보기에도 관록 있어 보이는 흑백사진이며 옛 생산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마치 유명 박물관을 방문한 것 같았다.
“아니, 이건 뭡니까? 대한독립이라니요.”
염원철 수석이 깜짝 놀라며 뭔가를 가리켰다.
나 또한 깜짝 놀랐다.
강화유리 너머로 은색 꽃병이 있었는데, 대한민국 독립에 기여한 체코군에게 감사한다는 글귀가 뚜렷이 새겨져 있었다.
“체코와 코리아는 꽤 인연이 있습니다. 코리아가 독립투쟁을 펼쳤을 때에 우리 체코군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소련군과 싸우고 있었지요. 그때 코리아의 임시정부와 소통하고 무기도 지원했지요. 특히 킴이라는 장군이 체코 무기로 일본군과 싸워 대승을 거뒀다고 들었습니다.”
“… 킴? 설마 김좌진 장군께서 체코 무기로 청산리 전투를 치르신 겁니까?”
“맞습니다. 청산리! 거기 맞습니다. 여기서 만든 무기로 대승을 거둔 곳이지요.”
“허, 그래서 이 꽃병이 여기 있는 거군요.”
독립군이 체코 무기를 사용한 줄은 몰랐다.
“그리 된 겁니다. 이게 그때 사용했던 소총과 같은 모델입니다. 기념으로 가져가십시오.”
포코로니 사장은 체코제 소총을 떡하니 선물로 주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멋진 선물이군요.”
국경을 통과할 때마다 소명해야 할 물건이었지만, 정말 감격이었다.
독립투사들이 만주 땅에서 이런 소총을 들고 일본군과 싸웠다고 생각하니 찌릿한 뭔가가 전해져왔다. 체코도 그리 보면 피를 나눈 동료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오셨는데, 이 정도 선물도 못하겠습니까?”
나름 50년 전에 자체 개발한 소총이라는 자부심이 담긴 선물이기도 하지만, 독립을 축하한다는 진심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들은 아직도 소련과 싸우고 있군.
간접적으로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하는 선물이기도 했다. 당신들 사정, 잘 알겠습니다.
뀌년으로 탈출구를 만들어 드리죠.
“이곳에 온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느낌이 듭니다. 이왕이면 라인도 둘러보고 싶군요.”
“물론입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포코로니 사장은 우리를 라인으로 안내했다.
중공업 라인답게 안전선 밖에서 둘러볼 수 있도록 길이 나 있었다.
“정말 스코다의 기술력이 대단하군요. 발전용 터빈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전차에다 기차에다 자동차까지 만드십니까?”
라인 또한 초대형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낡은 라인이었지만 잘 돌아가고 있었다.
각종 기계부품과 중공업 제품이 즐비하게 쌓여 있었다.
솔직히 방산 라인을 포함한 주요 생산설비를 통째로 보여주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대한민국이 체코의 경쟁자라고 여겨지지 않는 까닭이겠지.
심지어 국가 체제마저 다르니 시장에서 부딪힐 일은 극히 드물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오픈한다는 것은 합작 좀 해보자는 뜻이 분명했다.
“관심 있는 분야가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 주십시오. 최근 국제 정세 때문에 체코의 공업력이 트렌드에 다소 뒤처진 건 사실이지만, 기본 기술력만큼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확신합니다.”
“자동차를 합작하면 시너지가 아주 클 것 같군요. 적극 검토해보겠습니다.”
스코다의 자동차 라인이 아주 쓸만해 보였다.
크라이슬러와 신제품을 만들기로 한 마당이니, 잘 엮으면 동구권이나 중립국에서도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체코에 소규모라도 합작공장을 만들어둔다면, 공산권이 붕괴될 때 대세자동차의 전초기지로서 큰 역할을 할 것 같았다.
“전차도 의미가 있을 겁니다. 우린 소련제 전차를 체코식으로 줄곧 개조해 왔습니다. 이런 체코의 경험은 코리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뭐, 상황이 허락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포코로니 사장은 방산 협력도 언급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현재로선 불가능이다.
생필품 교역이면 몰라도 소련과 미국을 등 뒤에 두고 있는 우리들이 방산 협력을 어찌하나?
물론, 언젠가는 가능하겠지 하며 말하는 거다.
체코가 미래를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냉전이 점차 종식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예, 그럴 때가 오길 기대하겠습니다.”
딱히 체코와 방산 협력을 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립서비스는 아끼지 않았다.
“허! 여기 용광로도 있군요. 한때 여기가 제철소이기도 했던 모양이군요.”
대화를 나누던 와중에 염 수석이 또 뭔가를 발견했다.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찍어대는 모습이 관광객 저리가라였다.
보통 라인에선 촬영이 금지되지만 이라체크 장관이며 포코로니 사장도 염 수석에게 싫은 소리를 하긴 쉽지 않은 듯했다.
“아, 그건 용광로가 아니라 배합기입니다.”
“배합기라면 뭔가를 섞는 겁니까? 건설사가 아니니 시멘트를 만드는 것은 아닐 테고…”
“크흠, 예전에 그 비슷한 것을 만든 적이…”
“최근엔 쓸 일이 없었던 모양이군요. 가동한 지 한참 된 것 같습니다.”
나는 미사일 추진제 배합기라는 말이 나올까 봐 포코로니 사장의 말을 끊었다.
우리끼리 하는 대화지만, 미사일 제조설비라는 말이 나와서 좋을 건 없었다.
“예, 굳이 소련에 납품하고 싶진 않더군요. 이대로 고장 났다며 잊혀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염 수석은 포코로니 사장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나는 대번에 이해했다.
더이상 소련의 미사일 생산을 돕지 않겠다는 뜻이군. 체코의 민주화를 무력으로 진압한 소련에 대한 적개심이 은연중에 드러났다.
나로선 정말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적당한 핑계만 있다면 미사일 추진제 기술을 건네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선 이걸 통째로 한국으로 옮겼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기술만 건네받는 것보다 제조시설을 통째로 가져가면, 글로는 못 배우는 노하우마저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표정 관리해라, 우찬수… 이 자리서 내색하면 안돼… 미사일 관련해선 서두르면 안돼.
나는 애써 마음을 가다듬었다.
“여기서 기념사진 한번 찍으시죠. 이제 라인도 대충 다 둘러보시지 않았습니까?”
염 수석이 눈치 빠르게 사진 촬영에 나섰다.
“좋네요. 같이 찍으시죠, 장관님.”
“여… 여기서… 사진 촬영은 좀…”
“체코, 코리아 4인방이 모였는데 기념사진은 한 장 남겨야죠. 어서요.”
이라체크 장관이 당황해했지만, 염 수석이 짐짓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기념 운운하며 분위기를 잡았다.
“아, 역광이네요. 한 번만 더요.”
대체 이 양반이 뭘 알고 이러나 싶을 정도로 재빨리 셔터를 눌렀다.
“아이고, 우 사장님. 눈 감으셨네. 다시요!”
알고 하는 거네.
이 양반 정말 눈치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예, 스마일~~”
나도 흔쾌히 염 수석의 촬영에 장단을 맞췄고, 염 수석은 방향을 바꿔가며 순식간에 사진을 찍어댔다.
***
“덕분에 잘 둘러봤습니다.”
“언젠가 꼭 다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리 되길 기원합니다.”
나는 스코다를 떠나며 포코로니 사장과 인사를 나눴다. 조만간 만나게 될 테니 걱정 마시라.
“휴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군요. 어째 가까운 곳에 자와 공업이라는 곳이 있는데, 점심 식사도 하실 겸 그쪽으로 가시죠.”
“자와 공업이라… 예, 그러시죠.”
생소한 회사였지만, 나름 이라체크 장관의 히든카드인 모양이다.
원래 비즈니스 외교에서 처음엔 화려한 카드를 들이밀지만, 실제로 성사시키고 싶은 사업은 점심시간에 보여주는 법이다.
점심을 해결하자면 아무래도 길게 머물 수밖에 없고, 같이 식사하며 협상도 할 수 있거든.
“자, 어서 모시자고. 자와 공업으로!”
“예, 장관님.”
우리를 태운 차는 한참을 달려 어느 한적한 시골에 도착했다.
대체 어떤 공장이길래 이런 곳까지 우릴 데려온 거지 싶었다.
“어서 오십시오. 우 회장님.”
“아, 자네크 사장님이시죠.”
“기억해주시니 영광입니다.”
만찬장에서 명함을 주고받은 것 뿐이지만 악수하는 손에 유난히 힘이 들어가 있어 기억하고 있었다. 엔진 관련해서 얘기를 잠시 나눴는데, 자동차 부품 업체인가?
“자, 바쁘신 분이니 매장으로 바로 모시게. 거기만 둘러보고 바로 식사하러 가셔야 하네.”
“예, 장관님. 모두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매장? 공장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건가?
“허, 모터사이클이군요.”
매장에 들어서니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정말 클래식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만한 명품 오토바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최신식 오토바이인 척 하지만, 내 눈에 정말 클래식하고 튼튼하기 이를 데 없는 기계식 오토바이 말이다.
멋진 가죽 장갑과 각종 문양의 헬멧도 걸려있는 것이 정말 매장은 매장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체코제 오토바이가 나름 명품이라는 말을 들어본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 이 제품은 JAWA 350이라는 제품으로 독일, 헝가리, 폴란드, 그 어느 제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명품이라 자신합니다.”
비교 대상이 좀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멋져 보이긴 했다.
일본제에 비해서 부품이 다소 많아 보였지만, 구동 역학적으론 매우 안정된 디자인이었다.
탐이 났다.
“체코제 모터사이클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물론 파워지요! 6500 RPM에 34마력까지 올라가니 속도감이 끝내줍니다. 게다가 JAWA 제품은 세계 최초로 자동 클러치를 채용하고 있기에 그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음? 자동 클러치는 혼다 특허 아닙니까?”
“혼다? 일본 회사인가요? 그럴 리가요. 모터사이클의 자동 클러치는 저희 특허가 세계 최초입니다. 우리가 라이선스를 준 적도 없는데, 뭔가 착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공산국가라고 해도 특허권은 세계 공통이다.
설마, 혼다가 자와의 특허를 베낀 건가?
하긴 일본 놈들도 알게 모르게 많이 베낀다.
자네크 사장 말이 사실이라면 대박인데?
오토바이 시장에서 일본제를 밀어낼 무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 제가 착각한 것 같습니다. 여하튼 모터사이클에 자동 클러치라니 정말 혁신이군요.”
“역시 우 회장님은 물건을 알아보시는군요. 뀌년을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을 노린다면, 자동차보다 모터사이클을 파는 게 훨씬 더 쉽지 않겠습니까? 이건 기회입니다.”
이라체크 장관이 훅하고 끼어들었다.
통상부 장관이라고 뀌년과 대세를 분석해본 모양이다. 우리와 합작해서 오토바이로 동남아 시장을 쓸어볼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체코의 돈줄이 막힌 상황에서 나를 어떻게든 이용해보려고 하니 이런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오케이, 이 목줄을 쥐고 흔들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판로와 시장이 있는 나는 얼마든지 느긋한 척할 수 있고, 다급한 쪽은 체코다.
“으흠, 동남아엔 이미 우리 한국 기업이 소형차 사업을 하고 있는데 말이죠. 체코와 합작하자고 팀킬을 할 수는 없습니다.”
나는 짐짓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팔짱을 끼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팀 킬이라니요! 단가 차이가 얼만데요. 소형차와 모터사이클은 겹치는 시장이 아닙니다.”
“과연 그럴까요? 체코 제품을 동남아에 풀려면 운송비부터 만만찮을 텐데 말입니다.”
“그거야 대세와 합작하면 깔끔하게 해결되는 문제 아닙니까. 저희야 일부 부품과 기술을 제공하고, 생산은 대세에서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도와주십시오. 둘 다 좋은 일 아닙니까.”
“합작 생산이라면 크로스 라이선스와 부품 공유도 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물론입니다. 뭐든 가능합니다. 솔직히 군수물자도 아니고, 자유무역항으로 가져가서 파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오토바이 장사는 생각도 안 해봤는데 나름 괜찮을 것 같았다.
동남아 시장이나 제 3세계에서 확실하게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을 거다.
그보다 솔직히는 자와를 이용하면 일본을 밀어낼 수도 있을 것 같아 가슴이 뛰었다.
“이왕이면 자와 말고도 스코다 쪽에서도 뀌년에 가져올 만한 것이 있나 살펴봐 주십시오. 유휴 설비나 유휴 기술을 가져오시면 제가 비밀리에! 판로를 찾아보겠습니다.”
“유휴 설비! 비밀리에… 아,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찾아보도록 하지요.”
이라체크 장관은 대번에 내 말을 알아들었다.
배합기를 가져와요.
그럼 당신들이 원하는 걸 들어줄테니.
“뭐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니 기술 매뉴얼도 함께라면 더욱 좋겠군요. 물론 국가가 관리하는 기술이라면 무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하하,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희가 그런 것도 구별 못하겠습니까?”
이라체크 장관은 다 알겠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안심시켰다.
“자자, 말씀 다 나누셨으면 기념사진 찍어야지요. 이보다 더 명확한 계약서가 어디 있습니까?”
“멋지게 나오게 찍어 주십시오.”
“스마일!!!!”
“하하하!”
나는 정말 맘껏 웃었다.
자와의 오토바이니 스코다의 자동차니 이라체크 장관과 MOU에 서명하고, 특약으로 스코다의 유휴설비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이거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것 같았다.
우리는 흡족한 마음으로 산업체 투어를 끝내고 다음날 일찍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
김포 공항,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 회장님.”
“염 수석님이야 말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진은 저희 쪽으로도 보내주시고요.”
“아니, 우 회장님께서 가져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살펴보시고 제가 보고용으로 쓸만한 사진 몇 장만 보내주시면 됩니다.”
염 수석이 필름을 통째로 내게 내밀었다.
“그러죠. 그럼, 저를 청와대로 초대해 주십시오. 대통령님께 직접 보고도 드리게 말입니다.”
“아니, 회장님이 자발적으로 청와대를… 여하튼, 최근 상황이 좀 불편하실 텐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가는 겁니다.
“상관없습니다. 일정 잡아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내가 간다면 대통령도 오라고 할 거다.
미사일 때문에 체코에 갔는데 당연히 결과를 듣고 싶을 것 아닌가.
나는 공항에서 곧바로 본사로 복귀했다.
여독을 푸는 게 룰이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회장님! 오늘 귀국하셨는데…”
본사로 들어서자 빌 베인이 깜짝 놀랐다.
“베인 실장, 내가 그간 청와대 관련해서 조사하라고 했던 것 가져오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빌 베인도 내 말을 듣자마자 심각한 상황임을 깨달은 것 같았다.
금세 007 가방을 가지고 올라왔다.
자물쇠를 몇 개나 채워둔 기밀문서였다.
< 348 : 자동차와 오토바이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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