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35)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35화(35/589)
< 035 : 해안 저지선 >
“… 기지 근처에 미군 휴양소를 지으면 어떨까 합니다.”
“휴양소?”
고델은 짐짓 이맛살을 구겼다.
병참 기지가 완성되기도 전에, 휴양소부터 지으면 군인 정신에 어긋나는 일 아닌가.
“아, 단어 선택이 좀 서툴렀군요. 휴양소라기보다 베트콩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해안 저지선을 구축하는 작전인데 말이죠.”
“해안 저지선 구축?”
해안 저지선 구축이라고 쓰고 휴양소라고 읽는 사업이라고 하겠다.
“철책과 경계 초소를 세워 베트콩의 육상 침투는 확실히 막았지만, 해안 밀림 지대는 아직 정비를 못 하지 않았습니까? 그쪽 나무를 죄다 베어버리고 탁 트인 해변가로 만들어놔야 시야도 확보되고 접근하는 적도 바로 타격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은근슬쩍 나무를 벤다는 말을 두루뭉술하게 넘겼다.
“긴급하게 해야 하는 일이군!”
베트콩 게릴라가 통버이라 부르는 대나무 배를 이용해 해안가로 침투한다는 것은 고델도 익히 들어봤을 거다.
“예, 그렇습니다. 긴급현지용역조달을 발령해주시면, 일정 내 반드시 작전을 완료하겠습니다.”
“좋아! 바로 진행시켜!”
“예, 중령님.”
나는 군인처럼 경례를 하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완료 일정이나 경비 따윈 묻지도 않았다.
경비는 부사관들이 알아서 할 거고, 일정이야 언제나 내가 예상보다 빨리 완성했으니까.
고델은 빨리 시작하라는 말만 하면 충분했다.
이거 쉬워도 너무 쉽잖아.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니 돈이 굴러들어왔다.
“사장님, 어찌 됐습니까?”
지휘소를 빠져나오니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예상대로죠 뭐. 벌목 장비는 다 마련해뒀죠?”
“그럼요, 공병중대장을 통하면 금방입니다. 숙소 시설을 좀 챙겨주니 아주 좋아라 하더군요.”
“잘 하셨어요.”
역시 아버지는 척하면 척이었다.
우리는 이미 해안가 밀림 벌목을 준비하고 있었다. 공병중대가 보유한 장비 중 벌목 관련 장비에 대한 조사도 마쳤다.
“그런데, 정말 원목이 돈이 되는 겁니까?”
우리가 할 진짜 사업은 원목 사업이었다.
해안 저지선 구축이든, 휴양소 짓기든 나무를 베고 그 일대를 정리해야 할 거 아닌가.
“상상 이상일걸요?”
원목 사업은 그냥 돈 버는 수준이 아니었다.
원래 역사에선 일본 기업이 월남전 군수물자를 싣고 온 배로 원목을 빼돌려 떼돈을 벌었다.
미군에겐 월남군과 계약했다고 하고, 월남군에겐 미군과 계약했다고 하면서 마구잡이로 빼돌렸지.
괜히 60년대 말부터 전 세계적으로 원목가구가 대유행을 했던 게 아니었다.
원래부터 목조가옥을 선호했던 일본에 목재가 풍부해지면서 열대 원목으로 만든 가구마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이 그 시발점이었다.
이번 역사에선 내가 그 사업을 꿰찰 거다.
뀌년은 베트남 중부, 열대 밀림의 정중앙이라 원목을 빼돌리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
이곳은 내 영역이 될 것이다.
“그게, 우리가 원목을 차지하는 걸 미군이 순순히 봐줄까요?”
“고델 중령은 신경도 안 쓸 테니 중대장급만 진달래 사장님이 좀 찔러주세요. 돈은 제가 드리죠.”
미군을 구워삶는 거야 전혀 문제없다.
우린 미군에게 휴양소를 만들어주는 노동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는 거다.
“제가요?”
“두당 한 달에 300불씩 찔러주세요. 사장님 한 달 월급을 통째로 주는 거라고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나 큰돈이 되는 사업이군요.”
“한국에 보내야 사업이 되죠. 어서 갑시다. 시간이 한 달밖에 없어요. BR사가 오기 전에 완벽히 우리 사업으로 만들어야 해요.”
“예, 사장님.”
나는 숙소로 돌아가자마자 삼복이에게 텔렉스를 때렸다.
「때가 왔다. 물건 보내라. 최대한 큰 배로.」
***
비슷한 시각, 대한민국 서울.
한국방직협회 회관.
쾅!
“이게 대체 어찌 된 겁니까, 협회장님! 왜 우리가 군복 조달을 못한다는 겁니까?”
“얘기가 어찌된 겁니까? 배달 사고라도 났습니까? 떡값으로 뿌린 게 자그마치 3백만 원인데,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군복뿐만이 아닙니다! 기존에 잘만 납품하던 양말이나 메리야스마저 입찰을 하겠다니 무슨 날벼락이란 말입니까. 말씀 좀 해보십시오.”
경상방직, 제선방직, 조동방직, 동인방직, 신수방직 등등 한국방직협회 사장들이 모두 몰려와 협회장에게 따져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협회 회원사들은 며칠 전 베트남 파병 건이 드디어 국회를 통과하자 환호했었다.
브라운 각서로 통칭되는 한미 간 대박 협상 덕분에 파월 장병들의 군장 비용을 미군이 지원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군복만 납품해도 어마어마한 돈벌이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웬걸?
국방부로부터 수주를 받기는커녕, 기존에 납품하던 양말이나 메리야스마저 수의 계약이 아닌 입찰 방식으로 납품 받겠다고 통보해 온 것이다.
탕탕탕.
협회장이 책상을 마구 두들겼다.
“얼굴 그만 붉히고 다들 앉아보시오.”
협회장이자 회원사중 가장 덩치가 큰 삼오방직의 주봉구 회장이었다.
그의 말에 회원사 사장들이 입을 다물었다.
주봉구는 삼오 방직 외에 삼오 통운, 삼오 화공, 삼오CC등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회장으로 불렸다.
존경의 의미보단 대형 자본가를 뜻하는 단어라고 하겠다. 물론, 이 시기 자본가들은 정치권에 기생한 전형적인 ‘정치적 자본가들’이었다.
그 끈을 무기로 정재계를 오가며 말도 안 되는 권력을 휘둘렀었다.
“회장님, 지금 상황이…”
“어이, 알았다니까. 내가 설명하려고 하잖아.”
“아,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손짓을 하니 그제야 회원사 사장들이 주섬주섬 자리를 찾아 앉기 시작했다. 몇몇은 냉수를 들이키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각하께서 친히 결정하신 일일세. 베트남 파병에 대해서만큼은 입찰을 고집하셨다더군.”
“각하께서 입찰 경쟁을 명하신 게 어디 한두 번이었습니까? 그러면 국방부에서 사전에 입찰가를 알려줘야지, 이리 깜깜이로 입찰에 참여하라고 하면 어쩝니까?”
“이봐, 이번 입찰은 쇼가 아니라 진짜라니까. 아니, 우리에게 납품받을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뭐라고요?”
주 회장의 말에 다들 깜짝 놀랐다.
그동안 뒷돈을 대준 게 얼마인데 이런 식으로 배신을 한단 말인가?
“대세 실업… 그 놈에게 주려는 것 같아.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대통령이 항공사업도 대세 쪽으로 밀어주려고 한다더군.”
“뭐라고요? 항공사업은 한신통운같은 큰 회사도 섣불리 못 달려드는 사업 아닙니까. 그걸 각하께서 대세 실업같은 애송이한테 넘기려 한다고요?”
“그런다잖나. 헌데, 더 웃긴 건 뭔 줄 아나?”
“웃기다니요?”
“대통령이 불렀는데, 대세 실업 사장이라는 놈은 그대로 베트남으로 날랐다더군.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야.”
“… 미친 놈…”
다들 어이없어 할 말을 잃었다.
대통령이 군납품에다 항공사까지 맡기려 했는데, 부름을 거절하고 베트남엘 갔다고?
대체 무슨 생각이지? 그냥 미친놈인가?
“그놈을 이 판에서 솎아 내야 해. 그게 먼저야.”
“회장님, 위험합니다. 지난번 검찰청이 뒤집어진 거 기억 안 나십니까? 덮는다고 들어간 돈이 자그마치 몇 백입니다.”
아주 어렵게 꼬리를 잘랐고, 입막음한다고 돈도 많이 들었다.
아무리 대세 실업이 꼴보기 싫다해도, 그 짓을 또 한다고?
“이걸 보고도 그런 얘기가 나올까 궁금하군.”
주 회장이 천 조각을 탁자위로 툭하고 던졌다.
“… 이게 뭡니까? 나일론도 아니고 그렇다고 폴리도 아니고…”
“대세 실업이 만들고 있다는 이중 원단이야. 놈들 하청 업체로부터 겨우 빼돌린 건데, 폴리텍이라고 부르더군. 도쿄방적과 가보네방적 기술자들도 놀란 눈치더라고.”
“일본 기술자들까지요? 이게 신형 원단이라도 된다는 겁니까?”
“일본 기술자조차 처음 보는 원단인 모양이야. 얼버무리긴 하던데 놀라는 눈치였어. 몇 번 찔러봤더니 결국 A급 기술이라는 얘기가 나왔어.”
“A급 기술이라고요?”
“세계적인 기술이란 뜻이야. 일본 기술자 말로는 이 벌집 모양의 원단 패턴이 단순한 무늬가 아니라는 거야. 땀을 배출시켜 체온을 식혀주는 특수한 패턴이라는구만.”
“체온을 식혀준다고요? 옷을 입고 있으면 더 시원해진다는 말입니까?”
“세상에 그런 원단이 어딨습니까?”
주회장이 던진 천조각에 협회 회관이 다시금 소란스러워졌다.
“그러니까 특허를 내는 거겠지. 대통령도 그런 새파란 신생 업체를 미는 거고. 대세실업에서 특허 출원을 하느라 군납 샘플 제출을 미룬 게 분명해.”
“특… 특허까지. 국내 업체가…”
다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더욱이 원단을 만져보면 만져볼수록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이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시원하게 느껴지는 옷감이라니…
“죽여야 해.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죽여야 해.”
“……”
주 회장의 험한 말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정말 대세 실업을 제거해야 했다.
“그리고 뺏어야 해.”
“어떻게요, 회장님. 그 놈 자금 회전력이 만만치 않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부산에서 돈을 물 쓰듯 했다지 않습니까.”
회원사 사장들도 짐짓 모르는 척 하더니 소문을 다 듣고 있었다.
“돈이든 기술이든 문제없어. 일본에서 도와주겠다고 하니까 말이야. 어째 해볼 텐가?”
주 회장이 척하니 탁자에 손을 갖다 댔다.
낄 놈은 끼라는 말이었다.
“일본 업체가요?”
“… 저는 같이 갑니다. 언제나처럼 말이죠.”
“저도 끼워주십시오. 대세 실업의 나일론 사업만 불하해주시면 됩니다.”
다들 앞 다투어 주 회장의 손 위에 손을 얹었다.
“일단 폴리텍인지 나발인지부터 베껴보자고. 자네는 특허청 공무원과 접촉해서 대세 실업이 제출한 특허가 있으면 일본으로 빼돌리게. 그럼 원사를 반값에 공급해주겠다고 하니까.”
“커허! 역시 대인배들이군요.”
“나머지는 각기 대세 실업 하청 업체들을 노려보자고. 원단을 빼돌리든 부도나게 돈줄을 죄든 방법은 많잖아. 긴말 안 해도 다들 알지?”
“회장님만 믿겠습니다. 뭐든 맡겨만 주십시오.”
“월급 올리고 어쩌고 잘난 척 할 때부터 맘에 안 들었습니다. 이참에 아예 뿌리를 뽑죠.”
주 회장을 비롯한 사장들은 먹잇감을 앞에 둔 승냥이마냥 이빨을 드러냈다.
****
베트남, 뀌년 근처 해안가 밀림.
“다들 비켜요, 넘어갑니다!”
“넘어간다아아아!!”
우르릉, 콰쾅.
아름드리 거목이 연거푸 쓰러졌다.
정말이지 거대한 열대 거목이 쓰러지는 소리는 천둥소리 저리가라였다.
쓰러질 때 굉음보다, 쓰러지기 직전 우지끈하면서 뭔가 뚝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더 섬뜩했다.
직원들도 몇 번 하다 보니 나무를 원하는 방향으로 쓰러뜨릴 수 있었다.
“다들 물러서요. 살충제 가져와요.”
“예, 사장님.”
거목을 쓰러뜨리고 나면 가지치기보다 해충들을 불태우는 것이 우선이었다.
어지럽게 뻗은 뿌리 근처에 꼭 썩은 웅덩이가 있었다. 낙엽을 비롯해 온갖 쓰레기가 하루 이틀 쌓인 게 아니었기에 시커멓게 썩은 경우가 태반이었다.
“우우욱.”
“어휴, 숨도 못 쉬겠네.”
살충제를 가져온 직원이 역겨움을 참지 못하고 토했다. 몇 번을 봐도 도통 익숙해지질 않았다.
썩은 나뭇잎 아래 빗물과 썩은 동물 사체가 뒤섞여 시궁창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시궁창 속에 하루살이, 모기떼, 거머리, 독거미가 떼를 지어 뭉쳐 있었다.
살충제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워낙 습한 곳이라 낙엽더미는 탈지언정, 나무는 멀쩡한 것이 베트남 밀림이었다.
온갖 해충들이 나자빠지고 불탔다.
불길이 잦아들면 썩은 웅덩이에 물길을 내서 바닷가로 물을 흘려보냈다.
시커먼 물이 빠져나가고 땅바닥이 보일만 하면 직원들을 불렀다.
“이제 들어와요. 가지 쳐요. 다치지 않게. 안전! 안전! 안전!”
“안전! 안전! 안전!”
내 손짓에 톱을 든 직원이 득달같이 달려왔다.
가지치기를 하기 전에 안전을 세 번 외쳤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주문이자 염원이었다.
“가지 쳤으면, 곧바로 수피 벗겨요.”
“예, 사장님. 김씨, 조씨 뭐해! 이리와 껍질 벗기자고.”
벌채를 할 때 그냥 나무만 자르면 안 된다.
나무껍질을 벗기고 훈증 작업을 해야 세관을 통과할 수 있다. 방제 작업을 안 하면 온갖 해충들이 국내로 반입될 거 아닌가.
여기 있는 말라리아 모기나 불개미가 국내에 퍼진다면? 생각만 해도 끔직했다.
“크레인, 오라이! 오라이! 수피 벗긴 거는 바로 바로 훈증기로 옮깁시다. 천천히. 천천히.”
“예, 사장님.”
훈증기라고 해도 별거 없었다.
컨테이너 두개를 연결한 철제 박스 안에 통나무를 집어넣고 등유를 채운 양철통을 집어넣고 불을 피우면 된다.
등유 램프를 겪어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불을 피우면 연기와 냄새가 지독하다.
게다가 양철통을 줄줄이 놓고 불을 지피면 열기도 장난 아니어서 나무속에 파고들었던 온갖 벌레들이 깡그리 죽어버렸다.
제풀에 기어 나와 바싹 말라죽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마련한 원목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전생에 하청 건설업자로서 고생고생하며 건물을 지어놓으면, 침대며 옷장이며 마루까지 고급 원목으로 짜 넣고 수천만 원씩 벌어가는 인테리어 업자들을 보면서 무척 부러웠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7~80년대 아파트 붐으로, 온갖 고급 브랜드의 원목 가구 업체가 생겨날 텐데 그 원목을 내가 대줄 거 아닌가.
원목을 잔뜩 쟁여놓고 천천히 풀면 제값 받는 것은 문제없을 거다.
게다가 원목 가격이란 것이 크고 굵을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비싸지니 이곳에 있는 원시림 상태의 원목은 말 그대로 노다지였다.
‘이게 다 얼마야? 계산하기도 힘드네.’
온몸이 더러운 진흙투성이가 되는 일이었지만, 뿌듯하기 이를 데 없었다.
고작 언덕 한 개를 정리했다고 아름드리 원목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원래 역사에서 일본 선박 회사가 월남전 당시 원목 사업으로 5천만 불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는 게 실감이 났다.
이런 통나무 한 개 한 개가 다 뭉칫돈이었다.
“어이, CS! 일 끝났어?”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해변에서 마크 중사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웃통을 까고 맥주 캔을 들고 있는 꼴을 보자니 태닝을 하러 나왔다 보다.
“마크! 오늘 비번이야?”
요즘 마크가 자주 오네.
이번엔 뭐가 필요하려나.
< 035 : 해안 저지선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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