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355)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355화(355/589)
< 355 : 탈 아시아급 >
뀌년 공항, VIP 라운지.
새해를 뀌년에서 맞이하고 귀국을 서두르는 길이었다.
출국 직전에도 챙겨야 할 일이 많았다.
“우 회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회장님 덕분에 최근 들어 가장 기쁜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더 감사를 드려야지요. 앞으로도 계속 라자크 의장님의 대리점 덕을 톡톡히 볼 건데 말입니다.”
오토바이 수출은 라자크 의장의 대리점을 통해 하기로 최종 결정이 되었다.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정부나 라자크 의장에 대해선 매우 호의적이라, 통관 절차를 대폭 줄여준다고 하니 나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대세의 원단이나 윤활유가 워낙 인기가 좋아 그렇습니다. 모터사이클도 동남아 방방곡곡으로 뻗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판매마진 2.5%로 이렇게 뛰어주는 딜러 조직을 보유하게 된 것은 나로서도 행운이었다.
여태 박리다매로 동남아를 장악해온 라자크 의장이기에 가능한 협업이었다.
“모터사이클 출시는 올해 7월 정도일 겁니다. 예약 물량 확인해서, 본사로 연락 주십시오.”
외형 금형과 150cc짜리 엔진만 만들면 되는 일이라 반년 정도면 양산 가능하다.
기존 자와350은 외형만 조금 바꾸는 수준이라 그보다 더 빠를 거고 말이다.
“아세안 회의 이후로 예약은 이미 쏟아지고 있습니다. 물건 품질만 잘… 아니, 품질이야 대세가 제일 잘하는 일이니 기대가 큽니다.”
판매는 라자크 의장에게 맡기고, 대세는 출시 직전 일본 제조사에 자동변속기 특허 침해 소송을 걸어 우리 뒷다리를 잡지 못하게 해야 했다.
“저도 기대합니다. 그런 의미로 이거 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요긴하게 써주십시오.”
“아니, 리조트 황금종 카드 아닙니까!”
나는 리조트의 VIP 회원카드이자 올 인클루시브 카드인 황금종 카드를 라자크 의장에게 건넸다.
리조트를 한 번이라도 다녀간 사람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특전이었다.
“총 10장입니다. 한 장은 라자크 님이 쓰시고, 나머지 9장은 명예와 신의를 중히 여기는 물주가 있다면 초대하십시오.”
“헉! 제가 대세의 영업맨이 되는 겁니까?”
“동남아에서 라자크 님의 인맥을 쫓아갈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쭉 함께 가시죠.”
나는 라자크 의장에게 정식으로 동맹을 제의했다. 동남아의 판매책으로 라자크 의장의 인도상공회의소를 최우선 파트너로 삼겠다는 공표나 다름없었다.
“하하! 제 회사의 이름부터 바꿔야겠군요.”
좋지. 이름이야 어찌 되었든 대세의 동남아 영업지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뀌년 리조트, 옥포 리조트, 한창 건설 중인 서울의 특급 호텔까지. 그것들을 연결하면 우리 대세의 영업력은 탈 아시아급이 될 것이다.
“그럼 올해 여름에 다시 보시죠.”
“믿고 맡겨주시니 영광입니다. 살펴 가십시오.”
라자크 의장은 VIP 라운지 출구까지 나와 정중하게 배웅을 했다.
옆에서도 배웅이 한창이었다.
고델 장군이 유진과 페기를 배웅하고 있었다.
“CS 주니어, 올여름에도 꼭 놀러 오너라. 아저씨랑 수영장에서 놀자.”
“꺄아아아아.”
유진은 뭘 알고 그러는지 무섭게 생긴 고델 장군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정말 고델 장군이 만들어준 유아풀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데? 정말 수영에 소질이 있나?
“CS, 다음에 올 땐 꼭 휴가로 오라고. 뀌년은 휴양지라고!”
무슨! 물류의 허브이자, 비즈니스 센터지.
“예, 여름에 뵙죠. 장군님도 건강히 지내십시오.”
고델 장군의 배웅을 마지막으로 우리 식구들은 모두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
뀌년 상공,
“대체 이게 무슨 개망신인가! 도대체 실무 회담을 어떻게 한 거야!”
일본 다케오 총리는 수행원들을 불러다 놓고 호통치기에 바빴다.
원래 귀국행 비행기 안에서는 기자 간담회를 비롯한 언론 플레이가 주 업무인데 죄다 취소했다.
“죄송합니다, 총무님. 설마 동남아가 차관을 그런 식으로 이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천연고무 산업 관련해서 수출 보조금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정치자금의 형태를 띄기 마련인데…”
두루뭉술한 사용처는 여태까지의 관행이었다.
구체적인 사용처를 지정해두면 정치 뇌물로 전용하기 곤란했기에, 기존처럼 천연고무 피해보상 및 수출 보조금이라고 대충 퉁친 게 화근이었다.
“대체 왜 이번엔 동남아 정부가 청렴한 척 난리를 치는 거야! 왜 꿀꺽하면 될 돈으로 플랜트를 만드냐고! 우리 스스로 후진국 놈들에게 우릴 공격할 총을 쥐여준 꼴이잖아! 이 바보들아.”
일본 총리는 본국으로 돌아가서 받을 비난을 생각하면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솔직히 일이 이리 될 줄 알았다면 차관 따위는 절대 내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와서 철회하는 것도 미친 짓이었다.
그럼 동남아 외교는 완전히 망가질 것이다.
공식 성명을 뒤집는 행동이니 동남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비난도 면하기 어려울 것이고 말이다.
“한국의 대세가 일회성 뇌물보다 장기적으론 훨씬 큰돈이 되는 제안이 했던 모양입니다. 솔직히 동남아 대통령들도 가끔은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것도 있고…”
“누가 그쪽 입장 듣고 싶다고 했어! 그 놈들이 제의한 게 플랜트 사업이라면 응당 우리 일본 건설사가 맡아야지. 건설 차관이 우리 돈인데! 기술력만 봐도 우리가 월등하지 않나!”
“면목 없습니다. 총리님.”
수행원들은 솔직히 대세 건설만큼은 일본 건설사에 비해 못할 게 없다는 말을 꿀꺽 삼켰다. 그냥 머리를 조아리는 게 현명했다.
“빌어먹을! 하필 내가 총리에 오르고 첫 번째 일인데, 큰 똥을 싸지른 꼴이라니!”
“총리님, 와중에 태국과 필리핀은 아직 저희 영향력 내에 있습니다. 절반의 성공이라고…”
“닥쳐어어어! 말레이시아에 인도네시아까지!!! 시장을 절반 가까이 뺏기게 생겼는데 무슨 놈의 성공이야! 귀국하면 네 놈들 죄다 옷 벗을 각오해!!”
“초… 총리님!”
“내 눈앞에서 꺼져!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다케오 총리의 고함에 수행원들이 슬금슬금 일등석 구역을 빠져나갔다.
다케오 총리는 그 꼴을 보며 와인을 물처럼 벌컥벌컥 마셔댔다.
수행원들을 잘라버리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그 전에 자기 자리나마 보존할 수 있을까 싶었다.
동남아에 대규모 차관을 풀 수 있게끔 미국의 승인을 얻는 데도 돈이 들었는데.
미국, 동남아 양쪽으로 뿌린 돈이 다 칼이 되어 돌아올 참이었다. 당내 반대파에 자신의 목을 날릴 칼자루를 쥐여준 것이 아닌가.
“그, 빌어먹을 놈. 대세의 우 회장이라고 했던가? 그 새끼를 끌어내려야 해. 무슨 수를 쓰던!”
다케오 총리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정·재계 VIP들에게 둘러싸여 환호를 받던 그 인간의 모습이 뇌리를 떠나질 않았다.
다케오 총리는 이 일이 일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나라 걱정 따위를 할 정신이 없는 것이다.
아무리 나라가 중하다 해도 내가 먼저 살아야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
며칠 뒤,
“나 없는 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베인 실장.”
“아닙니다. 뀌년에서 거둔 승리는 비단 대세만의 승리가 아니지 않습니까.”
“하하, 이제 베인 실장도 한국인 다 되었군요.”
“실은 저도 한국 생활이 훨씬 익숙합니다.”
빌 베인은 오랜만에 본사로 출근한 내게 두툼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해외 건설 현황은 뀌년에서도 중간중간 점검했으니 나중에 자세히 읽도록 하고, 국내 현황부터 브리핑 듣겠습니다.”
해외 건설이야 주베일항만과 리비아 메디컬 단지는 한창 진행 중이고, UAE 공항 및 LNG 터미널, SNOS 공사는 올해 하반기에 죄다 완공된다.
즉, 올 하반기엔 대세건설이 또 한 번 거대 프로젝트를 해볼 인력풀이 생긴다는 뜻이었다.
79년 2차 오일쇼크를 차분히 준비하면, 대세는 다시 한 번 점프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예. 서울의 3대 하수처리장은 올 3월에 모두 완공될 예정이고, 호텔 2곳은 6월, 지하철 공사는 12월 완공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고리 원전은 올 7월에 1호기 점화 예정입니다.”
“7월이라고요?”
“예. 원자력 연구소에서 7월 점화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SMR의 검증 데이터가 워낙 잘 나와서 세계 유수 원전사들이 앞다투어 라이선스를 요청하는 상황입니다.”
내가 생각한 시점보다 5개월은 족히 빨랐다.
정말 잠도 안자고 SMR을 만들고 있는 모양이네. 하긴, 실험용 SMR이 검증을 마쳤는데 그걸 키우는 거야 하면 되는 일이지.
오히려 실제 크기의 SMR에는 안전 계수를 더욱 높여서 만들 수 있을 거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대세 조선의 LNG선은 어찌 되어 갑니까?”
“예, 이란에서 수주한 LNG 운반선 2척, LNG 추진선 2척 모두 9월부터 10월까지 연속해서 인도될 예정입니다.”
딱 좋네. 현산과 도림이 이란에 짓고 있는 LNG 터미널도 그때쯤 완공된다고 들었다.
이래저래 올해 하반기가 되면 장인어른의 LNG 터미널도 세계 곳곳에서 문을 열 테고, LNG 추진선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다.
LNG 추진선 판촉을 적극적으로 펼쳐야겠군.
“대세조선에 LNG 추진선 판촉팀을 꾸밉시다. 유럽의 천연가스 수입국 위주로 시장 조사를 좀 해줘요. 앤트워프를 기점으로 말입니다.”
“예, 회장님.”
LNG는 석유대비 가격도 싸고 공해도 적다.
적극적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LNG 추진선과 운반선이 남는 장사라는 걸 증명해 보여야 한다.
“나머지 사안은 서면 보고로 하죠.”
“여기 간략하게 이슈별로 정리해뒀습니다.”
“고마워요.”
빌 베인이 두툼한 보고서 위에 요약본을 얹어주었다.
차 타고 내려가면서 보기에 딱 좋겠네.
나는 보고서를 챙겨 들고 사천으로 향했다.
다른 일이야 비서실도 그렇고 챙기는 이들이 많지만, 대세항공산업이야 어디 그런가.
솔직히 주 부장이 고군분투하고 있을 거다.
F16 기체 제작이나 A7 공격기도 만들면서 미사일까지 연구하려면 정말이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거다.
작년 말부터 신입사원들을 대거 밀어 넣고 있지만, 당장은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
대세항공산업, 사천 공장.
“충성!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하하, 여전히 기운이 넘치네요. 주 부장.”
주 부장은 힘든 상황에서도 유쾌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역시 멘탈 갑이다. 월남에서도 이랬지.
내가 정문에 차를 대자마자 척하니 거수경례를 하며 반갑게 맞이했다.
명실공히 대세항공은 방산기업이라는 뜻이리라.
“회장님께서 엄청난 걸 보내주셔서 기운이 펄펄 납니다.”
“자자, 그 엄청난 건 나중에 보기로 하고, 일단 급한 것부터 챙겨야죠. F16은 잘 인도 되었겠죠?”
“예! 비싸니 뭐니 하더니 막상 시범 비행을 해보더니 장교들이 그냥 껌뻑 죽던데요. F5랑은 비할 바가 아니라면서 말이죠.”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로써 북한의 쓸데없는 도발은 확연히 줄거다.
“A7 공격기도 수주를 받았다면서요.”
“예, 내년 상반기까지 국산 A7 공격기 10대를 주문받았습니다. 대당 350만불입니다.”
3500만불짜리 수주라니 나름 짭짤하네.
하지만 그보다 우리 공군이 A7이 얼마나 대단한 놈인지 증명하면 수출이 더 대박날 거다.
지금이야 아음속 전투기라고 홀대받지만, 뒤늦게 명품으로 증명된 전투기로 유명하거든.
가성비 좋은 터보 팬 엔진을 장착한 터라 엄청난 양의 폭탄을 싣고가서 우수수 뿌리고 되돌아올 수 있는 전투기다. 걸프전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둬 재조명을 받았다.
“좋네요. 그보다 A7에 들어가는 터보 팬 엔진은 연구팀을 따로 꾸며서 엔진만 파고들어서 개선하라고 하십시오.”
“헉! 제가 건의하려 했던 건데… 회장님은 정말 모르는 게 없으십니다.”
21세기에 예비군 훈련 때 A7을 우리나라가 도입했더라면 하는 소리를 하도 많이 들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번 역사에선 F16 도입과 맞물려 어렵사리 현실화되었다.
“하하, 내가 아는 게 그것뿐일까요? 여기 직원들 모두 맨땅에 헤딩하느라 이마가 까질 지경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역시, 회장님!!!”
“당장 성과 내라고는 안 할 테니 안심해요. 이제 M 프로젝트를 보러 갑시다.”
“회장님께 충성! 절대 충성!”
듣고 싶은 말을 해주니 여기 리더로서 정말 고마웠던 모양이다.
전투기의 기초도 모르는데, 지금은 조립 정도만 하는 것도 벅찰 것이다.
파견 나온 GD社 엔지니어나 스카우트한 보우트社 엔지니어와 어울려 한참을 씨름하다 보면 겨우겨우 한가지씩 감을 잡아갈 거다.
나또한 경험해봐서 안다.
발전용 터빈 엔진을 연구한다고 뜯은 다음 재조립을 몇 번이고 해봤으니까.
도면을 펼쳐놓고 부품 꼬리표까지 달아놔도 조립을 마치면 나사는 물론 자잘한 부품까지 남을 때가 간혹 있다.
어디서 조립을 실수했는지, 남는 부품은 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없는 막막함이란… 겪어보면 그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주 부장이 앞장서서 보안 구역으로 향했고, 누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 했더니 예전에 어리바리하던 ADD 직원이었다.
“보안 준수! 보안 철저!”
우리를 보자마자 보안을 외쳐댔다.
교육 잘 받았네.
“아니, 이 일을 둘이서만 하는 겁니까?”
“그럼요, 회장님. 장비에 정답지까지 딸려왔는데 사람 많을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둘이면 충분합니다. 그게 좋지 않습니까? 뭐든 말이 새면 저 아니면 박 연구원이니까! 쓱싹!!!”
주영길 부장은 손날로 목을 긋은 시늉을 했다.
박 연구원은 하도 협박을 당했던지 이전과 달리 덤덤한 표정이었다.
“아니, 그보다 정답지라고요?”
“예, 믹… 아니, 소결로 안에 매뉴얼이니 그간의 연구일지니 잔뜩 채워져 있었습니다. 원본은 창원연구소 금고에 보관했고, 사본은 저랑 여기 박 연구원만 보고 있습니다.”
허! 이런 기쁜 일이.
기술 자료도 있으면 달라고 했더니 그간의 연구일지까지 보냈다고? 완전히 대박 중의 대박인데.
“좀 봅시다.”
“예, 회장님. 아주 기가 막힙니다.”
< 355 : 탈 아시아급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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