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357)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357화(357/589)
< 357 : 전문분야 >
“글러버 팀장, BP사 복합모듈 담당자라고요?”
“예, 회장님. 그런데, 저는 중간 매니저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복합모듈을 지휘하고 계신 분은 맥파젠 이사님입니다.”
복합 모듈 담당을 불렀더니 예상외의 말이 튀어 나왔다. 이걸 맥파젠 영애가 직접 지휘한다고?
그러고 보니 프랑스 파티에서 내게 직접 발주를 했었지. 실무까지 직접 챙기는 프로젝트였어?
“그럼, 한 가지만 물읍시다. 이 거대한 복합 모듈을 어디다 설치해서 쓰려고 하는 겁니까?”
“그에 대해서도 맥파젠 이사님께서 직접 방문해서 말씀 나누겠다고 하셨습니다. 모듈 검증은 물론, 향후 활용에 대한 기술지원도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글러버 씨는 정말 중간 관리자인 모양이다.
딱히 프로젝트에 관심이 없다기보다, 자신에겐 결정권이 없으니 맥파젠 이사에게 전후 사정을 들으라는 표정이었다.
복합모듈의 제작은 기술진의 결정이라기보다 경영진이 주장해서 이뤄진 프로젝트인 모양이군.
하긴, 이건 70년대 엔지니어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플랜트다. FPSO에 가까운 플랜트거든.
솔직히 나조차 이해가 잘 안된다.
FPSO처럼 원유를 뽑아 올려 처리하고 유조선에 하역해주는 모듈이라고 보기에는, 압력 제어장치에도 돈을 과다하게 투자했단 말이지.
마치 유전에서 폭발성 가스가 터져 나올 때를 고려한 안전장치로 보였다.
즉, 탑 드라이브 시추 드릴만 탑재하면 시추와 원유 가공을 겸할 수 있는 모듈이었다.
맥파젠의 눈엔 시추와 원유 처리를 겸하는 플랜트로 최첨단 설비로 보이겠지만, 웬만한 엔지니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일이다.
시추 모듈과 원유 처리 모듈은 둘 다 고가의 플랜트인데, 시추에 성공하기 전에는 원유 처리 플랜트가 놀고 시추에 성공하면 그다음부턴 시추 플랜트가 놀기 때문이다.
그래서 21세기에 드릴쉽과 FPSO(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하역 설비)로 나뉘게 된다.
드릴쉽이 시추에 성공하면 FPSO나 고정식 생산 플랫폼에 바통터치를 한다.
드릴쉽은 끊임없이 탐사하고 구멍을 뚫어야 제값을 할 수 있는 설비거든.
이래서 현장 경험 없이 책상에 앉아서 큰 사안을 결정하는 경영진은 위험한 거다.
맥파젠 영애의 사내 지지 세력이 좀 약한가?
조언을 줄 만한 전문가가 곁에 없는 건가?
협상이니 인맥 쌓기 등은 잘 배웠어도 기술 쪽으로는 문외한인 전형적인 재벌 2세의 약점을 보는 느낌이었다.
“맥파젠 이사가 날 찾아온다고요?”
“예. 우 회장님께서 한국으로 들어오셨다는 소식에 급히 날아오고 계십니다.”
글러버 팀장의 말에 딱히 더할 말이 없었다.
맥파젠 영애도 이 사안의 중요성을 아는 모양이군. 하긴, 돈이 한두 푼 들어가는 게 아니니 당연하다.
“스코우 부사장, 맥파젠 이사의 입국에 맞춰 회의를 셋업 하십시오. 그리고 현(現) 복합모듈을 선박에 장착할 수 있는지 검토 바랍니다.”
“회장님, 이걸 선박에다 장착하신다고요?”
“원래도 바지선에 얹어서 인도하려고 했던 거 아닙니까? 이왕이면 선박에 장착하는 건 어떻습니까? 자항 엔진 없이 예인선으로 끌고 가는 형태도 괜찮아 보입니다. 검토하십시오.”
“예, 회장님.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스코우 부사장은 자항 엔진이 없어도 된다는 말에 감을 잡는 것 같았다.
오케이, 현재까진 다소 어설픈 디자인이지만 내가 21세기 형태로 잘 분리해서 만들어주지.
BP社도 엑손 못지않게 돈이 많은 곳이니 잘 대접해줘서 제대로 돈을 쓰게 만들어줘야지.
그런데, 이런 물건을 대체 왜 발주한 거야?
나중에는 몰라도 지금은 직접 건설하는 게 훨씬 가성비가 좋은데 말이야.
***
대세조선 영빈관,
「환) BP사 맥파젠 이사님 (영」
“어서 오십시오. 맥파젠 이사님.”
오랜만에 영빈관에서 손님 맞이를 했다.
사석에선 늘 맥파젠 양이라고 불렀던 터라 이사라고 부르니 어색하긴 했다.
“이렇게 환영해줘서 감사합니다.”
헬기와 리무진으로 아주 편하게 모셔왔으니 맥파젠도 아주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그녀도 나름 비즈니스 회의에 참석했다는 걸 증명하려는 듯, 여태와 달리 단정한 정장 차림이었다. 수행원들도 잔뜩 대동한 채로 말이다.
‘단 부장, 연 차장, 실무진을 맡아요.’
‘예, 회장님.’
‘스코우 부사장은 날 따라오고요.’
‘예, 회장님.’
나는 눈짓만으로 사람들을 나누고 맥파젠 이사를 접대했다.
“이쪽으로 모시죠. 맥파젠 이사님.”
“그러죠. 여기 영빈관은 언제봐도 고상하군요.”
“바깥바람이 차가우니, 온실에서 따듯한 차나 한잔하시지요.”
“좋습니다. 마침 차 한잔하며 드릴 말씀도 있었는데 말이죠.”
“그러시군요.”
역시 나와 독대하기 위해 날아온 거다.
휴가 기간인 연초에 한국까지 날아왔다는 것 자체가 로열패밀리치고는 드문 행보였다.
온실엔 이미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고, 우린 원탁에 둘러 앉았다. 유리 벽을 통해 바깥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멋진 곳이다.
“글러버 팀장, 이분들께 자료를 보여드리세요.”
“예, 아가씨.”
대뜸 착석하자마자 맥파젠이 글러버 팀장에게 명령을 했다.
마치 집사와 주인집 딸이 얘기하는 것 같았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나이지리아 니제르강 하구 개발이라고요?”
여하튼 글러버 팀장이 건네준 보고서는 아주 흥미로웠다. 스코우 부사장도 ‘사장님, 이거…’ 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봤을 정도였다.
그래, 이거 대박날 낌새가 느껴졌다.
“예, 니제르강 하구엔 중소형 유전이 아주 많답니다. 혹시 들어보셨나요?”
“보기도 했습니다. 엄청난 늪지대더군요.”
“직접 보셨다고요?”
“나이지리아에 화물선을 팔아보라고 했던 게 누구였습니까? 그때 니제르강 하구를 관광… 아니, 둘러볼 기회가 있었지요.”
차마 관광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정말 인간이 어찌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주변이 엉망진창이었다.
송유관을 뚫어서 원유를 도둑질 한 거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걸 드럼통에 대충 끓여서 휘발유만 뽑아내고는 나머지는 아무렇게나 내다 버리니 토양오염과 수질오염이 말도 못할 정도였다.
“수주하러 방문했을 때 니제르강까지 가보셨군요. 그럼 대충 상황이 어떤지는 아시겠네요. 우리 BP사가 나이지리아 당국에 환경오염에 대한 보상금으로 자그마치 3억불이나 벌금을 냈다니까요. 송유관은 나이지리아 깜둥이 녀석들이 터뜨렸는데 말이죠.”
맥파젠은 깜둥이라는 인종차별적 용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썼다.
뭐, 심정은 충분히 이해는 갔다.
원유 생산량의 30% 이상은 도둑질 당하고, 송유관은 하루걸러 터져나가고, 오히려 BP사가 도둑 맞은 피해자인데 환경오염으로 인한 벌금은 벌금대로 물면 속이 터지지.
“당국과 협의를 해보지 그래요? 그들도 BP사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 텐데 말이죠.”
“나이지리아에 당국이 어딨나요? 강을 둘러싸고 4개 지방 정부가 이권을 두고 연일 폭동을 일으켜도 진압도 못하는데요. 우리 직원이 볼모로 잡혀서 몸값만 500만 달러를 줬다니까요.”
맥파젠 영애는 뜨거운 차를 냉수 마시듯 했다.
직원이 볼모로 잡히다니, 나이지리아 특수성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나이지리아는 솔직히 나라가 아니다.
수십 수백 개의 민족과 부족이 경계를 정하지 못한 채 서로 얽혀있는 지역의 명칭일 뿐이다.
21세기에도 그런데, 70년대는 오죽하겠나.
그런데, 그 모든 게 멋대로 국경선을 그어버린 당신네 영국 때문이라고. 자업자득이다.
“여기 해당 기사가 있습니다.”
글러버 팀장이 추임새를 넣듯 해당 납치극을 실은 신문을 건넸다.
“난감한 일이었겠군요.”
대충 읽어봐도 완전히 코미디였다.
폭동으로 유전 개발이 지연되었는데, BP사에 공사지연에 따른 체납 임금 500만불을 고스란히 토해내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BP사는 본사 파견 직원들이 볼모로 잡혔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일단 돈부터 준거다.
“그뿐만 아닙니다. 어렵사리 플랜트 공사를 마치고 시험 운전을 해보려는데, 스테인리스 관을 탄소강 용접봉으로 용접한 걸 발견했습니다.”
“…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 용접 부위가 급속히 부식되기에 대형사고를 유발한다.
“나이지리아 인부들이 스테인리스강 용접봉은 다 팔아먹고, 싸구려 탄소강 용접봉으로 작업한 겁니다. 용접부의 20%가 그런 불량이었습니다.”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공구는 물론이고, 볼트, 너트, 심지어 전선까지 다 뜯어다 팔아먹으니… 난장판이에요.”
맥파젠은 거의 울상이 되었다.
“그 정도면 나이지리아 정부에게 클레임 걸고 철수하지 그래요?”
“그건 안 돼요. 나이지리아는 우리 영역이란 말이에요. 조광권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요? 그리고 크기가 좀 작아서 그렇지 뚫는 곳마다 원유가 쏟아지는 곳이라고요.”
역시 맥파젠도 영국인.
아직도 나이지리아를 식민지로 바라보는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나이지리아 사람들도 BP사의 송유관을 뚫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들로서는 자신의 몫을 찾기위한 자구책이라고 할 수 있거든.
지역 경찰조차 뻔히 알면서도 그런 좀도둑들이 정제한 휘발유를 사다 쓰지 않나.
“그래서 육지에 공장을 짓는 것 포기하고 강 한가운데에 공장을 짓겠다고 생각한 거군요.”
나는 영빈관 언덕 너머로 멀리 보이는 복합 모듈을 가리켰다.
“그렇죠! 그 방법이면 되지 않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강과 늪까지 뚫고 와서 공장을 망가뜨리진 못할 거잖아요. 게다가 거기서 바로 원유를 싣고 유럽에 갖다 파는 거죠.”
급기야 맥파젠은 허공에다 손가락을 그어댔다.
세계지도를 상상하며 유조선이 오가는 걸 표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시추 설비와 원유처리 설비까지 통째로 합친 거군요.”
“그렇죠. 그걸 통째로 강에 둥둥 띄우는 거죠. 기술자들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하던데요. 그렇죠, 글러버 팀장?”
“예, 아가씨.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이십니다.”
역시 맥파젠 영애가 낸 아이디어였군.
둘 다 하게끔 고안된 물건은 둘 다 제대로 못 하는 게 일반적인데 말이다.
“뭐, 돈이 좀 들겠지만 폭동이나 파손에 대한 리스크는 줄일 수 있겠네요.”
“저 좀 도와주세요. 대세라면 모듈을 늪지에 척척 갖다 놓고 제대로 셋업할 수 있을 거잖아요. 시추하고, 원유를 뽑아 올리고, 수송하는 것까지 죄다 해결해주세요. 보상은 섭섭지 않을 거예요.”
맥파젠은 복합 모듈을 만들었으니, 가동까지 책임져달라는 말을 했다.
“보상이야 나중 얘기고 일단 개념 자체가 어설픕니다. 그렇지 않나요, 스코우 부사장?”
“예에? 아…”
내 말에 다들 어안이 벙벙해졌다.
하긴 원래 역사에서도 FPSO 개념을 처음 시도했을 때는 시추와 원유처리를 동시에 한다고 생각했을 거다.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아이디어가 어설퍼요?”
“시추와 원유생산 설비를 합친 건 시너지가 아니라 자원 낭비입니다.”
“탐사와 시추부터 해야 원유를 퍼 올리죠. 아무리 나이지리아지만 땅에 파이프만 꽂는다고 원유가 나오는지 않아요.”
“그러니까 시추와 원유생산시설은 따로 놀아야 합니다. 그래야 효과적이죠.”
“따로 놀아야 효과적이라고요?”
“시추선은 계속 돌아다니며 유전을 개발하고, 원유 처리시설을 갖춘 선박을 아주 크게 지어서 여러 중소 유전에서 뽑아대는 유전 유체를 한꺼번에 처리해야죠. 그리해야 채산성이 나옵니다.”
나는 찻잔과 접시를 이용해 쉽게 설명했다.
“나눠서… 선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요?”
“각각 드릴쉽, FPSO라고 불러보죠. 드릴쉽은 나라도 리스해서 쓰고 싶군요. 비용은 섭섭지 않게 치러주겠습니다.”
“어머, 그걸 빌려줄 수도 있는 거군요.”
역시 돈 얘기를 해주니 대번에 알아들었다.
드릴쉽과 FPSO는 자유롭게 이동하는 공장이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걸 최대한 이용해야 그 비싼 설비를 만들어도 이익을 볼 수 있는 거다.
“설치형 시추선보다 드릴쉽을 운용하면 같은 시간에 성공률이 급등하겠죠. 그리고 FPSO를 이용하면 맥파젠 이사의 말대로 아주 빠르게 생산도 가능할 테고요.”
“이리저리 재빨리 이동시키면 그간 손해 본 것도 벌충할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리 되겠죠.”
이왕 이리된 거, 드릴쉽이랑 FPSO를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솔직히 아직은 이르다는 생각에 투자를 꺼렸는데, 만들어진 복합 모듈을 보니 해볼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BP사가 스스로 시범 케이스가 되어준다는데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나.
뀌년 앞바다에 빨대를 꽂을 때도 되지 않았나.
돈이야 장인어른과 내가 반반씩 내면 되는 거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해야 79년에 2차 오일쇼크에도 대비할 수 있고 말이다.
짝짝짝.
“너무 좋군요. 우 회장님이 그리 확신하면 무조건 성공하는 거잖아요.”
“드릴쉽이나 FPSO야 대세가 맡으면 됩니다. 오히려 나이지리아 현지 캠프를 만드는 게 더 관건이 아닐까요?”
육상 기지가 전혀 없을 순 없다.
모든 직원들이 드릴쉽과 FPSO에서 근무할 수는 없지 않나.
“캠프 건설이든 유전 개발이든 우 회장님이 도와주시면 안되나요? 유전 발견 100%라는 명성은 익히 들었어요.”
“100%라뇨. 기존 유전을 재활용한 것에 불과합니다. 신규 유전 발견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입니다. BP사에 행운이 따르길 바랍니다.”
어렵다는 핑계로 제안을 거절했다.
우리 직원들을 나이지리아로 보낼 수는 없다.
치안 상태가 너무 불안하다고.
“제가 많이 도와드렸던 거 잊으셨나요? 나이지리아 화물선도 그렇고, 프랑스에서도 체코 쪽 정보도 그렇고 도움이 되셨잖아요.”
“도움이 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드릴쉽과 FPSO 제작만으로도 빚은 충분히 갚는 거다.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이번 일만 끝까지 도와주시면 제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될 정보를 드리죠.”
“정보라고요?”
“스코우 부사장님, 글러버 팀장! 두 분은 기술 미팅 마저 하셔야죠?”
“예, 아가씨. 부사장님, 저희는 나가시죠. 분리 쪽으로 가닥이 잡혔으니 엔지니어들과 설계부터 재검토 하셔야지요.”
“아, 예. 예.”
글러버 팀장은 대번에 스코우 부사장을 끌고 나갔다. 나도 스코우 부사장에게 그러라고 고개를 살짝 끄덕여줬고 말이다.
“도와주세요. 대세도 큰 이득을 볼 거예요.”
“어떤 정보길래 그렇게 확신하는 겁니까?”
치안은 물론, 건설 환경도 그런 늪지보다야 사막이 훨씬 낫다.
게다가 내겐 무엇보다 리비아가 있단 말이다.
“중공과 관련된 일이에요.”
“중공 쪽 정보라고요?”
맥파젠의 말에 나도 모르게 신경이 곤두섰다.
< 357 : 전문분야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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