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36)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36화(36/589)
< 036 : 물길을 틀다 >
“응, 비번이야. 이리 와서 맥주나 한잔해. 네가 좋아하는 잭콕도 있어.”
“근무 중이니 콕이면 충분해.”
나는 마크 중사 곁으로 가서 콜라를 받았다.
시원한 얼음 양동이에 술과 음료수를 잔뜩 담아왔다. 이런 바람직한 미군 같으니라고.
“헤이, 가이들. 좀 쉬엄쉬엄하라고!”
마크 중사는 특유의 껄렁한 표정으로 내 직원들에게도 코카콜라병을 던졌다.
“여기까지 웬일이야, A구역 해변이 훨씬 낫잖아. 파라솔이며 썬베드도 만들어 뒀는데.”
A구역 해변은 깔끔하게 벌채를 했다.
덕분에 21세기에 봤던 풍경과 비슷한 해변이 만들어졌고, 우리들의 주머니는 한층 두둑해졌다.
미군들이 썬베드에 누워 달러를 건네면, 직원들이 군화를 닦아주고 소총까지 청소해줬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으스름한 저녁 무렵에 나가면 추가 수당이 굴러들어왔다.
와중에 체력이 좋은 직원들이 그런 부업을 할 수 있었고, 대부분의 경우는 하루의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잠들었다.
뀌년에선 체력이 곧 돈이었다.
“그쪽은 너무 붐벼. 한적한 맛이 없다고.”
“취향이야 존중해.”
“그리고 이왕 왔으니 폴리텍 좀 얻어가려고.”
“벌써 다 썼어?”
마크 중사는 내게서 폴리텍 목 마스크, 장갑, 토시, 스타킹을 가져다 장병들에게 되팔면서 꽤나 짭짤하게 돈을 챙겼다.
폴리텍 제품은 우리가 공병대 지휘관들에게 주는 일종의 뇌물이었으며, 원가의 대여섯 배 값으로 넘겨도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다 쓰다 뿐인가? 요즘 신병들이 좀 많이 들어와? 서로 달라고 아우성이야.”
“알았어. 얼마나 주면 돼?”
“각각 30 켤레씩 줘.”
“그렇게나 많이는 없어. 우리도 작업용으로 직접 만들어서 쓰는 거란 말이야.”
거짓말이 아니었다.
부산항을 출발할 때 완성품을 만들 시간이 없어 폴리텍 원단 몇 롤과 재봉틀 한대를 가져왔다.
뀌년 현지에서 원단을 적당히 잘라서 토시랑 안면 마스크 등을 만든 것이었다.
직원 중에 전직 재봉사가 몇 명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줄 수 있는 대로 줘.”
나는 현장 사무소에서 토시며 스타킹을 몇 켤레 가져 와서 마크 중사에게 건넸다.
“20켤레가 전부야. 많이 못줘서 미안 해.”
“없다는데 어쩌겠어. 제비뽑기라도 해서 나눠줘야지, 뭐. 여하튼 한국제 물건이 미제보다 좋다니 그걸 누가 믿겠어?”
“한국 농촌에선 논이 많아서 이런 물건이 개발 된 거지. 다른 물건이야 미제가 훨씬 좋지.”
나는 괜히 너스레를 떨었다.
“여하튼 고마워. 소대 지휘관들, 특히 야간 근무 나가는 놈들은 그거 없으면 아예 나갈 생각도 안한다니까. 녀석들 대체 땅바닥을 기면서 다니는지 한번 나갔다고 오면 찢어먹기 일쑤야.”
“이 질긴 걸 찢어먹는다고?”
“말도 마. 베트콩이 꼬챙이랑 날카로운 통조림 뚜껑으로 부비 트랩을 만들잖아. 그래도 이거 때문에 파상풍이며 말라리아가 많이 줄었어. 본부에서도 대체 비결이 뭐냐고 물어본다니까. 하하.”
마크 중사는 이걸로 돈도 벌지만 정말로 작전에 도움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규정 복장이 아니니 대놓고 쓰질 못해서 그렇지, 이게 정식 채용되었다면 본부에서 상장이라도 수여했을 것이다.
그 말인즉슨, 조만간 당신들이 이걸 정식 채용하게 될 거라는 거지.
솔직히 모기는 물론, 거머리, 지네, 거미, 불개미, 뱀 등등 온갖 해충들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데 이것보다 편하게 없다.
폴리텍은 한번 써보면 절대 못 벗는다.
다른 대안도 없지.
이런 제품은 용도상 피부에 밀착시켜 착용해야 하는데, 폴리텍이 아니면 피부에 진물이 생겨서 오랫동안 끼고 다닐 수도 없다.
“군 작전에 도움이 되면 정식으로 요청할 방법을 찾아봐. 안 그래도 우리 본사에서 한국군 군납품을 배로 보낼 거거든. 거기서 보급품을 좀 나누며 되지 않을까?”
“한국군도 폴리텍을 써?”
“당연하지. 한국 군납품은 우리가 수제로 만든 것보다 품질도 훨씬 좋을 걸?”
내 말은 사실이 될 거다.
삼복이가 국내 군납을 챙기고 나는 미군 쪽을 뚫기로 했으니까 말이다.
국군 군납이야 십중팔구 원가나 다름없게 납품가를 후려칠 테니, 나는 미군 군납으로 돈을 벌어야 했다.
이쯤이면 당신들도 충분히 폴리텍 꽃신을 신어봤으니, 조만간 제 값 주고 사야 되지 않겠어?
“그래? 어쩐지 한국군이 화물을 잔뜩 싣고 왔다 싶었더니, CS 화물도 끼어 있었군.”
국군이 벌써 들어왔다고? 그럴 리가.
원래 역사에선 맹호부대는 11월이나 돼야 뀌년으로 올 텐데… 지금은 기껏 해봐야 전투병 파병이 국회를 통과한 정도일 텐데.
“한국군이 들어왔다고? 우리 본사에서 보낸 상선을 잘못 본 거 아냐?”
“상선? 아니던데, 꽤 큰 군함이던데?”
“군함?”
상선이 아니라 군함이 왔다고?
정말 군인들이 온 거야?
이상한 느낌에 임시 항구 쪽으로 달려갔다.
분명 삼복이에게 최대한 큰 배로 보내라고 했는데.
군함이 아니라 상선이어야 하는데.
***
“충성, 입항을 환영합니다.”
“충성,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운봉함, 대한민국 부산항을 출발하여 트럭 26대, 지프차 19대, 가솔린 680드럼, 윤할유 50드럼, 맥주 6종 32톤 및 각종 군수물자 68톤을 뀌년 병참기지에 인계하는 바입니다.”
“수송 작전에 임해주신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충성.”
준설을 하지 못해 마땅한 접안 시설도 만들 수 없었기에 뗏목을 늘어놨는데, 그 위에서 인계식이 열리고 있었다.
한국 해군들 뒤로 멀쩡한 LST 한척이 보였다.
‘운봉함? 백구부대? 우리 해군에게 이런 큰 배가 있었나?’
LST에는 운봉함이라고 적혀 있었고, 청색 바탕의 깃발에는 백구부대라는 글씨와 함께 흰 갈매기가 그려져 있었다.
인계식을 마치고는 LST답게 해안가로 뱃전을 들이밀더니 트럭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군함에서 내렸지만 트럭은 군수용이 아니라 공사장에서 골재를 실어 나르는 모델이었다.
트럭에 붙어 있는 마크를 보니 BR사의 자산이었다. 조만간 공사 책임자도 들어온다는 뜻이었다.
척.
“실례합니다. 대세 실업 우찬수 사장님 되십니까?”
언젠가 내가 차지할 트럭을 감상하고 있자니, 누군가 절도 있게 경례를 해왔다.
“예, 그렇습니다.”
“충성! 각하께서 친서를 보내셨습니다.”
“대통령님께서요?”
「브라운 각서로 대한민국 해군도 LST 함선을 4척이나 보유하게 되었다. 그대의 공도 무시할 수 없음이다. 쌀과 김치, 그리고 고추장과 된장을 보내니 조국을 위해서 더 열심히 노력하라.」
대통령의 친서는 금칠이라도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편지 그 자체였다.
브라운 각서로 LST를 4척이나 얻어냈다니, 대단한 협상력인데?
내가 알기론 전투기와 탱크를 받았다고 했는데, 전함도 받았구나. 중고라도 이게 어딘가.
여하튼 그 일로 내게 표창장을 주면서 꽃다발대신 김치와 고추장을 주는 셈이었다.
대통령의 선물이라고 하기엔 왠지 우스웠지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물이었다.
밥이야 어찌 어찌 월남 쌀로 때운다고 해도, 김치와 고추장은 정말 참기 어려웠거든.
“친서와 함께 말씀도 전하셨습니다. 쉬 상할 음식이라 2주마다 보내줄 테니, 모자란 게 있다면 즉시 요청하라! 라고 하셨습니다.”
해군 장교가 내게 대통령의 말을 절도 있게 읊었다. 그는 대통령의 관심을 받는 내가 엄청 부러운 듯,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난 전혀 관심 받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 없습니다. 감사한다고 전해주십시오.”
모자란 걸 요청하라는 게 아니라, 2주마다 업무 보고하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대통령이 까라면 까야지, 어째.
텔렉스로 ‘격주로 보고 바람’이라고 안 온 게 용타.
“알겠습니다. 그리고 대세 실업에서 보낸 물자도 수령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래요? 우리 회사에서 물건을 부쳤군요.”
해군 장교가 물건을 가득 실은 트럭을 가리켰다.
이건 정말 반가웠다.
삼복이도 물건을 수십 톤은 족히 실어 보냈다.
짜식, 생산력 좋네.
“여기 대세 실업의 소식도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해군 장교가 삼복이의 편지까지 전해줬다.
「찬수, 봐라. 상선을 섭외하려 했는데, 뀌년 항은 특수 군사지역이라 일반 상선이 정박할 수가 없대. 사이공으론 어렵사리 갈 수는 있다는데, 물건이 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대서 군함을 이용하게 되었어. 마침 청와대 비서실에서 도와줄 일 없냐고 묻기에 그냥 올라탔다. 정치 멀리해야 하는 건 알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군함이 허락하는 한 최대로 실어서 보냈다.」
어라, 상선이 사이공으론 가지만 뀌년으론 바로 못 오는구나. 그걸 생각 못했네.
나름 삼복이가 마음 고생했겠군 싶었다.
짜식, 내가 상선 안 보냈다고 길길이 날뛸까봐 텔렉스 대신 편지로 회신했네. 쫄보 녀석.
“물품 인계 확인하여 주십시오.”
해군 장교가 내게 인수 서류를 내밀었다.
그에게 있어 이 작전은 대통령이 직접 명하는 매우 중요한 군사작전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트럭에 올라 물건을 확인했다.
박스를 뜯어보니 안면 마스크, 장갑, 토시, 스타킹, 모기장은 물론 군복과 군화, 우의 같은 군수품이 꽉꽉 채워져 있었다.
이 정도 물량이면 미군 공략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인수했음을 확인합니다.”
“인계 확인합니다. 충성”
“충성! 이거… 좋아 보여요? 쓸래요?”
이것도 인연이라고 물건을 힐끔 보는 눈빛이 간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선물을 주고 싶었다.
“감사합니다.”
“이거 폴리텍이라는 건데 끼면 시원하니 좋을 겁니다.”
나는 장갑과 토시를 묶음 채로 건넸다.
“알고 있습니다.”
“안다고요?”
“예, 본부에서 파월 장병들에게 지급될 고급품이라고 들었습니다. 감사히 쓰겠습니다.”
응? 삼복이가 벌써 군납을 뚫었나?
하긴, 이 정도로 물량을 재워놨으면 군납으로 밀어내도 되는 시기긴 하지.
여하튼, 해군 장교는 내 선물이 아주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
“공짜는 아니에요. 대신 질문이 있거든요.”
“질문 하십시오.”
“돌아갈 때 빈 배로 가십니까?”
“아닙니다. 빈 드럼통을 싣고 진해항으로 회항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빈 배는 아니지만, 빈 배나 다름없군요.”
“… 부탁하실 게 있으십니까?”
머리가 좋은 이였다.
명찰을 보니 손태양 소령이었다.
“손태양 소령님, 국가를 위한 일입니다. 날 좀 도와주십시오.”
“예에? 국… 국가를 위해서요?”
이 시대의 군인에게 애국심을 들이미는 것은 치트키 아닌가.
“미군의 잉여 물자인데, 내버려두면 일본 쪽에서 낚아채갈 물건이 있습니다. 우리가 피땀 흘려 마련한 재원이니 국내로 반입해주십시오.”
“무… 무엇을 말입니까?”
“원목입니다. 미군에게 수주한 공사의 부산물이니 반출한다고 해도 전혀 문제없습니다.”
정말 불법이 아니고, 미군의 잉여물자 처리 규정을 이용한 것이라 하겠다.
다소 어이없지만 미군이 지원한 자재를 쓰다가 남으면 반납하는 게 원칙이지만, 쓰고 남은 자재가 공급량의 2% 이내이거나 흙이나 자갈처럼 기초 공사의 부산물인 골재는 시공사가 알아서 처리하게끔 되어 있었다.
그런 쓰레기는 알아서 처리해, 수고비는 주는 셈이잖아? 하는 식의 일처리라고 하겠다.
즉, 내가 부산물 처리 서류를 만들고 내가 결재하면 원목을 반출할 수 있었다.
미군과 미군의 하청 업체인 나는 같은 포맷의 서류를 쓰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미군으로 치면 하사관과 동급이었다.
“각하께서 허락하신 겁니까?”
“당연합니다. 원목은 곧 달러니까요.”
당연히 박 대통령이 명령했지.
조국을 위해서 전쟁터에서 달러를 벌어오라고 하지 않았나. 난 충실히 명을 따르는 것이다.
굳이 그런 명령을 듣지 않았다고 해도 이 귀한 원목을 왜 버리나.
난 주인 없이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금덩이를 못 본 척하는 성인군자가 아니다.
“빈 드럼통은 다음으로 미루고 긴급 작전에 돌입하겠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돌아오시면 모래톱이 보이고 원목 더미가 보일 겁니다. 거기서 뵙죠.”
“알겠습니다. 충성!”
손태양 소령의 눈이 번쩍번쩍 했다.
그는 국가를 위한 일인데다, 대통령이 직접 내린 명령이라고 하니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군인은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살며, 국가를 위해 총을 드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존재이지 않나.
***
작전은 금방이었다.
LST답게 해안가 모래톱을 들이받아 정박하고 크레인으로 원목을 실어 날랐다.
나와 직원들은 훈증이 끝난 원목을 지렛대로 해안가 쪽으로 굴리기만 하면 됐다.
“원목은 대세 실업에서 인수할 테니 군항에 잠시 쌓아만 주십시오.”
“염려 마십시오. 무사히 전달하겠습니다.”
“같은 목적으로 자주 오셔야 할 겁니다.”
박 대통령이 직접 2주마다 한 번씩 내게 고추장이랑 된장을 갖다 주라고 했다며.
이왕 왔으면 빈손으로 가면 안 되지.
원목을 잔뜩 싣고 가야지.
“… 충성!”
손태양 소령은 당황하면서도 금세 자세를 바로 잡고 경계를 했다.
“충성! 안전 운항 하십시오.”
“또 와요! 내 편지 우체통에 넣어줘요.”
“내 편지도요!”
직원들은 그간 보내지 못하고 모아뒀던 편지를 운봉함에 같이 실어 보냈다.
“일동, 경례!”
“충성!”
“충성!”
군함이 해변에서 멀어졌다. 갑판에 줄지어 서서 절도 있게 경례를 하던 군인들의 모습도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역시 제복은 해군이야!’
나도 떠나는 군함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무사히 잘 도착해야 해! 2주 후에 또 와야 해!
나름 운봉함은 대한민국의 정식 해군 전함인데, 어째 우리들의 연락선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나는 배를 떠나보내자마자 삼복이에게 텔렉스를 쏘았다.
당연히 대통령에게도 감사 편지겸 사업 경과 보고서겸 해서 텔렉스를 쏘았고 말이다.
건설 하청 용역으로 달러를 벌어오라고 보냈는데, 원목 사업도 한다고 하면 깜짝 놀라겠지?
대통령도 도와주긴 할 거다.
경제 발전이 곧 권력 유지의 핵심임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양반 아닌가.
지금 아시아는 월남전으로 어수선하지만, 미국 본토는 베이비 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가정을 꾸미며 집을 가지는 시기였다.
이 시대의 원목은 석유 못지않게 중요한 자원이었다. 달러의 인플레를 고스란히 반영해주는 자원 말이다.
원래 역사와 달리 일본으로 흘러갔던 무수한 돈줄 중에 하나가 한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 036 : 물길을 틀다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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