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368)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368화(368/589)
< 368 : 외우자 >
동대문 시장,
「환) 대세 그룹 우 회장님 방문 (영」
“이런, 무슨 현수막까지…”
대세실업 매장으로 향하는 길인데 동대문 시장 입구에 큼지막하게 환영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시장 상인 번영회에서 내건 현수막이었다.
“대세실업이 자리 잡으면서 의류 상가가 번성했으니 이런 환영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기 비서가 내 혼잣말을 들었는지 운전을 하면서 조심스레 대답했다.
“아, 그래요?”
그러고 보니 창업 초창기에 보았던 동대문 시장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 보였다.
오가는 사람도 많고 무엇보다 상인들의 표정이 아주 밝았다.
“여긴 새벽녘에 보아야 제맛입니다. 지방 각지에서 올라온 소매상들이 물건을 잔뜩 꾸려서 내려가는 거 보면 정말 장관입니다.”
도매시장이 주된 곳이라 일반 소비자보다는 소매상들이 주 고객일 수도 있겠다.
원래 대세실업은 성수동에서 시작했지만, 물량이 감당이 안돼서 협력업체를 끌어모으다 보니 결국 동대문에 큰 공장과 매장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엔 내수는 신경을 안 썼는데, 오일 쇼크를 기점으로 내수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투기꾼들 때문에 수입 원사와 원단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니, 대세가 나서서 본때를 보여줬다고 할 것이다.
결국 일본제 원사로 장난치던 놈들은 쫄딱 망하고, 동대문 시장이 국내 최대 원단 및 부자재 공급처가 되어버렸다.
안정적인 자재 공급에다 중소 봉제업체들이 몰려있다 보니 동대문 시장이 자기 완결성을 갖추게 되었다고 하겠다.
여기 상인들 덕분에 일본이 점하고 있던 원단 시장을 내가 되찾아왔다고도 할 수 있다.
“여기도 우리 품질팀이 활약하고 있겠죠?”
“예, 우리 품질팀이 불시 점검에 나서면 다들 벌벌 떱니다. 세 번째 경고를 받으면 원단 공급을 끊으니, 그 날로 망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대세실업이 중소 봉제업체의 품질 관리를 주도하니 대한민국 의류 품질은 세계 최상급이다.
어찌 보면 동대문은 단순한 상품 시장이 아니라 공장형 집합상가라는 새로운 형태의 시장이라고 하는 게 옳겠다.
서울 한복판 금싸라기땅에 공장을 유지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라, 결국 언젠가는 또 한 번 대규모 이전을 해야겠지만 80년대까지야 이런 식의 운영도 괜찮아 보였다.
“어서 오세요. 회장님.”
매장 앞에서 김복순 부장이 날 맞이해줬다.
짝짝짝짝
“대세 만세!!!!”
“환영합니다. 회장님!”
상인들도 대거 모여 날 환영해줬다.
“예, 예, 감사합니다. 다들 부자 되십시오.”
“원단 더 많이 풀어주세요!!!”
“일거리 더 주세요. 저희 잘 할 수 있습니다.”
“대박나게 해주세요. 대세 회장님.”
환호하는 상인들을 뚫고 매장 안으로 향했다.
6층짜리 대형 건물인데, 1층만 매장이고 나머지는 모두 공장과 사무실을 겸하고 있는 곳이다.
“생각보다 시끌벅적하군요.”
“회장님이 오신다니 다들 흥분해서 저러는 겁니다. 또 한번 돈맥이 터질 거라고 말입니다.”
“돈맥? 그런 단어도 있습니까?”
“사장님께서 뭔 일만 시작하시면 돈벼락이 쏟아지지 않습니까. 그걸 금맥 터지듯 돈맥이 터진다고 표현하더라고요.”
“수출 때문에 그러는 모양이군요.”
“예, 멕시코 올림픽 때도 그랬고, 오일쇼크로 내수시장이 꼬꾸라졌을 때 저희가 기성복 수출이라는 솔루션을 내놓지 않았습니까? 그 덕분에 여기 상인들도 잘 살아남았습니다. 여기 상인들은 대세가 하는 일엔 껌뻑 죽죠.”
김복순 부장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리 보면 여기 상인들은 장사꾼이 아니라 기술자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여기저기 모두 수출역군이군요. 그러고 보니 매장 전시도 꽤 세련되게 바꿨네요.”
“예, 뀌년의 창고형 매장에 물건을 가져다 놓으면서 나름 다른 나라 매장도 연구하고 창고형이라 아쉬웠던 부분을 여기 우리 매장에다 구현해봤습니다. 촘촘하게 많이 늘어놓기 보다는 한 눈에 시원하게 들어오게끔 진열해뒀습니다. 이미 보고를 드렸습니다만…”
“아, 야단치는 게 아닙니다. 보고받고 바꿨거니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보니 예상보다 훌륭해서요. 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상세 스펙은 카탈로그로 대신하고 매장에서는 멋지다,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끔 유도하고 있습니다. 대세라는 이름만으로도 품질은 확실히 보장되니까요. 솔직히는 전시를 바꾸기 전에도 엄청 잘 팔렸습니다. 지금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역시, 뀌년의 고급 쇼핑몰도 보고 공항의 면세점도 보고 하니 안목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생긴 안목을 대세 매장에 빠르게 적용한 것이 김 부장의 능력이라고 하겠다.
북미에 내다 팔 조깅화를 논의하러 왔는데, 김 부장의 말솜씨가 하도 재미있어서 매장 곳곳을 누볐다.
무엇보다 다행인 건 팔리긴 엄청 잘 팔리는 모양이다.
여하튼 우리가 이 정도로 활황이면 미국은 더 대단하겠네.
오일 쇼크로 전 세계적으로 달러가 풀리고, 품질 좋은 것들이 넘쳐나기 시작하니 소비가 느는 것은 당연하다.
“생산도 잘 하고 있죠?”
“물론입니다. 오랜만에 라인도 보시겠습니까?”
“그럽시다.”
위층으로 올라가니 재봉 소리가 대단했다.
여공들이 나란히 앉아 작업에 열중이었다.
“앗! 회장님이시다!”
짝짝짝짝.
“환영합니다. 회장님.”
여사원들이 대번에 기립해서 손뼉을 쳐주었다.
대부분 앳된 얼굴이었다.
“아아, 앉아요. 일 방해하러 온 거 아니니까요.”
“회장님께서 너희들 일 잘한다고 격려하러 오신 거야.”
“와아아아아.”
김 부장의 말에 여공들이 환호했다.
“김 부장 말이 맞습니다. 열심히 해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올해도 매출 좋을 것 같으니 연말 보너스 기대하시고요.”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보너스라는 말에 여태와는 차원이 다른 환호로 답해줬다. 격려차 왔다고 소개받았기에 뭐라도 말해줘야겠기에 한 말인데 말이다.
립 서비스는 아니니 맘껏 즐거워 하시라.
“어서 갑시다. 김 부장.”
“예, 회장님.”
난 김 부장을 앞세워 후딱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맨 꼭대기 사무실로 바로 직행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무슨 왕도 아니고 기립 박수라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여기 여사원들 복지 잘 챙기고 있죠?”
“물론이죠, 회장님. 다들 우리 대세만큼만 하라고 하십시오. 방금 직접 느끼셨죠? 라인 환기 잘되고 시원한 거!”
“그렇군요.”
솔직히 에어컨을 틀어주고 환기만 잘 시켜도 근무환경은 월등히 좋아진다.
“게다가 저흰 구내식당, 휴게실, 기숙사까지 있고… 아, 그거! 야학도 열어주는 걸요. 솔직히 대세에 한번 들어오면 웬만해선 퇴사 안 하죠.”
“김 부장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네요.”
선배들한테 말로만 들었던 산업체 야학 얘기를 김복순 부장에게 직접 들으니 새삼스러웠다.
집안 살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다고, 동생들 공부시킨다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대세에 자리 잡은 이들은 어찌 보면 행운아 일수도 있다.
아니, 이런 제조업 공장이 우리나라 여성들의 삶도 변화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공들조차 이렇게 배움에 목말라 하는 나라가 대체 어디 있을까?
가정 형편 때문에 학교보다 공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에게 김복순 부장은 환하게 빛나는 등불일지도 모르겠다.
뀌년 매장도 그렇고 북미 조깅화도 그렇고 임원 진급은 따놓은 당상인데, 조만간 등불 정도가 아니라 찬란한 태양이 되겠군.
***
6층 사무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사무실에 오르니 김성구, 박용구, 이동구 공장장들이 일제히 내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해왔다.
“하하, 구 반장들. 아니, 구 공장장님들. 대체 이게 얼마 만입니까.”
창업 공신들의 얼굴을 보니 너무나도 반가웠다.
나는 그들 셋을 다 같이 포옹하며 답례를 했다.
“모두 공장은 잘 돌아가죠?”
“예, 그럼요. 동남아야 원래부터 잘됐고, 미국은 물론 요즘엔 유럽까지 저희 물건을 달라고 난립니다. 당연히 공장은 쌩쌩 돌아갑니다.”
“회장님, 걱정 마세요. 구 반장들이 각자 공장을 맡은 뒤로는 안전사고는 물론 납품 지연도 한번 없었으니 말입니다.”
“그래요? 정말 대단하군요.”
“하하, 별거 아닙니다. 모두 회장님께 배운 대로 해 온 것 뿐입니다.”
섬유 업종은 기계 트러블이 잦은데 납품 지연도 한번 없다면 정말 관리를 잘한 거다.
공장장이라고 거드름피우며 일손을 놓아버리는 이들이 아닌 것이다.
처음 봤을 때부터 열정과 기술이 탁월했던 이들이라 잘하고 있었네. 앞으로도 쭉쭉 잘해 주시게.
여태도 성공해왔지만, 이번 조깅화로 평생 자랑할 수 있는 무용담 한번 찍어보시라.
“구 공장장님들, 회장님께 보여드릴 샘플 잘 만들어왔겠죠?”
김 부장은 장난스럽게 손가락을 까딱까딱했다.
나는 이미 김 부장을 통해 미국에 출시할 조깅화에 대해 샘플 제작을 의뢰했었다.
구 공장장들은 신발이든 의류든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라 잘 만들어 왔을 거다.
“물론이죠. 치열하게 논의해서 딱 10개 모델을 만들어 왔습니다.”
“10개 모델이라고요?”
“일단 저희가 이렇게 저렇게 많이 만들어 오면 회장님이 취사 선택하시기 좋으실 것 아닙니까?”
각기 서너 켤레 정도를 만들어봤던 모양이다. 탁자 위에 상자를 풀어헤치니 금세 신발로 가득 찼다.
한편으로 감탄이 나왔지만 한편으로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아… 이거… 좋은데 너무 튼튼하군요.”
“회장님, 왜 그러십니까? 내구성은 대세 제품의 기본이지 않습니까.”
“음,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돈을 들여서라도 굳이 조깅화를 따로 사는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무거운 신발을 사려고 할까요?”
나는 두꺼운 신발 외피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뒤꿈치 부분과 발 볼에는 가죽을 덧대기까지 해서 너무 투박해보였다.
와중에 밑창은 여태 해왔던 것처럼 카블라 기판과 폴리우레탄을 깔아 합격점이었지만, 이런 투박한 디자인으론 조깅을 즐기는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예에? 운동선수를 위한 게 아니었습니까? 일반인들이 뛰기 위해서 따로 신발을 산다고요?”
“잘 뛰어다니는 학생들을 위한 제품이 아니었습니까? 어른들이야 구두를 신어야지…”
이들의 반응에 정말 70년대는 70년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21세기야 공원 정도만 나가도 달리는 사람들이 수두룩하지만, 이때는 뛰는 사람을 이상하게 봤다.
무슨 사고를 치고 도망치는 이들이라고 말이다.
미국에서도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달리기는 복서나 운동선수들의 전유물이었다.
심지어 운동선수들마저 경찰의 불심 검문을 피하려고 저녁이 아니라 아침에 조깅을 하게 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심지어 록키 1편에서도 허접한 트레이닝복에 제대로 된 운동화도 없이 뛰지 않나.
물론 그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치고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이 조깅을 시작하게 되고, 그 덕분에 미국 전역에서 조깅 열풍이 불어닥친다.
그게 올해다!
“구 공장장님들! 이해가 안되면 외워야죠. 양놈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 돈이 많다고요. 신발도 종류별로 서너 켤레씩 산다고요.”
“서너 켤레씩요?”
와중에 바이어들을 상대했다고 김 부장이 좀 나았다. 역시 사람 생각은 시대상이 쫓아간다니까.
21세기는 동네 조기 축구회 멤버들도 축구화를 챙기는데 말이다.
“요즘 운동화 바이어들이 많이 늘었습니까?”
“예, 회장님. 고급 원단이나 기능성 원단이야 워낙 잘 팔리니 그런가 싶었는데, 신발은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기에 좀 이상하다 했거든요. 회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 디자인과 무게 때문인 것 같습니다.”
“김 부장은 그런 걸 잘 봐야 합니다. 고객 니즈는 명확하게 드러나는 게 아닙니다. 솔직히 고객도 자신이 뭘 원하는 지 정확히 모르죠. 그런 디테일을 끄집어 올리는 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예, 회장님. 앞으로는 그런 것도 잘 관찰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김 부장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낌새를 알아채는 것엔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이니 잘 할 거다. 이번 기회에 뀌년과 미국을 오가게 만들어야겠다.
“동구야, 그거 내놔봐. 엄청 가벼운 운동화 있잖아.”
“뭔 소리야, 그거 실수한거잖아.”
“가벼워서 편하다고 네가 신겠다고 했… 어라, 신고 왔네.”
“뭐해, 당장 벗어!”
응? 뭐지?
내가 김 부장과 얘기를 하던 와중에 구 반장… 아니, 구 공장장들이 드잡이를 하고 있었다.
“회장님, 이 신발은 어떻습니까.”
“발 냄새 나는 걸 회장님께 들이밀면 어째.”
“허… 이거, 어떻게 만든 겁니까?”
내가 딱 원했던 신발이었다.
얇고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든 신발인 데다, 디자인도 단순하니 아주 잘 빠졌다.
특히 여성들이 보면 대번에 혹하겠는걸?
“그… 그게 장갑용 가죽으로 만든 겁니다.”
“이게 장갑용 가죽이라고요?”
“예, 저희가 군용 장갑을 수출하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덧대는 가죽이 실수로 넘어오는 바람에… 기계에 투입한 뒤에 알게 되어 한 롤만 그렇게 생산이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얇은 가죽에 신발 안쪽엔 부드럽고 매끈한 폴리텍을 붙였기에 촉감도 최고였다.
신발 끈을 묶는 곳에 폴리텍이 드러난 형태라 투습 방수효과도 좋을 것 같았다.
대박! 명품 디자인인데?
이걸 실수로 만들었다고?
이 사업에 행운이 따라주고 있었다.
“이걸로 수출합시다. 여기 봉제선과 뒤꿈치 부분을 좀 더 매끈하게 해줘요.”
“회장님, 이건 외피가 너무 얇아서 내구성이 형편없습니다. 1년 정도만 신어도 대번에 헤지고 찢어질 겁니다.”
“좋네요. 고객들이 더 자주 신발을 사겠군요.”
내 말에 공장장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미친놈이 1년 만에 신발을 갈아? 하는 표정이었다.
“이해가 안되면 외우라고 했죠! 장사는 회장님께서 백배 천배는 더 잘 하신다고요. 믿고 만들라는 대로 만들어 주세요!”
김 부장은 답답한 듯 가슴을 쳐댔다.
“김 부장도 마찬가지예요. 트레이닝복을 만들 때 몸에 착 달라붙게 만들어요. 팬츠도 딱 붙는 스판 바지 위에 약간 헐렁한 트렁크를 얹은 2중 형태로 만들고요…”
“예에? 착 달라붙는 운동복을 만들라고요? 체조선수들 운동복처럼 말인가요?”
“기본적으로 그래요.”
“어머… 그런 옷을 입고 어떻게 조깅을…”
“김 부장도 이해 안 되면 외워요.”
미국 연예인들이 우리 신발과 트레이닝복을 입고 몇 번 뛰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나머지는 록키가 다 알아서 해줄 거다.
조깅화는 물론 트레이닝복에서도 나이크가 비상할 때가 다가왔다.
< 368 : 외우자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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