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377)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377화(377/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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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7 : 내가 보여줄게 >
대통령은 늘 이런 식이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기업가에게 채찍과 당근을 휘둘러 자신의 말을 듣게 만들었다.
심지어 수출 목표에 협조하지 않는 기업가는 남산으로 데려가 정신교육을 시키기도 했다.
70년대 한강의 기적은 갈굼과 생존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대가라니요. 저는 7광구 유전이면 충분합니다. 국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지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받으면 받은 만큼 숙제를 더 해야 한다.
이제 숙제는 그만 좀 합시다.
내 사업만으로도 바쁘다고요.
“아니, 아니야! 유전은 유전이고 미사일은 미사일이지! ADD마저 미사일 개발은 어렵다고 벌벌 떨었는데, 일개 사기업이 그걸 해낸 것이지 않나. 당연히 대가를 받아야지. 말해봐!”
꼭 대가를 주고 말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였다.
“일단 제가 벌려놓은 사업부터…”
“우 회장님,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앞으로도 방산 업체로서 큰 역할을 하실 터인데, 그에 대한 재원을 마련하신다는 차원에서라도 새로운 걸 하셔야 합니다.”
“그러고 보니, 염 수석. 일본이 이번에 관측선 함포 사격 어쩌고 하면서 지하철 전동차를 걸고넘어지지 않았던가?”
대통령은 문뜩 떠올랐다는 듯 지하철 얘기를 꺼냈다.
“아, 그렇습니다. 이번 2호선 전철에 대해서 약속했던 기술이전을 전면 중지하겠다 합니다.”
“우리 쪽에서 집어치워 버려. 대세가 하면 되잖아. 자동차도 만드는데 전철이야 식은 죽 먹기일 것 아닌가. 이왕이면 경부선 기차도 만들도록 해. 노후화된 기차를 바꿀 때도 되었지 않나.”
전철을 끄집어내더니 순식간에 기차까지 연결되어 버렸다.
기차와 전철은 일견 쉬워 보이지만 기술 장벽은 꽤 있는 편이다.
수요처도 한정되어 있다 보니 전세계 10여 개국 회사만이 열차를 만든다.
21세기 우리나라도 그 중 한 곳이지만 딱히 내가 하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삼복이의 조언 때문에 국내엔 버스를 출시하고, 동남아엔 미니버스, 그리고 정부 요청으로 기차와 전철까지 만들면 대중교통 수단은 다 만드는 거네.
아예 안 한다면 몰라도 이왕 한다면 지금이 적기이긴 하겠네.
우리나라에 지하철이 수두룩하게 깔릴 텐데, 일제 전철보다야 국산 전철이 백번 낫다.
기술이야 독일이나 미국에서 라이선스를 가져오면 그뿐이고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술적으로 차별화된 대세만의 모델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70년대 막 시작하는 VVVF(가변 전압 가변 주파수) 방식을 채용하고, 차체를 스테인리스로 만든다면 수출 경쟁력도 충분하다.
우리나라 지하철에서 검증하면 차후 동남아나 중국, 인도 수출까지 이어질 것 아닌가.
대통령과 염 수석이 은근슬쩍 내게 떠넘기는 모양새지만, 미래를 보면 꽤 괜찮은 사업이었다.
“예. 맡겨 주신다면 조속히 기술도입해서 경부선 현대화와 2호선 개통에 문제없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역시 임자는 화통해서 좋아. 다른 이들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빼기 바쁜데 말이야. 아주 좋아.”
대통령도 대가를 준다고 했지만 숙제 성격인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사업이 확장되는 것은 장사꾼에겐 아주 큰 즐거움입니다.”
나 또한 기분 좋게 응수했다.
이번 건은 숙제 치고는 제법 짭짤하거든.
세계 시장이 다소 좁지만, 대한민국의 가격 경쟁력에 기술개발만 꾸준히 한다면 언젠가는 전세계 기차와 전철 시장을 과점할 수 있을 것이다.
“보아하니 이 일은 얼른 처리하고 어디론가 또 출장을 떠날 생각이로군.”
“예. 조만간 고리 원전이 공식 가동될 터이니, SMR 사업을 본격화 할 때가 되었습니다.”
“정말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군. 임자는 정말 애국자야! 정부 보증이 필요하면 즉각 요청해. 대세라면 다 들어줄 테니까.”
“예,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이게 대통령의 가장 큰 당근 중 하나였다.
대형 프로젝트는 정부가 보증을 해줘야 수주 계약이 이뤄진다.
물론 주베일처럼 초대형 수주인 경우는 외국 은행의 컨소시엄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건 예외적인 경우다.
“자, 건배사 한번 멋지게 해봐.”
대통령은 내 사발에 막걸리를 그득그득 따라주었다. 기분이 좋긴 좋은가보다.
“대한민국! 날아 올라라!”
“날아 올라라! 으하하하하!”
“멋진 건배사입니다.”
내 바람이었다.
산유국이 되었으니 이제 날아올라야지.
하루 10만 배럴에 불과한 중급 유전이지만, 현재 국내 소비량의 1/6을 책임질 수 있는 양이다.
내가 해외에서 지분을 가지고 있는 유전과 천연가스를 합치면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제 날아오르면 된다.
미국이나 중동 산유국처럼 에너지를 펑펑 써재끼지는 못하겠지만, 적재적소에 투입하면 대한민국 생활 수준은 중진국을 단번에 넘을 것이다.
까짓거! 우리도 이제 잘살아 봐야지!
난 홀가분한 기분으로 청와대를 빠져나왔다.
****
다음날, 서울 본사.
“베인 실장.”
“예, 회장님.”
“디젤 기관차와 전철을 만들어야겠습니다. 독립 사업부를 꾸미고, 어느 계열사 밑에 둘지 검토 바랍니다.”
“이번 2호선에 적용되는 것인지요?”
“그렇습니다. 이번에 일본이 7광구 사태를 핑계로 기술이전을 거부했다고 하더군요. 물건만 납품하고 기술을 안 주려고 했던 모양인데, 정부가 물건까지 거부한답니다. 대세가 해야죠.”
원래 역사대로라면 울며 겨자 먹기로 납품해달라고 고개를 숙였겠지만, 이젠 대세라는 대안이 있기에 고객다운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회장님, 이번 기회에 대세조선에서 해양플랜트 부분만 남기고 다른 중공업 부문은 떼어내는 것이 어떨지요? 대세중공업으로 말입니다.”
빌 베인도 내 생각과 비슷하군.
계속 언제가 좋을까 생각하던 일이었다.
“적당한 기회이긴 하군요. 좋습니다. UAE 갔다 와서 논의할 테니 비서실에서 윤곽을 잡아 놓도록 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주축 계열사 하나가 더 생기겠군.
그러고보니 대세건설도 재정비를 해야겠다.
산유국도 되었겠다, 중동의 오일머니도 쏟아져 들어오겠다, 우리나라도 한 단계 점프할 테니 대세도 준비를 해야 한다.
나는 빌 베인에게 중책을 맡기고 UAE로 훅하니 날아갔다.
****
UAE 아부다비,
“어서 오게, 사위.”
“죄송합니다, 장인어른. 제가 먼저 도착해서 마중을 나왔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무슨 소리야? 한국보다야 미국에서 여기 오는 게 훨씬 편한걸.”
“이번 일 크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허허, 내가 도왔다는 걸 알고 있나?”
“그 정도 눈치도 없이 무슨 사업을 하겠습니까?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미국이 무슨 선심을 쓴다고 7광구에다 미사일까지 승인했겠나. 주변국의 항의가 빗발쳤을 텐데.
내가 예상했던 미국의 외교 최대치는 어영부영 7광구 건을 얼버무리는 것이었지, 이렇게 공식 승인까지 해줄 줄 몰랐다.
장인어른이 어떤 딜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카터를 아주 강하게 압박했던 것이 분명했다.
원래 역사에서 카터가 록펠러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대선에 나섰다는 게 빈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 감사는 고맙게 받지. 헌데, 알라얀 왕자를 만나기 전에 할 말이 있다고?”
나는 텔렉스로 장인어른께 시간을 조금 달라고 했다. SMR에 대해선 큰 그림을 공유해야 했다.
“이번 UAE 회담을 시작으로 SMR을 전세계에 팔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거야 당연하지! 고리 원전과 UAE에서 연속 2연타 홈런을 치면, 다른 나라도 안심하고 원전을 건설하려 할 테니까 말일세.”
당연하게도 장인도 기회를 포착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장인에게 지체없이 본론을 쏟아냈다.
“하지만 원전은 건설 비용도 과다하고 정치적으로도 꽤 어렵지 않습니까. 한국만 해도 연료봉 수입부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 때문에 아주 힘들었습니다.”
“음, 그야 그렇지.”
원전이 안전하다고만 해서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제반 조건을 일거에 해결해줄 수 있는 사업 모델이 있어야 비로소 대중화될 수 있다.
“그래서 말입니다. 이번 UAE 원전 이후에는 사업 모델을 구체화했으면 합니다.”
“어떤 식으로 말인가?”
“제가 원전을 설계 및 건설하고, 엑손이 건설자금을 제공하고, BR사가 연료봉과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겁니다. 물론 발주국이 원한다면 벡텔사가 원전을 운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전기세로 건설비용을 정산받는 식이군. 장기 저리 차관처럼 말이지.”
“그렇습니다. 물가 인플레를 전기세에 반영할 수 있으니 차관보다 훨씬 나은 투자입니다.”
말 그대로 건설을 빙자한 돈놀이다.
장인은 달러 장사를 하는 것이고, 나는 인력을 투입해 건설비를 받고, BR사와 벡텔사는 운용비를 꾸준히 벌어들이는 것이다.
21세기에 유행하는 DBFM 형태의 사업 모델인 셈이다.
Design, Build, Finance, Maintain을 모두 도맡아 처리하기에 발주처가 신경 쓸 게 거의 없다.
즉, 건설 컨소시엄이 재원조달부터 건설과 운영까지 책임지는 것이라 발주자는 열매만 따먹으면 되는 거다.
특히 원전처럼 덩치도 크고 IAEA 사찰도 받아야 하고 운용도 쉽지 않은 프로젝트엔 딱이다.
솔직히 나도 혼자서는 어려워서 원천기술을 핑계로 BR사와 엑손을 끌어들인 것이다.
매번 계약마다 미국 눈치를 보며 원전 사업을 할 수는 없으니까.
“하긴 BR사가 원전 관련 라이선스를 죄다 구매했고, 우리 엑손이 우라늄 농축기술도 가지고 있으니 전혀 문제없겠군.”
“무엇보다 장인께선 체이스맨해튼을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 발주국에서 전기세를 받아낼 자신만 있다면, 전세계 원전이란 원전은 우리가 다 수주하겠군!”
“그렇습니다. 박리다매, 일괄수주는 언제나 성공적인 비즈니스가 되지 않습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건설업자가 책임지는 것이라, 자칫하면 발주국가로부터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
쿠데타라도 일어나 국유화를 선언하고 원전의 운영권을 가져간다고 했을 때 대번에 군대를 파견할 수 있는 나라 정도는 되어야 이런 형태의 사업을 할 수 있다.
솔직히 미국이나 러시아만 가능하다고 봐야지.
21세기에 러시아 국영기업이 전세계 원전 사업의 70%를 장악하는 이유라고 하겠다.
지금은 냉전 시대니 나와 장인어른이 함께라면 전세계 원전 사업을 장악할 수 있다.
“하하하! 그렇구먼. UAE는 돈이 많은 나라이니 자금조달 항목만 빼고 시험해볼 수 있겠군. 시간 봐서 유럽, 남미, 동남아를 한 바퀴 돌면 되겠어.”
장인이 제안하면 솔깃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것도 돈을 대준다는데 말이다.
솔직히 각국 정치가들에겐 길이 남을 큰 치적이 될 수도 있다.
“그럼 왕궁으로 들어가시죠.”
“그러자고, 어서 가지.”
장인은 충분히 내 얘기를 이해했고, 나는 장인과 함께 왕궁으로 향했다.
***
아부다비 왕궁, 접견실.
“어서 오시오. 내가 CS 그대를 얼마나 기다린 지 모른다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알라얀 왕자는 내게 코끝을 비비며 친근하게 맞이했다.
“록펠러 회장님과 같이 오시니 더욱 좋군요.”
“반겨주시니 감사합니다.”
“어서 들어갑시다.”
알라얀 왕자의 집무실은 전보다 훨씬 커졌고, 벽에 걸려있는 것도 훨씬 많아졌다.
벽에 걸린 건 장식용 그림이 아니라 우리 대세가 수행하고 있는 건설현장 사진이었다.
공항, 항구, LNG 터미널과 복합화력발전소까지 빠짐없이 걸려 있었다.
“저희 공사 현장 사진이군요.”
“그렇습니다. 매 2주마다 사진을 교체하는데 그때마다 확확 변하는 모습에 뿌듯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엔 첫 비행기가 날아오를 테니 정말 기대가 큽니다.”
두바이 국제공항은 올해 말 완공하지만, 일부 터미널은 상반기에 개장한다.
일종의 시험 운항이다. 이를 통해 시스템 검증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허브 공항으로의 역할을 하게 되리라.
뀌년으로도 취항하게 될 테니 나 또한 수혜자 중 한 사람이 될 것이다.
“여기에 SMR 공사 현장도 더해지겠군요.”
“그리만 된다면 UAE는 에너지 선진국이 되겠지요. 모두 두 분 덕분입니다.”
“무슨 말씀을요 이렇게 큰 결정을 내려주신 알라얀 왕자님 덕분이지요. 그리고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제 사위 덕분이기도 하고요.”
“말이 그렇게 되나요? 옳으신 말씀입니다.”
장인이 나를 사위로 칭하며 공과 사를 섞어버리니 분위기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앞으로도 발주할게 있으면 대세에 하라는 뉘앙스였다.
“이 서류를 기다리셨을 겁니다. 이미 고리 원전은 시범 운용을 마쳤고, 조만간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겁니다. 알라얀 왕자님께서 언제 오시냐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고리 원전의 시범 운용을 정리한 보고서를 알라얀 왕자에게 건넸다.
대한민국 원자력 연구소가 작성하고 정부가 인증한 보고서이기에 공신력은 충분했다.
“내가 가야 본격 가동을 하는 겁니까?”
“첫 번째 해외 고객이신데, 역사적인 순간에 테이프를 끊어 주셔야지요. 국빈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럼 가야지요. 3월 내로는 가겠습니다.”
오케이, 3월에 뭔가 이벤트가 있는 모양이군.
나로서도 딱 좋은 타이밍이다.
완공 직전인 장충동의 대세 호텔과 압구정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을 보여줄 좋은 기회였다.
두바이를 세계 최고의 도시로 만들려는 알라얀 왕자에겐 강력한 인상을 줄 수 있을 거다.
그걸 보면 두바이에서 나오는 돈을 깡그리 대세건설에 밀어 넣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제 본 계약만 남았군요.”
장인이 계약서를 척하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동안 하도 검토를 많이 해서 내용을 다 외우다시피 하는 SMR 건설 계약서였다.
“서명하기 전에 숫자를 좀 바꿔야겠습니다. 기존 계획으로는 부족합니다.”
알라얀 왕자가 쓱쓱 계약서 숫자를 바꿨는데 자그마치 발전 용량을 두 배나 늘렸다.
“오, 6억 달러나 쓰시겠다고요?”
기존 600MW급 원전을 3억불로 계산했는데, 6억불이라니 두 배나 크게 짓는 것이다.
“두바이에만 발전소를 지을 순 없겠더군요. 수도 아부다비에도 그만한 발전 용량이 필요합니다.”
“하하, 두 배로 크게 짓는 게 아니라 짓는 곳이 두 곳이었군요.”
“!!! 감축드립니다. 왕세자님.”
나는 대번에 알라얀 왕자를 왕세자라 칭하며 정중하게 축하부터 했다.
UAE의 국책 사업이라고 해봐야 에너지와 부동산 사업이 전부인데 이처럼 맘대로 숫자와 장소를 바꾼다는 것은 왕가의 실세가 되었다는 소리다.
“하하하! 눈치채셨소이까?”
UAE도 원래 역사대비 좀 빨라졌네.
같은 산유국끼리 잘 해봅시다.
내 조금 도와드리리다.
21세기 국토 개발이 어떤지 보여드리지.
< 377 : 내가 보여줄게 > 끝
ⓒ 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