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38)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38화(38/589)
< 038 : 이기는 편이 내 편 >
대한민국 청와대.
“임자, 우 사장은 어찌 고마워하던가?”
박 대통령은 베트남에 선물을 보내놓고는 내심 반응이 궁금했다.
감히 자신의 귀국을 기다리지도 않고 베트남으로 떠나버린 녀석인데, 어째 관심이 더 갔다.
분명 발칙한 행동이었지만, 각서 조항을 바꾼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감정을 다 상쇄하고도 남았다.
“각하의 배려에 우 사장은 물론, 파월 기술자 모두 감격했다고 합니다.”
“그래? 하긴, 한국인은 김치와 고추장 없이 못살지. 많이 그리웠을 거야.”
“그리고 텔렉스를 보내왔습니다.”
비서실장은 텔렉스 전문을 건넸다.
대통령 전용 채널로 들어온 텔렉스였지만, 근무 시간엔 비서실장을 거치는 것이 당연했다.
“이리 줘봐.”
「각하, 보내주신 보급품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중략)… 뀌년 항구에 상선을 들이지 못해 부득이 해군 군함으로 원목을 실어 보냈습니다. 국부에 도움이 되는 물건이오니, 모쪼록 반입을 허락해주십시오. 뀌년 항만 건설과 미군 군납 현황은 2주 간격으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소식이었다.
“허, 원목을 실어왔다고?”
“예, 조달을 맡은 백구 부대를 통해 원목을 반출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밀수는 아니겠지?”
“경계가 모호합니다. 해당 원목은 미군 잉여물자로 분류되어 일종의 부산물입니다. 일례를 들자면 폐지를 특수 군사 작전으로 들여온 것입니다.”
“폐지를 실어온 거랑 같다라… 그 말인즉슨, 베트남 원목은 보는 자가 임자라는 뜻인가?”
“예, 그리 판단됩니다. 한번 실어올 때마다 수만 달러는 족히 될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원목이라니 상상도 못했던 돈이 아닌가.
가구든 판재든 뭐든 만들면 그게 곧 달러였다.
“지난달에 직원들 월급도 송금했다지 않았나?”
“예, 15만 달러가 국내로 송금되었습니다. 파월 기술자 우대 환율을 적용해 환전해주었습니다.”
벌써 15만 달러? 정말 알뜰하게 달러를 긁어모아서 보냈군.
“그 녀석 회사도 눈여겨보도록 해. 아참, 지난번에 찝쩍거리던 녀석들은 제대로 손 봐줬나?”
“검찰 쪽 주동자 2명은 파직하고, 4명은 징계 조치했습니다. 방직협회 쪽도 조사해서 홍양방직, 동남섬유, 한성직물 사장을 뇌물 공여 및 탈세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검사를 2명이나 잘랐다면 꽤 신경 써서 손을 봐준 것이었다. 헌데, 고만고만한 업체 세 군데가 뭉쳐서 대세 실업을 탐냈다고?
“검찰을 꼬드긴 작자들이 고작 그 셋이었어? 방직협회에 골칫덩이가 꽤 있지 않던가?”
박 대통령은 인상을 찡그렸다.
한미정상회담에 집중하느라 비서실에 일임했더니 일처리가 영 개운치 않았다.
“죄송합니다, 각하. 어찌나 빠르게 꼬리를 자르는지 혐의가 의심되었음에도 구속까지는 하지 못했습니다.”
“혐의가 의심되는데 구속을 못했다고?”
대통령의 말에 언짢은 기운이 섞였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왜 이리 대세 실업을 챙기나 싶었지만,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이럴 땐 무조건 납작 엎드려 아는 대로 고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최종 뒷배는 삼오그룹 주 회장이라고 의심되지만, 의심만으로 구속하기엔 국정 운영에 손실이 크다는 것이 비서실의 판단이었습니다.”
“국정 운영에 손실이 크다고?”
“예, 삼오그룹 회장은 속된말로 일본통입니다. 울산 석유화학공단에 비료공장을 짓기 위해 주일조달국(JPA)과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데다, 도쿄방적과 가보네방적등 일본 선진업체를 국내에 유치하는 것도 협상중입니다.”
박 대통령은 입맛이 썼다.
비서실장의 말은 삼오 그룹이 대세 실업을 공격하긴 했지만, 울산 석유화학공단을 건설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본 방적 회사의 유치야 논외로 하더라도 비료 공장은 매우 중요한 국책 과제였다.
농민들의 표를 의식해서라도 국산 비료 공장을 짓는 것은 아주 시급한 일이었다.
‘삼오 그룹이 JPA를 등에 업고 까분다 이거지?’
JPA란 주일 조달국(Japan Procurement Agency)을 줄여 부르는 말로, 미군 물자 조달을 통해 선진 기술을 다량 보유하게 된 일본 정부 조직이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비서실장에게 호통 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JPA는 미군 물자 조달 업무는 물론, 일본 정부를 대신해 해외 투자와 기술 이전을 담당하는 조직이었기 때문이었다.
조달국이란 명칭답게 건설, 조선, 철강, 항공, 중화학 등 모든 분야에서 영향력이 컸다.
JPA가 까라면 일본 기업들은 깔 수밖에 없었다.
“임자, 울산의 석유화학단지 조성은 국제 입찰을 해보라고 하지 않았나! 돈이야 미국이 대는데, 미국 업체든 구라파 업체든 일본 대신 기술 이전을 해줄 회사야 얼마든지 있지 않겠냐 이 말이야.”
“송구합니다. 국제 입찰을 세 번이나 했고, 그중 두 번을 공들여 벨기에 업체나 서독 업체를 선정했지만 미국 상공부가 차관 지불약정을 거부했습니다.”
“왜 거부를 해? 미 대통령이 직접 1.5억 차관을 주기로 협정서에 서명했단 말이다.”
“일본 정부가 이의 신청을 했기 때문입니다. JPA가 최저 가격을 써냈고, 포괄적인 기술 이전까지 약속했는데 왜 유찰을 시켰냐고 말입니다. 미국도 입찰 규정을 들어 당국을 압박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차관 사업에서 최대한 일본을 배제하려고 하였다.
미국이 한국을 공산진영에 맞서는 전방의 군사기지로 두고 일본을 후방 보급 기지로 자리매김 하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었다.
그 같은 정치적 고려가 반복되면 한국은 일본에 기술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대통령은 속으로 분을 삼켰다.
뾰족한 수가 없었다. 비서실의 최종 의견이 이렇다면, 이번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건설도 JPA에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돈도 얻어야 하고 기술도 얻어야 하는 개발도상국으로선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었다.
“삼오가 JPA랑 협상 중이니 섣불리 건드릴 수가 없었다는 말인가?”
“죄송합니다. 시간을 조금만 주십시오. 비료 공장만 완료되면 주 회장 그놈을 찍어내겠습니다.”
지금도 못하는 데 그땐 잘도 찍어내겠다.
비료 공장이 완료될 쯤엔 JPA와 더 딱 붙어서 애국기업인양 큰소리치겠지.
‘삼오… 이놈들. 감히 내게 삼오 그룹과 대세 실업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압박을 해?’
박 대통령은 삼오 그룹이 승부를 걸었음을 확신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방직협회를 뒤집어놓았을 때 청와대로 달려와 울며불며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잡았어야 했다.
비서실장조차 찍어내겠다고 하는 걸 봐서, 심지어 비서실장과도 접촉을 안 한 것 같았다.
‘… 잠깐… 삼오가 이런 내 생각을 모를까?’
대통령의 머릿속에 의문부호가 떠올랐다.
고작 대세 실업 같은 조무래기 신생 회사 때문에 대통령인 내게 밉보일 짓을 한다고?
“이봐, 임자. 삼오 그룹이 대세 실업을 탐내는 이유가 뭐지?”
“예에? 각하… 무슨 말씀이신지.”
“이런 상황이면 삼오 그룹이 납작 엎드려야 하지 않아? 왜 계속 날을 세우지? 내가 언짢아하는데도 대세를 꼭 먹어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 게야?”
“!!!!!”
비서실장도 대통령의 말에 번개를 맞은 듯 몸을 움찔했다. 삼오가 뭔 짓을 하는지 깨달아버렸다.
“각하, 최근 삼오가 폴리텍이라는 제품으로 군납을 시도했습니다. 그동안 저질 군납이니 짝퉁 제품은 섬유 업계에서 비일비재했던지라 감시만 하고 있었는데, 짝퉁으로 돈 좀 벌어보려는 게 아니라 대세를 아예 먹으려나 봅니다.”
“폴리텍?”
“예, 파월 군납 조달본부가 품질에 감탄한 제품입니다. 대세가 개발했다고는 하는데 땀은 배출…”
“제품 설명은 됐어. 대세 실업에 내가 모르는 뭔가가 더 있나보군. 눈치 빠르고 수단 좋은 장사꾼 정도로 생각했는데 말이지.”
대통령의 표정이 슬며시 풀렸다.
대충 돌아가는 상황이 보였다.
삼오 그룹이 무리수를 둘만큼 대세의 기술이 위협적이라는 소리였다.
“비서실에서 더 깊이 조사해보겠습니다.”
“조사만 하고, 일은 내버려 둬.”
“가… 각하…”
“우찬수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고. 삼오든 협회든 뭐든 먹어치워도 된다고 눈치만 줘보란 말이지.”
“……”
“작은 업체가 큰 업체를 잡아먹기도 해야 업계에 자정 효과가 생기는 거 아니겠어? 모든 일에 정부가 관여할 필요는 없지.”
“가… 각하 말씀이 옳으십니다.”
대세 실업을 뒤에서 지원하라는 말이었다.
대통령이 우찬수의 능력을 시험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대통령으로선 삼오든 대세든 이기는 편이 내 편이었다. 그렇긴 해도 늘 거치적거리는 JPA의 입김을 생각하면, 자력으로 화학 공장을 세우는 대세가 나을 것이다.
부릴 걸 생각해봐도 능구렁이처럼 일을 피하는 방직협회장 보다야 전쟁터로 가서 원목이라도 가져오는 우찬수가 나았다.
“임자, 뭐하나? 가서 일이나 봐.”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곧바로 우찬수에게 텔렉스를 쏘았다.
***
띠디디디…
“응? 이게 뭐지?”
뜬금없이 텔렉스가 날아왔다.
「삼오 그룹이 폴리텍 제품 출시로 군납 추진 중. JPA와 기술 협상 중.」
대체 누가 보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허나 중요한 것은 내용이었다.
몇 번을 읽고서야 점차 이해가 되었다.
“참나, 삼오 그룹이 폴리텍을 노려?”
삼오 그룹은 대표적인 정경 유착형 그룹이었다.
정경 유착으로 커왔던 기업이었기에 정권이 바뀌자 한방에 공중분해 되어 버렸다.
6~70년대엔 아주 잘나갔던 재벌 그룹이었지만 말이다.
“설마 내 회사를 먹겠다고 박 대통령에게 딜을 걸고 있는 거야? 강심장이네.”
삼오 그룹은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삼오 그룹과 대세 실업 둘 중에 누가 더 정권 유지에 도움 될 것 같냐며 선택하라고 들이미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삼오 그룹이 계산기를 두들긴 결과, 박 대통령이 날 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여겼겠지?
그러니 이 짓을 하는 거겠지?
그렇다면… 이 텔렉스는 청와대에서 온 거다!
“근데, 삼오야 어쩌냐? 내 몸 값이 너랑 비등비등해져버렸는데 말이야.”
내가 늦지 않게 원목 사업을 시작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원목 사업은 누가 봐도 화수분이니까.
결국, 박 통은 ‘이기는 편 내 편’ 이라는 마음으로 지켜볼 테니 기필코 삼오를 밟아버려야 했다.
“그건 그렇고, 폴리텍 특허가 어디서 샜지? 하청업체? 아니면 특허청 공무원을 매수했나?”
경로야 찾으면 되는 일이었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이 참에 믿을만한 하청 업체도 골라내고, 삼오든 뭐든 내가 먹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려면 잠시 한국으로 날아갔다 오긴 해야겠네.
“21세기 인간에게서 특허를 훔쳐? 웃기네.”
이 시대 한국 기업에겐 특허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던 모양이다.
특히 폴리텍 특허는 미군 군납과 관련된 특허라, 정말이지 해결 방법도 식상할 정도였다.
나는 그 길로 마크 중사를 찾아갔다.
“이봐, 마크.”
“응? 무슨 일이야, CS.”
“AR670-1 규정 특채 보고서 작성됐어?”
AR670-1은 미군의 유니폼 규정으로 내 물품을 군납하려면 해당 규정에 등재해야만 했다.
“응, 중령님 결재 났지. 이제 보고서를 사이공 본부로 보내면 돼.”
“그거 나한테도 사본 한부만 줘. 한국에도 보내야 해. 그래야 물량 준비하지.”
“당연히 CS 것도 한 부 있지. 가져가.”
껄렁해 보여도 일솜씨는 꼼꼼한 마크 중사였다.
해당 보고서에는‘ AR670-1 특별 채용’이라는 항목으로 내 폴리텍 제품 항목이 착용 사진과 함께 꼼꼼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나는 해당 서류를 받아들고 쾌재를 불렀다.
AR670-1은 미군의 유니폼 규정으로, 여기서 허락된 제품에 대해선 병사 본인이 직접 구매해서 입을 수 있었다.
즉, 특별 채용이긴 하지만 내 폴리텍은 정식으로 미군이 착용하는 제품이라는 거다.
미군 규정은 깡패처럼 전 세계에 밀어붙이는 규정이고, 특히 이 시대의 한국이나 일본에겐 바이블이나 다름없었다.
당연하게 나의 폴리텍 특허는 이 보고서를 근거로 미군이 사용 라이선스를 가지는 것이며, 이걸 침해하면 한미 양국의 안보를 해치는 죽일 놈이 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를 영장처럼 내밀고 후들겨 패주는 일만 남았다는 뜻이다.
“마크, 나 잠시 한국에 다녀올게. 시킬 일 있으면, KIM이 알아서 할 거야.”
아버지에게 잠시 여기를 맡겨두고 한국에 다녀와야 했다.
“그래? 폴리텍 물량 때문에 들어가는구나.”
“응, 그렇지.”
“후딱 다녀와. BR사가 조만간 들어올 거야. CS가 없으면 일이 제대로 안될 거 아냐.”
“걱정 마. 2주 정도면 충분하니까. 사이공으로 가는 연락선 좀 타게 해줘.”
“그래. 어서 가서 폴리텍 잔뜩 만들어서 오라고.”
마크 중사는 공병대 지휘관답게 단박에 승선권을 끊어주었다.
난 사이공에서 싱가폴, 홍콩을 거쳐 김포로 들어가는 비행길에 올랐다.
쾌속선과 비행기를 이용함에도 한국으로 들어가는 데만 이틀 가까이 소요되는 60년대였다.
< 038 : 이기는 편이 내 편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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