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387)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387화(387/589)
=======================================
< 387 : 동독이 그랬다고? >
“낸시, 대체 실버에게 뭘 시킨 겁니까?”
“훗, 별거 아니에요. 미 해군이 독점하고 있는 인공위성 통신을 상업화하는 거죠. 엄청난 돈을 들여 쏘아 올린 인공위성을 군사용으로만 쓴다는 게 얼마나 낭비에요. 인류 공영을 위해서도 써야죠!”
“인공위성통신, 그게 가능하다고요?”
나는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위성통신이 70년대에 시작되었어?
“당연하죠. 인류가 달 착륙을 한지가 언젠데. 위성통신은 이미 충분히 검증된 기술이라고요.”
“낸시 말이 맞네. 미 해군이 독점하고 있어 그렇지, 초고주파 위성통신은 음성, 텔렉스, 팩시밀리 통신도 가능하네. 선박 통신도 지원하니 해운사의 안전 운항에도 큰 도움이 될 걸세.”
“마리셋(MARISAT)이 정상 동작하는 겁니까?”
“오, CS 자네도 마리셋을 알고 있었군.”
해양 플랜트쟁이가 마리셋을 모르겠나.
국제 위성통신을 대중화시킨 시스템인데.
아주 오래된 시스템이라고 들었지만 70년대부터 시작된 시스템인 건 몰랐다.
마리셋 인공위성은 초창기 인공위성답게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각각에 가장 좋은 자리에 위치했기에 2000년대 초반까지도 운영되었다.
실버는 UN 국제해사기구를 통해 위성통신 상업화의 필요성을 부각했고, 낸시는 미 하원에서 통신법을 건드려 그 일을 도왔던 거군.
겉보기엔 정말 인류 공영을 위한 국제통신의 상업화라고 할 것이다.
“낸시, 구체적으로 말해봐요. UN 산하에 국제통신위원회라도 세운 겁니까?”
“비슷해요. 국제해사기구 산하에 국제통신위성기구를 만들었어요. 항공기와 선박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각 국가마다 일정액 이상 투자하면 위성통신 가입국이 될 수 있죠.”
“조만간 국제 위성통신 시스템이 생긴다는 거죠? 뀌년도 마찬가지겠군요.”
“물론이죠. 이번 기회에 뀌년도 국제위성통신망에 가입해야죠. 그걸 무기로 금융중심지로서 홍콩을 앞질러야죠.”
낸시가 주먹을 꾹 쥐며 말했다.
“실버에게 통신회사를 세우게 했겠군요.”
낸시가 뀌년을 위해서 일을 했겠나.
자신을 위한 일이 뀌년에 도움이 된 거지.
“눈치챘어요? UN에서 국제해사위성기구가 통과되자마자 뀌년에 ICW社 (International Cable& Wireless)라고 회사를 만들어서 바로 가입시켰어요. 이제 카터 대통령이 국제위성통신법에 서명만 하면 된다고요.”
“작전은 다 짜놓았군요. 기대가 됩니다.”
뀌년에 회사를 만들었다는 말은 나를 포함한 뀌년 4인방과 지분을 나누겠다는 말이었다.
국가단위로 투자하는 위성 통신망 지분투자를 낸시 혼자서 감당할 수 없지.
우리 넷이 지분투자를 하고 ICW社가 위성통신 사업을 추진하는 게 타당하다.
초반엔 적자를 겪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다.
“저도 기대돼요. 원래는 UAE의 원유선물거래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기 위한 방편이었는데, 이젠 사우디 무역항의 L/C(신용장)까지 다룰 수 있을 거예요”
“멋지네요. 그걸 실버에게 맡길 생각은 어찌 한 겁니까?”
진심으로 낸시의 감각에 감탄했다.
원래 뀌년에 투자자를 모으는 게 낸시의 일이긴 했지만, 국제통신시스템까지 가져오다니 말이다.
원래 역사에선 홍콩이 위성통신을 선점했을 터인데, 이번 역사에선 뀌년으로 바뀌었다.
위성통신으로 더 많은 금융사가 뀌년으로 몰려들 것이고, UAE의 무역센터까지 건립되면 그 시너지는 가히 폭발적일 것이다.
영국이 홍콩을 월경지로 두고 런던을 금융허브로 만들었듯이, 잘하면 21세기 대한민국도 뀌년을 발판으로 금융허브로 자리 잡을 수도…
동북아 3국과 동남아까지 아우르면 아시아 금융허브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장인어른도 좋아하시겠네.
뀌년 금융가는 체이스맨해튼이 휘어잡았으니까.
“다 CS 덕분이죠. 동생이 컨테이너 장사로 좀 재미를 들이나 싶었더니 웬걸, 사업 수완도 꽤 있더라고요? 인맥도 곧잘 만들길래, UN으로 밀어 넣었더니 꽤 거물 행세도 할 줄 알더군요.”
“거물행세를 했다고요? 실버가?”
“그럼요. 자기를 제프리 실버스타인이 아니라, 가문을 대표하는 실버로 불러 달라고 했다나 뭐라나… 나 참. 내 얼굴이 화끈거리네. 여하튼, 이제 집안 어른들께서도 실버라고 부른다니까요.”
“하하하. 그래서 일전에 내가 그 녀석을 제프리로 불렀더니 이상한 표정을 지었군.”
옆에 있던 밴 플린트 장군마저 웃어댔다.
실버가 확실히 한 계단 성장했군.
앞으로 미국 정치는 낸시, 무역 관련 비즈니스는 실버를 통하면 되겠군.
“낸시, 마리셋에 돈을 더 투자해서라도 데이터 옵션을 추가로 받도록 하죠. 국제전화, 텔렉스, 팩시밀리 등등 우리가 이용할 데이터는 아주 넘칩니다.”
“역시 CS답네요. 잘 설명하면 알아들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어요. 아니,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무섭네요.”
“장래가 밝은 사업이잖아요. 다음부턴 이런 사업 아이템은 미리 말해줘요, 낸시.”
동맹은 정보의 공유가 늦으면 안된다.
나도 이렇게 직접 뉴욕까지 날아와서 사우디에서 벌어진 일을 공유하지 않나.
“성공 확률이 높지 않아 말을 못했을 뿐이에요. 솔직히 내 입김이 정치권에서 이렇게 잘 먹힐 줄은 몰랐다니까요.”
입김이 통했다기 보다 낸시가 시의적절하게 방아쇠를 당긴 거고, 카터 대통령이 이거다! 하며 찜한 거지.
인류애를 전면에 내세운 대통령 아닌가.
카터는 조만간 미 해군이 독점하고 있던 통신기술을 인류 공영을 위해 상업화한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할 거다.
인류애 감성의 대통령이 간혹 도움이 되긴하네.
여하튼, 마리셋(MARISAT) 시스템을 쓰게 된다면 그룹 본사와 해외 현장과의 소통도 훨씬 원활해질 거다.
통신비가 좀 들겠지만 비행기로 날아가지 않아도 실시간 업무 파악과 의사결정이 가능할 거다.
뀌년, 포틀랜드, 뉴욕, 런던, 앤트워프, 바레인, 인도네시아, 리비아, 파푸아뉴기니, 나이지리아까지 죄다 본사와 연결할 수 있다.
본전을 뽑고도 남겠네.
70년대 인공위성으로 오가는 데이터야 21세기에 비하며 어린애 수준이겠지만, 각 지역의 수출입 현황, 자재조달, 인원송출, 사고대책, 현지 관공서 업무 등등만 처리해도 효과는 엄청날 테니까.
“하하, 낸시답지 않게 성공확률을 왜 따져? 성공시키면 100프로인걸. 컴퓨터와 위성통신 분야는 전망이 밝지 않나. 웬만한 투자자라면 다 투자하는데 우리도 해야지.”
“당연한 말씀입니다, 장군님.”
내가 하고픈 말을 밴 플린트 장군이 대신했다.
장군은 단순히 시류를 쫓아간다고 생각할 뿐 21세기에 IT가 얼마나 발전할지 상상도 못할 거다.
내 눈엔 아직 컴퓨터니 위성통신이니 죄다 초보단계였지만, 80년대 중반만 되어도 전 세계는 진정한 컴퓨터 시대로 접어들게 될 거다.
“좋아요. 모두 찬성하시니 고델 장군과도 연락해서 뀌년의 자금을 인텔셋(Intelsat, S.A.)에 투자하죠. 우리가 투자하면 적어도 4% 지분은 가질 수 있을 거예요.”
“당연히 과감히 투자… 어? 인텔셋? 인텔?”
“호호호, CS. 인텔과 헷갈렸죠? 인텔과 인텔셋은 전혀 다른 회사에요. 인텔셋은 마리셋 위성통신의 서비스 공급자라고요.”
“아, 그렇군요…”
나는 낸시의 말에 잠시 착각했다는 듯 말을 얼버무렸다.
헌데, 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문득 내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여태 반도체 사업을 염두에 둔 적은 없지만, 알고 있는 사실은 하나 있다.
“CS, 뭐가 마음에 걸리나? 인텔셋은 아주 건실한 기업일세. 미 해군과도 끈끈한 관계이니 투자한다고 해서 걱정할 것 없네.”
“예, 그렇겠지요. 그걸 걱정하는 건 아니고, 위성통신이 발전하면 당연히 컴퓨터도 발전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무선통신, 컴퓨터, 반도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산업이지 않나.
“당연하지. 대세도 프로젝트 관리에 컴퓨터를 쓰고 있지 않나. IBM Prime350이었지? 우리 BR社도 그걸 쓰고 업무가 아주 편해졌어. 좀 비싸서 그렇지 돈값을 한다고.”
IBM Prime350은 기업용 메인프레임 컴퓨터다.
36비트 CPU에 256MB의 메모리와 600MB의 디스크 용량밖에 안되지만, 회계/재무/인사/공기/도면 관리에 아주 강력한 도구다.
그런데 나는 알고 있지.
지금 컴퓨터는 기업용이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면 인텔이 8088 CPU라는 대 히트작을 만들어내면서 IBM이 개인용 컴퓨터를 출시하게 된다.
이때부터 인텔 CPU는 개인용 컴퓨터의 표준이 되었고, CNC용 MPU(마이크로프로세서)마저 큰 성공을 거둔다.
즉, 인텔은 각종 프로세서를 대량생산하면서 가격을 낮출 수 있었기에 경쟁업체들을 압도할 수 있었던 거다.
이때 반도체 업계는 미국과 일본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반도체 설비를 미국과 일본 회사가 장악하고 있었으니까.
이때 ASML도 있었나? 있었다고 해도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을 거다.
솔직히 ASML은 한국 반도체기업이 키워준 회사이지 않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마음이 급해졌다.
‘동독으로 가야 해. 동독으로… 거기에 가서 칼자이스와 기술합작을 해야 해.’
내가 반도체 업종은 잘 모르지만, 그쪽 설비에 대해선 몇 번 얘기를 들었었다.
우리나라가 70년대부터 자동차 국산화를 시도했듯이, 반도체 설비도 국산화를 시도했다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말이다.
모든 설비를 국산화 하는 건 쉽진 않았겠지만, 동독의 칼자이스를 선점했다면 노광기 국산화는 가능했을 거라는 말은 참으로 많이 들었다.
미국과 일본이 기술 이전을 해줄 가능성은 극히 낮으니 말이다.
그래! 독일 통일은 한참 남았고, 지금부터 내가 기술 도입을 한다면 그다지 늦지 않게 반도체 설비를 만들 수 있을 거다.
내가 반도체는 잘 모르지만, CNC나 정밀 기계에 대한 인프라는 있지 않나.
거기에 광학 기술만 더해지면 까짓거 노광기야 언젠가는 만들겠지.
금광을 발견하는 자만이 돈을 버는 게 아니다.
곡괭이나 청바지를 팔아도 떼돈을 벌 수 있다.
“하하, 이래저래 투자할 곳이 많아 좋군요. 낸시, 계약서 가져왔죠? 고델 장군의 서명은 나중에 받고, 나부터 서명하죠.”
“역시 CS는 화끈해요. 장군님도 하실 거죠?”
“당연하지.”
낸시는 예상대로 미리 작성한 계약서를 내밀었고 우린 각자 ICW社 지분율 25%를 나눠 갖는 조건으로 투자에 서명했다.
그리곤 밴 플린트 장군에게 필립홀쯔만 합작 건과, 리야드와 제다에 대해선 어떤 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지 얘기를 나눴다.
늘 하던 일의 연속이라 어려울 것이 없었고, 내 영혼은 이미 동독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
이틀 뒤, 서울 본사.
“베인 실장, 동독 산업조사는 되었습니까?”
“예, 1차 완료되었고 추가 조사는 계속하겠습니다. 여기 보고서입니다.”
내가 반도체 장비에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대번에 동독으로 날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회식에서 어깨너머로 들었던 얘기가 전부인 상태에서 섣불리 갈 수 없었기에 빌 베인의 보고서를 읽고 작전도 세워야 했다.
어차피 막스밀리언 회장이 초청할 때까지는 기다려야 했고 말이다.
“광학기술은 최상, 방산기술은 상급, 전자제품기술은 중상, 자동차와 석유화학은 수준 이하라… 동독 산업이 이런가요? 의외군요.”
동독도 독일의 일부인데 광학과 방산기술을 빼면 별 볼 일 없다고 되어 있었다.
특히, 자동차 기술력이 수준 이하라니.
그래도 광학기술은 최상이라고 기재되어있네.
역시나 칼자이스가 언급되어 있었다.
“예, 저도 다소 의외였습니다. 특히 동독의 자동차는 서독인들이 굴러가는 점화플러그라고 놀릴 정도로 형편없다고 합니다.”
“필립홀쯔만이 개방한 이유가 있군요. 생각보다 먹거리가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칼자이스를 염두에 두고 가는 것이긴 하지만, 다른 먹거리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말이다.
“저희 그룹이 도입할 만한 것은 잠수함 기술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잠수함이라고요? 잠수함 기술은 서독이 압도적이지 않습니까?”
독일이 동서로 갈라졌을 때 미국이 잠수함 기술만큼은 남김없이 거둬들였다.
동독에는 기술보고서 한 장 남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원래 역사에서도 우리나라 잠수함 개발은 서독의 기술을 근간으로 했다.
서독은 70년대부터 209급 잠수함을 전세계에 팔았고, 우리나라도 서독의 209급 잠수함을 도입하면서 장보고급 잠수함을 자체 개발하는 테크 트리를 탔었다.
“예,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동독의 잠수함 기술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최근 소련의 잠수함 기술을 흡수하여 자체 잠수함 전력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유고급 잠수함은 실전 배치했고, 조만간 에밀급 잠수함도 실전 배치한다는 정보입니다.”
뭐야, 우리 비서실이 무슨 동독의 국가 기밀을 알고 있어?
체코에다 리비아까지 끼고 있으니, 동구권으로부터의 정보 채널도 어느 정도 구축한 모양이다.
여하튼, 에밀급이라면 3천톤급 잠수함을 지칭하는 것 같은데… 기술력이 상당한 걸?
초절정 광학기술과 에밀급 잠수함 기술까지 있는 나라가 자동차도 제대로 못 만든다고?
왠지 느낌이 극과 극을 달리는 느낌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여기 최상급이라고 되어 있는 광학기술은 어떻습니까?”
“그 또한 도입할만한 기술로 생각됩니다. CNC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국산화하는데 적용해볼 법한 기술이라고 합니다. 대세연구소나 대세정공 산하에 두면 어떨까 합니다.”
“CNC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국산화 한다라…”
난 노광기를 만들어볼 생각을 했지, 마이크로프로세서까지 국산화할 생각은 못했는데 말이다.
“CNC와 같은 정밀기계 반도체는 물량은 소량이지만 만들기는 아주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 반도체를 제조하기엔 칼자이스의 전자빔 스테퍼가 최고라고 합니다.”
“전자빔 스테퍼라고요?”
전자빔을 쬐는 건 21세기 방식이지 않아?
70년도에는 빛을 쬐었을 텐데 말이다.
스테퍼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노광기잖아.
“양산성이 문제지, 정밀도 측면에서 일반 스테퍼를 압도한다고 합니다. 전자빔 스테퍼를 만들어낸 곳은 서독 쪽 칼자이스였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특수 렌즈는 분리되기 전 동독 쪽 칼자이스의 렌즈기술을 이용했다고 하니 기술 도입은 의미 있어 보입니다.”
“그렇군요. 여하튼, 베인 실장. 대체 그런 정보는 어떻게 얻은 겁니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아무리 우리 비서실의 능력이 뛰어나지만 잠수함 관련이라면 몰라도 스테퍼와 관련해서 이렇게 명료하게 정보를 모으진 못했을 것 같았다.
대체 누가 그런 양질의 조언을 준거야?
< 387 : 동독이 그랬다고? > 끝
ⓒ 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