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396)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396화(396/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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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6 : 점화 버튼 >
「대한민국 선봉 자동차! 로열시리즈가 드디어 국내 고객님을 찾아갑니다. 대한민국을 세계로!」
“삼복아, 광고가 너무 오글거리잖아.”
신문마다 대한민국 선봉이란 단어로 도배를 해놨다.
“뭐가 오글거려? 대한민국 선봉! 그것처럼 로열시리즈를 잘 표현하는 말이 어디 있다고 그래?”
삼복이는 말끝마다 대한민국 선봉을 부르짖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직도 보름 전 광장 환송회의 감격을 잊지 못하는 모양이다.
하긴 대세 직원이라면 누구나 주먹을 불끈 쥐었지. 그 자리에 있었던 없었던 말이다.
“뭐, 그렇긴 한데…”
자동차 사진에 직설적인 문구가 70년대다웠다.
좋게 보면 대세가 팔면 죄다 명품이니, 믿고 구매하라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자신 있게 부딪히라며! 그리고 내수판매가 연 3만대 정도만 되어도 부품 라인 투자는 충분해. 은행이자와 원금 상환을 하고도 남는다고.”
“그래, 아이디어는 좋긴 하다.”
삼복이의 계산이 정확하긴 했다.
각종 부품 라인에 여천 제 2공장의 신규라인 증설과 함께 투자하면 연 45만대 캐퍼가 52만대로 껑충 뛰어오른다.
내수 시장에 로열시리즈를 내놓으며 투자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더니, 시중 은행들은 경쟁하듯 대출을 승인했다.
물론 청와대도 승인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내수시장 진입은 물론 수출 물량을 4만대나 늘리고, 부품 수출도 같이 늘리는 것이기에 대출금 9000만불정도야 3년 정도면 갚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예약 판매만 2만대야. 연 3만대는 문제없어! 이제 우리 대한민국도 중진국이야! 대한민국 선봉! 대세자동차!”
연 3만대야 문제없지.
예약 판매 중 절반 이상이 우리 대세 직원들의 수요이지 않나.
20% 가까이 직원할인도 있다지만, 대세로 인해 중산층이 두툼해졌다는 걸 실감케 하는 일이었다.
“그래, 인정! 이왕 할 거면 잘해보자. 직영대리점과 고객센터는?”
“네 말대로 전국 방방곡곡 쫙 깔았다. 미국 딜러들도 몇 명 선생님으로 불러들였고 말이다.”
삼복이가 아주 일 처리를 잘했다.
70년대 대한민국엔 우수 인력들이 차고 넘친다.
잘 교육받고 경험만 쌓이면 해외로 보내 시장을 개척할 이들이었다.
“성과가 보이면, 우수 인력은 추려서 프랑스, 동독, 인도로 보내.”
“프랑스는 몰라도, 동독과 인도까지?”
“당장 매출은 미미하겠지만 거기서 현지인처럼 살아보라고 해. 시장 정보를 수집하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을 거야.”
“알았어. 그렇게 일 처리할게.”
북미 시장에 뿌리를 내리면 다른 시장에도 진입해야지. 우리에겐 2차 오일쇼크라는 절호의 기회가 있지 않나. 값싸고 품질 좋은 자동차를 원하는 고객이 또 한 번 폭증하는 시기다.
“그리고 칼자이스와 기술협업은 하고 있지?”
“물론이지. 뀌년에서 자동차 전조등부터 개발 중이야. 공장도 짓고 있잖아.”
“잘하고 있네. 믿을 놈은 너밖에 없어.”
칼자이스의 전조등은 품질이 우수해 디자인만 잘 뽑는다면 충분히 차별화가 될 것 같았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점심도 안 사주고 내려가라고 하진 않겠지?”
“사천으로 내려갈 건데, 헬기 타고 갈래?”
“아니, 난 자동차가 좋아.”
“하하, 대세자동차 부사장님이다 이거냐? 그래, 점심은 내가 살게. 메뉴나 정해라.”
“근처에서 제일 비싸고 제일 빨리 나오는 거. 소고기덮밥!”
우린 본사 근처 덮밥집에서 식사를 하고 여천과 사천으로 향했다.
***
사천, 대세항공산업 공장.
“오, 많이 변했군.”
회사 입구부터 상당히 번듯해졌다.
허허벌판에 듬성듬성 건물이 서 있던 곳에 잔디밭도 보이고 깔끔한 진입로와 주차장까지 마치 유수 연구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충성! 대한민국 항공 선봉! 주영길 부장!”
어디선가 주영길 부장이 득달같이 달려와 거수경례를 해댔다.
“아니, 주 부장까지 선봉 타령입니까?”
“저도 연수생 환송회에 참석했어야 했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저야말로 그들의 선배 아닙니까. 총알이 빗발치던 월남에서 근무했는데요.”
뭐야, 주 부장은 안전한 병참 기지에서… 아, 공항 활주로 닦느라 밀림을 개척하긴 했네.
뺀질거렸지만 뀌년에서 뺑이 친 건 사실이다.
“아쉽겠군요. 후배들 앞에서 못다 한 거 내게 성과를 자랑하면서 풀어요. 어째, 자랑할 준비는 되었습니까?”
“당연히 준비 완료입니다. 이제 우리 회사엔 입에 자물쇠 채운 놈들이 수두룩합니다. 우리 대세항공산업은 방산의 선봉이지 않습니까!”
맞는 말은 맞는 말이지.
미사일 개발 완료를 했다는 것 만으로도 여기 직원들은 특급 관리 대상이다.
“틀린 말은 아니군요. 국산 미사일 인계는 국방부와 협의가 끝났습니까?”
중간보고는 받았지만 완료보고는 아직이었다.
“예, 조만간 공식 발표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이키 미사일의 유지보수를 국군이 하는 것으로 미국 국방부와 합의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드디어 합의했군요. 좋은 소식입니다.”
“회장님 말씀대로 오래된 나이키 미사일을 국군이 몽땅 처리해주겠다고 협상을 걸었더니, 대번에 넘어왔다고 하더군요. 대체 미국이 나이키 미사일 처리로 곤혹스러워 한다는 걸 어찌 아신 겁니까?”
어떻게 알긴?
미군이 언제 미사일을 교체했는지, 국군이 왜 구닥다리 미사일을 수두룩하게 보유하게 되었는지 하는 얘기는 예비군 훈련 때 수없이 들었다.
“뻔하지 않습니까. 하루가 달리 신무기가 나오는데, 돈 많은 미국이 뭐 하러 구형 미사일을 유지하겠습니까? 기껏 해봐야 사거리 200km급 미사일인데 말입니다.”
“회장님 말씀을 들으면 참 신기합니다. 들어오는 정보는 똑같은데 추론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어디 가서 머리 나쁘다는 소리는 안 듣는데 말입니다.”
당연하지, 나야 미래를 보고 왔으니까.
미래의 사실을 알고 현재 벌어지는 일을 살피면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보인다.
“나야 늘 미래를 생각하니까 그런 거죠.”
“미래를 생각하신다고요?”
“주 부장도 바둑둘 때 몇 수 정도는 내다보지 않습니까? 우리 일도 몇년 지나면 어떻게 될까 고민하다 보면 다른 시각이 생깁니다. 그때부터 정보해석을 달리하게 되는 거죠.”
“… 그… 그렇군요.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노력한다고 해도 미래에서 온 내 수준까지야 힘들겠지만, 노력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 부장 정도의 천재라면 상당히 근접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도 있다.
솔직히 주 부장이 좀 뺀질거리기는 해도 6박사들 중에서도 능력치는 최강이거든.
유학 성적만 따지면 1등은 아니었지만, 공부 외에도 소통, 응용력, 추진력 등등 다방면에서 우수하다고나 할까?
심재홍 부장이나 황 영감님이 한 분야에서 특출난 천재라면, 주 부장은 밸런스 좋은 천재라고 할 수 있다.
여하튼 미사일 개발은 조만간 마무리되겠군.
향후 미사일 배치와 운용에 대해서는 정부와 소통하면 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칼자이스 기술자료는 검토해봤습니까?”
“아! 레이더 말씀하시는 거죠?”
“호, 바로 아는군요. 내가 왜 검토하라고 했는지 그 이유도 알겠던가요?”
“에이, 제가 미래는 못 보지만 그 정도도 모르겠습니까? 미사일 유도 장치를 국산화하라는 말씀 아닙니까?”
“하하하.”
역시 주영길 부장다웠다.
척하면 척하니 알아먹는 맛이 있거든.
“그리고 우리 대세에서 반도체 사업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왕이면 나이키 미사일의 진공관식 유도장치 대신 반도체를 쓰면 훨씬 정밀하고 가볍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야? 벌써 그것까지 추론했어? 역시 천재.
내가 살짝 놀라자 주영길 박사가 어깨를 으쓱거리기 시작했다.
“우쭐하지 말고 팀부터 꾸며야 합니다. 레이더 기술은 절대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선박용 레이더도 국산화할 수 있으니 파급력이 아주 큽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ADD 출신 박 연구원을 중심으로 팀을 꾸밀까 합니다.”
“박 연구원을 중심으로요?”
“예. 이제 어리바리한 수준을 벗어나 꽤 베테랑다운 맛이 생겼습니다. 레이더 장치든 유도장치든 곧잘 개발할 겁니다.”
주영길 박사의 눈에 어리바리할 뿐, ADD 출신이면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수재다.
헌데, 주영길 박사한테도 인정받았다면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인재라는 소리다.
“좋네요. 업무 인수인계 끝나면, 팀을 꾸며서 곧바로 뀌년으로 파견하십시오.”
“예, 회장님.”
개발 방향도 잘 이해하고 있고, 담당자도 베테랑이니 주변의 이목을 끌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수준까지 잘 개발할 것이다.
믿고 맡길만한 이들이 툭툭 튀어나오고 있다.
좋다.
“좋아요, 레이더는 걱정 없겠군요. 그럼 본격적으로 주 부장의 자랑을 들어볼까요?”
“하하! 깜짝 놀라실겁니다. 안쪽으로 모시죠.”
주 부장이 휙하니 날 공장 안쪽으로 데려갔다.
보안 게이트를 3군데나 거치면서 말이다.
라인 몇 개를 지났다고 여겼는데, 떡하니 거대한 창고가 나타났다.
긴장한 표정의 직원들이 그 앞에 모여있었다.
“무슨 창고가 이렇게 큽니까?”
“항공기 조립 라인은 최적화를 시킬수록 창고처럼 변하더군요.”
“여기가 조립 라인이었군요.”
항공산업은 공간을 엄청 잡아먹는 사업이다.
이런 촌구석에 세우길 정말 잘했다.
“왼쪽 F16 라인부터 보시겠습니까? 오른쪽 A7 라인부터 보시겠습니까?”
“오른쪽부터 봅시다.”
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오른쪽을 골랐지만, 속으로 깜짝 놀랐다.
F16 면허생산품도 나왔고, A7 국산제품도 나왔다는 건가?
F16이야 GD(General Dynamics)社에서 엔지니어를 파견했으니 그렇다고 쳐도, A7은 정말 맨땅에서 헤딩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말이다.
A7의 제조사인 보우트사의 엔지니어를 영입하고자 했지만, 이미 고급 엔지니어들은 죄다 다른 회사로 튀어버린 상태라 기술자료와 설비만 가져오는데 만족해야 했었다.
“다들 들었지! 회장님께 A7을 보여드리자!”
“대한민국 항공 선봉! A7을 공개합니다.”
라인 앞에 서 있던 직원들이 스스로를 선봉이라 외치며 거대한 샤시를 위로 올렸다.
말끝마다 대한민국 선봉을 외치라고 교육을 시킨 건가? 너무 오글거리… 어?
딴 데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눈 앞에 펼쳐진 A7의 위용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 대한민국 선봉답군요…”
“이 일에 최선을 다했고, 참여할 기회를 주셔서 영광입니다.”
직원들의 대답엔 자부심이 잔뜩 배어있었다.
나는 그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시발, 정말 잘 만들었네. 정말! 정말!’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튀어 나갈 정도로 잘 만들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그런 내 생각이 깡그리 틀렸음을 A7 기체로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플랜트를 오래 만지다 보면 기계도 생명이 있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얼렁뚱땅 흉내만 내서 만든 플랜트는 만들자마자 숨도 못 쉬고 죽어버리지만, 전문가가 만들어낸 플랜트는 스스로 숨 쉬며 생동감을 뿜어낸다.
지금 눈앞의 A7 공격기가 딱 그러했다.
잠들어있던 녀석이 부스스 눈을 뜨고 이제 왔냐는 듯 날 맞이하고 있었다.
“이 녀석이 어서 하늘을 날고 싶다는데?”
“하하하, 역시 회장님! 이 녀석 말을 들으셨군요. 제게도 똑같이 속삭이던데 말입니다.”
주영길 부장도 A7 공격기를 툭툭 쳐대며 자랑스러워했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단박에 성공… 아니, 조립한 겁니까?”
아직 성공이라고 하긴 멀었다.
하늘로 날리기엔 검증해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솔직히 수두룩하다 못해 태산이다.
“왜 미국이 A7 사업을 포기했는지 조립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이 녀석의 조립은 무지막지하게 어렵고, 불합리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F16이 왜 최신형 전투기인지 알겠더군요.”
“F16과 비교하며 조립했다는 소리군요.”
“예, GD 엔지니어들과 협업하며 실시간으로 장단점 파악을 했습니다. 게다가 일본놈들이 중공까지 끌어들여 허튼짓을 해주는 바람에 A7은 엔진 실험도 마음껏 할 수 있었습니다.”
나름 우리 엔지니어들도 사력을 다했고, F16 면허생산을 위해 파견 나온 GD쪽 엔지니어들도 꽤 도움이 되었던 모양이군.
의도치 않은 수확이라고 하겠다.
“… 벌써 엔진 성능 검증도 했습니까?”
“그럼요. 회장님 앞에서 엔진을 켰다가 꺼지면 그 무슨 창피입니까? 다 해 봤죠!”
“다 해봤다고요?”
“여기 이 녀석들 얼굴 시꺼먼 거 보십시오. 회장님 내려온다고 했더니 일주일 내내 새우잠자며 밤을 새우던데요?”
정말이네.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왔을 정도다.
“하하하, 주 부장 밑에서 고생이 많습니다.”
“다들 들었지! 회장님께서 보너스 주신단다!!!”
“와아아아아아!”
하하, 이렇게 말하면 안 줄 수가 없잖아.
역시 주 부장은 보통이 아니라니까.
헐렁한 듯하면서도 조직장악력이 대단했다.
어차피 줄 보너스인데 꼭 자기가 말해서 얻어낸 것처럼 하지않나. 그것도 대놓고 말이다.
이런 걸 보면 주 부장은 기술 주도가 가능한 경영자라고 할 것이다. 극히 드문 케이스다.
“엔진 출력 한번 봅시다. 마음에 들면 보너스야 얼마든지! 내주죠.”
“다들 들었냐!”
“우아아아아아!!!”
뭐야? 뭐 이리 환호부터 하는거야?
“대한민국 항공 선봉! 모두 위치로!”
“모두 위치로!!!”
“각자 확인해서 보고하라!”
주영길 부장이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더니 대번에 마이크를 잡았다.
“흡입구, 압축기! 이상 없습니다.”
“연소실, 점화기! 이상 없습니다.”
“터빈, 배기구! 이상 없습니다.”
“마! 측정기도 확인해야지!”
“가스 압력 측정기! 이상 없습니다.”
“열전대! 이상 없습니다.”
십여 명의 엔지니어들이 각자 맡은 곳을 확인하고 안전위치로 휙하니 물러서는 모습만 봐도 얼마나 똑 부러지게 일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상 없다고 저리 자신 있게 말하는 것부터가 웬만한 실력과 경험을 갖췄다는 의미다.
“회장님! 카운트다운 부탁드립니다!”
“좋아요. 다같이 합시다.”
누군가 내게 점화 버튼을 가져다 주었다.
“10, 9, 8, 7 … 3, 2, 1, 제로, 점화!”
“점화!”
쿠오오오오오~ 콰쾅!! 쐐에에엑…
엄청난 굉음을 발산하며 배출가스를 뿜어댔다.
초반에 아주 잠깐 붉은빛의 불꽃을 뿜어내더니, 금세 청색 불꽃, 그다음엔 밝은 보랏빛에 가까운 불꽃을 일직선으로 뿜어댔다.
미쳤다! 미쳤어!
이걸 이렇게까지 해냈다고!!!!
< 396 : 점화 버튼 > 끝
ⓒ 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