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0)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0화(40/589)
< 040 : 수금 >
강 변호사라는 놈이 벌벌 떠니 분위기가 삽시간에 달라졌다.
“강 변, 자네 뭐 하는 짓이야! 이런 놈 앞에 왜 무릎을 꿇어?”
“입 닥쳐. 이 돌대가리 새끼야.”
강 변호사는 주 회장을 잡아먹을 듯이 소리를 질렀다.
역시 검찰 조직에 있던 놈이라 상황 파악이 빨랐다.
“뭐… 뭐어? 돌대가리?”
“우 사장님. 제가 저런 돌대가리 놈이랑 한통속일 리 없지 않습니까. 저는 이런 일인 줄 꿈에도 모르고 주 회장 저놈에게 속아서 나온 겁니다.”
강 변호사는 무릎을 꿇은 채로 내 표정을 살피더니 그대로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박쥐 같은 놈. 눈치 한번 빠르네.
“이봐, 주 회장. 시간은 딱 하루야. 알아서 준비해와.”
“알아서 하라니… 무, 무슨 소리야?”
뒤로 슬금슬금 빠져나가는 변호사를 멍하니 보고만 있던 주 회장이 얼빠진 소리로 대답을 했다.
“뭐긴 뭐겠어? 성의를 표해야지. 그것도 내가 만족할만한 성의.”
나는 손가락으로 돈 모양을 만들어 주 회장 눈앞에 대고 흔들었다.
주 회장은 분위기가 워낙 이상하게 돌아가니 얼굴만 붉힐 뿐 차마 욕설을 내뱉지는 못했다.
“이봐! 뭔가 잘 모르는 모양인데, 내 등 뒤엔 JPA가 있어. 청와대도 한 수 접고 가는 곳이야. 미군 납품도 내가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지. 상대를 봐가며 덤비란 말이야.”
돌대가리 맞네. 상황 파악조차 못 하는 놈이네.
탈탈 털어도 뒤탈 걱정이 없겠어.
“JPA? 아, 주일 조달본부! 어쩐지… 청와대가 당신을 두고 본다 했네. 어디 빨대 꽂았어?”
JPA가 우리나라 기업과 포괄적인 기술 이전을 약속하며 치고 들어온 게 한두 건이 아니지.
80년대까지도 업계에서는 국산화가 JPA와 갈라선다는 의미가 될 정도로 기술 의존도가 높았다.
“너 같은 놈은 상상도 못 할 비료 공장이다! 대통령도 감히 나와 척질 수는 없을 거야. 비료는 국가 기간사업이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시대에 비료는 식량과 동격이니까.
60년대엔 대졸자 중에서도 최고 학벌을 가져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던 첨단 산업체였지.
“참나, 비료 공장이었어? 당신 말이야, 비료가 뭔 줄은 알아? 질소 비료랑 유안 비료를 구별할 줄은 알고?”
“이놈이, 어디서 잘난 체야. 일본 선진 업체들이 나를 통해서만 기술 이전을 하기로 했다고! 기술자들이야 아랫놈으로 부리면 그뿐이야.”
“그 대단한 비료의 원료가 뭔지, 그걸 한국에선 누가 공급해주는지 알고는 있고?”
비료의 원료는 기본적으로 나프타다.
카프로락탐이라는 나일론 재료를 만들고 남는 부산물이 유안 비료다.
쉽게 말해서 대세 화학에서 나프타를 다루면 비료는 자동으로 나오는 거다.
부산물을 굳이 비료로 팔지 않고 벤토 촉매를 가공하는 데 쓰고 있었을 뿐이다.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JPA의 기술은 선진 기술이야. 네 놈 따위가 따라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됐고, 딱 하루 준다. 모르면 가서 물어라도 봐.”
나는 휙하니 돌아섰다.
바보랑 대화하는 것은 시간 낭비였다.
삼복이가 잽싸게 연락처가 적힌 명함을 날렸다.
머리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아니 주위에 세상 물정을 아는 놈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돈 보따리 싸 들고 날 찾아오게 될 거다.
해야 할 일이 많다.
가는 길에 주한 일본 대사관도 들리고, JPA 담당을 찾아 통보도 해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손 봐줄 하청 업체들이 아주 많았다.
***
나와 삼복이는 바쁘게 움직였다.
삼오를 털기 전에 내 편부터 골라놔야 했다.
하청 업체를 네 군데나 돌고, 마지막으로 신신합섬에 다다랐다.
“문 열어요. 우찬수 사장입니다.”
“헉, 우 사장님.”
나는 경비실을 두드렸다.
“이제 문도 안 열어 주십니까?”
“그게 저희 사장님이 대세와 거래 안 한다고 찾아와와도 문 열어 주지 말라고…”
“거래는 안 하더라도 사장이랑 할 얘기가 남아서요. 직원분께 피해 안 가도록 하겠습니다.”
내 말에 결국 공장문이 열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이들에게 은인이자 최고의 고객이었으니까.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와? 여긴 엄연히 내 공장이라고.”
“배신자에겐 볼 일 없어. 이 부장, 시작해.”
내가 온 걸 들었는지 신신합섬 사장이 부랴부랴 나타났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굳이 배신자랑 실랑이할 필요도 없었다.
“예, 사장님.”
삼복이가 메가폰을 잡고 차 위로 올라갔다.
“아아! 신신합섬 종업원들 들으시오. 딱 오늘 하루 기회를 드립니다.”
“뭐… 뭐지?”
“신신합섬 직원분들이라면 누구나 오늘 하루 대세 실업에 지원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에? 대세 실업에서 뽑아준다는 거야?”
월급 많기로 유명한 우리 회사가 직원을 뽑는다니 사방에서 우르르 몰려들었다.
“거짓말이야! 대세 실업은 지금 망하기 직전이야. 삼오에게 잡아먹히기 직전이라고.”
신신합섬 사장이 큰 소리로 우릴 방해했다.
바라는 바였다.
우리 회사 직원으로 개나 소나 다 뽑아줄 생각이 없거든.
“무조건 뽑아주는 게 아니라, 지원할 자격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정직한지, 실력은 있는지, 성실한지, 무엇보다 부자가 되겠다는 열의가 있는지 꼼꼼하게 살피겠다, 이겁니다. 오늘 딱 하루!!!!”
“… 부자가 되겠다는 열의?”
신신 합섬 직원들은 삼복의 말에 묘한 고양감을 느꼈다.
난 여기서 쓸만한 직원과 알짜배기 장비만 빼내 올 거다. 괜히 복수한답시고, 여기 공장을 인수했다간 부채까지 떠안는 꼴이다.
뭐하러 신신합섬 사장에게 재기할 기회를 주나.
그냥, 공장 껍데기만 끌어안고 자폭하게 해야지.
배신자가 잘 먹고 잘사는 꼴은 절대 못 본다.
“오늘부로 대세 실업 물량은 즉각 중단될 것이며, 신신 합섬은 이 바닥에서 더 이상 장사하지 못할 겁니다. 이제 직원분들은 밥 먹고 살려면 각자 살길을 찾아야 할 겁니다.”
“뭔 개소리야. 누가 누굴 압박해? 우리 고객은 삼오야. 삼오가 물량을 줄 거야.”
“자자, 여기 신신 사장의 말을 믿든, 대세의 말을 믿든 여러분 자유입니다. 하나만 명심하세요. 결과는 각자 책임! 기회는 오늘 딱 하루!”
삼복이의 말에 삼삼오오 모여든 직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뽑아주시는 겁니까!”
누군가 소리쳤다. 그 소리에 몇몇 직원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내가 좋아하는 눈빛이었다.
욕심은 탐욕으로 변질되기 전까지는 사람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대세에 도움이 되면 됩니다. 기술로든 성실로든 뭐로든.”
나는 이 말을 끝으로 신신을 나왔다.
“속지 마! 속지 말라고. 대세 실업은 곧 망할 거야. 망할 거라고. 다들 들어가서 일이나 해! 어서.”
신신 합섬 사장이 소리를 치고 관리자들이 직원들을 닭 몰 듯했지만, 웅성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오늘 밤이 되기 전에 사람들이 몰려올 거다.
“삼복아, 이제 다 돌았지?”
“응, 마산의 영광 합섬은 배신 안 했으니.”
“그러게, 다행히 한군데는 진국이었네.”
마산까지는 안 가도 돼서 천만다행이었다.
“응. 당장 물량이 빵구 나겠지만, 한군데는 남았으니 최악은 아니야.”
“빵구 안 나. 내일부터 일할 사람이 넘칠텐데 뭘.”
“사람이야 그렇다 쳐도 설비가 있어야지.”
“지금 설비도 생길 거야. 그것도 셋업 다 된 걸로.”
“뭔 소리야? 설비가 어딨어?”
“홍양방직, 동남섬유, 한성직물이 파산했다고 하지 않았어? 거길 내버려 둘 거야? 걔네들 칼 마이어 기계 잔뜩 들여놨다면서.”
밤새 얘기를 나누면서 여러 얘기를 들었다.
“!!! 그러네. 우리가 먹으면 되는 거네.”
“친히 각하께서 먹으라고 멍석까지 깔아줬는데 사양하면 쓰나. 감사하게 받아먹어야지.”
“그렇구나!”
“산업은행으로 가자. 죄다 은행에 압류당해 있을 거야.”
이때 협회 회원사였다면 당연히 대출을 최대한 당겼을 테고, 은행이야 내가 그런 부실기업을 인수하겠다면 만세 삼창을 할 거다.
줘도 되는지 은행장이 청와대에 전화 한 통화는 해보겠지만, 그 또한 문제없을 거다.
“가즈아!”
“가자! 하하하하하!”
삼복이가 신나게 액셀을 밟았다.
****
같은 시각, 삼오 방직 사장실.
“뭐… 뭐라고? 일본이 폴리텍 특허를 포기해?”
“예, 일본 대사관에서 직접 저희 쪽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일본 대사관이 이런 일에 왜 끼어들어?”
삼오 회장은 당황해하는 비서를 몰아붙였다.
“그… 그게… 폴리텍이 미군에게 납품되는 걸 왜 미리 알리지 않았냐고 그쪽에서 오히려 따지더군요. 그걸 알았다면 애초에 삼오와 거래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입니다.”
“뭐… 뭐라고?”
“미일 관계를 해칠 수 있는 일이니, 그간 논의했던 일을 모두 파기하겠다며 아주 난리였습니다.”
“… 미친…”
주 회장은 어이가 없었다.
일본 대사관이 직접 미일 관계를 언급해?
우 사장이 말한 내란죄가 그냥 하는 협박이 아닌가?
“그게 다가 아닙니다. JPA 담당자가 비료 공장 협의를 중단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비료 공장 건설은 국정 과제야. 각하께서 직접 챙기는 일이란 말이다.”
“대세 화학과의 협상이 우선이라고 합니다. 대세 화학이 원료를 제공해줘야 JPA가 비료 공장을 지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뭔 개소리야. 대세 화학이 뭔 원료를 대!”
“대세 화학이 독점 공급하는 납사(나프타)가 비료의 원료라고 합니다.”
“뭐… 뭐야? 무슨 일이 이리 돌아가?”
머리는 빙글빙글 도는데 몸은 덫에 걸려 꼼짝달싹 못 하는 느낌이었다.
“회장님, 우 사장과 척지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월남에서 대형 원목 사업도 시작했다고 합니다. 배 한 척이 들어올 때마다 수만 불씩 벌린답니다.”
“뭐라? 배 한 척에 수만 불?”
그제야 박대통령이 자기 손을 놓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비서가 계속 뭐라뭐라 보고를 이어갔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내란죄라는 단어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애송이가 나프타니 원목이니 폴리텍이니 그걸 다 했다고?”
“사장님, 오늘까지면 6시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우 사장님을 만나시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정말 시간이 저녁 6시를 지나고 있었다.
“뭐하나? 챙겨! 어서!”
“뭐… 뭘 챙길까요?”
“뭐긴 뭐야? 돈 가방이지. 금고 비워. 어서!”
“아!”
주 회장은 비서가 만든 돈 가방을 들고 부랴부랴 주차장으로 뛰어갔다.
“대세 실업으로. 어서!”
“옙!”
***
대세 실업 사무실.
“살려주십시오. 우 사장님.”
“그거야 내 소관이 아니지요. 훔친 특허가 어디 보통 특허입니까? 공무원을 매수한 죄도 있고.”
삼오 회장이 언제 오나 싶었더니 해가 지자마자 달려왔다.
날 보자마자 사무실 바닥에 넙죽 엎드리는 걸 보니 현실 파악이 끝난 모양이다.
오전과 달리 점잖게 응대해줬다.
“처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내란죄까지만은 안 가게 해주십시오.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주 회장이 돈 가방을 내밀었다.
정말 돌대가리에다 염치까지 없는 놈이었다.
“뭡니까? 이게.”
“제 성의입니다. 섭섭지 않게 넣었습니…”
“장난하시나. 이깟 푼돈, 손주한테나 줘요.”
나는 돈 가방을 발로 툭 밀어냈다.
잔뜩 채웠다고 해봐야 5백 원짜리 지폐다.
이번 일을 이따위 푼돈으로 매듭짓자고?
어림없다. 내가 멀리하고팠던 청와대와 어쩔 수 없이 가까워진 일이란 말이다.
“당연히 한번으론 성에 안 차시겠죠. 매달 가방 배달을 시키겠습니다.”
“배달? 허 참.”
“금액이 부족하면 매달 가방 두 개까진…”
“아실만한 분이 왜 이러실까? 설마, 장사를 계속하겠다는 뜻입니까?”
“예에? 당… 당연하지 않습니까. 저도 돈을 벌어야 상납을…”
“나보곤 항복하고 외국으로 나가라더니 당신은 계속 이 바닥에서 장사하시겠다? 이야, 치사하네.”
“…..”
내 말에 주 회장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무슨 잣대가 고무줄인가? 안 되겠다. 이 부장, 청와대에 보고해. 내란죄로 처리하자고.”
“예, 사장님.”
“으헉, 안 됩니다. 우 사장님. 안 됩니다.”
주 회장이 다급했는지 내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옳거니, 다급하게 나오네.
뒷배였던 JPA도 발을 뺀 것이 확실했다.
내가 서류 사본을 일본 대사관에 보냈으니 당연한 일이긴 했다.
“살려주십시오. 어쩌면, 어쩌면 되겠습니까? 뭐든 다 하겠습니다.”
“삼오 방직 내놓으셔야지. 협회 회장직도 내놓고요. 아, 어차피 삼오 방직 없으면 협회 회원도 아니구나.”
협회 회장직에는 유일하게 배신하지 않은 마산의 영광합섬 사장을 앉혀야지.
“삼오… 삼오 방직은 제가 10년 넘게 키워온 회사입니다. 그걸 어떻게?”
“키워? 뭘? 원료 죄다 수입해서 허접한 품질로 내수 시장에 비싸게 판 거뿐이잖아. 그렇게 회사 덩치나 키운 건 키운 게 아니야. 너 혼자 잘 먹고 잘살자고 한 짓이지.”
“으으으…”
정곡을 찌르니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회사는 내가 잘 키울 테니까, 당신은 삼오 CC에서 평생 골프나 치면서 놀아. 다시는 이 바닥에 발 들일 생각 말고. 다시 들어오기만 해봐. 그 즉시 발목을 잘라버릴 테니까!”
“헉!”
손도끼로 발목을 자르는 흉내를 내니 주 회장이 자지러졌다. 이깟 어린애 같은 협박이 진짜로 통하는 60년대라니.
“가시죠, 주 회장님. 산업 은행장에게 퇴근 좀 미루고 기다리라고 했거든요.”
“허헉… 예… 예… 이 부장님.”
삼복이가 주 회장을 어깨로 짊어지듯 부축해서 사무실을 나섰다.
“어후, 저녁도 못 먹었는데 배가 부르냐.”
수금은 아주 힘든 일이다.
대신 배가 부르지.
< 040 : 수금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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