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01)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01화(401/589)
< 401 : 대통령들 >
철광석과 모래마저 대규모로 수입한다니 둘 다 깜짝 놀랐다.
그래, 지금 시점에선 이해가 안 되겠지.
하지만 2년만 지나 봐라, 지금 수급 계약을 맺어두면 두고두고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될 거다.
“우리나라는 자원 빈국입니다. 게다가 육로로 자원을 들여올 방법도 없습니다. 이참에 장기 계약을 맺어둬요. 몇년 전 오일쇼크 같은 일이 또 있을지 누가 압니까?”
“예, 회장님. 인천제철 및 대세건설과 협의해서 자원 계약을 맺어두겠습니다. 이참에 대세목재로 계약을 갱신하고요.”
김복순 부장이 대세목재도 짚어주었다.
“아! 대세목재도 원목이나 선박 내장재 외에 가구개발도 시작하자고 해야겠군요. 아파트용 붙박이 가구까지 제공해줍시다.”
사우디 정부에 빌트인으로 가구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해봐도 좋을 것 같았다.
2차 오일쇼크가 오면 북미에서야 자단목 수요가 급격히 줄겠지만, 중동에선 오히려 늘 것 아닌가.
대한민국 아파트에서도 말이다.
“가구까지… 예, 너무 좋습니다. 회장님!!!!”
뜻밖에 김복순 부장이 반색을 했다.
가구도 유통하고 싶었던 모양이네.
대세목재와 대세실업이 찰떡궁합이긴 하겠다.
“회장님, 송구합니다만… 철골 구조물은 국내 아파트 실정에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왜 그리 생각하죠?”
단충기 부장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웬만하면 따르겠지만, 이성적으로 수긍이 어려웠던 모양이다. 소통을 중시하는 대세의 문화이기에 어렵더라도 회장에게 반대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최고층 빌딩에나 적용하는 철골을 일반 아파트에 적용하면 건축비가 크게 상승할 겁니다. 높은 분양가 때문에 아파트가 안 팔려도 문제고, 팔려도 대세가 사치를 조장한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70년대다운 의견이었다.
컬러 TV 수출을 장려하면서 정작 국내에선 국민들의 사치를 부추긴다고 흑백 TV만 판매하는 시절이다.
“송구하긴요,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에도 30층 정도의 고급 아파트가 필요합니다. 언제까지 엘리베이터도 없이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아파트로 만족할 겁니까?”
내 전략은 20층 내외의 벽식구조 아파트는 훌쩍 건너뛰는 것이다.
내가 미래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21세기엔 죄다 재건축해야 하는 아파트를 왜 짓나?
뼈대는 유지하고 리모델링만 해도 되는 멋진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을 것이다.
“3… 30층! 그런 초고층 아파트를 어떻게…”
“못할 게 뭡니까? 우리에게 땅이 모자라지 기술이 모자라진 않습니다. 게다가 대세 아파트는 1층엔 상가, 지하와 2,3층엔 주차장, 그리고 공동 정원과 각종 커뮤니티 시설까지 잘 갖춰진 주상복합 아파트가 될 겁니다.”
“주상복합… 이라면 세운상가 같은 것을 세우신다는 말씀이시군요.”
세운상가처럼 지으면 망하지.
사람들의 동선을 완전히 무시한 건물이기에 결국 흉물로 전락하지 않나.
“세운상가는 좋은 예가 아닙니다. 우리 본사가 주상복합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층 건물을 올린 대가로 넓은 광장을 확보했잖습니까. 우리 직원들도 평소 사무실에서 일하지만, 쉬는 시간엔 커피도 한잔하고 간단하게 사내 매점에서 쇼핑도 하잖습니까.”
“대세 본사 같은 초호화 건물에 일반인이 살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 정도가 초호화 건물이라… 뭐, 70년대 시각으론 그리 보일 수도 있겠군.
“단 부장이면 싼 일반 아파트와 좀 비싸지만 대세의 주상복합 중 어디를 택할 겁니까?”
“마음 같아선 당연히! 대세의 주상복합이지요. 다만, 금전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단 부장 정도면 충분히 사고도 남을 텐데, 지레짐작으로 비쌀 거라 여기는 것이다.
“솔직한 대답이군요. 하지만, 이참에 자재를 대량으로 확보한다면 단가를 낮출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우린 후분양을 할 겁니다. 짓기도 전에 돈부터 내고 나중에 하자가 있어도 항의도 못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후분양 또한 내가 첫 단추를 끼우면 된다.
게다가 79년에 2차 오일쇼크를 거치면 내가 지은 주상복합은 비싼 게 아니라, 비싼 건물을 극도로 싸게 지은 셈이 될 것이다.
“후… 후분양까지 한다면 무조건 대세 주상복합을 선택할 겁니다. 조선이며 자동차며 명품 아닌 게 없는 데 아파트는 얼마나 잘 짓겠습니까!”
맞는 말이다. 대세가 설계하면 대중교통, 사람들 동선, 녹지공간, 상가 배치, 심지어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까지 죄다 명품이다.
“그러니 해보자고요. 사우디 아파트에 들어가는 각종 건설자재와 사우디 플랜트에 들어가는 철골 구조물을 공용하면 압구정동에 주상복합 시범단지 정도는 지을 수 있을 겁니다.”
“예,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시범 사업!”
사우디 프로젝트를 빌미 삼아 자재를 대량으로 수급하면 시범단지 정도야 싼 값에 지을 수 있다.
국민들이 럭셔리 주상복합을 맛보면 일반 벽식구조 아파트가 대세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젠가 대통령이 행정수도를 공식화하면 자연스레 주거공간으로 주상복합이 들어서게 될 거다.
그러면 난개발 따위는 저 멀리 날려버리며 21세기 대한민국 행정수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아파트 진입로도 만들지 않는 로테건설 따윈 명함도 내밀지 못할 것이다.
“회장님, 이왕 주상복합을 지으신다면 입주 상가에 대한 브랜드 관리를 저희 대세실업에서 맡으면 어떻겠습니까?”
“대세 실업에서요?”
이야, 김 부장. 브랜드 관리라는 말도 아네.
역시 대세실업은 70년대 기업이 아니라니까.
“예, 회장님. 대세실업의 협력업체는 값도 싸고 품질도 믿을만하니 대세 주상복합의 가치를 더욱 높여줄 겁니다.”
“좋네요. 주상복합 상가는 대세실업이 전적으로 임대사업을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회장님.”
김복순 부장의 깔끔한 성향에 어울리는 상가만 들어선다면 최고지.
우리 본사 광장의 상가들도 위생상태나 고객 대응은 끝내준다. 심지어 커피와 아이스크림은 외국인들에게도 찬사를 듣는다.
그런 광장 상가를 관리하는 주체가 대세 실업이니 주상복합 상가도 멋지게 관리하겠네.
우리 대세야 유동자금이 풍부하니 굳이 상가까지 분양할 이유는 없었다.
“베인 실장.”
“예, 회장님.”
“여태 논의한 거 잘 들었지요?”
“예, 회장님. 대세건설에 국내 주상복합 사업부를 조직하겠습니다.”
역시 빌 베인. 대번에 내 의도를 꿰찼다.
“설계팀에 힘줘야 합니다. 옥포 리조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 중심으로 사업부를 꾸며요.”
“예, 회장님.”
“단 부장, 김 부장. 대세건설 주상복합 사업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십시오. 압구정동 시범단지는 조만간 구체화 될 겁니다.”
내가 대통령에게 제안하면 된다.
행정수도 건설을 위해 사전 연습을 해봐야 한다고 하면 대번에 허가가 떨어질 것이다.
“정말 멋진 프로젝트가 될 것 같습니다. 대세 직원들도 분양받을 수 있겠죠, 회장님?”
“당연하죠. 대세 직원은 국민 아닙니까?”
럭셔리 중산층을 만들어 보자.
처음에는 단순한 주상복합에서 시작해서 나중엔 메디컬 센터, 교육 센터, 더 나아가선 리조트에 버금가는 호화 주택단지를 만들어주마.
첫 단추만 잘 끼우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것도 서울이 아닌 곳에서 말이다.
“이 건은 비서실에서 주간 보고를 하겠습니다.”
“그리 하십시오.”
빌 베인도 이 사업에 꽤 큰 의미를 부여했다.
여태와 달리 직접 돈을 버는 사업이 아니라 회사의 브랜드를 높이는 사업이라 그럴 것이다.
***
다들 흥분된 표정으로 집무실을 빠져나갔고, 나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행정수도 업무는 이렇게 실무진을 가동하면 차근차근 성과가 나올 테고, 이제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은 카터의 국빈 방문이었다.
작전은 다 짰지만 대한민국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이기에 다시 한번 시나리오를 떠올려 보았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나라에 불똥이 튀는 일 없이 카터의 지도력에만 치명타를 입히고 주한미군 철수를 미루는 그림이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역시나 밴 플린트 장군이나 낸시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나는 곧바로 텔렉스를 보냈다.
「국빈 방문을 준비 중인데 보스들끼리 어떤 얘기가 오갈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주한미군 철수 이슈가 있으니 유쾌한 대화만 오가진 않겠지요. 다소 언성이 높아지더라도 양국 간에 앙금은 남지 않도록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나는 적당히 비유를 섞어 메시지를 보냈다.
다들 빠꼼이라 이 정도만 알려도 바로 눈치를 채고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해줄 거다.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좋아요. 이번 일로 출마 빚은 갚는 거예요」
낸시가 제일 먼저 답장을 보내왔다.
마침 자리에 있었던 모양이네.
역시 주고받는 게 명확한 낸시다.
공화당 소속으로 디트로이트에서 출마하란 내 조언은 다시 생각해도 최고의 수였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일본의 7광구 건을 알려주긴 했지만 마음에 빚으로 남았던 모양이네.
역시 낸시가 욕심은 많지만 계산은 정확하단 말이야.
조만간 밴 플린트 장군님도 답을 줄 것이니 2주 후를 기대하자.
***
2주 뒤,
<지미 카터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공식 방문했습니다. 연도에 나온 시민들과 학생들이 국빈 내외와 그 일행을 열렬히 환영하고 있습니다.>
“와아아아아아!”
“대한민국 만세! 미 합중국 만세!”
“하하하, 고맙습니다. 한국 국민 여러분.”
TV에선 연신 카터를 비춰댔고, 카터는 서울 시내를 관통하는 카 퍼레이드를 진정으로 즐겼다.
차 지붕 위에 걸터앉아 손을 흔들며 시민들의 환호에 답했다.
생전에 이런 열렬한 환영을 받아 본적은 결코 없을 것이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연도에 늘어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거리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색종이를 뿌려댔다.
얼마나 열렬한 환영이었던지 그의 부인과 딸마저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제아무리 미국 대통령이지만 국빈 방문인데 버젓이 딸아이를 같은 차에 태우다니.
관광하러 온 것도 아닌데 말이다.
기본적인 외교상 품위도 무시하는 걸 보면 미국 대통령 중에서도 역대급이다 싶었다.
박 대통령으로서도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는 카터가 달가울 리 없지만, 그래도 지구 대통령이기에 최선을 다해서 영접하는 것이다.
이 시대엔 시민들을 동원하는 환영 행사는 그다지 돈도 들지 않으니까.
21세기엔 상상하지 못할 일이지만 70년대만 해도 반상회 때 태극기와 성조기만 나눠주면 기꺼이 길 거리로 나와 박수도 쳐주고 환호도 해주는 분위기였다.
“미합중국 지미 카터 대통령께서 입장하십니다. 국회의원분들께 환영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드디어 카퍼레이드 차량이 국회에 도착했다.
짝짝짝짝.
국회의장이 직접 카터를 맞이했고, 카터는 국회에서도 떠들썩한 박수 세례와 함께 단상에 올랐다.
60년대에 존슨 대통령이 월남 참전을 독려하기 위하여 국회 연설을 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한국은 지난 시절 박 대통령의 지도하에 온갖 역경을 극복하면서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거두었습니다. 이 일은 전세계 지도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고 하겠습니다.”
짝짝짝짝짝.
첫마디를 칭찬으로 시작하자 대번에 국회의원들이 기립해서 박수갈채를 보냈다.
나 또한 주요 참관객으로 초청받았기에 덩달아 일어서서 박수를 쳤다.
“… 대한민국은 인류 역사상 보기 드문 속도로 경제 발전을 했으나, 인권 문제에서만큼은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권이며, 그것은 경제 발전에 앞서는 것임을…”
“와아아아아!”
찍짝짝짝짝.
역시 빌어먹을 정도로 순진한 카터였다.
TV 중계 카메라는 연신 인권을 강조하는 카터와 우리 독재자 대통령의 얼굴을 번갈아 비춰댔다.
대통령은 붉으락푸르락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지만, 야권 인사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치 수준을 제대로 평가했다면서 말이다.
나도 독재는 혐오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미국인이 말하는 인권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한국에선 식구들을 굶기지 않는 것, 수세식 화장실이 갖춰진 집에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인권 개선의 첫걸음이다.
이미 모든 게 풍족한 미국인이 내세우는 인권에 동의할 수 없다.
미국처럼 자유경쟁을 내버려 두면 일본 자금을 등에 업은 놈들이 죄다 해 처먹겠지.
기업들이 기술개발도 하지 않을 테니 미제 물건, 일제 물건이나 수입해다 써야 하는 저급한 소비국가로 전락할 뿐이다.
선진국이 개도국의 사다리를 걷어차기 위한 인권 타령을 진심으로 신봉하다니, 카터는 정말 온실 속의 화초다.
인권이든 인심이든 풍족한 곳간에서 나온다.
곳간이 부족해서야 배라도 채우려면 서로 물고 뜯을 수 밖에 없다.
그걸 우리 대한민국은 독재자의 수출 독려 정책으로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100대 기업에 10개 정도는 들어가야 웬만큼 곳간이 차는 거다.
카터의 말은 집구석이 아무리 가난해도 가장이라면 돈 벌 궁리는 잠시 미뤄두고 철학 공부하라는 말이나 뭐가 다른가?
집이 아무리 가난하고 돈벌이에 무능해도 아버지가 자상하면 식구들은 행복하다는 논리냐?
번지수를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 잡았다.
“한미 양국은 동반자 관계의 새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양국 국민들의 교류를 더욱 촉진해야 합니다. 이에 양국이 공동 출자하는 한미문화교류 위원회 설치를 제의합니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
동북아 군사대치, 경제개발 및 통상, 한반도 통일, 미국 핵우산,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등 수많은 의제가 있음에도 카터는 고작 문화 교류를 하자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
‘한심하군. 꼴에 미국 대통령이라니…’
나는 중지를 세우고 박수를 쳐줬다.
국빈으로서 타국의 국회에서 연설을 하는데, 립서비스로 끝난다고 해도 해당 국가의 핵심 의제를 짚어주긴 해야지.
한국을 이렇게 깡그리 무시하다니, 이 모욕은 만찬장에서 고스란히 돌려주지.
“귀한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인권이 대한민국의 남은 숙제라는 말씀,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주시오.”
카터는 박수갈채와 함께 단상 아래서 기다렸던 박 대통령과 악수하며 어깨를 두드렸다.
“청와대로 출발하시지요. 조금 쉬셨다가 만찬에서 깊은 얘기를 나누시죠. 각국 환영 사절단도 모두 참석합니다.”
“하하하, 그럽시다.”
TV 카메라 앞에서 두 정상은 연신 웃는 얼굴로 대화를 나눴다.
그 웃는 얼굴 뒤에 품은 속내는 전혀 달랐을 지라도 말이다.
< 401 : 대통령들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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