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03)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03화(403/589)
< 403 : 입도선매 >
– 향후 철수 시 미 지상군이 사용해 온 장비는 모두 한국군으로 이양한다.
– 이양되는 이들 방위품목들에 대해 한국에서의 이동훈련과 기술훈련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 한국군 발전계획에 따른 대외군사 차관 및 주요 유지보수 부품 판매를 한국군에 제공한다.
–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한다.
– 한국군의 방위산업을 향후 4년간 지원하며, 그 지원 규모는 미 상하원에서 결정한다.
– 주한미군 철수는 1981년까지 유예한다.
“양국은 총 6개항에 합의하였음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바입니다. 이런 일련의 보완조치로 양국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였습니다.”
“최근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서 한미 양국은 안보동맹에 문제 없음을 명확히 하는 바입니다.”
짝짝짝짝짝.
박 대통령과 카터 대통령은 국빈 방문을 마무리 짓는 6개 항의 합의 사항이 담긴 공식 성명을 발표하였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이 마음에 들었다는 듯 기자들 앞에서 호쾌하게 악수와 포옹을 나누며 포즈를 취했다.
원래 공식 성명서는 계획에도 없었지만, 대만이 악역을 해주는 바람에 일이 술술 풀렸다.
카터는 기자들에게 집중포화를 맞고, 본국 뉴스 채널에서도 주한미군 철수가 미국의 세계 패권 장악에 악영향을 줄 거라는 보고가 줄을 잇자 이 상황을 더는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결국 이틀간 공식 일정을 축소하면서까지 수행원들을 모아 긴급회의를 했고, 결국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보완책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물론 6개항 중에 뒤에 2개항은 청와대가 극렬하게 주장했기에 관철된 협상 항목이었다.
나로서는 카터 재선 실패로 주한미군 철수가 흐지부지되는 걸 알기에 6번 항목보다 5번째 항목에 더욱 기분이 좋았다.
어쨌든 유지보수 부품 수급에 대한 합의 조항을 넣으라고 종용했더니 우리 정부가 정말 멋들어지게 합의문을 뽑아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독재자에게 강력한 인권수호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자신이 주창하는 도덕 정치의 격을 한껏 끌어올리려고 했던 지미 카터로서는 생각도 못 한 일격을 당한 것이다.
이 일을 그냥 덮기엔 정치적 파장이 너무나도 컸기에 부랴부랴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다.
***
“휴우, 임자 수고했어. 1981년도까지 협상을 미루는 아이디어라니, 카터가 재선 안되도록 1000일 기도라도 해야겠구만.”
“도덕 정치로는 재선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미국 국민들은 결국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줄 인물을 찾게 될 겁니다. 지금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민심이 잠시 혼란을 겪은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군. 하마터면 미국 대통령 앞에서 미사일 시위를 할 뻔했어.”
“미사일 시위만으론 이런 협상까지 끌어내지는 못했을 겁니다. 카터 대통령의 위신은 깎아내렸을 지 몰라도, 주한미군 주둔의 명분을 설명하지는 못하니 언론 플레이가 힘들었을 겁니다.”
약소국은 강대국과 명분으로 싸워야 한다.
강대국이 명분을 어기고 힘으로 일을 강행한다면, 강대국 내부의 반대세력과 언론을 움직이기에 아주 좋거든.
납작 엎드려 숙이기만 해서는 외교적 실리를 절대 얻을 수 없다.
어렵더라도 상대 논리의 허점을 파고들어 명분을 만들고 활로를 뚫는 게 제대로 된 외교다.
“그래, 미국 언론이 떠들어주니 너무나도 일이 쉽게 풀리더군. 기자들도 쓸모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 정도야. 여하튼, 이번 건은 깔끔하게 해결했으니 임자에게도 대가를 줘야지?”
“반도체 공장을 행정수도 근처에 짓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물론, 일부 건설을 맡겨 주신다면야 최선을 다해 참여하겠습니다.”
“허, 행정수도 건설에 참여하겠다고?”
“예, 대청댐에 고군분투하는 현산건설을 보니 대세건설도 제 몫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밖에서 벌어 안을 살찌우는 게 대세의 신조지만, 안을 살찌우는 것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대통령 앞에서 짐짓 굳은 표정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제대로 살찌우겠다라… 어떻게 할 셈인가?”
“정부 청사든 아파트든 뭐든 맡겨만 주십시오. 다만 행정수도 건설 이전에 압구정에 시범 단지 조성을 허가해 주신다면 더욱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범단지?”
“예. 주거 공간, 상업 공간, 그리고 자연 녹지 공간이 잘 어우러진 도시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말하는 걸 보니 서민 아파트는 아닌 것 같군.”
서민 아파트라고 엘리베이터도 없고, 싸구려 내장재에, 닭장처럼 다닥다닥 붙어야 하나?
외려 설계를 잘해서 같은 가격에 훨씬 품질이 좋은 집을 제공해야 하는 거 아닌가?
“국내 건설사들이 경쟁하면 서민 아파트도 지금보다는 훨씬 품질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희 대세건설이라도 이번 기회에 아파트 선분양을 후분양으로 바꾸고자 합니다.”
“후분양? 짓고 난 뒤에 팔겠다는 건가? 대세가 돈 많다고 다른 건설사를 압박하는 건가?”
“압박이 아니라,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겠다는 의도일 뿐입니다. 집도 물건인데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입니다.”
분양 당시 조감도만 그럴듯하게 뽑아 놓고 매번 이것 빼고 저거 빼서 원가절감 하는 국내 건설사들의 행태는 절대 정상이 아니다.
사는 사람으로선 전 재산을 투자하는 것도 모자라 대출까지 받는 일생일대의 결정인데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분양 할 때와 입주할 때 물건이 완전 달라지나.
“하긴 와우 아파트처럼 부실시공은 절대 용납할 수 없지. 후분양이 답일 수도 있겠어.”
행정수도에서도 아파트 품질 문제가 생기면 대통령으로서도 곤란하지.
게다가 이번 선례를 잘 만들면 로테건설 같이 난개발로 막대한 부를 챙기는 건설사는 시장에서 퇴출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기업이 도태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저급해도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대세건설이라는 훌륭한 대안이 있으니 불 보듯 뻔한 귀결이다.
“그러면 허가하시는지요?”
“허가하고 말고가 어디 있나? 건설사가 시장을 자체 정화하겠다는데 칭찬만 해주면 되는 거지.”
자체정화라… 그 말도 좋군.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간 사업자가 주도했다는 것도 좋은 선례가 되겠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대신 시간 되면 청와대에 좀 자주 들러. 그간 원폭 연구도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보고도 하고 말이야.”
“원폭 연구는 80년대 중반을 목표로 진행 중입니다. 정보 보안 때문에 저조차 전체 정보를 취합하지 않고 있기에 느리게 보일 뿐입니다.”
“이번 일로 미국만 믿어서 안된다는 생각이 더욱 확실해졌어. 행정수도도 빠르게 이전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말일세.”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보안에 무리 없는 선에서 정리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이미 미사일 기술은 궤도에 올랐고 우라늄 농축에 대한 기술도 상당히 진전했다.
남은 것은 핵탄두 제작 기술이라고 하겠다.
21세기 엔지니어로서 핵분열성 물질을 감싼 폭약이 100ns(천만분의 1초) 이내에 일제히 폭발해야 핵분열이 일어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걸 구현하고 실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실제 실험에 들어가면 더 이상 기술적인 상황이 아니라 정치적인 상황이 되는 거다.
물론 박 대통령이 원폭 개발을 완료할 가능성이 극히 낮기에 내가 평정심을 유지하는 거다.
대세 덕분에 대한민국의 경제 사정은 나아졌지만, 독재의 폐해는 고스란히 쌓여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는 법이다.
박 대통령의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안타깝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하나… 한마디로 딱 정의하기 힘들었다.
“가서 일 봐.”
“예, 대통령님.”
나는 휙하니 뒤돌아 청와대를 빠져나왔다.
내가 굳이 이 양반을 평가할 이유는 없다.
내가 집중할 일은 내가 원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내 아이가 살아가고 내 동료도 함께할 살기 좋은 신도시 말이다.
***
며칠 뒤, 대세 본사.
“회장님, 최종 계약서입니다.”
빌 베인이 대만 정부가 보내온 무기 발주서를 펼쳐 보였다.
미사일, A7 공격기를 우리끼리 정한 코드명으로 발주했는데 첫 물량부터 규모가 대단했다.
미사일이 30기, A7 공격기가 8대로 각종 부품으로 분리해서 뀌년으로 실어 나으려면 1년 내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대만과 잘 협의해준 대세항공은 물론, 빌 베인 사단의 역할도 컸다.
“무기 수출에 대해선 정부 측도 잘 협조해주고 있죠?”
“물론입니다. 인천항에 특별 세관을 만들어서 뀌년으로 바로 수출되고, 뀌년에서는 KDA 관리하에 입고하니 보안상 문제없습니다.”
빌 베인이 이렇게 확신하는 걸 보니 우리 쪽에서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였다.
고델 장군에겐 위험 요소가 없는지 검토하시라고 말을 전하기만 하면 되겠군.
물론 대만에 무기를 보낸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에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미제 부품 수급이 위험요소였는데, 카터와의 공동성명 때문에 그조차 일이 쉬워졌다.
한국군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은 무한정 수입할 수 있으니, A7 전투기 주요부품이나 나이키 미사일 부품 수입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조직 정비는 어찌 되어가고 있습니까?”
“대세항공산업은 물론 대세파운드리, 대세연구소도 조직 정비를 마쳤고, 이번 주에 뀌년 연구원과 인텔 연수생 모두 출국 예정입니다.”
뀌년에서 동독과의 기술협력은 대세자동차가 주도하지만, 칼자이스와는 별도로 연구소를 꾸몄다.
칼자이스 기술에 힘입어 반도체 노광 장비와 레이더 유도장치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동독 칼자이스의 기술은 서방에서도 약간은 소외되어 있지만, 21세기 엔지니어 관점에서 보면 시대를 훌쩍 앞선 기술이었다.
개발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연구부문마다 각 계열사의 전문가들을 TF 형태로 참여토록 했다.
반도체, 정밀 기계, 방산 기술 등등 각 전문영역이 합쳐져 시너지가 엄청날 것이다.
“뀌년 연구소는 우리 주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니 문제없지만, 인텔 쪽과는 연수 프로그램을 잘 설정해야 합니다.”
“예, 신경 쓰고 있습니다. 일단 마이크로프로세서(MPU) 공정 위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기존의 진공관 부품을 반도체로 바꾸는 회로 현대화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음, 그런 프로그램이라면 대세항공에서도 연수생을 파견할만 하군요.”
미사일 유도장치를 진공관 부품에서 반도체로 바꾸기만 해도 성능은 월등히 좋아질 것이다.
다들 공고 연수생들을 배웅할 때의 화이팅을 기억하고 있을 테니 열정적으로 배워올 것이다.
인텔의 설계기술을 훔쳐 온다기보다, 설계요소에 따라 공정 관리를 어찌하는 게 좋은지 감만 잡아도 대성공이다.
설계 별로 실제 양산공정을 실행하다 보면, 이런 식의 설계가 실제 성능 향상에 더 좋다는 가이드를 줄 수도 있다.
이론과 실제는 항상 다르거든.
그게 진정한 슈퍼 을이 추구해야할 자세다.
“최종 수혜자가 반도체부문이라는 측면에서 뀌년 연구소, 인텔 연수 모두 대세파운드리의 투자 예산에서 전용하는 게 바람직해 보입니다. 회장님께서 뀌년 연구소의 투자 규모만 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비서실 의견은요?”
“최소 2천만 달러는 투자해야…”
“그럼, 4천만 달러로 집행하십시오.”
“예에?”
“연구소 투자는 맨땅에 헤딩하는 것인데, 제대로 투자할 확률이 50%만 되어도 잘하는 거죠.”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연구 기자재는 면세 혜택도 있으니 과감하게 투자해도 된다. 시행착오는 연구소에서 해야지, 양산라인에서 하면 대형사고다.
“나중에 대세파운드리가 완공되면 뀌년 연구소를 통째로 한국으로 옮기면 되니까, 최대한 빨리 투자해서 최대한 많이 굴려보라고 하십시오.”
“그리하겠습니다.”
삼복이가 칼자이스의 헤드램프는 내년 하반기에 제품화 한다고 했으니, 그때쯤 뀌년의 칼자이스 연구소는 헤드램프 공장으로 바꿔버리고 연구인력과 설비는 한국으로 고스란히 옮겨야 한다.
자동차 부품 공장이야 뀌년에 둬도 되지만, 반도체 관련 설비와 인력은 죄다 우리나라로 들여놔야 한다.
“이제 비서실은 대세파운드리 공장부지를 정부 부처와 본격적으로 협의해 주십시오. 압구정 시범단지도 허가가 떨어졌으니, 우리 공장이 행정수도 근처에 자리 잡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예, 회장님. 현산의 지질 조사보고서도 입수했으니 최대한 빨리 공장부지를 지정하겠습니다.”
“행정수도 얘기는 절대 보안인 거 명심하고요.”
“잘 알고 있습니다.”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는 일들도 빌 베인과 논의하면 차근차근 해결되니 참으로 편했다.
대세 그룹의 전 직원들이 열심히 하는 바탕 위에 비서실이 모든 정보를 모아 계열사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분석하고 실행 계획을 짜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또한 70년대 대한민국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아직은 정보 수집량이 딸려서 그렇지 미국은 몰라도 일본의 싱크탱크와는 충분히 비빌 만 했다.
“좋군요. 이제 한시름 놓겠습니다. 대만 쪽 무기수출만 모니터링하고, 단기적으론 압구정 시범단지에 집중하면 되겠군요.”
“그와 관련해서 보고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남은 보고가 있습니까?”
“미국 공화당에서 감사편지를 보내왔습니다. 대만 무기수출에 대해 뉘앙스가 묻어있습니다.”
공화당에서 감사 편지?
낸시에게 카터 사태에 대한 마무리를 부탁했는데, 무기 수출에 대한 보험증서까지 보내왔다고?
감사 편지는 무기 수출 관련하여 사달이 생겼을 때, 공화당이 우리 일에 동조했다는 증거이기에 보험증서라고 할 수 있다.
공화당 쪽이라고 그 의미를 모르지 않을 텐데 낸시가 꽤 애를 썼구나 싶었다.
대만과 F5 전투기를 거래할 때도 로비엔 성공했어도, 보험증서를 얻지는 못했다.
“감사 편지라니, 누가 보냈습니까?”
낸시가 꿰찬 공화당 인사가 누굴까 궁금했다.
“로널드 레이건이라는 인물입니다.”
“레이건이라고요?”
“예, 회장님. 생소하시겠지만 배우 출신으로 미국에선 꽤 인지도가 있고, 지난 대선에 도전했다가 내부 경선에서 포드에게 패배한 정치인입니다. 일종의 신진세력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빌 베인이 나름 친절하게 설명했다.
레이건을 빌 베인이 잘 알까? 내가 더 잘 알까?
‘대박! 대박! 이게 뭔 일이지?’
다들 레이건을 신진 정치인으로 알고 있었다.
나는 후딱 감사 편지를 읽어보았는데, 평범한 어조의 문구에 대만 무기 수출에 대해서 협조하겠다는 뉘앙스를 살짝 묻혀뒀다.
벌써 초절정 정치인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짐작건대, 레이건은 주목받는 정치 신인인 낸시를 자신의 편으로 확실히 끌어당기기 위해 이렇게 감사편지를 보낸 것 같았다.
낸시가 확실하게 빚을 갚았네.
레이건이 운이 좋은 건지 내가 운이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낸시가 정말 상대를 잘 찍었다.
그녀가 하원의장으로 등극하는 건 시간문제군.
조만간 미국에 한번 가야 하나?
입도선매라고 레이건이 신진 정치인 취급을 받을 때 인맥을 다져야지.
< 403 : 입도선매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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