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04)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04화(404/589)
< 404 : 사다리 태우기 >
대청댐 건설 현장,
“3m, 2m, 1m, 멈춰!!! 투하해!”
“콘크리트 투하합니다.”
콰르르릉…
강 양쪽 언덕에 설치된 20톤급 케이블 크레인이 연신 콘크리트를 공중에서 투하하고 있었다.
물막이 공사는 이미 완료가 되었고, 댐의 우완 부분부터 콘크리트 댐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왕 사장님, 현장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군요. 공사 진행도 빠르고 말입니다.”
“대세가 도와주시니 지지부진하던 공사가 이렇게 속도를 내는군요. 공사(公社)놈들이 대세가 내민 설계도에는 꼼짝도 못했다면서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가 들었던 말과 좀 다르군요. 현산건설 담당자가 대세건설의 설계마저 통과 안되면 공사를 포기하겠다고 배를 쨌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하하하. 우리가 대세보다 실력은 좀 부족하지만 배짱만큼은 안 뒤집니다. 국내고 해외고 대세건설 다음으로는 우리 현산을 쳐줍니다.”
“아니죠, 댐 만큼은 현산이 대세보다 낫습니다. 저희야 미국 건설사와 컨소시엄이라 설계기술이 좀 앞섰을 뿐, 시공 능력은 현산이 탁월합니다.”
“아이고,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하지만 대세건설이 합류하자마자 케이블 크레인부터 설치한 걸 보면, 시공능력도 대세가 더 나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왕 사장은 대세가 안 해서 그렇지 본격적으로 나서면 댐 건설도 죄다 수주할 거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일견 맞는 말이었다.
솔직히 내가 국내 건설판에 나서는 이유는 돈을 번다기보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이 컸다.
내수 건설로 큰 돈은 벌 수 없는 데다, 국가 위상이 어느 정도 올라가야 해외건설 수주가 가능하니까 말이다.
누가 동북아의 이름도 모르는 개발도상국에 자신들의 산업 인프라 건설을 맡기겠나.
최소한 아시아의 4마리 용 중에 하나라는 소리는 들어야 겨우 입찰 자격이라도 얻지.
그래서 석유화학공업, 종합제철소, 발전소 같은 프로젝트는 내가 먼저 나서서 쓸어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일반 도로나 교량, 댐 같은 것이야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없었기에 신경을 안 썼다.
“그게 우리 직원들이 열심히 공부하니까 그리 보이는 겁니다. 리더가 되려면 현장 경험도 중요하지만, 외국 건설사들이 어떤 신공법을 쓰는지도 꼭 알아야 합니다. 부지런한 사람이 공부까지 하면 성과가 좋은 거야 당연합니다.”
나는 짐짓 화제를 돌려 직원 교육을 강조했다.
현산의 조직 문화를 보면 열정도 뛰어나고 추진력도 탁월하지만 인력 관리만큼은 그다지 치밀하지 못한 기업이지 않은가.
실제로도 대세건설은 케이슨 공법이라는 신공법으로 급성장했기에 내 말이 허투루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우리도 대세의 조직 문화를 좀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습니다.”
“저희 조직 문화를 배우시겠다고요?”
내가 직원들 교육 좀 시키라고 했더니, 조직 문화를 통째로 배우겠단다.
“저기 파견 나온 대세 직원을 보고 느낀 점이 참 많았습니다. 일반 사원급 안전모에 기능공 작업복을 입고 왔기에 왜 대세에서 이런 하급자를 보냈나 싶었더니, 베테랑 차장급이더군요.”
“아, 우리 현장에선 안전 관리자와 방문객을 제외하곤 안전모와 작업복에 차이가 없습니다. 리더의 권위는 복장이 아닌 실력에서 나오니까요.”
“그걸 대세 직원들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부터가 놀라웠습니다.”
“그 정도도 이해 못 하는 직원은 대세에서 성공하지 못합니다. 현장 반장조차 될 수 없습니다.”
우린 스스로 실력을 증명하지 않는 리더는 사다리를 절대 태워주지 않는다.
아시아 자동차나 전포동 협동조합에서 합류했던 인원 중 꼰대들은 죄다 정리된 이유라고 하겠다.
단순히 해당 업계에서 오래 일했다고 베테랑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심지어 각 프로젝트 현장에서 특출난 기능공들은 특진시켜 정식 직원으로 발탁하기도 한다.
계속 기능공으로 남겠다고 하면, 다음 프로젝트에선 베테랑으로 인정해주며 사다리를 태운다.
뛰어난 이들을 계속 사다리를 태워서 올려보내야 조직이 지속해서 발전하니까.
“그렇군요. 단순 계급 파괴인 줄 알았더니 그런 의도가 아니셨군요.”
계급 파괴라니, 오히려 대세는 실력으로 확고한 계급을 만드는 것이다.
심지어 대세엔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 임원이 나올게 확실시 되지 않나.
“저희 조직 문화를 배우고 싶으시다면 전문가를 보내드리죠.”
“아이고 고맙습니다. 매번 받기만 하는군요.”
왕 사장님은 흔쾌히 내 제의를 받아주었다.
역시 왕 사장님은 내 조언을 꼬아 들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나도 이런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거다.
“받기만 하신다니요. 제가 현산을 도운다는 핑계로 대청댐 북쪽에 거대한 공장부지를 불하받기로 한 걸요.”
“아,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말씀이군요. 대규모 투자를 하신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
“돈이야 어찌어찌 마련한다지만, 공장을 돌릴 공업용수를 마련 못 하면 큰일 나지요. 그래서 대청댐 공사를 잘 하시나 감시하러 온 겁니다.”
나는 짐짓 팔짱을 끼며 감독관 행세를 했다.
“감시하러 오셨으면 청주 쪽 도수로 건설 현장을 보고 가셔야지요. 이쪽입니다.”
왕 사장님이 대뜸 내 팔을 끌고 앞장을 섰다.
***
“아니, 본댐이 건설되기도 전에 도수로부터 시공하시는 겁니까?”
“8개월이나 지연된 공기를 따라잡으려면 이 수밖에 없지요. 대세건설 직원도 안전상 문제는 없을 거라고 하니, 과감하게 인력을 투입했습니다.”
도수로란 일종의 인공수로인데, 대청댐 도수로는 그 규모가 상상 이상이었다.
떡하니 공사 현장에 펌프부터 가져다 놨는데, 적어도 700마력짜리는 되어 보였고 취수관도 직경 2m짜리라 거대했다.
역시 건설 규모와 관련 설비엔 아낌없이 투자하는 게 현산다웠다.
“도수로에 이 정도 설비와 인력을 투입하시는 걸 보니 대청댐은 문제없겠습니다.”
“대세가 설계와 공법 제안은 물론이고 최신 방수재료까지 구해다 주니 이렇게 신나게 일하는 겁니다. 정말 뭐라고 감사 인사를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대세의 기술과 현산의 추진력이 합쳐지니 시너지가 아주 좋았다.
솔직히 도수로 건설현장만 봐도 대청댐 본공사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나중에 행정수도가 얼마나 커질지 모르겠지만, 이 대청댐은 두고두고 잘한 공사가 될 것이다.
“감사야 제가 해야죠. 현산 덕분에 공업용수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만약 이 도수로로 모자라면 청주 근처엔 미호천이라는 하천도 있습니다. 거기에 보(洑)라도 만들어 드릴까요?”
“아닙니다. 보 정도는 저희도 잘 합니다.”
청주 쪽 공장 부지 근처에 하천이 있던데 그 이름이 미호천이었던 모양이군.
“공사비 때문이라면 걱정 마십시오. 여기 대청댐 건설 장비를 조금 옮기면 금방입니다.”
“하하하, 그 마음만 받겠습니다. 공업용수는 이곳 도수로 용량만으로 충분할 겁니다. 이제 저도 안심하고 제 일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초당 20톤은 족히 끌어다 쓸 수 있을 테니 공업용수는 걱정 없었다.
오히려 나는 미호천을 공장에서 사용했던 물을 정수해서 내보내는 용도로 사용할 거다.
반도체 공장이 얼마나 자연 친화적인지, 행정수도에 어울리는 멋진 직장인지 보여주리라.
게다가 21세기에 조성된 신도시는 대부분 하천을 끼고 있지 않나.
나는 미호천 주변에 시민 공원도 만들고, 물놀이장도 만들고, 자전거 도로도 놓을 거다.
그러면 내 직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미호천을 따라 행정수도의 주상복합과 직장을 오가게 되리라.
한여름에 가족들과 함께 물놀이도 즐기겠지.
생각만 해도 멋들어진 21세기 신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림을 그릴수록 내가 그런 곳에 쓰려고 뼈 빠지게 돈을 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전체를 럭셔리 리조트로 만들어 버릴 테다.
짓고 부수고 재건축하는 짓거리만 방지해도 그 정도 재화는 국가적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솔직히 대세 직원들이 먼저 나서서 그런 신도시를 구축하고 집을 구매해줄 것이다.
“이제 안심이라면 또 출장 가시겠군요. 이번에는 어디로 가십니까? 중동? 미국? 아니면, 다시 동유럽입니까?”
“아뇨, 아직 정해진 바는 없습니다.”
“다른 곳이면 몰라도 중동은 저 빼놓고 가시면 안 됩니다. 제가 대청댐이 하도 지지부진해서 여기에 처박혀 있었지 마음은 중동에 가 있는 거 아시지요?”
사우디 아파트 수주야 이미 잡은 고기고, 뭔가 새로 수주받을 때 꼭 끼워달라는 소리였다.
“중동이 아니라, 어디든 밥상이 차려지면 무조건 알려드려야지요. 그러니, 현산도 정보를 포착하면 제게 알려주셔야 하는 겁니다.”
“아유, 저희도 기필코 밥상 마련해야지요. 조금만 기다려보십시오. 조만간 이란에서 큰 거 한방 터질 테니 말입니다.”
“오, 이란이라고요?”
“이란도 파이프만 꽂으면 가스든 석유든 펑펑 쏟아지는 곳이지 않습니까. 사우디에 비하면 정치가 좀 복잡하긴 합니다만, 주베일 산업항 못지않은 대형 공사를 발주하려는 조짐이 보입니다.”
안타깝지만 조짐으로 끝날 일이다.
내후년에 이란은 스스로 30년을 후퇴하거든.
일단 현산이 이란에서 자잘하게 돈 좀 벌다가, 이란 혁명이 발발하기 전에 철수할 수 있도록 귀띔만 해 주면 될 것이다.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조만간 사우디든 이란이든 중동에서 한번 보시죠.”
“예, 물론입니다.”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현장을 빠져나왔다.
대청댐도 원래 역사대비 훨씬 더 빠르게 완공이 될 것이 확실해 보였다.
내가 조금만 서두르면 행정수도 이전도 현실이 될 것이다. 하자, 이것만큼은 해야 한다.
“기 비서, 대세중공업으로 갑시다.”
“예, 회장님.”
행정수도 건설에 속도를 내려면 대통령의 숙제는 챙기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
마산, 대세중공업 원자력 사업부.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심 이사, 늦게 보자고 해서 미안합니다.”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죠.”
나는 밤 11시가 지나서 사내로 들어섰다.
기 비서가 본사 업무용 차량으로 게이트를 통과했기에 보안 요원들조차 내가 탑승하고 있을 거라곤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기가 심 이사 개인 연구실입니까?”
“겉보기론 별거 없습니다만 이렇게 넓은 공간에 비싼 장비를 마음껏 들여놓을 수 있으니 솔직히 자다가도 웃음이 나옵니다.”
일단 자기 연구실을 꾸민다면 근사한 책상과 소파 정도는 가져다 놓을 법도 한데, 정말 창고처럼 밋밋한 연구실에 설비만 잔뜩 가져다 놓았다.
그리 보면 심 이사의 겉모습도 안색이 밝아지고 작업복이 한결 깨끗해졌다는 걸 제외하곤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초심을 지키는 양반이었다.
그래, 이게 심재홍 이사다운 거지.
“여기서 우라늄 농축 실험이 가능합니까?”
내가 21세기 엔지니어지만 우라늄 농축을 해본 경험은 없었다. 아니, 대한민국에서 그걸 해본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21세기 우리나라 연구진이 레이저로 우라늄 농축에 성공해 IAEA가 발칵 뒤집어진 일이 있었다는 것과 그 기술이 록펠러 연구소에서 기인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우라늄 레이저 농축법은 기존 원심 분리기처럼 대규모 시설이 필요 없습니다. 이쪽으로 오셔서 보시죠, 회장님.”
심 이사는 나를 다른 방으로 안내했다.
거기엔 대형 냉장고 크기의 스테인리스 챔버가 있었고, 내부에 레이저 건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게 록펠러 연구소와 협업한 그 레이저 설비입니까?”
“예, 대외적으론 동위원소 추출 장비라고 위장막을 씌워뒀습니다. 의학용 희귀원소인 가도리늄, 탈륨, 사마리움을 분리하는 실험이라고 말입니다.”
말로 들으니 그럴듯했다.
“원리가 대체 뭐죠? 생각보다 너무 장비가 간단해 보이는데 말입니다.”
겉보기로는 만들다 만 냉장고로 착각할 정도로 별거 아니었다.
이런 간단한 장비로 우라늄을 농축한다고?
“원리도 간단합니다. 천연 우라늄에 레이저를 쏘아 우라늄 235를 선택적으로 이온화시키고, 거기에 전자기장을 걸어 포집하는 방식입니다.”
“그렇게 포집하면 순도는 얼마나 됩니까?”
“그 방식으로 90% 고농축 우라늄을 0.05g 제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이상은 피폭의 우려가 있어 10% 수준의 저농도 농축 실험을 반복하며 장비 안정성을 개선 중입니다.”
나는 심 이사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극비였던 만큼 나도 여태 서면보고를 받지 않았는데, 벌써 90% 농축에 성공했다고?
농축률 90%라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지 않은가. 불과 0.05g이라지만 그걸 반복하면 수십 kg을 얻는 거야 시간문제일 뿐이다.
게다가 대세석유화학에선 비료생산을 핑계로 미국산 인광석을 수입하고 있기에 원한다면 언제든지 천연우라늄을 kg단위로 확보할 수 있다.
미국산 인광석엔 천연우라늄이 0.05%나 함유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이래서 원래 역사에서 카터가 록펠러 연구소의 우라늄 레이저 농축법을 막았던 거군.’
이렇게 간단한 설비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으니 핵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서라도 필사적으로 막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도 록펠러 연구소가 엑손과 함께 이 방식으로 원자력 핵연료 판매 사업을 하려고 하자 카터 정부가 사업을 불허했다.
내가 미리 장인어른과 얘기해서 의료용 기술이라고 못 박아 버린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장인어른은 연료봉 사업 대신 SMR 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어째 원폭을 만들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아니, 그럴 리가 있나. 너무 위험한 도박이다.
솔직히 이 정도 정보만 새어나가도 우리 대세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거릴 수 있다.
“수고했습니다, 심 이사. 우라늄 농축 연구는 여기서 중단합시다. 그리고 연구에 썼던 천연 우라늄은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고요.”
“회장님, 연구를 중단…”
“이 이상은 양산성 확보 이외엔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자칫 보안 유지에 실패하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이 정도 연구 수준이면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연구자료도 모두 제 머릿속에 있으니 자료도 폐기하겠습니다.”
심 이사가 내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언제 다시 필요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잘 덮어둬야 한다.
무엇보다 연구자료가 대세의 의도를 벗어나 정부기관에 유출되어서는 안된다.
“고맙군요. 이왕 온 김에 콜라나 한잔할까요?”
“저야 대환영입니다. 회장님과 함께하는 콜라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우리는 연구실을 벗어나 회사 벤치에 걸터앉아 콜라를 즐겼다.
이제 가을이라 밤바람에 시원한 기운이 스며 상쾌했다.
어째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건 미국 출장 뒤로 미루는 게 좋겠다.
극비로 진행된 정보를 차곡차곡 모은 것처럼 꾸미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니까 말이다.
< 404 : 사다리 태우기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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