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07)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07화(407/589)
< 407 : 서울의 테헤란로 >
“예, 제가 부탁드릴 편의가 의원님께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닐 겁니다. 가치샤란 가스전을 개발하게 되면 거기서 나오는 가스와 초경질유에 대해서 동북아 운송권을 획득했으면 합니다.”
천연가스가 펑펑 터져 나와도 팔지 못하면 꽝이지 않나. 한국, 일본, 대만으로의 운송권만 따내도 아주 훌륭한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
“CS, 그건 우리 DBB가 이란 정부와 협상해도 되는 일이지 않나. 십중팔구 가치샤란 가스전의 운영도 우리가 떠안게 될 텐데 말이야.”
벤 플린트 장군은 물론 벡텔 회장도 고개를 갸웃했다. 정치인에겐 좀 더 어렵고 돈 되는 걸로 부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표정이었다.
지금에야 DBB가 협상하나 정치인이 협상하나 그게 그거지만, 이란 혁명이 일어나면 상황은 180도로 달라진다.
레이건 의원이 공화당을 움직여 협상해야 이란 혁명 이후에도 내가 운송권을 유지할 명분을 얻게 된다.
“공화당이 나서는 게 바람직해 보입니다. 카터 정권이 이란을 압박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여전히 팔레비 왕가와 친밀하니 훨씬 더 협상에 호의적이겠지요. 아무래도 정부끼리 협상하는 모양새니, 공신력이 높고 말입니다.”
“뭐, 공신력을 따진다면야 그게 훨씬 낫지.”
밴 플린트 장군도 그렇긴 하다며 더이상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 정도 편의라면 문제없습니다. 한국도 주요 원유 수입국이지 않습니까. 동북아 운송권 정도야 제가 직접 주선하도록 하지요.”
“의원님께서 직접 주선하신다고요?”
“안 그래도 주미 이란대사가 세계적인 건설사들이 죄다 사우디하고만 일한다며 이란과도 전략적 제휴를 맺었으면 하더군요. 이참에 양국 수도끼리 자매결연을 맺는 것도 어떨까 합니다.”
건설사 얘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자매결연 얘기를 끄집어냈다.
“테헤란 시장이 서울을 방문하게끔 주선하겠다… 이런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양국 수도(首都)끼리 자매결연을 맺으면 모양새 좋은 비즈니스를 주고받기 마련이니 가치샤란 가스전 개발과 동북아 운송권을 주고받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아주 좋은 생각이십니다. 만약 자매결연이 성사된다면 레이건 의원께서도 같이 한국을 방문하십시오.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그래 주신다면야 고맙지요.”
레이건 의원의 눈빛이 순간 빛났다.
카터가 깽판 치고 간 한국을 일개 공화당 의원이 방문해서 국제 교류를 중개하고, 한국 정부의 성대한 환영을 받는 그림은 꽤 근사하거든.
원래 역사에서도 이란이 우리나라에 자매결연을 맺자고 먼저 손을 내밀었던 모양이군.
사우디가 대형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니, 팔레비 왕도 자극받은 거다.
하긴 사우디도 UAE가 무역센터를 지으니 발끈해서 신도시를 3개나 짓는 것 아닌가.
역시 패권 경쟁은 어디서나 있기 마련이다.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투자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냐, 그리고 그 투자가 얼마나 미래 먹거리에 효과적이냐에 따라 국력이 달라지는 거지.
그리 보면 우리 대한민국은 없는 살림에 제조업 국가로서 미래 설계는 참 잘한 편이다.
내가 있는 한 대한민국은 헛발질도 최대한 줄이고 불필요한 경쟁도 줄여가면서 사다리는 계속 만들어나갈 테니 선진국 등극은 따놓은 당상이다.
빨리 귀국해서 압구정에 시범단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다.
“저도 귀국하면 정부 부처와 상의하도록 하죠.”
“좋습니다!”
대번에 레이건 의원도 호쾌하게 대답했다.
협상이 되었다고 여겼던지 탁자 위에 올려뒀던 100만불 짜리 수표를 안주머니에 챙겼다.
오케이, 이제 시작이다.
지금에야 손쉽게 후원을 받았다고 여기겠지만, 자매결연 중개 정도로 무마될 빚이 아니야.
나중에 이란 혁명이 일어나면 경제제재가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공사 대금도 떼이고 차관도 못 받고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완전히 파투나지만 대한민국의 입지는 사뭇 달라질 거다.
양국의 중간에 서서 서로의 심기가 상하지 않는 수준에서 각자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주면 된다.
그 대가로 나는 2차 오일쇼크라는 대박 기회에 LNG며 초경질유를 대한민국으로 엄청나게 실어 올 수 있을 것이다.
“하하하, 우 회장님이 이리 적극 나서시는걸 보니 이번 GSP 프로젝트도 100% 성공하겠군요. 사우디 신도시 플랜트에 이어 이란에서 대규모 석유 화학공단까지 짓다니 DBB가 얼마나 커질지 감도 안 잡힙니다.”
벡텔 회장은 벌써 대박이 난 것처럼 설레발을 쳤다. 하긴, 내가 나서서 대박 아닌 일이 없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어쩌지?
이번 만큼은 대세만 이득을 남기게 될 텐데.
DBB가 GSP 프로젝트를 수주하되 이란 정부의 계획대로 대규모 종합 석유화학공단을 지어주겠다고 나섰다간 큰일 난다.
이란 혁명 후엔 공단을 통째로 국유화하면서 공사비 따위는 모르겠다고 할게 뻔하지 않나.
말 그대로 닭 쫓던 개가 되는 거다.
실제 역사에서도 그랬고 말이다.
즉, DBB 컨소시엄이 수주를 하되 최대한 쉬엄쉬엄 공사를 해야 한다.
이란 혁명 시점에 맞춰서 가스를 뽑아내서 기존의 LNG 터미널로 연결할 정도만 되도록 말이다.
이란의 혁명정부도 터져 나오는 LNG를 수출하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어야만 내 뜻대로 일이 돌아가게 될 것이다.
“좋군, CS가 손만 대면 아무리 지지부진한 프로젝트도 금세 제자리를 찾는단 말이지. GSP 수주는 DBB를 대표해 BR사가 수주에 나서겠네.”
“그렇게 하시죠, 장군님.”
“하하하! 건배하시죠. 건배!”
우리는 모두 위스키 잔을 들었다.
“DBB의 미래를 위하여.”
“레이건 의원님의 성공을 위하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DBB를 응원합니다.”
“GSP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하여.”
우리는 각자 건배사를 외치며 위스키를 원샷했다. 오늘따라 유독 향긋한 위스키였다.
그 뒤론 코스 요리가 줄줄이 나오기 시작했고, 레이건 의원 특유의 유쾌한 입담으로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해졌다.
우리 넷은 부쩍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역시 서양이든 동양이든 함께 식사하면 친해지기 마련이다.
“한국을 방문하면 옥포리조트를 방문해보고 싶군요. 그 근처에 미 항공모함을 수리하는 조선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모시죠. 오시기만 하십시오.”
어째 대통령으로서의 국빈방문 이전에 친선사절로 먼저 올 수도 있겠네.
레이건이 한국을 방문하면 무슨 이벤트를 열어 무슨 비즈니스를 모색하는 게 좋을까?
차기 대통령을 접대만 하고 되돌려 보낼 수는 없지 않는가. 아주 즐거운 고민을 하게 생겼다.
***
다음날, 록펠러 빌딩.
“허, 이제 오는가? 뉴욕에 와서 장인에게 얼굴도 안 비치면 뭐라고 한소리 하려고 했건만.”
장인어른은 짐짓 이맛살을 구기며 팔짱을 꼈다.
“제가 미국까지 왔는데 장인어른을 안 뵙고 갈 리가 있겠습니까? 여기 올 땐 가벼운 마음으로 오고 싶어 일을 먼저 처리했을 뿐입니다.”
내 말에 장인은 대번에 웃는 얼굴이 되었다.
자신을 찾아오는 일이 즐거운 일이라는 뉘앙스가 느껴졌을테니 말이다.
“하하하, 그래. 경영자는 언제나 걱정이 태산이지. 하지만 그런 걱정을 떨쳐내는 게 경영자의 능력이라고.”
장인은 내게 음료수를 권하며 서운했던 표정을 싹 날려버렸다.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서 말입니다.”
“그래, 알아. 카터 대통령 때문에 고생이 심했지? 7광구는 물론이고, 이번에 국빈 방문까지… 어휴, 어째 하는 짓마다 국격이 떨어지는 일을 반복하다니. 사람이 나쁜 건 아닌 것 같은데…”
인성이 문제가 아니라, 지구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게 문제다.
뭘 해야 할 지 정치적 비전도 없는데 내각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있나.
솔직히 국빈 자격으로 국회 연설을 하면서 한미동맹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는 게 사달의 시발점이 아니던가.
“고생이랄 게 뭐 있습니까?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하고 좋게 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하긴, 한국 속담에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면서. 이번 일은 한미동맹이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걸세.”
강화라기 보다는 실상을 제대로 평가할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앞 세대들이 미국을 무조건적인 맹방으로 여겼다면 전후 세대들을 중심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을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게 의미가 컸다.
아무리 우방이라고 해도 미국도 국익을 우선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일이거든.
그리고 초강대국 미국을 상대로도 적당한 꼬투리만 있다면 협상도 가능하다는 걸 다들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그래야죠. 한미 관계는 단순한 이익 공유관계라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한미동맹이 동북아 전체 패권 경쟁의 핵심요소라는 걸 미국 정치인들도 알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동의하네. 그러려면 일단 자네가 잘 나가고 봐야 해. 대세가 커야 한국도 커지고, 미국이 제 곁에 두고 싶어 하지 않겠나. 대만을 봐, 중국과 저울질하면 미국은 절대 대만 편을 들 수 없지.”
“명심하겠습니다.”
중국을 대신해 대한민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다면 다 해결되는 일이다.
나는 21세기 한국을 90년대로 끌어당길 것이다.
그것만 해내면… 그것만 해내면…
“그보다 소식은 들었네. GSP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로 했다면서?”
내가 잠시 딴 생각을 하던 와중에 장인이 날 현실세계로 쑥하고 잡아당겼다.
“장인어른께서 그걸 어찌 아십니까? DBB 컨소시엄에서 어제 결정한 일인데 말입니다.”
“으음? 밴 플린트 장군이 얘기하지 않던가? GSP 프로젝트에 제공되는 차관이 우리 체이스맨해튼 자금일세.”
“장인어른께서 이란을 지원하신다고요?”
“그럼 당연하지 않나. 이란이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산유국인데 재정 차관을 줄 수는 없지. 당연히 상업 차관을 내줘야지.”
일이 그렇게 된 거로군.
그래서 레이건 의원이 그렇게 가벼운 표정으로 회식 때 농담도 하고 했던 거네.
정부 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었어.
“듣고 보니 당연하군요. UAE의 SMR 프로젝트에서도 장인께서 자금을 대셨는데 말입니다.”
이란은 주변국의 정책을 베끼고 있는 것이다.
사우디처럼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UAE처럼 DBB와 체이스맨해튼까지 끌어들인 거다.
“오해는 말게. 자네에게 숨기려고 했던 게 아니라, 밴 플린트 장군이 GSP 프로젝트는 영 찝찝하다며 계속 반대해서 나도 말을 아꼈다네.”
“장인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셨는지요?”
“나도 처음에는 썩 내키질 않았네. 특히 팔레비 왕이 암 투병에 들어가면서 아랫사람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는 것 같아. 중동 특유의 수수료가 올라도 너무 올랐어. 초대형 석유화학공단인데, 자칫 적자가 날 수도 있겠다 싶더군.”
이때 팔레비 왕은 지도력을 거의 상실한 거군.
하긴 그러니 미국이 팔레비 왕을 갈아치우려고 했겠지. 이런 상황에서 군부 엘리트를 내세워 친미 정권을 세우는 게 미국의 전략이지 않나.
정권 교체요구가 국민적 혁명으로 발전해서 정교일치의 정부가 들어설 줄은 미국도 예상치 못했던 모양이다.
“리스크가 없는 사업이 어디 있겠습니까? 리비아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는데, 나름 진정성을 보여주니 사업이 진전되기 하더군요.”
“그래, 나도 자네가 나선다고 하니 생각을 좀 바꾸게 되었네. 카터 정부가 이란의 정권교체를 압박할 때 공화당은 팔레비 왕가에게 믿음을 주는 것도 좋을 수 있지. 차기 정권이 어느 파벌이 되어도 결국 미국과 연결되는 것 아닌가.”
“맞는 말씀입니다.”
장인의 말은 일반적으론 맞는 말이었다.
다만 그런 전략은 일반적인 정권 교체라면 맞는 말이지만 혁명이 일어나면 전혀 안 맞지.
물론 나야 이란 혁명이 일어나든 말든, 플랜 A 외에 플랜 B도 있다.
이번 역사가 그 어디로 흘러도 대세는 한몫 단단히 잡게 될 것이다.
“사위가 볼 땐 공사비로 차관 회수율이 얼마나 될 것 같은가?”
“공사 진척도에 따라 차관을 분할해서 전달하면, 공사비의 50%는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역시 사위도 공사비로 직접적인 회수는 어렵다고 보는 게로군. 공단 플랜트를 운영해야겠지?”
“예, 최소 5년 정도는 운영해야 할 겁니다.”
“내 생각도 그렇네.”
장인은 내 예측이 자신과 비슷하니 안심하는 눈치였다. 나야 GSP 프로젝트가 장인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임을 뻔히 알았지만, 미래를 알려 줄 수는 없었다.
이 일은 내게 도움이 되는 일이고, 길게 보면 내게 도움이 되면 장인에게도 좋은 일이다.
단기적으론 체이스맨해튼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몰아야지, 아예 손해를 안 보겠다고 사업 자체를 엎을 건 아니었다.
“다만 착공 시기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사전 조사도 부족하고 말이죠.”
“아, 그것에 대해선 자네가 좀 알아야 할게 있네. 딱히 사전 조사는 필요 없을 거야.”
“필요 없다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건설 프로젝트에 사전 조사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거기엔 한국 건설사가 벌써 터를 닦고 있어. 현산건설이라고 했던가? 결국 자신들이 수주를 받게 될 거라며 공사비도 받지 않고 일부터 시작했다더군.”
“현산건설이라고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 이 프로젝트는 현산이 침을 발라놓은 건수였네.
조만간 박씨를 물어오겠다고 했던 게 바로 이거였던 모양이다.
도림이 해외건설 수주를 받는 노하우가 일단 일부터 하는 거라고 알려줬더니 그걸 고스란히 이란에서 실행한 거다.
하필 이란에서 그런 전략을… 하려면 쿠웨이트나 UAE에서 행해야지.
“그건 제가 알아서 조치하겠습니다. DBB가 수주한다고 해서 전체 시공을 대세건설만 하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음, 그것도 그렇군. 알겠네.”
장인도 내가 한국건설사끼리는 출혈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어쨌든 왕 사장에게 이란을 포기하라고 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가스만 뽑아 올리는 1단계 공사까지만 하고 최대한 빨리 철수시켜야겠다.
그 다음 단계는 대세건설이 맡아 태업을 하면 작전상 문제는 없으리라.
왕 사장이 이란으로 갔나?
아니면 여전히 대청댐을 챙기고 있으려나?
빨리 만나봐야겠군.
“여하튼 이란 문제를 해결해드렸으니, 점심 얻어먹을 정도는 되겠지요?”
“하하하! 점심이야 평생 사주지. 아! 그뿐인가? 이번 겨울 휴가를 유진이와 뀌년에서 보낼 텐데, 자네도 초대해주지.”
“아, 감사합니다.”
“하하하! 어서 가자고. 내 멋진 레스토랑을 하나 새로 발굴했다네.”
유진과 같이 보내는 휴가에 날 초대해 준단다.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도 상대를 웃게 만드는 이런 유머야말로 곳간이 차야 가능한 것이 아닌가.
70년대 미국과 한국은 그 간극이 엄청나지만 조금씩 쉬지않고 그 격차를 좁혀가는 중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아니겠나.
< 407 : 서울의 테헤란로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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