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1)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1화(41/589)
< 041 : 비료와 중장비 >
청와대.
“어떻게 됐어?”
“우찬수 사장이 삼오방직은 물론 방직협회 회원사 3개 사를 합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에서 의사를 물어왔습니다.”
비서실장은 삼오방직과 3개 회원사의 재무 보고서를 대통령 앞에 올려놓았다.
3개 회원사는 이미 파산 상태였고, 삼오방직마저 부채 비율이 400% 이상이었기에 실제 회사의 주인은 산업은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웬만큼 큰 회사는 다 그렇지만, 자본금 비율만 따지면 경영권을 누구에게 주냐는 순전히 정부의 몫이었다.
“잘 도와주라고 해.”
“예, 각하.”
대통령은 보고서를 보지도 않고 밀어냈다.
우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기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회사 정리되면 그 녀석 불러.”
“예, 각하.”
“왜 부르는지는 안 궁금한가?”
예스를 반복하는 비서실장을 툭 쏘아붙였다.
“아, 예. 뭐라고 전하면 되겠습니까?”
“비료 공장 어쩔 건지 계획 가지고 오라고 해.”
“예, 각하.”
대통령은 우찬수가 삼오를 집어삼켰다면, 비료 공장에 대해 자신 있다는 표현임을 알고 있었다.
내심 기분이 좋았다.
녀석의 성향상 JPA의 입김을 싹 걷어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비료 공장을 국산화한다! 그럼 농촌의 표는 다 내 것이지.’
장기 집권의 포석이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
“찬수야, 승인 났어! 승인 났다고!”
삼복이가 신나서 소리치며 뛰어 들어왔다.
녀석이 법인 등기증을 흔들어댔지만, 따로 살펴볼 필요도 없었다.
「대세 실업, 섬유 업체 4개사 합병」
이미 신문 경제면에 쪼끄맣게 공지가 났거든.
청와대가 밀어줬다는 걸 대놓고 광고하는 것 같았다. 삼오가 한방에 쓸려나가니 언론도 알아서 기고 있다고나 할까?
“합병 말이지? 여기 신문에도 났더라.”
“이런, 정식 등기 승인이 나기도 전에 신문부터 찍은 거야?”
독재 정권이잖아.
대놓고 ‘넌 내가 뒤를 봐준 거 알지?’하고 다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리 일이나 챙기자. 발령 모두 끝났어?”
대세 실업이 4개사를 한꺼번에 꿀꺽하는 바람에 인력 배정에만 이틀이나 걸렸다.
“홍양방직, 동남섬유, 한성직물을 각각 제2공장, 제3공장, 제4공장으로 명명하고 구 반장을 한 명씩 배정했어.”
“구 반장들이 갔으면 그쪽 생산 라인은 문제없겠네. 공장장은 공석으로 두고, 기술자들을 골고루 배치해. 서로 보완이 될 거야.”
“그럴게.”
와중에 삼복이가 감영환이라고 발넓은 이를 영입해놨기에 경력자 중 베테랑 기술자들을 뽑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네 의견대로 부산 지사도 만들어. 감 주임을 과장으로 승진시키고.”
“그래도 되겠어?”
“바로 조치해. 일처리 능력을 보니 낙하산 소리는 안 듣겠던데, 뭘.”
부산 지사는 꼭 필요했다.
대부분의 수출이 부산항을 통하니 수출입 통관 업무를 담당하는 독립 부서를 만들 때도 됐다.
“어쩌다 보니 원사, 편직, 원단 가공, 봉제까지 완비를 해버렸네. 우리 이렇게 커도 되는 거냐?”
여기서 봉제란 봉제 인형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재봉틀로 의류를 만드는 일을 의미했다.
삼오방직을 비롯해 협회 회원사가 봉제 라인을 확장하고 있었기에 일이 그리되어 버렸다.
그들은 폴리텍 군복 사업을 시작으로 의류 업계를 주름잡을 거라 확신했던 모양이다.
나로선 미싱 여공들을 거리로 내쫓을 수도 없었기에 아예 봉제 사업부를 만들어버렸다. 사업 확장이 예상보다 조금 빨라진 것에 불과했다.
‘뭘 걱정해? 60년대에 승자의 저주 따윈 없어.’
21세기에 들어오면 무리한 합병으로 파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60년대는 예외지.
60년대에는 물건만 제대로 만들면 수출이 끊어지는 일은 있으려야 있을 수 없었다. 연 16%가 넘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때가 아닌가.
“직원들 먹여 살리려면 네가 반도 호텔 뻔질나게 드나들어야지. 1층 쇼룸 하나 얻어서 원단 전시하고, 외국 바이어들 만나. 수입상들 사무실이 대부분 거기 있잖아.”
외국 바이어들이 있을 만한 곳이 반도 호텔밖에 없었기에, 거기에 전시실을 냈으면 정말 장사가 잘됐을 거라고 OB들이 아쉬워하던 기억이 났다.
OB들이야 은퇴하고 나서야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지만, 나는 그 아이디어를 지금 실행할 수 있지.
“반도 호텔에 쇼룸… 바이어를 만나… 우와, 너 그런 생각을 어떻게 했냐?”
“그러니까 사장을 하는 거지. 나는 꿈속에서도 회사 일을 생각한다고!”
내가 어깨를 으쓱하니까 삼복이는 반쯤은 포기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인정은 해줄게. 하는 느낌?
하하, 삼복이한테는 뭔 짓을 해도 재미있다.
“바이어 만나면 즉각즉각 보고해. 내가 우선순위를 정해줄게.”
솔직히 60년대의 미국 고객이 어떤 회사가 있는지 다 알진 못한다. 하지만, 지금은 물량이 적더라도 미래에 대형 거래처가 될 고객만큼은 챙겨주고 싶었다.
“응. 너만 믿을게. 참, 그보다 이왕 귀국했는데 울산도 들러봐야 하지 않겠어?”
“응, 청와대 들렀다가 가야지. 울산 간 김에 마산에 있는 영광합섬도 들러보고.”
“거기도 들르게?”
“당연하지. 한국방직협회 회장님이 되실 분인데, 얼굴은 봐야 할 것 아냐. 고맙다는 인사도 할 겸.”
의례적인 인사치레인 듯 말했지만 실은 정말 궁금했다.
삼오의 꾐이 상당히 달콤했을 텐데, 어째서 배신하지 않았을까? 하는 호기심을 견딜 수가 없었다.
퍼엉! 펑!
“뭐지?”
어디선가 폭음이 들렸다.
창밖으로 보니 혜성 나일론 쪽에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불이라도 났나 깜짝 놀랐는데, 더 이상한 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아휴, 황 영감님 또 저러시네. 찬수야, 울산 가서 황혜성 사장 만나면 영감님한테 신경 좀 쓰라고 해줘.”
“왜, 무슨 일 있어?”
“저거 안 보여? 황 영감님이 방수투습 섬유인가 뭔가 실험한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뻥뻥 터뜨리잖아. 황혜성 사장 아니면 영감님 말릴 사람 없어.”
“뭐? 지금 그거 실험하는 소리였어? 내가 하지 말랬잖아! 위험하다고.”
“안 말렸겠냐? 처음엔 얼굴은 보이시더니 이젠 아예 두문불출이야. 너도 별수 없을 거다.”
“그래도 말려야지.”
나는 후다닥 혜성 나일론 쪽으로 달려갔다.
“허허허, 우 사장한테는 들키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것도 실패했군.”
마침 황 영감님이 검댕이 묻은 옷을 툭툭 털며 우리 공장 쪽으로 오고 있었다. 두문불출이라더니 내 얼굴은 보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위험하다고 말씀드렸잖아. 조금만 기다리세요. 저, 내년 초면 돌아와요. 몇 달 안 남았어요.”
“기다리긴. 이 나이에 하고 싶으면 당장 하는 거지, 미루고 자실 게 뭐가 있나.”
“……”
내가 할 말이 없었다.
영감님 나이면 충분히 할 만한 소리였다.
“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돌아오기 전에 반드시 성공해놓을 테니 말이야.”
“예, 믿겠습니다.”
말리긴커녕 외려 부추기고 말았다.
“찬수야! 전화! 전화!”
“전화? 나중에 다시 하라고 해.”
“아냐, 아냐. 거기야, 거기!”
2층 사무실에서 삼복이가 수화기를 연신 가리키며 나를 불렀다.
청와대인 모양이군.
그래, 언제 부르나 싶었다.
“어여 가봐. 바쁜가 보네.”
“그럼 다음에 뵐게요.”
“그래. 그래.”
황 영감님은 내 엉덩이를 툭툭 밀어주고는 다시 돌아갔다. 부추기고 나니 오히려 지금 어디까지 진전이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우찬수 사장입니다.”
<청와대입니다. 뵙자고 하십니다.>
전화를 건네받았더니 역시나 청와대였다.
“예. 알겠습니다.”
<왜 찾으시는지는 안 물으십니까?>
“뭐, 비료 공장 어쩔 거냐고 하시겠죠.”
<……>
“차나 보내줘요. 내 차 몰고 갈 순 없으니까.”
<예, 곧 보내겠습니다.>
툭.
“나 청와대 좀 다녀올게.”
“갔다가 울산으로 바로 가는 거냐.”
“응, 울산으로 갔다가 군함으로 출국할 거야. 배웅 나올 필요 없어.”
“쩝, 통닭에 소주 한잔이 회식이 되어버렸네.”
“맛있었으면 그게 회식이지.”
진해의 백구 부대로 가면 보급선으로 뀌년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을 거다.
“알았어. 난 폴리텍이나 챙길게.”
“자, 받아라. 선물이다.”
“선물?”
내가 결재판을 건네자 삼복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펼쳐보더니 대번에 인상을 구겼다.
“승진 축하한다. 이삼복 이사.”
“야이씨, 대체 얼마나 더 일을 시키려고.”
“힘들면 공장별로 공장장을 임명해. 그럼, 일이 좀 쉬워질 거 아냐.”
삼복이가 공장장을 임명하게 하고 싶었다.
일이야 넘칠 테고, 각 공장장이 삼복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효율이 높아질 거다.
“나보고 공장을 죄다 챙기라 이거네.”
“공장뿐이냐? 반도 호텔에 쇼룸 만들어서 바이어 챙기는 거 잊지 마.”
“아이고. 삼복이 죽네.”
털썩 의자에 널브러지며 시체 흉내를 내길래 어깨를 주물러줬다.
난 좀비도 일 시키는 악덕 사장이다. 하하.
“급한 일 있으면 텔렉스 쳐.”
“가서 잘해. 멀리 안 나간다.”
삼복이는 내 명치를 쿡쿡 찌르며 배웅했다.
어느새 공장 앞에는 시커먼 관용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
청와대 영빈관.
“임자, 어서 와.”
“부르셨습니까, 각하.”
“도망친다고 벗어날 것 같던가?”
“일이 바빠서 그랬을 뿐입니다.”
내 대답에 대통령은 피식 웃을 뿐이었다.
“들지.”
“예, 잔 먼저 채우겠습니다.”
나는 주전자를 들고 대통령의 잔을 채웠다.
아니나 다를까, 주전자에 든 건 막걸리였다.
차려진 안주도 파전과 두부김치였다.
황 영감님과 나눴으면 했던 것을 대통령과 나누게 될 줄이야. 막걸리로 사장들 기를 죽였다는 게 사실이었군.
“그래, 비료 공장 어쩔 거야?”
“별거 아닙니다. BR사에 설계 의뢰하고 내년에 제가 와서 시공하면 됩니다.”
비료 공장도 플랜트형 시설이라 BR사라면 충분히 설계할 수 있다.
거대 건설사라 비료 플랜트 정도야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다.
솔직히 내가 직접 할 수도 있지만, CAD나 중합 시뮬레이션 툴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서 설계한다는 건 미친 짓이었다.
“자네가 직접 시공한다고?”
“예, 내년 초면 대세 화학 직원들도 공장 건설을 완료했을 터라 제가 지휘하면 됩니다.”
“고작 2백명 가지고 되겠어?”
이미 내 직원 숫자까지 알고 있네.
“일당직 직원은 그때그때 충원하면 됩니다. 공기가 밀리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 말이 아니고, 비료 공장 운영도 맡아.”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어렵습니다.”
“왜?”
“전 수출에 집중했으면 합니다. 뛰는 만큼 달러가 벌리니 몸이 부서져라 뛰어보고 싶습니다. 그러자면 내수 사업을 살필 정신이 없을 것 같습니다.”
“!!!!”
어쩔 수 없이 독재 정권에 가까워진다고 해도 수출 핑계를 대면 와중에 자유롭다.
이때의 비료 공장은 최첨단 산업체였던 만큼 현금 유동성이 좋았고, 그런 만큼 대통령의 비자금 공장이기도 했다.
괜히 비료 공장을 통해 사카린 밀수 사건이 생겼겠는가?
원래 역사대로 수성제당이 맡으면 되는 거다.
그러고 보니, 내가 수성을 대신해 삼오를 제쳐준 꼴이 되어버렸다.
원래는 60년대 재계 1, 2위가 서로 차지하려고 피 터지게 싸웠던 사업인데 말이야.
여하튼, 비자금 조성을 위해 밀수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 건 절대 사양이다.
처음부터 발을 들이지 않는 게 답이었다.
내 계획에 비료 공장 따윈 없어도 그뿐이다.
“하하하하! 핑계는 좋아. 아주 좋아.”
“각하, 핑계가 아니라 정말로 살필 겨를이…”
“됐어. 미 군납에 최선을 다하겠다니 내가 어찌 이기겠어. 마셔.”
대통령은 내게 막걸리를 철철 넘치도록 따라 주었다. 대학 신입생도 이런 대접에는 안 마시겠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비웠더니 또 채워줬다.
젠장, 더는 개기지 말아야지.
“임자, 말해봐. 월남에서 뭘 더 해볼 거야?”
“……”
“임자가 어찌 말하냐에 따라, 원목에 매길 세금도 정해질 거야.”
‘독재자! 세금도 마음대로 매기냐.’
비료 공장을 치워냈더니, 더 큰 숙제를 주네.
날 왕창 부려 먹고야 말겠다는 결의가 느껴졌다.
“군복, 정글 군화, 장갑을 비롯해 미군 장비를 싹 납품해보겠습니다.”
“그건 당연하지. 폴리텍이라고 하더만.”
“……”
젠장, 그게 당연한 사업이었어?
나보고 항만 건설하러 가라고 했잖아.
“다른 거 말해봐!”
“국산 시멘트와 철근을 대량으로 쓰겠습니다.”
“현산한테 들었어. 챙기라고 하지.”
“……”
왕 사장이 벌써 보고를 한 거야?
태국에 고속도로를 지으러 가기 전에 청와대에 들렀던 거군.
“그런 거 말고 새로운 사업을 말해야지. 원목처럼 국가에 큰 도움이 되는 거 말이야.”
“… 기계 수리를 했으면 합니다.”
“기계수리?”
“베트남의 우기는 길고 끈질깁니다. 도로는 진흙탕이라 한 번 빠지면 나오기 힘들죠. 중고 장비가 계속 쌓일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미군 장비를 고쳐주면서 돈을 벌겠다? 그 말인가?”
“망가뜨려서 돈을 벌려고 합니다.”
“!!!!!”
이 양반과 소통할 때는 머리를 쓰면 안 된다.
그런 도박을 하다간 패가망신한다.
곧이곧대로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는 게 정답이다. 물론, 그 작전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돼야 하는 거다.
“뭘 도와줄까?”
오케이. 이 정도만 하면 되는 거군.
다른 아이템도 있지만, 이 카드만 쓰자.
“올해 졸업하는 대졸자 중에 기계과 인원 3백 명만 보내주십시오.”
“3백 명씩이나?”
“중장비, 트럭, 지프차, 비행기 등등 온갖 것을 만져볼 절호의 기회입니다. 조금이라도 전문적으로 배운 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합니다.”
“!!! 커허!!”
대통령이 감탄했다.
그렇게 교육한 이들 내가 먹으면 되겠죠?
“부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중고 장비에 대해 한국으로 무관세 수입이 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무슨 소리야! 무관세라니!”
“그래야 미군이 베트남의 고철 장비를 주한 미군 캠프로 보냅니다.”
“!!!!!”
“주한미군이 고물 장비를 싸게라도 민간에 불하한다는 명목으로 말입니다.”
“그걸… 임자가 먹겠다?”
“국가 번영을 위해서입니다.”
장비를 헐값으로 먹겠다는 핑계치고는 완벽하지.
난 진심 애국자다.
이때는 우리나라 전체를 통틀어도 중장비가 1000여 대에 불과했을 때다. 그마저도 노후화되어 쓸만한 장비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중공업을 제대로 하려면 나 혼자만도 대형 크레인을 포함해 최소 1000대는 있어야 했다.
월남전이란 기회를 놓치면 영영 못 구한다.
< 041 : 비료와 중장비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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