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11)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11화(411/589)
< 411 : 기중기의 역할 >
“반갑습니다. 대세 CS Woo입니다.”
“오스트리아 국영은행장, 하셰크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알피네社의 아팔터입니다. 우 회장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예, 저도 뵈스트 이사를 통해 알피네社의 명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하하, 영광입니다.”
원래 역사대로라면 뵈스트 이사는 알피네社와 합작하며 뵈스트알피네社를 설립한다.
삼복이가 뵈스트 이사를 영입하는데 성공하는 바람에 이뤄지지 않은 빅딜이라고 하겠다.
덕분에 뵈스트 공법, 즉 파이넥스 공법은 우리 인천제철의 특허가 되었고 말이다.
“인사하시죠. 이쪽이 우리 모두의 고객인 포항제철 사장님이십니다.”
“반갑습니다. 포항제철 GH Seok입니다.”
“반갑습니다, 석 사장님.”
“솔직히 철강업체만 만날 줄 알았는데, 국영은행장님도 함께 자리하시니 참으로 든든합니다.”
“반겨주시니 감사합니다.”
석기훈 사장은 유창한 독일어로 인사를 나눴고,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해졌다.
“솔직히 오스트리아가 설비 공급자 차관까지 제안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알피네社는 어떤 분야의 설비가 경쟁력이 있는지요?”
나는 직선적으로 물었다.
목적이 뚜렷한 익스클루시브 파티에서 시간 낭비할 필요 없지.
제철소의 공정은 크게 제선(쇳물제조), 제강(선철에서 강철로), 연주(쇳물을 고체로), 열연(철을 강재나 선재로) 4가지로 나눌 수 있고, 세부적으론 24가지 공정으로 나뉜다.
“저희 알피네社는 제강 설비에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회사입니다. 탈황, 탈인 효율에서 우리 설비보다 우수한 설비는 없다고 자신하는 바입니다.”
그건 사실이지. 그래서 플랜트쟁이인 나조차 뵈스트알피네社는 알고 있었을 정도니까.
“예, 알피네社의 설비가 최고라는 건 인정하지만, 다른 회사의 제강 설비도 기준치를 만족하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포항제철이 초고순도 순철을 만드는 곳도 아니고 말입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저희 알피네社는 두 가지를 제안하는 바입니다. 제강공장에 2개의 전로(轉爐) 가격으로 3개의 전로(轉爐)를 납품해 2/3 가동 체제를 가능케 해드리지요.”
“오오오…”
아팔터 회장의 제의에 석 사장이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토했기에 내가 옆구리를 툭하고 쳤다.
2기 가격으로 3기를 납품받으면, 제강 작업의 융통성이 아주 커진다.
생산성이 높아질 것은 당연했고, 자잘한 품질사고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솔깃하군요. 그럼 두 번째 제안은 뭡니까?”
“획기적인 연속주조기를 납품하겠습니다.”
뭐지? 우리 앞에서 혁신적인 연속주조기를 내세운다고?
“연속주조기술 분야에선 인천제철이나 포항제철 또한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획기적인 설비라면 어느 정도의 수준입니까?”
연속주조법은 인천제철을 시작으로 몇몇 선두권 제철소만 양산에 성공한 최첨단 기술이다.
내가 확신을 가지고 21세기 기술을 접목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오스트리아는 물론이고 유럽 전역을 뒤져도 연속주조 라인조차 없을 텐데, 알피네社가 획기적인 연주기를 납품한다니 믿기 어려웠다.
“한 번에 21차지(charge)를 연속주조할 수 있는 설비를 제공하겠습니다. 그 정도면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 회장님.”
이번엔 석 사장이 내 옆구리를 툭하고 쳤다.
나도 모르게 멍한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차지(charge)란 한번 쇳물을 부어 일정 크기의 철강 덩어리를 만든다는 뜻인데, 그걸 21번이나 연속으로 작업한다는 뜻이었다.
연속주조기술에선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인천제철마저 12차지가 한계인데, 거의 2배가량 연주비가 늘어나는 것이었다.
그 정도로 연주비가 높아지면 단순히 생산성만 높아지는 게 아니라 후속 가공비도 덩달아 줄어서 혁신적으로 원가절감을 할 수 있다.
게다가 고열지역에서의 작업 횟수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테니, 직원들의 안전과 작업환경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대박! 세상에 그런 연주기가 있다니.
“그런 기술을 알피네社가 가지고 있다고요?”
“아쉽게도 그건 아닙니다. 체코의 스코다 중공업이 가지고 있지요. 가스터빈에나 쓰는 초고온 내열 소재와 코팅을 적용해야 그런 연주기가 가능합니다.”
스코다? 체코의 스코다가 여기서 왜 나와?
“설마 알피네가 스코다와 합작하는 겁니까?”
“못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우리 오스트리아는 중립국인데 말입니다.”
듣고 보니 합작 못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스코다가 연주기를 만드는지도 몰랐네.
체코 출장 때 미사일과 자와 쪽에 치중하느라 철강 쪽을 미처 살피질 못했군.
하긴 알았다고 해도 뀌년을 통하는 간접적인 방법도 아니고, 공산국가인 체코가 포항제철에 직접 설비를 납품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이처럼 알피네社와 합작한다면 전혀 문제없지. 명백히 오스트리아 국적의 기업이다.
“대세와 스코다의 관계를 알고 계시나 보군요.”
“물론입니다. 체코의 교역품은 대부분 오스트리아를 거쳐 가지 않습니까?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체코를 통한 동구권 교역량을 늘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지요. 하셰크 총재님?”
“물론이지요. 대세실업이 우리 오스트리아를 종착지로 해서 수출하시면 체코로 이송시키는 수고 정도는 해드리고도 남지요.”
아팔터 회장과 하셰크 총재가 대세실업의 동구권 진출을 돕겠다며 장단을 맞췄다.
“두가지 제안이라고 하시더니, 세가지 제안을 하시는군요?”
“세번째 제안을 명문화하기엔 양국 모두 부담스럽지 않습니까? 신사협정을 맺어야겠지요.”
양국 관계가 좋으면 무사통과, 서로 엇나가면 중간 교역의 편의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중립국의 입지를 최대한 이용하고 있었다.
스코다와 기술협력을 확대하고픈 나로서는 뜻밖의 소득이 아닐 수 없었다.
오스트리아가 스코다를 중간에 끼워 주다니, 이런 고마울 데가 있나.
“그런 제안에 차관까지 내주신다면야 양국 관계가 나빠질 염려는 전혀 없겠지요. 포항제철 못지않게 인천제철도 계속 투자를 할 텐데 말입니다.”
인천제철이야 설비 국산화 비중이 높지만, 알피네스코다 합작사의 연주기는 가져다 쓰고 싶었다.
“인천제철까지 추가 투자가 있습니까?”
인천제철 뿐이야? 광양제철도 있다.
3개의 대형 종합제철소가 들어서면 대한민국 조강 능력은 1억톤을 거뜬하게 돌파하게 될 거다.
“일본의 조강능력이 1억톤을 넘지 않습니까. 한국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요. 그렇지요? 석 사장님?”
“물론이죠. 4기 확장은 물론이고, 5기, 6기까지 확장해야지요. 조강능력 2000만톤 달성은 국가적인 목표입니다.”
“인천제철에서도 저희 오스트리아 설비를 도입하신다면, 포항제철엔 파격적인 금리로 차관을 제공하겠습니다.”
하셰크 총리가 훅하니 치고 나왔다.
“파격적인 금리라고요?”
“설비를 2억 달러 이상 발주하시면 4억 달러를 연리 6.75%에, 3억 달러 이상 발주하시면 6억 달러를 연리 6%에 드리겠습니다.”
“6%! 헙! 크흠.”
이번엔 석 사장과 나, 둘 다 표정 관리가 힘들 정도로 파격적인 금리였다. 빌 베인이 오스트리아를 먼저 협상 테이블로 이끈 이유가 있었네.
미국 우대 금리가 10.5%, 영국 리보 금리가 10.75%인데 6%면 이자율이 40% 이상 저렴했다.
그만큼 포항제철의 이익이 높아지는 것이다.
“한 가지만 더 확인하지요. 연주기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는 겁니까?”
“당연히 우리 알피네社가 책임지겠습니다. 계약서에 명기하시지요.”
화끈하네. 합작사라며 기술적인 책임을 회피하려는 기미는 전혀 없었다.
이미 확실하게 성능 검증을 마친 모양이다.
“포항제철에서 최신 연주기의 실적이 생기면 또 다른 개발도상국의 제철소에도 도입이 되겠군요.”
“물론입니다. 그땐 저희를 DBB 컨소시엄에 넣어주시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팔터 회장 이 양반, 큰 그림 잘 그리네.
내가 슬쩍 운을 띄웠더니 DBB에 설비를 납품해준단다. 내 주변을 철저하게 공부했군.
좋아, 앞으로 내 파티에 자주 초대해주지.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더할 나위 없이 좋군요. 석 사장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바로 계약해야죠. 4기 확장에 제강 설비와 연주기를 합치면 설비 발주액이 3억 달러를 훌쩍 넘지 않습니까? 그럼 6억 달러를 연리 6%에 빌려주시는 것이지요?”
“물론입니다.”
하셰크 총재의 확답에, 빌 베인이 다가와 계약서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미 특약 조건은 빠짐없이 기재되어 있었다.
내가 먼저 서명하자, 다들 거침없이 서명했다.
늘 진중한 석기훈 사장인데 오늘만큼은 홀린 듯이 흥분한 모습이었다.
그래, 석기훈 사장도 이런 경험을 쌓아야지.
장차 포항제철은 종합제철소를 넘어, 해외자원개발에도 나서는 글로벌 회사가 되지 않나.
이 시대 한국인에게 필요한 것은 근면과 성실 이외에 배짱과 글로벌 인맥이다.
“단박에 6억 달러 차관계약을 하다니, 흔치 않은 일이군요.”
“한국의 대표 주자이신 우 회장님이 서명한 일인데, 의심할 바가 없지요. 솔직히 한국이 존재하는 한 대세가 망할 리가 있겠습니까?”
“하하하하.”
너무 직설적인 대답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한국 정부보다 대세를 믿겠다니.
립서비스도 끝내주는 양반이었다.
“아래로 모시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빌 베인은 계약서 서명을 마치자 두 양반을 파티장으로 데려갔다.
짝.
그들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나와 석기훈 사장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대박입니다, 회장님. 10억불 차관 목표에 벌써 6억불을 마련한 것 아닙니까.”
총 사업비 15억불 중에 시공비 5억불은 내자(內資)로 조달하기로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착공비 1억불 정도만 제외하고 차관 목표액을 14억불로 올려도 될 것 같았다.
“아직, 영국, 서독, 프랑스까지 남았습니다. 솔직히 6% 이자로 차관을 얻었으면, 다른 나라도 7, 8% 정도로 합의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어느 한 나라에서 파격적인 금리를 확보해 차관 확보의 지렛대로 삼으려 했는데, 오스트리아가 지렛대가 아니라 기중기 역할을 해줬다.
“영국의 데이비매키社에선 제선 설비를, 서독의 데마크社에선 열연설비를, 프랑스에선 기타 부속 설비를 들여오는 조건으로 계약했으면 합니다.”
이미 석기훈 사장은 마음을 정해뒀었군.
“자, 차관 이자 6%라는 강력한 무기가 생겼으니 딜을 해보죠. 내가 영국과 프랑스를 맡을 테니, 석 사장님은 서독을 맡으시죠.”
“예, 해보겠습니다.”
오르톨리 장관과 영국의 바클레이즈 은행이야 나와 친분이 있으니 전혀 문제 없었다.
서독이야 석기훈 사장이 유창한 독일어로 구워삶으면 될 것이고 말이다.
“한국 설비 업체도 끼워서 같이 얘기하십시오. 이참에 설비 라이선스도 얻으면 좋지 않습니까.”
“물론이지요.”
우리는 기분 좋게 파티장으로 되돌아갔다.
원래는 연속해서 VIP룸에서 차관 협상을 할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첫 단추가 멋지게 끼워졌으니 말이 퍼지길 기다리며 느긋하게 파티장에서 협상하는 게 상책이다.
***
“아이고, 벌써 내려오십니까?”
파티장으로 내려오자 염 수석이 나를 반겼다.
“차관 협상에 시작이 아주 좋습니다. 석기훈 사장을 좀 도와주십시오.”
“물론입니다. 그런데, 미국 쪽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쿠퍼스社 포이 사장이 피츠버그 철강연합을 정말 배제할 거냐고 따지더군요. 카터 정부를 설득하려면 한국이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요.”
뭔 헛소리야? 외교에서 손해만 보면서 물러서는 게 어디 있어?
국익에 도움을 줘야 물러서는 척! 하는 거지.
당근은 안주고 채찍만 휘두르면 누가 물러서는 척을 해? 빌어먹을 놈, 외교의 외자도 모르나?
“그냥 립서비스만 좀 하십시오. 제가 파티가 끝날 때쯤 협상할 테니까요. 아, 그때 왕 사장님께도 신호를 드릴 테니 참여하시죠.”
“저도 필요하십니까?”
“그럼요. 같이 해야죠.”
“예, 알겠습니다.”
내가 포이 사장을 왜 초대했겠나.
미국 철강연합에 경고 메시지도 주고, 이참에 카터는 나락으로 떨어뜨려야지.
그럼 덩달아 일본도 혼낼 수 있다.
“이런 파티에서 우리끼리 얘기하는 건 자원낭비입니다. 외국인들이랑 얘기 하십시오. 어서요.”
“그래야지요. 그럼요.”
나는 내게 몰려든 사람들을 죄다 흩어냈다.
나는 페기와 얘기 중인 오르톨리 장관에게 가려고 걸음을 옮겨… 어?
“음, 이게 누구죠? 나판갑 씨?”
“엇!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디저트 코너에 누군가 서성이고 있기에 살펴봤더니 나판갑 대리였다.
박판주조법을 셋업할때 턴디쉬를 가열하고, 연주기를 두드리는 아이디어를 냈던 사원이었다.
포항제철 4기 TF에 우리 인철제철 인원도 합류시켰는데, 그중 한 명이 나판갑 대리였군.
나 대리가 사내에서 핵심인재로 인정받고 있다는 소리였다.
역시 우연히 발견한 아이디어란 없는 거다.
꾸준한 관찰과 실험으로 얻어냈던 거다.
그걸 다른 사람들은 우연이네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꼴이네 할 뿐이다.
“그런데, 케익은 왜 그러는 겁니까?”
나 대리는 치즈 케익을 냅킨으로 싸서 조심스럽게 양복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 죄송합니다. 제 집사람이 한창 입덧 중인데… 이걸 가져다주면 너무 좋아할 것 같아서…”
“나 대리, 애처가군요.”
“아… 아닙니다. 세상에 이런 맛은 처음이라 혼자 먹긴 너무 아까워서… 죄송합니다.”
이런 맛은 처음이라니, 21세기엔 동네 빵집에만 가도 치즈 케익은 널려있는데 말이다.
하긴 이때는 좀 산다 해도 동네 제과점의 느끼한 버터크림 케익 정도가 최고의 사치였지.
대세그룹 대리가 치즈 케익에 감동하다니, 조금만 더 힘내시라.
우리는 곧 새로운 세계로 접어들 거다.
“죄송하긴요. 호텔 파티시에가 아주 기뻐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인천제철 핵심 인재가 칭찬한 맛이지 않습니까.”
“송구합니다. 제가 뭔 정신으로 외국 손님들 앞에서 이런 망신스런…”
“망신은 무슨, 여기 매니저!”
“예, 회장님.”
나는 대번에 파티 매니저를 불렀다.
“우리 TF 위원인데, 양복에 치즈 케익이 묻었군요. 곧 VIP들과 기술회의가 있으니 양복 한 벌 바로 맞춰주세요.”
“예.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케익을 좋아한다니, 돌아갈 때 종류별로 잘 포장해주도록 하십시오.”
“예, 회장님.”
나는 나 대리에게 양복 한 벌과 치즈 케익을 선물했다.
“… 회장님.”
“축하합니다. 아버지가 가져다준 케익 덕분에라도 건강하고 예쁜 아이가 태어날 겁니다.”
아내 입덧 때, 남편은 특히 잘해야 한다.
자칫하면 평생 한 소리 듣는다.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도 잘 되지.
그룹 직원들 결혼 기념일 선물에 케익도 보태야겠군.
< 411 : 기중기의 역할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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