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20)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20화(420/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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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0 : 간도 크지 >
압구정동 건설현장.
미국과 리비아 간의 협상이 이뤄질 때까지 최대한 국내 사업을 챙겨야 했다.
당연히 1순위 업무는 압구정동 시범단지였다.
“오라이, 오라이, 왼쪽, 왼쪽으로 조금만 더. 시버럴 새끼야, 왼쪽이라고!”
“앗, 죄송합니다!”
제일 처음 눈에 들어 온 것은 대형 박스 칼럼을 옮기고 있는 크레인이었다.
치지지직, 치지지직,
“마!!! 모재(母材)에 아크를 튕기면 불량 난다고 몇 번을 얘기해! 더미에 아크 튕기라고 했지!”
“죄송합니다.”
“미친 놈! 이게 뭐야! 작업할 땐 무슨 일이 있어도 안전고리부터 매라고 했지! 내일부터 집에서 쉬게 해줄까!”
“시정하겠습니다. 안전! 안전! 안전!”
“한 번만 더 안전고리 안 하면 얄짤 없어! 정신 똑바로 차려!”
현장은 용접봉 냄새로 가득했다.
이미 지하 3층 깊이까지 파 내려가서 콘크리트 기초는 다 닦았고, 그 위에 H빔으로 만든 박스 칼럼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다이나믹 코리아다운 모습이었다.
“다들 열심이군요.”
“예, 압구정동 주상복합단지! 새로운 서울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현장 감독이 바짝 얼어서 준비한 멘트를 했다.
우연이겠지만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시범단지이니 정말 새로운 서울을 만드는 일이다.
“현장에 욕이 많이 들리는군요.”
“요즘 풋내기들이 부쩍 늘어서 그렇습니다. 송구합니다.”
“송구할 거 없습니다. 초짜들 안 다치게 하려면 베테랑들이 안전모를 두들겨야죠. 현장 투입 전에 안전교육은 철저하게 하고 있겠지요?”
“예, 물론입니다. 사흘간 안전교육을 이수하고, 필기시험도 75점 이상 받아야 현장에 투입합니다.”
대세 현장에서 손찌검은 절대 허용 안되지만 되는 게 딱 하나 있다.
안전 규정을 위반하면 현장의 누구든 당사자의 안전모를 냅다 내리칠 수 있다.
정신이 번쩍 들뿐만 아니라, 안전모는 어떤 상황에서도 써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
그리고 그런 지적이 3번 이상 반복되면 즉각 해고며, 다시는 대세 그룹에 합류할 수 없다.
안전을 등한시 하는 놈은 동료까지 위험에 빠뜨리기에 함께 일할 놈이 아니다.
“잘 챙겨주니 고맙군요. 다들 해외를 선호하는데 국내 건설판을 지켜주니 더욱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회장님. 이런 큰 공사를 믿고 맡겨 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아무래도 국내가 해외보다야 몸 고생 마음고생이 훨씬 덜하지 않습니까.”
해외건설이 국내건설보다 훨씬 힘드니 돈을 더 받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있어 다행이었다.
돈 많이 벌려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인식은 대한민국을 키우는 핵심 경쟁력이거든.
그런 생각을 세계화가 자리 잡을 때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단연코 선진국 중에서도 탑 클래스로 진입할 거다.
내가 해외건설 기능공에게 최대한 성과급을 챙겨주는 이유도 바로 그러했다.
그리고 고무적인 것은 대세 덕분에 국내에 양질의 일자리가 잘 들어차고 있다는 것이다.
변변한 일자리가 없어 해외건설 현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해외건설판에 가는 것이 기능공들에겐 일종의 승급 사다리가 되었다고나 할까?
국내 건설판이든, 전포동이든, 대세조선 앞이든 어디서라도 경험과 실력을 쌓아서 해외건설판에 합류하기만 하면 연봉이 삽시간에 오르는 것이다.
해외 건설사들은 베테랑들이 계속 필요한 데다, 실력을 제대로 평가해줄 베테랑들도 즐비했다.
즉 실력이 있는데 성과급을 못 받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용접, 건설, 전기, 산업안전, 배관 등등 온갖 자격증을 따려고 노력하는 기능공들이 엄청 늘었다.
“그리 생각해주니 고맙군요. 여하튼 직원들 다들 주상복합 건물을 이해하고 있는 거죠?”
기능공들이 맡은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프로젝트 윤곽 정도는 알아야 한다.
“물론입니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상가, 지하 2,3층과 지상 2,3,4층은 주차장. 지상 5층은 커뮤니티 센터, 그 위부터 주거공간입니다. 각 층의 연결통로와 환풍시설도 전담팀을 구성해서 챙기고 있습니다.”
성냥갑 아파트가 아니라 복잡한 구조의 주상복합이기에 전담팀을 구성해야 실수가 없다.
철골 구조물은 설계도 한번 잘못 읽어서 수정작업을 하게 되면 공기 낭비와 비용이 장난 아니다.
“다들 잘 하고 있으니 든든합니다.”
“예! 주차장을 5개층이나 운용한다고 하면 다들 의아해합니다만, 회장님의 설계지침이라고 하면 대번에 수긍합니다.”
“하하하, 의아해하지만 수긍한다고요?”
“앗, 그런 의미가 아닌… 송구합니다.”
현장 소장은 내게 말실수를 했다 싶었던지 냅다 허리를 굽히며 사과를 했다.
이 시대 사람들에게 가구당 차 1대씩 보유하는 것도 모자라, 2대 3대까지 보유할 날이 올 거라고 하면 믿기 힘들어 하겠지?
지금은 광화문 거리를 달리다가 차가 퍼지면 길가에 차를 대놓고 출근해도 되는 시절이다.
길이야 좀 막히겠지만, 통행에 크게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거든.
하지만, 대한민국이 2차 오일쇼크라는 파도에 올라타 계단을 점프하면 세상은 확 바뀔 거다.
“송구하긴요. 대세 본사 건물에 직원들이 가득 찰 지 우려했던 적도 있었잖습니까? 여기 주상복합 주차장에도 차가 가득 찰 날이 올 겁니다. 그때까지 50년이고 100년이고 버티도록 튼튼하게, 멋지게 짓는 겁니다.”
“염려 마십시오. 용접 작업이 끝나면 빠짐없이 비파괴 검사를 합니다. 이 정도 튼튼함에 필적할 건물은 대세 본사밖에 없다고 자부합니다.”
자부심! 현장 감독의 말이 딱 마음에 들었다.
원래 역사에서 우리나라 재벌 건설사라는 이들도 자기 호텔은 층간소음 하나 없이 멋지게 지으면서 아파트는 개떡으로 지어댔지.
대세건설이 이렇게 멋지고 튼튼한 건물을 지어 주류를 이루고, 행정수도에도 이런 건물이 들어선다면 상황은 180도로 달라질 것이다.
서울 땅도 좀 더 효율적으로 쓰게 될 테고 재개발도 줄어들 테니,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집값이 오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몇년 만에 두배 세배씩 오르는 일은 내가 있는 한 절대 벌어지지 않으리라.
“압구정동은 철골 품질 못지않게 지하수 관리도 중요합니다. 딥웰 (Deep-Well) 시설도 잘 했겠지요?”
“물론입니다, 회장님.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현장 감독이 대번에 날 중앙공원으로 안내했다.
“오, 벌써 수변 시설을 짓고 있군요.”
“예, 회장님. 압구정동의 지하수맥이 이렇게 풍부할 줄은 저희도 예상 못했습니다.”
인공 하천이 정말 맑고 수량이 많았다.
마치 원래부터 있었던 자연하천 같았다.
분명 최상류에서 거대한 우물을 파서 펌프로 지하수를 퍼 올리고 있는데 말이다.
압구정동 일대의 지하수가 한곳으로 모이니 이정도 수량이 가능한 것이다.
“수변을 따라 상가도 잘 들어섰군요.”
“예, 대세실업에서 매번 점검을 나올 정도여서 신경을 바짝 쓰고 있습니다.”
대세실업 김복순 부장이 직접 챙기는 곳이다.
시민들이 수변공원을 거닐다 커피를 한잔하든, 저녁 식사를 즐기든 뭘 해도 멋질 것 같았다.
김복순 부장이라면 본 것이 많으니 여느 해외 관광지 못지않게 고급스럽게 만들 것이다.
이런 인공하천은 시민들에게 휴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압구정동 전체의 지하 수위를 적정수준으로 맞춰주기에 안전측면에서도 필수적이다.
압구정동은 원체 뻘밭이라 이렇게 지하수를 빼내지 않으면, 아무리 기초공사를 잘했다고 해도 국부적으로 부동침하가 일어날 수 있거든.
“이 정도라면 자부심을 가질 만하군요.”
“예, 그렇습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이처럼 멋진 동네는 보기 힘들 겁니다.”
현장감독도 미래의 압구정동이 보이는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현장을 바라보았다.
“기 비서, 여기 사진 좀 찍어주겠어요? 기록으로 남기고 싶군요.”
“예, 회장님.”
나는 수변공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몇년만 지나면 여기 압구정동이 온통 진흙밭이었음을 믿기 어려울 것 같았다.
“자, 여기 일은 다 봤군요. 청주로 갑시다.”
“예, 회장님.”
나는 반도체 공장을 살피러 청주로 향했다.
행정수도 이전은 압구정동에서 시작해 청주에서 열매를 맺을 것 아닌가.
아니, 청주라기보다 세종시라고 해야 하나.
이번 역사에서도 세종시라고 이름 붙이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솔직히 청주보다 여천부터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긴 했다.
삼복이가 내년도 신모델 개발에 대해 보여줄 것이 많다고 내려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말이다.
그래도 일단 청주부터 챙기자.
자동차엔 삼복이가 있으니, 반도체 공장엔 내가 힘을 실어줘야 할 것 같았다.
“회장니임~~~ 우 회장니임~~~”
“어, 염 수석님!”
내가 막 청주로 향하려던 순간 어디선가 염 수석이 나타났다.
“헉! 헉! 아이고, 숨차다. 압구정동 건설 현장이 넓긴 넓군요.”
“아니, 절 보려면 본사로 전화를 하시면 되죠.”
“에이, 바쁘신 분 시간을 어찌 뺏겠습니까. 각하와 시범단지 얘기를 하셨다기에 오늘 일정은 여기서 시작하시겠거니 했죠. 여기 들렀다 청주로 가실 거죠?”
“하하하, 제대로 짚으셨네요.”
“가시는 길에 말씀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그리고 제게 해주실 말씀도 있을 것 같고요.”
그도 그렇네.
행정수도 이전이든, 미국과 리비아 협상 건이든 염 수석과 얘기는 해야지.
“일단 차에 오르시죠.”
“아이고, 좋습니다.”
가는 길에 심심할 일은 없었다.
동글동글한 이 양반과 얘기를 나누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염 수석의 엄청난 경쟁력이라고 할 것이다.
***
경부고속도로,
“우 회장님, 청와대 송년회에 초대받으셨지요?”
“예. 수출에 기여한 기업가들을 모아서 재야의 종소리나 같이 듣자고 하시더군요.”
“그거 사실 송년회라기보다 전략회의입니다. 초대받은 이들 중 기업가는 우 회장님이 유일하고 말입니다.”
“… 뭐라고요? 전략회의라니요?”
“올해 말에 행정수도 이전을 선포하시려 했는데 돈 문제가 계속 불거졌지 않습니까. 그걸 올해 연말까지 어쨌든 야당과 협의해서 처리하고, 행정수도 이전은 연두교서에서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걸 최종적으로 재확인하는 전략회의입니다.”
“그게 그렇게 되었군요.”
대통령이 나 때문에 일정을 변경한 건가?
전격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발표하고 날치기 소리를 듣더라도 행정수도이전 특별법을 제정하는 게 원래 계획이었는데 말이지.
야당과는 얘기할 필요도 없다던 양반이 리비아 지원금 5억불을 마련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협상을 하긴 했나 보네.
연두교서는 국회에서 정부의 구상을 발표하는 자리이니,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대통령이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아무리 박통이라도 ‘까짓거 밀어붙여!’라는 식으로 일할 수는 없으니 최종 전략회의를 소집한 거로군.
최소한 야당 총수의 공세에 방어 논리는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솔직히 행정수도 이전계획을 백지계획이라고 부른 이유는 위치, 예산 등등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지만 다른 뜻도 있습니다.”
“다른 뜻이라고요? 말 그대로 백지부터 시작한다는 뜻이 아닙니까?”
“각하를 비롯해 참여자 대부분이 우리가 이 계획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에 백지계획이라고 한 겁니다. 지금 당장 불가능하다면 백지로 돌려 후대의 몫으로 남겨둘 생각이었습니다.”
뭔 소리야? 남기긴 뭘 남겨?
후대로 미룰수록 힘들어져.
서울은 더욱 비대해지고 기득권층의 반대도 더욱 거세진다고.
“불가능하다니요. 지금이 적기입니다. 아니, 지금이 아니면 영영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더욱이 내년 말이면 2차 오일쇼크가 닥친다.
그전에 실행 못하면 타이밍을 잃는다고.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더욱이 대세그룹의 행보를 보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갑자기 대세그룹이 왜 나옵니까?”
“괜히 각하께서 최종 전략회의에 우 회장님을 초대했겠습니까? 해외수주에서 서양과 경쟁해서 매번 이기니 저희도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겁니다. 우리가 뉴욕이나 도쿄 같은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따윈 떨쳐버릴 수 있었지요. 그걸 경제기획원이나 재무부도 배워야 합니다.”
“아직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까?”
“반대라기보단 아직은 기술적으로 무리라는 의견이지요.”
“뭐가 무리입니까? 우리 건설사들이 사우디와 리비아에 신도시를 건설 중인데. 서양보다 가격이든 기술이든 경쟁력이 있으니 수주한 것 아닙니까. 수도 이전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빌어먹을 것들. 저들이 기술을 알아?
하다못해 기술력이 의심스럽다면 압구정동 건설현장에 나와서 살펴보면 될 것 아닌가.
어째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대통령이 발표를 서둘렀던 이유도 알 것 같네.
내부에 반대파가 있다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정보가 새어나갈 위험도 있다는 뜻이었다.
“예! 그래서 백지계획을 회장님께 미리 보여드리려고 이렇게 찾아뵌 겁니다. 이걸 보신 분은 각하를 제외하고 우 회장님이 처음입니다.”
염 수석은 서류 봉투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수도이전 계획이 서류 봉투에 들어갈 정도로 간단하단 말이야?
나는 다소 의아했지만 봉투 안의 서류부터 꺼내 읽어보았다.
“… 300… 필요 예산이 300억불이라고요?”
서류에는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예산이 정리되어 있었다.
한해 수출액이 고작 175억불인 나라에서 300억불짜리 계획이라… 대단한 배짱인데?
“그 정도는 투자해야 새로운 수도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당당한 염 수석의 표정에 나는 눈을 껌벅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 따지고 보면 300억불 정도는 들어가야 서울을 다시 지을 수 있겠네.
옳긴 한데, 이 양반들 정말 간이 큰데?
내가 계획을 짰다고 해도 300억불 수준에서 시작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런 계획을 하고 있었으니 리비아에 50억불을 지원하자는 말에 대통령이 그리 펄쩍펄쩍 뛰었군.
말 그대로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규모가 엄청나군요. 일단 청주 반도체 공장부터 보러 가시죠. 거기도 행정수도의 일부이니까.”
“얼마나 멋질 지 기대됩니다. 5년간 10억불이나 투자하는 공장 아닙니까.”
300억불 사업을 기획한 양반이 10억불짜리에 호들갑을 떨었다.
< 420 : 간도 크지 > 끝
ⓒ 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