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22)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22화(422/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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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2 : 추가 옵션 >
“여어, 삼복아!!!!”
“어이쿠, 일찍도 온다. 오늘도 안 오면 내가 시제품 포장해서 본사 앞으로 가려고 했다.”
“지금 왔잖아. 어디야? 우리 차기 모델님이 계신 곳이?”
나는 팔짱을 끼고 있는 삼복의 등 뒤를 힐끗거렸다. 등 뒤에 차를 숨겨놓았을 리 만무하지만 녀석의 반응을 보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참나, 감히 회장님한테 부사장이 짜증은 못 내겠고… 대체 내 보고서를 읽어보긴 한 거야?”
“당연히 읽어봤지.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엔터니 회장이 특별 모터쇼를 개최한다며. 거기에 출품하니까 내가 꼭 봐야 한다고 말이야.”
“모터쇼가 다음 주라는 건 알아? 지금 비행기에 실어도 통관까지 생각하면 간당간당해. 네가 지적하면 고칠 시간도 부족하단 말이야.”
“아니, 우리 이삼복 전무님께서 얼마나 완벽하게 작업을 하셨겠어? 고칠 게 뭐가 있다고 그래?”
“제길… 보고서 대충 읽었구만.”
“지금 보면 되지. 어서 가자. 출품작은 연구소에 있는 거지?”
대충 읽긴, 쨔쌰. 읽고 눈물 흘릴 뻔했다.
우리 엔지니어들이 정말 열심히 연구했고, 선진 기술을 배우는 데도 진심이었다.
칼자이스의 레이더 기술을 이 짧은 시간에 흡수하다니 놀랄 정도였다.
뀌년에 연구소를 세운 지 몇 달도 채 안 되는데 말이다. 정말 마른 스펀지처럼 기술을 습득하고, 개발에 적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
나는 삐진 삼복이를 끌고 개발연구소로 향했고, 내가 온 걸 알았던지 개발자들이 몰려와 있었다.
“슈미츠 팀장, 회장님께 멋지게 보여줍시다.”
“예,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삐죽대던 삼복이는 직원들 앞이라고 대번에 자세를 잡고 연구용 트랙으로 나를 데려갔다.
트랙엔 신형 로열프린스가 떡하니 나와 있었다.
내가 단상에 올라서자마자 로열프린스가 트랙을 달리기 시작했는데, 정말 가속력이 죽여줬다.
엔진 소음 대신 바람 가르는 소리만 들렸다.
우리 엔진은 실키 엔진! 명품 중의 명품이었다.
“정말 멋지네요. 제로백이 얼마입니까?”
“2000cc 기준으로 10.8초를 기록했습니다. 동급 차량에서는 세계 정상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7년도에 제로백이 10초대라면 아주 멋지지.
제로백을 묻는 내 말에 슈미츠 팀장이 살짝 놀랐다. 난 21세기 엔지니어라고요.
“10초대라니 대단합니다. 터보차저, DOHC, 게다가 직렬엔진의 합작품이라 가능한 일이겠죠?”
“아, 예. 그렇습니다.”
“역시, 회장님은 모르시는 게 없다니까요. 가시죠, 보여드릴게 더 많습니다.”
내가 일단 주행능력에 대해선 만족감을 표하니 삼복이는 한숨 놓이는지 얼굴이 펴졌다.
우린 트랙을 두어 바퀴 돌고 멈춰선 로열프린스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다들 여기 있어요. 이 전무와 따로 얘기하고 싶으니까 말이죠.”
“예, 회장님.”
난 뒤따르던 직원들을 멈춰 세우고 삼복이와 둘이서만 로열프린스 쪽으로 걸어갔다.
삼복이랑 편하게 얘기하고 싶었다.
“정확하게 몇 마력 찍었냐?”
“크, 놀라지 마라. 162마력. 드디어 마의 160마력을 넘겼다.”
2000cc 기준으로 162마력이면 70년대 치고는 대단했다. 기존 모델이 155마력이었으니 대략 5% 정도 출력이 올랐다.
고작 5%밖에 안된다고 할진 몰라도, 이 시대에 명품으로 불리는 로열프린스에서 그 정도 개선율은 엄청나다.
“정말 잘했다. 연비도 딱 5% 개선했다더니 연속 홈런을 쳤구나.”
“로열패밀리의 직렬 6기통 엔진에 적용했던 기술을 고스란히 4기통 엔진에 가져왔더니 이건 뭐 널널하다 못해 차가 날아갈 것 같다.”
“어려운 일을 했으면 꽁으로 먹는 일도 있어야지. 헌데, 정작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칼자이스 레이더 기술! 그거 시연해 보이겠다며.”
“응, 타라. 내 말대로 만들긴 했지만, 이게 네가 원하는 수준인지 도대체 감이 안 온다. 사람들도 이게 혁신이냐며 반신반의하더라.”
“아니 접촉사고 방지시스템을 만들었다며? 무슨 반신반의야?”
나는 삼복이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즐겼다.
그래 무척 의심스럽겠지.
엔지니어들이 보기에 대체 이게 뭔가 싶겠지.
“일단 타. 그리고, 잘 봐… 아니, 잘 들어봐!”
“알았다. 저기 트랙 안전 펜스 쪽으로 가봐.”
“그래. 우회전!!”
삑! 삑! 삑! 삐삐빅! 삐삡삐삐삐!
“오오오, 작동 잘 하잖아. 뭐가 문제야!”
“그래, 네 말대로 장애물이 1.5m 이내로 접근하면 알람을 울리게 되어 있어. 가까워질수록 알람 속도가 빨라져.”
“대박이네! 정말 대박!!! 완전 잘 만들었어!”
감탄해주자고 생각했는데,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정말 잘 만들었다.
아주 초보적이지만 좌우는 물론 후방에 물체가 가까워지면 알람을 울렸다.
칼자이스의 레이더 기술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그런데 눈으로 보거나 거울로 비춰보면 되는 걸 굳이 소리로 들어야 해? 그걸 위해서 100불이나 써야 하는 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옵션이 아니라 기본 장착이라니.”
접촉 방지장치는 처음에 귀찮지만, 나중엔 그거 없으면 주차도 못해.
고객도 100불 정도는 충분히 지불한다고.
“안개나 어두운 밤에 시야가 확보 안되는 경우도 있고, 운전에 익숙치 않은 이들도 있잖아. 안전과 연비를 중시하는 로열시리즈라면 이런 접촉방지장치는 기본 장착을 해야지.”
게다가 이건 칼자이스와 합작한 기술이잖아.
지금은 긴가민가하지만 나중에 거의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채용할 기술이다.
카메라가 발전해야 폭발적으로 대중화되겠지만, 이런 초보적인 시스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삼복이도 워낙 차를 좋아하고 개발자들도 대부분 운전을 잘하기에, 이 기능이 일반 고객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감이 없는 것이다.
마치 컴퓨터를 잘 다루는 양반들이 처음에 PDA나 스마트 폰이 나왔을 때 왜 그 작은 화면으로 인터넷을 보냐? 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알았어.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발표하면 된다 이거지?”
“오, 여기 디지털 전자시계도 만들었네. 속도계와 주유량도 숫자로 나오게끔 옵션으로 했지?”
“응, 그건 기술적으로 전혀 어렵지 않았어. 그런데, 정말 그 옵션가를 60불이나 해도 되는 거냐? 단순히 표시법만 달리하는 건데 고객들이 돈을 주고 살까?”
“무슨 소리야! 운전하면서 제일 많이 눈에 들어오는 곳인데. 60불 정도야 당연히 치를만하지.”
이 또한 엔지니어와 일반 사용자의 시각차이다.
숫자로 보면 얼마나 편한고 멋진데!
게다가 오늘 몇 킬로 주행했고, 기름을 얼마나 썼다라고 적기에 얼마나 좋아?
오일쇼크가 닥치면 차계부를 적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진단 말이지.
그럼, 로열프린스가 얼마나 연비가 좋은 차인지 확연히 알게 될 거다.
심지어 그런 디지털 숫자를 표시하는 반도체도 조만간 대세파운드리가 가동되면 국산화하는 거야 시간문제다.
고작 원가 몇 달러짜리 옵션을 60불에 팔아먹는 거다. 반도체 만세지!
“그럼 너 믿고 이거 디트로이트에서 지른다. 엔터니 회장도 우려하던데, 그것도 네 책임이다.”
“백번이고 천번이고 책임질 테니 질러! 원래 혁신은 저항에 부딪히기 마련이야. 배에 힘 딱주고 질러!”
처음에야 괜한 거로 비싸졌다고 삐죽거리던 고객들도 실제로 써보면 환호하게 될 거다.
“풀 옵션으로 하면 대당 가격 4000불 넘는 거 분명히 책임진다고 했다!”
“책임진다니까. 날 믿어! 내가 누구야? 100% 성공신화를 쓴 사업가 아니야.”
“그래, 네 말을 못 믿으면 누구 말을 믿어?”
삼복이는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트랙을 휙하니 돌더니 단상 쪽으로 되돌아왔다.
“회장님께서 합격이랍니다. 디트로이트에 출품해도 된다고 합니다.”
“와아아아아아!”
삼복이가 양손으로 엄지척을 하며 소리치자 개발자들이 만세를 불렀다.
“수고 많았습니다. 로열프린스는 합격이니 로열로더도 빨리 신모델 만들어주십시오.”
“예에에에! 알겠습니다.”
내가 숙제를 던졌는데, 대답 소리가 우렁찼다.
‘벌써, 닦달하냐?’
‘쉬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 중동으로 보내줄게.’
삼복이가 내 옆구리를 치기에 중동 출장을 제안했다. 녀석을 보낼 곳은 아주 많다.
‘난 분명 디트로이트에 출장 간다고 보고드렸습니다. 회장님.’
“출장 다녀와서 곧바로 로열로더 신모델 착수하십시오. 기대하겠습니다, 이 부사장.”
“예에~ 회장님!”
“와아아아아!”
새로운 일을 던지면 환호하는 시대다.
일에 미친 시대라, 사람들도 미쳤다.
“아, 그리고 현산의 소형자동차도 이번에 같이 전시한다니까 간 김에 현산 부스도 보고 오십시오. 크라이슬러와 부품 공유를 하기로 했으니 잘 챙겨주십시오.”
“예, 자동차 협회에서도 나왔던 얘기니 잘 보고 오겠습니다.”
1600cc 이하의 소형차도 크라이슬러와 부품 공유를 하면 원가가 일본 차 못지않게 떨어질 거다.
그럼 동남아 시장은 완전히 한국으로 넘어오는 거다. 소형차는 현산, 중형차는 대세!
역시 오랜만에 여천으로 왔더니 챙겨야 할 게 한둘이 아니었다.
일단 삼복이가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마치고 돌아오면, 내년도 전략은 같이 마주 앉아서 세심하게 짜야 할 것이다.
***
며칠 뒤, 대세 본사.
“베인 실장, 살펴보니 어땠습니까?”
나는 행정수도 예산 절감에 대해 빌 베인에게 물었다. 청와대에서 기밀문서임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종이 한 장 빼놓지 않고 죄다 보내왔다.
그만큼 대세의 보안 체계를 믿는 것이리라.
“회장님, 송구합니다. 정말 치열하게 살펴보았습니다만, 도저히 예산을 절감할 곳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예산을 보충할 부분이 있을 정도입니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줄일 곳이 없어?
“아니, 300억 달러나 되는 예산에서 절감할 부분이 전혀 없다고요?”
“저희도 솔직히 당혹스럽습니다. 그런데, 새서울 주변의 고속도로와 고속전철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걸 빼면 어쩝니까? 중핵신도시와 간선도로망 건설이 수도 이전의 핵심인데 말입니다.”
“저희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새서울 지하철망을 없앨 수도, 지하공동구를 없애고 지상 전봇대를 설치하자고 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건 안되지.
행정수도가 무슨 시골 읍내도 아닌데 말이다.
여하튼 빌 베인 사단이 살펴봐도 절감할 게 없다면, 정말 예산을 짤 때 기름기를 빼도 몇 번을 뺐다는 소리네.
하긴 대세가 이렇게 크기 전까지 능력 좀 된다는 사람들은 죄다 공무원으로 몰려갔으니 오죽 일을 잘했겠나.
“그럼 뭔가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회장님, 개발차관을 들여오는 방법은 어떻습니까? 실상이야 어쨌든 한국의 지위는 개발도상국이지 않습니까?”
“그 방법은 안 됩니다.”
차관에 대해선 딱 잘랐다.
수도를 이전한다고 차관을 빌리겠다는 소리를 했다가는 입법은커녕 매국노로 몰릴 거다.
서울 땅부자들이 공격하기 딱 좋은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전략적으로도 옳지 않았다.
“그러면, 예산 전용은 어떻습니까?”
“그건 우리 영역이 아닙니다.”
예산 전용은 우리가 검토할 사안이 아니다.
다른데 써야 할 돈을 행정수도 건설에다 쓰자는 것이지 않나.
그건 기술적 검토가 아니라 정치적 검토다.
그리고 70년대 예산이 그리 녹록하겠나? 전용할 돈이 있다면 죄다 국방비에 몰아넣었겠지.
“도움이 되지 못해서 송구합니다.”
“송구하긴요. 뺄 예산이 없다는 걸 확인한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산 정리본은 두고 가십시오. 예산은 못 줄였지만, 내가 알아야 청와대와 뭐라도 얘기라도 하지요.”
“예, 회장님. 여기 있습니다.”
빌 베인이 정리 자료를 내게 건네주었다.
트렁크 몇 개분의 예산자료를 받았는데, 두툼한 책자 서너 개로 줄인 것만 해도 대단했다.
“받았던 기밀 자료는 다시 청와대 비서실로 돌려보내시고요.”
“예, 회장님.”
나는 빌 베인을 내려보내고 커피 한잔을 하면서 자료를 뒤적거렸다.
“지하철은 포기 안되고, 민족 박물관도 포기 못하고, 공원을 포기?… 아니야. 그것도 안 돼.”
내 눈에도 뺄 수 없는 거만 보였다.
예산은 기름기가 빠진 정도가 아니라 정말 이윤이 거의 남지 않는 공사로 점철되어 있었다.
여기에 내가 원하는 주상복합 형태로 주거지를 만들면 예산은 오히려 더 늘어날 거다.
“젠장, 뭐 이런 예산 책정이 다 있어? 참나, 이런걸 더해서 300억불이 되는 것도 신기하네.”
솔직히 신기할 것도 없다.
90년대에 고작 600만평의 분당 신도시를 만드는데 정부 재정만 4조가 넘게 들어갔고, 민간 투자 또한 1조 넘게 들어가지 않았나.
그보다 몇십 배, 아니지… 거의 전 국토를 개발하는 계획인데 당연히 300억불 정도는 들겠지.
나조차 엄두가 안 나는 돈이었다.
정말 하고 싶은데 말이다.
“잠깐, 잠깐… 이거 뭔가 이상한데?”
갑자기 드는 생각이, 이 정도로 무지막지한 돈이 들어가는 일인데 어째서 박 대통령은 돈 문제를 나와 상의하지 않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예산 문제도 염 수석이 고민해서 내가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하고 있는 거지, 막상 대통령은 예산 따위엔 별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은데 말이지.
나도 염 수석과 얘기하기 전까진 행정수도에 들어갈 돈 문제를 고민하진 않았다.
설마… 박 대통령은 뭔가 다른 생각이 있는 건가? 돈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나는 새로 떠오른 생각에 예산 책정에 따른 부록 자료를 마구 뒤져보았다.
헌데, 거기엔 박 대통령이 강제로 보류시킨 서울시 개발 프로젝트가 잔뜩 적혀 있었다.
굳이 왜 이런 자료가 있었을까? 싶었지만 행정수도를 끼워 넣으니 퍼즐이 풀리는 것 같았다.
이걸 잘만 이용하면 정치적으로 땅부자든, 재벌총수든 돈을 쥐어짜낼 방법이 될 수도 있겠네.
아니, 박 대통령이라면 하고도 남지.
어쩐지 송년회에 다른 기업 총수는 빼고 나만 부르는 게 이상하다 했더니!
“빌어먹을, 미친 놈의 독재자! 이거 완전 능구렁이잖아!! 혼자 계획이 다 있었어. 아후!”
< 422 : 추가 옵션 > 끝
ⓒ 푸달